상추 쌈은 정말 중국 (운남성) 식문화일까? (+깻잎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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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음식탐구

상추 쌈은 정말 중국 (운남성) 식문화일까? (+깻잎 이야기)

by 깨알석사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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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재료인 신기한 반찬

깻잎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도 식용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다른 종류며 (시소라 부르는 차조기) 실제 우리가 아는 깻잎을 먹는 경우는 한국인이 거의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인인데 깻잎을 먹는다면 예외 없이 한국, 혹은 한식 영향을 받았거나 교포인 경우다. 깨가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은 물론 향신료의 천국인 인도에도 많기 때문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깻잎을 먹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가 아닌 깨의 잎인 깻잎을 먹는 건 우리나라 사람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과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대다수가 한국 음식 중 신기한 것으로 (혹은 꼭 먹어봐야 할 도전 음식으로) 번데기랑 산낙지와 함께 자주 손꼽히는 요상한 음식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꽃잎은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식용 꽃잎이라는 한정된 경우이지만 우리에게도 꽃잎은 즐겨 먹는 음식 재료가 아니며 그저 멋을 내거나 모양을 내기 위한 부재료서 (떡) 사용하는 편이지 주재료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도 마찬가지.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꽃잎을 따서 먹는 경우는 드물다. 떡이나 빵의 모양내기나 녹차(홍차)처럼 차를 마시기 위한 용도가 물에 우려먹는 게 아닌 이상 식사 용도로 잎 자체를 먹지는 않는다. 나뭇잎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뭇잎을 먹는다는 생각 자체를 잘하지 않는다. 서양은 물론 동양도 마찬가지. 의자 빼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조차 먹지 않는 것이 잎사귀이고 차로 마실 뿐 음식 요리의 주재료로 쓰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깻잎은 중국 사람들에게조차 신기하고 요상한 한국의 반찬으로 각인되어 있다. 쌀밥을 주식으로 삼는 같은 식문화권이기 때문에 처음 접할 때가 어렵지 막상 먹으면 밥과 잘 어울려 중국인들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자주 접하고 즐겨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한 사람이 아니면 한식을 접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식용허브라 하여 깻잎도 허브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는데 식용허브 대부분이 차로 마시는 경우가 많고 식재료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그 자체가 음식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는데 대체로 잎을 활용한 요리 중 월계수조차(월계수잎) 직접적으로 먹는 잎이 아닌 차처럼 우려내고 향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이는 향신료 개념이기 때문에 잎을 직접적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연잎(연꽃잎)의 경우에도 밥을 싸는 포장 용도지 우리도 연잎을 직접 먹지는 않는다. 그만큼 식용허브 중 사실상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먹는 건 깻잎이 유일하다.

한식까지 뻗친 중국 동북공정

그렇기 때문에 예전 "중국 상추쌈 원조 논란" 역시 이 맥락을 함께 하는데 중국 유튜버가 (전소서가) 상추쌈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국에서 먹는 전통식처럼 포장한 적이 있었다.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모습이 삼겹살에 쌈을 먹는 우리 식문화와 판박이였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중국 거냐 아님 한국 걸 따라한 거냐 논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이때 유튜버 전소서가가 해명한 건 운남성에서 일반적으로 자주 먹는 쌈 문화로 자신의 고향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식문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잎사귀를 먹는 식문화가 발달한 건 한국(대한민국)이지 중국조차 잎사귀 특화 요리는 발달하지 않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 궁색한 거짓 해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고기를 먹을 때는 물론이고 그냥 쌈채소를 먹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나란히 등장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상추"와 "깻잎"이다. 그냥 둘 다 쌈을 싸서 먹기 편하고 맛있어서 같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상추를 "잎"이라는 인식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잎사귀는 깻잎만 있는 게 아니라 깻잎과 더불어 상추(상추잎, 흔히 상춘닢이라 발음)도 있으며 상추 역시 깻잎만큼 즐겨 먹는 잎사귀 중 하나라 깻잎조차 먹지 않는 중국이 상추잎을 들깻잎처럼 유사한 방식과 형태로 즐겨 먹는다는 건 유튜버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며 일반적인 중국 식문화라 할 수 없다. 무청의 경우 줄기까지 포함하여 먹는 것이기 때문에 줄기를 뺀 순수하게 잎만 먹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호박잎, 콩잎, 상추와 깻잎을 제외하고는 다른 잎은 우리도 잘 먹지 않는다.

