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김치를 집에서 직접 담가 먹는 사람이 드물지만 예전에는 매년 집안의 큰 행사 중 하나로 김장 담그기가 집집마다 큰 역할을 했다. 요즘에는 장독대 대신 김치 전용 냉장고를, 김치는 담그는 대신 소포장 된 시판용 김치를 사다 먹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 그래도 간혹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경우가 없진 않아 오늘은 알아두면 유용한 김치 상식을 정리해 볼까 한다. 특히 아무래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김치 담글 때 주변에서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김치를 담그는 사람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답변 해주면 좋으련만 요즘에는 어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번 기회에 김치 상식도 조금 더 갖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로 매 끼니, 혹은 매 계절에 따라 김치를 담그지 않고 겨울 김장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이유, 그건 간단하다. 겨울에는 먹거리가 부족하고 특히 채소를 구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지금 시절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지금은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부하고 겨울에도 하우스 농사 등으로 계절 상관 없이 언제든지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고 구매가 쉽다. 제철 과일과 제철 채소가 있지만 하우스 농법으로 사계절 내내 원하는 채소를 쉽게 먹는 지금은 김장 김치를 겨울에 몰아 담글 필요가 없지만 옛부터 김장 김치는 겨울을 앞두고 담그는 걸 당연시 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시즌에 맞춰 담그는 것이 보통이다.
겨울이 오기 전 채소를 절여 겨울 내내 먹기 위한 먹거리 확보가 바로 김장 김치였던 것이고 김치를 담그지 않으면 겨울에는 제대로 된 채소 섭취가 어렵고 시래기 등 미리 건조해서 말려 둔 말린 채소 밖에 없기 때문에 김치 담그는 일은 겨울을 앞두고 중요한 행사가 된다. 짠지(장아찌)의 경우는 그것만 겨울 내내 먹기 어렵고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려워도 맛까지 포기하기는 어려운데 국에 넣어 먹거나 김치찌개 등 찌개가 가능한 김치와 달리 짠지는 짠지 그 자체로만 먹고 다른 활용법이 드물기 때문에 짠지 만으로 겨울나기는 고되다. 또 시래기 등의 건조 말린 채소 역시 국에 넣거나 무쳐 먹는 등 매번 삶고 무치고 양념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미리 반찬으로 만들어 놓기도 어려운 것이 이 경우라 결국 미리 만들어 놓고 아무 때나 꺼내 먹어도 좋고 다른 요리 형태와 조리가 가능한 것이 김치이기 때문에 김치가 겨울 주요 먹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 김장 김치 할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이유, 김치는 담글 때 배추를 삶거나 데치지 않고 생으로 담그기 때문에 그냥 배추 그 자체에 양념을 묻혀 김치를 담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배추 자체를 그냥 먹어도 달고 맛이 있는데 굳이 그걸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이고 싱싱한 상태가 아닌 시들시들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데 맛 때문에 소금에 절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양념이 덜 입는다고 생각해) 배추의 단맛이 너무 강해 매운 맛을 내는 고추가루와 함께 짠맛의 소금을 함께 넣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절대적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수분 제거다.
배추를 포함해 채소에는 다량의 수분이 들어 있는데 이걸 바로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래 보관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 나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김치 본연의 맛이 모두 엉망이 되고 배추에서 나온 물이 김치 국물에 들어가 김치 발효 과정 및 진행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식감 자체도 우리가 먹는 김치 식감이 아닌 푸석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감을 내기 어려운데 소금에 절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채소가 갖고 있는 수분을 미리 제거하기 위함으로 삼투압을 이용해 배추의 수분을 사전에 제거하는데 목적이 있다. 배추를 절이지 않고 그냥 하면 사실상 먹기 힘든 김치가 된다는 것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겉절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장기간 수년까지 보관하는 김치는 배추을 절이지 않고 그냥 생으로 만들어 몇 달만 보관해도 배추가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을 계속 내보내기 때문에 김치에 배추 물이 잔뜩 생겨 먹기 힘들어진다. 더군다나 물이 그렇게 생기면 쉽게 상하고 변질되며 유해한 세균 증식도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먹고 탈이 날 수 있다.
세 번째로 김장 김치를 담글 때 찹쌀로 풀을 만들어 쑤는 이유, 찹쌀 풀을 만들어 쓰면 아이들은 이걸 문방구에서 보는 "풀"로 착각하고 질문을 할텐데 그 풀과 이 풀이 크게 다르진 않다. 밥풀로 딱풀을 대신 했던 것처럼 찹쌀 풀 역시 문구점에서 사는 풀과 같은 접착력이 있어 찹쌀 풀로 풀 기능을 할 수 있는데 물론 이건 접착용으로 풀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이유를 알아야 정확한 답변을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다. 김치에 풀이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발효를 하는데 필요한 "균", 발효균의 먹이감이기 때문이다. 양념이 제대로 묻지 않아서, 혹은 양념을 제대로 묻게 하기 위해, 또는 찹쌀을 써서 맛을 보강하거나 풍미를 내기 위한 경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부차적으로 생기는 이득일 뿐, 본질은 오로지 균의 밥 때문이다. 찹쌀 풀을 김치 뿐 아니라 다른 조리 과정에서도 종종 쓰는데 발효 음식에 찹쌀 풀이 들어가는 경우는 무조건 발효균의 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 음식으로 발효가 되지 않으면 김치가 되지 않는데 발효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발효균, 젖산균이 발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이들이 먹어야 할 밥,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걸 위해 만들어 넣어주는 것이 바로 찹쌀 풀이다. (밀가루 풀도 상관 없다) 그러니까 찹쌀 풀을 쑤어 넣지 않으면 김치는 발효가 안되고 발효가 안되니 장기 보관도 안된다. 맛 때문에 넣거나 양념을 찐뜩하게 묻히기 위함이 아닌 발효를 위한 균의 먹거리로서 선조들은 이 풀이 발효균들이 먹는 밥, 에너지라는 것 까지는 몰랐을 수 있어도 결국 이런 풀을 쑤어 넣어야 발효가 된다는 걸 알아내었기에 풀을 김치에 넣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과거 선조들이 생각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겉절이와 같이 바로 만들어 당일 먹는 경우에는 찹쌀풀이 들어가지 않는다. 기본 양념만 하고 바로 무쳐 먹는 것이 겉절이 김치의 특징, 겉절이에 찹쌀풀을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발효 및 숙성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균의 밥이 되는 풀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겉절이 김치에는 찹쌀풀을 쓰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안 쓰는 건 아니다. 찹쌀풀을 쓰면 풀 특성 상 양념이 찐득하게 배추에 묻어 양념 맛이 조금 더 풍미가 있다. 다만 겉절이에 풀을 쓰나 안 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 오래 두고 먹을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겉절이 본연의 맛이 떨어져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된다는 점에서 (겉절이를 오래 두고 먹는다는 것 자체가 안 맞지만) 겉절이에는 기본 레시피에 찹쌀풀이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똑같은 김치류라 해도 풀이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먹는 배추김치(발효/숙성)라는 뜻이고 풀이 안 들어가면 겉절이(겉절이 배추김치)라는 뜻도 가능하다.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호기심 가득 찬 눈빛을 갖고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경우 똑부러지게 설명하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체면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김치 상식을 조금 더 갖게 되었다면 김치는 왜 꼭 겨울 김장 김치인가, 왜 겨울이 되기 전에 꼭 담그는가, 김치를 담글 때 왜 배추는 소금에 절이는가, 김치에는 왜 찹쌀 풀을 쑤어 넣는가 정도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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