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아버지가 사준 삼성SDS 주식 5만원, 장기투자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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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투자

14년 전 아버지가 사준 삼성SDS 주식 5만원, 장기투자의 승리?

by 깨알석사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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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의 전설이 등장하다

최근 주식 커뮤니티는 물론 여러 경제 매체와 포털에서 주목받은 신문 기사가 하나 있다. 14년 전 부모님이 용돈 대신 사준 주식으로 초대박이 났다는 기사로 수익률은 무려 49,430%를 달성했다는 뉴스였다. 400%도 아니고 4,000%도 아니고 40,000%대 수익률로 상상하기도 힘들고 계산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낸 장기투자의 결과에 대한 보도였다. 부모님이 어릴 때 사준 주식을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게 된 주식 이야기인데 당시 주식 구입(매수)에 들어간 돈은 단 5만 원으로 당시의 5만원은 현재 2천5백만 원이 되어 있었다고 당사자는 전했다. 이는 14년 전 5만 원이 아니라 만약 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그 천만 원이 14년 뒤 50억 원으로 늘어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한데 그야말로 장기투자의 승리이고 장기투자가 항상 이기는 이유를 증명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된다.

14년 전 父가 사주신 주식, 까먹고 있다 봤더니 50000% 수익”…이거 실화냐? - 해럴드경제

초딩 때 아빠한테 선물 받은 5만원짜리 '삼성 주식' 14년 존버한 대학생의 역대급 수익률 - 인사이트

수익률 49430%’ 실화냐?...14년전 父 사준 이 종목 5만원어치 ‘깜놀 - 매일경제

14년 전 父 사준 5만원 이 종목 주식, 2500만원 됐다 - SBS Bzi

그가 전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2007년 때 전교 1등을 한 기념으로 아빠가 삼성SDS 주식 5만 원어치를 사줬다고 한다. 아마도 주식을 샀을 때가 어릴 때라 잊고 있었던 모양인데 최근 주식 붐이 일어나면서 과거 아빠가 사줬던 주식이 생각나 찾아보니 지금은 그 주식이 2천5백만 원으로 커져 있었다는 것. 주인공이 인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SDS (삼성에스디에스) 주식 시장가는 19만 원대로 나와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보다 낮은 14만 원대를 기록 중이기 때문에 아직 팔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주식 가치는 2천5백만 원에서 7백만 원가량 줄어든 1천8백만 원 정도의 주식의 보유하게 된다.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꽤 큰 편이지만 워낙 싸게 샀고 또 1천8백만 원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매수에 들어간 돈에 비하면 워낙 큰돈이라 시가가 떨어졌어도 대미지는 크지 않는 상황이다.

뉴스에서는 주식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했지만 정확한 원글의 출처를 말하지 않아 정확히 어느 사이트인지 알려주지 않았는데 2023년 현재가 아닌 약 2년 전에 처음 올라 온 글을 누군가 다시 재탕(재업로드)하여 또 화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를 근거로 여러 기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키워드와 함께 자료를 근거로 찾아보니 원글의 출처는 에펨코리아에 올라왔던 링크 속의 글이 원글로 추정된다. (14년 장투의 결과) 2021년 4월에 14년 장투의 결과라는 제목으로 올라 온 글이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실제 주식 현황 자료를 인증하며 매수에 들어간 돈과 주식종목, 현재 가치 (게재 당시 가치), 수익률 등을 상세히 보고 했는데 바로 위 사진이 그 인증 자료로 정확히 5만 원이 약 2천5백만 원 정도 평가되어 있다고 나와있다. 글과 말로만 수익률을 냈다고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종이 자료를 캡처해서 올렸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장기투자의 승리라는 선언적 표현은 물론이오 주식을 선물한 아버지가 정말로 현명하셨다는 칭찬이 끝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주식을 사줘서 미래를 대비한다는 부모님들도 꽤 많아졌는데 이 사례가 어린 자녀에게 주식을 선물했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실제로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 입문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혹하게 할 수밖에 없는 레전드의 탄생을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의 시작