그런 우리는 이를 쌈에만 한정해서 먹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깻잎김치와(깻잎장아찌) 상추겉절이 등이 있는데 생식쌈은 물론 갖은양념을 더해 나물처럼 무쳐 먹거나 김치로 만들어 먹는 유일한 민족이기 때문에 한식의 깻잎과 상추는 그 위상이 남다르며 다른 나라와 확연히 구분되는 식문화 중 하나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게 바로 잎사귀 반찬 문화라 할 수 있다. 즉 잎사귀를 매 식사마다 즐겨 먹는 희귀한 한민족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식재료가 바로 상추와 깻잎인데 이는 일본인은 물론 중국인들도 한국 이미지를 연상케 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식문화라는 점에서 그들과 다른 이질적인 식문화, 그들이 갖지 않는 전혀 다른 식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전소서가라는 중국 유튜버는 상추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즐겨 먹으며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었다. 이는 상추쌈이 곧 너희 한국의 고유 식문화라 단정 짓지 말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상추는 있다고 해도 샐러드 방식이기 때문에 깻잎을 밥과 함께 먹는 메인 반찬가지로 먹는 경우는 없으며 아시아권 전체를 보더라도 쌈을 해서 먹거나 반찬으로 먹는 경우는 없다. 애초에 쌈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걸 둘러쌀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게 바로 "잎"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잎사귀 식문화가 우선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면 (잎을 먹을 수 있다면) 쌈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재료나 요리로 활용도 가능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이 논리가 맞다면 우리나라처럼 쌈뿐만 아니라 잎사귀를 활용한 다른 요리 형태의 (겉절이나 무침, 조림 등) 식문화가 그들 나라에도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고려쌈, 한국쌈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은 상추나 깻잎 등 잎사귀 단일 재료만 갖고 만든 음식 하나만 있어도 식사를 할 수 있다. 깻잎김치나 깻잎장아찌, 상추 겉절이만 있어도 식사가 가능하며 상추는 잘게 찢어 비빔밥 등에도 자주 넣어 먹고 장만 있으면 쌈밥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 쌈밥 형태인 밥, 장, 잎사귀 세 가지만 있어도 식사가 가능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볼 수밖에 없는 요소가 많은 음식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자체가 메인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호박잎, 콩잎, 깻잎, 배춧잎, 연잎, 상추잎 등 다양한 잎사귀를 먹는다. 우리가 만 원 지폐를 두고 흔히 배춧닢이라는 표현을 자주 쓸 정도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돈을 보고도 잎사귀를 연상한다. 잎사귀를 일상에서도 자주 접하였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쌈의 종류로 월남쌈의 경우가 그나마 예외적인데 월남쌈의 경우 그 형태가 보쌈일 뿐 쌈 자체가 잎이 아니며 잎을 먹지는 않는다. 쌈을 싸는 것이 라이스페이퍼의 가공품이지 잎이 아니다. 쌈이라는 것이 싸서 먹는 형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걸 실제 천연 잎사귀로 활용해 먹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가공품이 아니며 천연 상태 그대로의 잎을 활용한 것이 쌈이기 때문에 월남쌈과는 명칭과 먹는 형태만 유사할 뿐 우리가 말하는 잎사귀 식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이마저도 확연히 구분된다.

엄밀히 따지면 중국 유튜버의 이 주장은 자신의 행동 실수를 덮기 위한 거짓말이 낳은 실수라 볼 수 있다. 고기를 구워 쌈을 싸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데 (이런 논란이 있을 걸 예상하지 못하고) 컨셉 자체가 운남성의 전통 방식 생활과 식문화였기 때문에 자신이 보여준 모습이 현대 중국의 외식 문화에서 비롯된 식문화였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고기를 직접 구워 쌈을 싸서 먹는 한식을 보고 저렇게 먹으면 맛있겠구나 싶어 따라 했을 확률이 높은데 막상 댓글에서 한국인들의 난타전이 벌어지자 컨셉과 구독자를 포기할 수 없는 욕심에 애매한 포지션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비슷한 방식은 중국에도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가 지금 먹는 배추가 중국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조선배추와 달리 잎사귀가 풍부하고 뚱뚱) 배추쌈 등도 있어 쌈 문화가 오로지 한국에만 있다고 할 순 없으나 중국에 있다는 쌈문화 그조차도 고려쌈이라는 형태로 고려인들이 넘어가 전파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 있다는 쌈 문화 그마저도 한국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들이 먹는 쌈은 쌈밥이라는 이름만 같고 먹는 형태는 만두처럼 이미 쌈에 밥이 올라가 그대로 집어 먹는 형태인데 반해 우리는 쌈 위에 조립식으로 직접 쌈을 만들어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국 유튜버가 보여준 직접 손으로 쌈을 싸서 먹는 형태는 중국 식문화의 형태와 전혀 다르다. 원래 중국에 그런 식문화가 있어도 그렇게 먹지 않으며 비슷하게 먹더라도 결국 한식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녀가 말한 쌈은 배추쌈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마찬가지로 배추쌈은 흐느적거리는 게 아니라 사각사각 먹는 맛으로 먹기 때문에 우리도 배추 잎 위에 올려 그냥 잘라먹는 형태가 많다. 우리도 배추쌈은 외국인들처럼 한 입에 넣지 않고 잘라먹는다. 고려쌈이라 불렸던 형태와 유사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마저도 김장 때 수육처럼 배추를 절여 흐느적거리게 만들어 먹는다. 상추나 깻잎처럼 말기 편하게 말이다. 절임배추의 또 다른 용도가 바로 쌈인데 배추마저 결국 한 입에 넣어 먹는 방식으로 추가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영상을 보면 운남성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식문화 치고 영상 속 어르신들은 상추쌈을 어색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었으면 저런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쌈을 먹을 때 상추를 툭툭 치며 (물털기) 손바닥에 자연스럽게 올려 항상 그랬듯 자동적으로 찬과 밥을 올리고 고기에 쌈장을 발라 한 입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을 텐데 이 영상에는 그런 모습이 없고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든다는 걸 알 수 있다. 손녀가 뭘 알려줘서 따라는 해 보는데 익숙지 않아 한 두 번 그냥 따라먹어 본다는 느낌. 무엇보다 전소서가라는 유튜버 본인 스스로가 상추쌈에 익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뜨거워서 "호~" 입으로 바람 불기다. 