그런데 주식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4만 퍼센트대의 수익률이 정말로 가능한지 한 번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라는 것이 호기심과 의심에서 시작해 확인하는 과정이 투자의 핵심 역량이기도 한데, 투자라는 것이 수치를 확인하고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 등 증명된 것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올리는 투자 행위이기 때문에 투자 경력이 좀 있다면 이조차 그냥 넘기기보다는 마치 직업병처럼 확인하는 습관들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맹목적인 의심이 아닌 합리적인 의심, 정말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투자자의 습관화된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보거나 들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 했는지 더 알고 싶어 하기에 거짓에 대한 의심보다는 호기심에 근거한 의심의 출발로 보는 관점인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워낙 높은 수익률이고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대우주적인 수익률이라 투자 경력자의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이런 것도 합리적인 의심 차원에서 (호기심 해결차원에서라도) 더블체크, 크로스체크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더블체크와 크로스체크는 주식투자의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로 인증을 했고 이와 비슷하게 오래 묻어두었다가 뒤늦게 주식을 찾아 큰 대박을 친 사례가 없진 않았지만 일단 14년 동안 주식을 딱 한 번 했는데 그게 4만 퍼센트대의 수익률을 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기간 묻어두고 잊고 있다가 나중에 찾은 주식에서 1,000%대 수익률은 여럿 나온 적이 있었지만 1만 %대 수익률이 넘게 나온 적은 없다. 만약 있다면 이 사례가 아마 최초가 아닌가 싶다. 이게 말이 쉽지 현실 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수익률이고 이 정도의 수익률이면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어렵다고 봐야 하는데 이게 과연 하나의 선례로 삼아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가며 허튼 상상과 망상에 빠져 엉뚱한 희망회로를 돌리게 되는 건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삼성SDS 장기투자자의 이야기가 수익률은 물론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어 오히려 의심보다는 당연히 믿게 되는 구석이 꽤 있지만 이 사례를 워런 버핏 할배에게 말했을 때 그도 과연 바로 수긍하면서 그대로 믿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되새겨 생각해 본다면 아무리 증명을 했어도 찜찜한 구석이 남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맹목적인 의심이 아닌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당신이 놓친 것들

사람들은 이 사례를 보면서 5만 원짜리 주식이 2천 만원이 된 것처럼 단순 착각한다. 얼마짜리를 몇 주 샀는지가 핵심 데이터인데 정작 뉴스나 댓글 모두 그런 건 없고 5만 원이 2천5백만 원이 되었다는 것만 집중해 매수총액과 현재 평가액만 따져 보고 그것에 근거한 수익률만 본다. 그러나 실제 인증한 자료를 잘 보면 5만 원짜리가 아니라 5만 원어치 주식을 산 것으로 나온다. 이게 뭐 중요한가 싶지만 5만 원어치를 샀다면 얼마짜리를 얼마큼 샀기에 5만 원이 되었는가부터 접근하게 되는데 거기에 근거해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면 당시 이 사람이 삼성SDS 주식을 산 주식 가격, 당시 시장가는 384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주식을 5만 원짜리 주식 1주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384원짜리 삼성SDS 주식을 130주를 갖고 있다고 나온다.

여기서부터 일단 투자직업병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합리적 의심이 출발점이다. 그 주식이 이렇게 늘어나고 커졌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현실 세계에서도 그 부분만 갖고 따진다면 비슷한 사례는 많다. 고로 의심할 이유가 없다. (객관적으로 증명되기도 하고) 그러나 분명 인증을 했으니 그걸 믿어야 하는데 그 자료에는 주식 가격이 384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매수한 주식 수가 130주라고 했으니 이를 더하면 5만원이 "딱" 떨어진다. 수치 상으로 자료(데이터)만 보면 그 자체는 의심할 것도 없이 정확하다. 근데 그 데이터의 기준이 되는 매수가(시장가)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 300원대 주식이 있었다고?

재미있는 건 이후 댓글에 덧붙여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삼성SDS 가격이 10만 원 이하가 된 적이 없는데 어떻게 5만 원을 샀을까 하는 의심 아닌 의심에 (이 사람들도 인증된 사진 속 매수가는 안 봤다는 뜻) 사람들은 아마도 자사주를 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던진다. 원글 작성자가 아닌 댓글 작성자들의 이야기라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아버지가 삼성SDS에서 직원(임원)이었고 자사주를 싸게 살 수 있어서 이런 매수가 가능했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2007년 당시에는 삼성SDS가 상장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삼성SDS는 2014년 거래소 상장이 됨) 어떻게 상장도 되기 전인 7년 전에 주식을 샀는가에 대한 부분 역시 다른 댓글을 통해 비상장이어도 거래가 되기 때문에 비상장거래를 따로 했거나 여기서도 역시 자사주(우리사주) 매입을 통해 내부에서 구매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커뮤니티 댓글에 많이 나온다. 뭔가 정황상 맞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다음 사람이 정황에 맞춰 이야기를 다시 재구성해가며 이야기가 점점 확장되어 간다는 느낌을 주는데 원글에서는 분명 그런 설명이 없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추측은 사실이 되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럴 것이다가 그렇다로 바뀌어 있다.