한국인들이라면, 아니 이런 잎사귀로 쌈을 싸 먹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주 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 있는데 고기쌈의 경우 접시에 놓고 식혀 먹는 경우도 있지만 불판에 두고 바로 먹는 경우에는 고기가 뜨겁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즉 고기를 밥에 잠깐 올려 식히거나 고기에 입김을 불어 식히거나 다른 종지 그릇에 옮겨 두거나 불판 끝에 (가생이) 임시 주차하는 방식들인데 사실 한국인은 쌈이 차가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고기를 직접 바로 먹는 경우라면 몰라도 (아 뜨거...하며 입에서 굴린다) 쌈에 싸 먹는 경우라면 그냥 원바이트 형태로 뜨거움 상관없이 한 입에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과정 자체가 불판에 있는 뜨거운 고기를 기름장에 옮겨 찍고 쌈에 올려 다른 찬거리와 함께 놓고 말아 그냥 바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소서가는 고기를 상추에 올려 쌈을 말아 쥔 뒤 상추에 바람을 불었다. (?....어....뭐라고..) 쌈에 익숙지 않은 유치원 다니는 어린 한국 아이들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워낙 익숙지 않아서인지 고기의 뜨거운 맛을 본 지라 쌈을 싸서 먹을 때 식혀서 먹어야 한다는 걸 깨닫기는 했지만 그걸 고기가 아닌 상추쌈에 대고 "호~" 부르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순간의 찰나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인다) 자신의 고향 (윈난 성) 식문화라면 우리나라처럼 익숙하게 먹어야 하는데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그 쌈을 만들어 먹는 모습 자체는 그냥 딱 외국인들이 한국 쌈 먹을 때의 모습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쌈에 익숙지 않는 다른 외국인들처럼 쌈을 베어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 쌈 먹을 때 늘 아쉬워하는 바로 그 대목처럼 말이다. 그 옆에 있는 할머니도 쌈을 베어 먹었다. 우리네 할머니들은 이가 안 좋아도 쌈을 베어 먹지는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느낌적으로 그냥 통으로 먹는다. 애초에 쌈은 한 번에 먹기 위함이지 베어 먹을 거라면 쌈을 싸지도 않는다. 맛도 없고 느낌도 없고 따로 먹을 때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유튜버는 이것이 운남성의 전통 식문화처럼 말했지만 운남성 사람들이 이렇게 즐겨 먹는 경우는 한국처럼 흔치는 않다. 그렇다면 한국이 먹는 쌈 문화를 신기하게 볼 이유가 없고 깻잎을 이상하게 볼 이유가 없다. 자신들도 비슷한 문화가 있고 비슷하게 먹는다면 오히려 공감해 동양 문화권의 또 다른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전혀 다른 식문화이기 때문에 지금의 중국인들에게도 이건 한식의 특징처럼 보일 뿐 중국 식문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에 여행 오고 관광 오면 상추쌈, 깻잎쌈을 싸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실제로 난 중국인들과 여행을 오래 한 적이 있는데 많은 중국인들이 상추와 깻잎을 싸 먹는 걸 신기해했고 재미있어했다. 상추겉절이, 깻잎장아찌 등 잎에 양념을 했을 뿐인데 이게 장아찌가 되고 김치가 되어 밥반찬이 된다는 걸 신기해했고 무엇보다 생각한 것과 달리(?) 맛있어서 더 신기해했다.

상추를 먹는다면 (상추잎) 들깨잎을 같이 먹을 확률이 크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이 둘은 고깃집에서 함께 나오는 절친이며 베스트 커플이다. 가정에서 먹을 때도 쌈채소로 이 둘을 꼭 산다. 고기를 먹을 때 맛과 향을 끌어올려주는 요상하게 희귀한 잎사귀들이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잎사귀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런저런 잎사귀를 다 먹어봤을 것이고 거기서 간택되어 결국 남은 게 이들이기 때문에 쌈이 가능한 상추, 배추, 들깨, 호박을 서로 모르게 키울 수 없다. 오죽하면 서양에서 왔다는 양배추조차 우리는 배추쌈이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양배추찜을 거쳐 양배추잎까지도 쌈으로 먹을 정도로 잎이 식용 가능하다면 무조건 쌈으로 변형을 한 번 시킨다. 배달의 민족만큼 한국인은 쌈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뚝배기 그리고 깻잎장아찌

상추쌈에 대한 논란 뒤 우려되는 건 한식도 중국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치는 일찍부터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되고 있고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자주 접할 정도) 뚝배기 역시 중국 식당에서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한식에 쓰이던 조리도구와 음식재료가 중국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게 처음에는 한국 방식, 한국의 것이라고 통용이 되다가 차츰 우리도 비슷한 게 있다면서 원래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뚝배기 역시 50년 정도 지나면 원래 중국 식당에서도 흔하게 쓰던 중국 그릇이라고 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는 한류 열풍에 인기를 얻어 한식당 등에서 쓰이던 뚝배기가 활용성이 높고 열기가 오래 유지되면서 따뜻한 걸 좋아하는 중국인들 감성에 맞아 중국 식당에서도 퍼지게 된 것인데 이를 모르고 태어날 때부터 중국 식당에서 뚝배기를 보고 자란 세대들은 결국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신들 주위에서 이것들을 보고 자라니 당연히 누군가 중국 역사에도 있었다는 식으로 조금만 감성을 건드리면 폭발하듯이 역시 우리가 뚝배기 원조라며 어깨를 으쓱으쓱할지도 모른다.

깻잎도 마찬가지. 중국조차 먹지 않는 게 깻잎인데 우리가 먹는 그 길쭉한 깻잎통조림의 주요 생산지는 모두 중국으로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나 해외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 깻잎통조림은 모두 중국이 만들 걸 사다 팔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이 먹지 않아도 직접 만드니 제조의 노하우는 당연히 알 것이고 한류 열풍에 한식을 접하는 사람도 늘어난 만큼 깻잎을 즐기는 사람이 중국에도 많아지면 결국 중국에 외주 생산한 깻잎장아찌는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한국인이 소비하는 형태에서 중국인이 만들어 중국인이 소비하는 형태로 갈 수 있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이런 방식이 되면 자기들에서 유래하거나 자신들이 원래 원조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아 깻잎장아찌 역시 원래 자신들이 해서 먹었다는 발상으로 50년 후, 100년 후에는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김치의 경우 워낙 한국이 스탠더드 표준이라는 게 알려져 있어 그럴 위협은 없겠지만 상추쌈 논쟁을 보더라도, 그리고 해명을 보더라도 상추쌈이 중국 전통 식문화로 둔갑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잎사귀 식문화 역시 공격받거나 뺏길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깻잎을 필두로 호박, 배추, 상추 등 다양한 쌈 식문화에 있어서 만큼은 중국의 경우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주위에 중국인이 우리도 비슷하게 있다거나 그렇게 원래 먹는다고 하면 결단코 그건 한류 때문이지 중국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을 해야 한다. 그래도 우기면 뭐, 만두도 원래 한국 거고 탕수육도 베이징덕도 원래 서울덕에서 유래했고 굴소스도 원래 통영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우기면 된다.

Sesame VS perilla

예전 깻잎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깨의 잎이 참깨의 잎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참깨와 참기름을 한국 사람들이 워낙 좋아하니 깻잎도 당연히 참깨 잎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데 의외로 우리도 참깨의 잎은 잘 먹지 않는다. 경상도에서 자주 먹는 콩잎조차 깻잎에 비하면 그 존재감이 크지 않은데 참깨 잎은 이런 콩잎과도 상대가 안될 정도로 미약하니 참깨 잎의 존재감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와 내용에 대해서는 이전 설명을 참고) 

[식탐/주방탐구] - [쌈싸머거] 깻잎이 들깨의 잎 맞죠? 그럼 참깨의 잎은 뭔가요

그렇기 때문에 깻잎 반찬을 두고 외국인에게 설명할 때의 오류가 잦은 편이다. 참깨와 들깨는 이름만 비슷하지 다른 종이기 때문에 참깨와 들깨에 대한 영문 명칭 역시 다른데 우리조차 많은 사람들이 깻잎을 참깨 잎이라 생각해 사스미 리프 (참깨잎)라고 설명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실제로는 페릴라 리프 (들깨잎)인데 말이다. 다만 사스미 오일 등 참기름이 워낙 대중적이고 또 외국 사람도 익히 아는 명칭이기 때문에 들깨라는 것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사스미 리프라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음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 및 고유명칭에 대한 오해를 줄이려면 잘 모르더라도 사스미 리프보다는 페릴라 리프라고 설명하고 사스미 (참깨) 사촌 정도되는 다르지만 비슷한 품종의 잎이라고 부연 설명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볼 수 있겠다.