그러니까 정황상 상장 되기 7년 전에 주식을 어떤 경로를 통해 사게 되었는데 그게 나중에 상장이 되면서 초대박을 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럼 원래 우리들이 알았던 일반적인 장기투자의 개념보다는 비상장거래 투자의 개념이 더 강한 이야기가 된다. 애초에 비상장거래 자체가 장기투자라 장기투자의 선례로 삼기에도 무리가 있다. 본질이 달라진다. 비상장거래는 대박 아님 쪽박이라 지금도 상장 거래보다는 활성화가 그리 높지 않은데 이 사람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려면 결국 장기투자가 아니라 비상장거래 투자를 해야 한다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액면가보다 싸게 산 주인공

무엇보다 이 사례가 의심되는 것 중 하나는 매수가가 384원이라는 점이다. 삼성SDS의 비상장 시절 액면가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상장된 현시점에서 액면가는 500원이다. 당시에도 500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사람은 액면가보다 훨씬 더 싸게 주식을 구매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물론 지금 삼성전자처럼 액면가가 100원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액면가보다 높게 사면 사지 낮게 사는 경우는 없는데 비상장 회사라 해도 주가는 존재하기 마련이니 (당시 시장가) 그게 384원이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부실 불량 기업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주식 가치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 경우는 과연 이게 맞는 수치이고 금액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이면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당시)의 승계 과정에서의 핵심 루트 중 하나가 아니던가.

삼성SDS가 당시 비상장사였어도 시세라는 건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라 2007년 당시 장외 시세를 보면 약 7만 원대로 나온다. 1985년 삼성그룹의 정보통신을 도맡으며 크게 성장한 삼성SDS는 PC통신유니텔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회사 중 하나다. (천리안과 하이텔과 경쟁) 여기서 네이버가 탄생해 분사했고 카카오와도 연줄이 있다. 2000년 초반에 장외 시세가로 5만 원대를 기록했고 이후 상장 기대감에 꾸준히 올라 6만 원에서 8만 원 사이를 오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이후로 5만 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런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해당 시점에 7만원 장외 시세를 갖는 주식을 384원에 샀다고 나온다. (?) 혹시나 스톡옵션을 통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 책정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정도 해 볼 수 있지만 애초에 이 사례 속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교 1등 기념으로 용돈 대신 "선물"을 해주었다고 했기 때문에 계좌 명의의 주인은 당연히 본인 계좌로 봐야 해서 스톡옵션이나 자사주 매입 근거는 모순이 생긴다. 자사주 혹은 스톡옵션을 아버지가 아닌 자녀가 받는 경우는 없다. 아버지가 대신 사줬다면 결국 현 시세 (당시)로 사서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매수가는 384원이 아닌 7만 원대가 나와야 한다. 금액 자체만 놓고 봐도 5만 원으로는 단 1주도 못 산다. 애초에 2007년에는 6만 원 이하로 삼성SDS 시세가 내려간 적도 없다.

만약 1990년대 후반 삼성SDS의 주식을 산 사람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사연 속의 주인공보다 훨씬 앞서서 2007년이 아닌 1990년대에 삼성SDS 주식을 샀다면 분명 사연 속 주인공보다 무려 8~9년을 더 앞서 산 경우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사연 속 주인공보다 곱절 이상으로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때 이미 장외 시세는 5만 원이 넘어갔고 90년대 중반까지 감안하더라도 최소 1만 원대로 만원 이하로 가치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만약 최저점인 1만 원대에 주식을 샀고 그리고 그걸 계속 묻어두고 상장이 된 이후 최고점이 되었을 때 팔았다면 (43만 원대) 수익률은 무려 4,000%가 된다.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 시점까지 삼성SDS에 투자했을 경우 가장 현실적으로 높게 가질 수 있는 수익률이 바로 4,000% 수익률이다. 1990년대 후반에 비상장으로 샀어도 말이다.