깻잎 반찬은 의외로 종류가 많다. 이름까지도 다양하다. 보통은 깻잎김치와 깻잎장아찌를 혼동하지만 집집마다 방식도 약간씩 달라 어떤 게 정답이고 어떤 조리 방식이 맞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김치라는 부류 자체가 큰 줄기 안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파생되거나 변수를 넣어 각자 방식대로 먹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깻잎 그대로 양념을 해서 먹는 양념깻잎이 있고 김치와 동일하게 고춧가루와 액젓을 쓴 깻잎김치도 있다. 반면 간장을 베이스로 한 장아찌가 있는데 아마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건 깻잎김치보다는 깻잎장아찌가 아닐까 싶다. 깻잎장아찌에 양념을 더해 양념깻잎처럼 먹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모양의 차이도 있지만 둘을 나누는 확연한 맛의 차이는 깻잎김치는 김치라는 이름처럼 매콤한 반면 깻잎장아찌는 짭조름하다는 게 둘을 나누는 차이. 이름 자체가 김치와 장아찌니 당연. 간장을 넣어 깻잎김치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부르기도) 사실 장류와 김치류는 다르게 구분하며 김치에 고춧가루는 들어가도 고추장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김치류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을 쓰지 않기 때문에 사실 간장이 들어간 깻잎 반찬은 액젓과 고춧가루가 들어갔다고 해도 깻잎김치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워낙 변종이 많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만들어 먹기 때문에 간장이 들어가도 깻잎의 경우에는 김치류가 되기도 한다. (... 그러나 장아찌로 구분하는 게 낫다) 

마늘장아찌, 무짠지처럼 양념 없이 그냥 짜게 먹는 형태이기 때문에 양념이 없는 그냥 장아찌 원형 그대로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양념을 추가하거나 쪄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절임 방식으로 먹기 때문에 양념 없이 그냥 장아찌로 먹을 때가 흔하다. 간혹 양념이 있으면 깻잎김치, 양념이 없으면 깻잎장아찌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김치라는 게 오래 두고 발효해서 먹는 것이라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묵혀두고 오래 먹을 용도인지 아니면 발효 숙성이 없는 것인지에 따라 나뉘기도 하나 그마저도 장아찌 역시 숙성 발효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이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깻잎김치와 깻잎장아찌를 혼동하고 헷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다 깻잎장아찌에 위 사진처럼 김치 양념이나 고춧가루 양념을 추가해 내놓는 집이 많아지면서 생긴 착각이 아닌가 싶다.

깻잎지는 짠지이기 때문에 장아찌에 해당한다. 깻잎장아찌가 곧 깻잎지인 것. 그러나 묵은지처럼 깻잎지 이름 역시 착각하기 쉬워 김치류로 보는 사람이 간혹 있다. 장아찌는 "장류(고추장, 된장, 간장)"에 오래 담가 두어 절여 먹는 형태의 음식으로 꺼내 먹을 때 양념을 해서 먹기도 하는데 이때의 양념 때문에 김치와 헷갈려한다. 양념을 김치양념으로 쓸 때도 많기 때문. 다만 대체로 조림에 쓰는 양념장(양념고추장, 양념간장)이나 전을 찍어 먹는 양념장을 활용하기도 해서 구분하기 쉬울 때도 있다.

보통은 김치의 핵심 요소인 고춧가루와 액젓 사용 유무를 보고 액젓이 쓰이면 김치. 장아찌의 핵심 요소인 "장" 사용 유무를 보고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가 쓰이면 장아찌로 본다.

외식이 아닌 가정식이라면 호박잎 역시 그 존재감을 뿜뿜 하기도 한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동양권, 아시아인이라 해도 쌈 경험을 하길 원한다. 그만큼 한국의 쌈 문화는 신기하고 신비한 구석이 있다. 잎 모양새를 한 녀석이라면 한 번은 쌈을 시도해 보고 쌈으로 인정받으면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입맛이 없다면 호박잎을 찾는다. 커다란 연잎을 보고 한국인만 유일하게 입맛을 다시며 길을 가다 호박잎을 보면 누구나 오늘 호박잎이나 먹을까 혼잣말로 구시렁거린다. 요즘은 콩잎도 슬금슬금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추세다. 한국은 쌈에 미친 나라다. 비빔밥이 정식이라면 쌈은 약식 버전으로 맛의 조합을 알고 맛에 무얼 추가하고 무얼 더할지 잘 알고 있다. 입에 여러 가지를 넣고 맛을 음미하며 각각의 맛을 찾는 걸 일찍부터 배운다.

그래서일까. 일본 사람이 재료를 구하고 중국인이 그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한 다음 한국 사람이 맛을 보고 평가하면 그게 가장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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