삼성SDS에서의 경우 기업의 가치 평가 수치상 주식 투자를 했을 경우 (비상장 시절 포함) 최저점에서 사서 최고점에 팔았을 경우 4,000% 수익률이 최고치로 계산되는데 사연 속 주인공은 그보다 10배 더 높은 수익률을 냈다. 계산 가능한 수치에서 한참 벗어난다. 매수가가 1만 원이 아닌 384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준가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다. 정말로 384원에 삼성SDS 주식 130주를 샀다고 하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는 그 가격에 삼성SDS 주식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가능했고 진짜라면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아버지가 대단한 건데, 아버지가 누구길래 이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재용 회장보다 더 쎈 놈

이건희 회장이 가업 승계를 위해 삼성SDS를 활용한 적이 있는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세 자녀에게 삼성SDS 대주주 지분을 넘기게 된다. 이재용 회장의 승계와 관련해 항상 등장하는 것이 에버랜드와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SDS인데 이재용 회장과 두 여동생의 삼성SDS 주식 가치는 최고점(40만 원대)으로 계산했을 시 대략 6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2000년 삼성SDS 장외 시세가 이들 세 자녀의 신주인수권부사채 가격의 기준가가 되는데  이재용과 두 동생은 당시 약 6만 원대를 시세를 형성하던 삼성SDS 주식을 터무니없이 싼 7150원에 샀다고 배임죄로 고발되면서 특검을 임명했고 결과적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1,100억 원을 받은 적이 있다.

사연 속 장기투자 주인공은 2007년에 384원 가격으로 삼성SDS를 샀다고 하는데 이보다 7년 전에 이재용은 7천 원에 샀다고 하여 두들겨 맞은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당시 시세보다 10분의 1로 싸게 샀고 그 덕분에 삼성SDS 대주주 지분을 얻게 되었다고 난리 부르스를 친 것인데 정작 장기투자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이재용 회장보다 무려 20분의 1로 더 싸게 사면서 희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삼성SDS 주식을 7천 원에 샀다고 대법원까지 가고 결국 1천억 원대 벌금까지 맞게 된 것이 이재용 회장인데 정말로 삼성SDS 주식을 384원에 샀다면, 이 장기투자자의 사연이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재용 회장보다 더 센 놈을 직접 본 것이 된다.

정리 

수익률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게 아니었다. 이야기를 확대해 보면 원글에 없는 대학생 신분이 등장한다. 위에 링크한 기사들 제목에도 14년 존버한 대학생이라는 제목이 있을 정도. 어디에서 누가 대학생이라고 했는지 모르나 이미 기사에는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사 준 주식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존버하니 결국 5만 원이 2천만 원이 되었다는 카더라로 바뀌어 있었다. 더군다나 일부 기사에는 이 사실을 접한 당사자가 수익률을 보고 당시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했다는 식으로 (그걸 어찌 알고) 그 사람의 입장까지 사실처럼 꾸며 원글 작성자가 쓴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이 사연에는 몇 가지 스토리의 빈약이 보인다. 일단 아버지가 용돈 대신 선물로 주었다는 주식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정이 되어 있고 정황상 끼워 맞추려고 해도 스톡옵션이나 자사주를 임원(직원)이 아닌 제3자가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에 정상적인 투자 상황에서의 범주로 보기 힘들다. 이게 정말 맞다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장기투자 형태와 다른 투자 방법이었을 것이고 일반적인 주식 매수 매도와 다른 신주인수권부사채(BW)이었거나 특별관계인 신분으로 회사가 별도로 부여한 특혜 차원의 주식이었을 확률이 크다.

또한 본인 주장에 따라 마치 이게 본인 계좌의 본인 주식처럼 설명했을 순 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아버지 명의의 주식계좌에 있는 아버지가 받은 주식일 수 있고 (스톡옵션이나 자사주 매입) 단지 구두상으로 아버지가 예전에 주었다는 옛 주식을 아버지가 잊고 있던 주식계좌를 찾아보게 되면서 이런 식으로 설명했을 수도 있다. 이것이 완전 조작되거나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디테일한 것도 있고 굳이 이렇게까지 터무니없이 수치를 만들 이유도 없다. 오히려 2007년이라는 과거 시점을 언급한 점이 비상장 시절을 증명한 셈이라 분명 다른 연유로 이런 낮은 가격의 삼성SDS 주식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그 점에 있어서는 뜻밖의 행운 이야기일 뿐 투자 이야기는 아니다. 아버지가 현명해서도 아니고 아들이 결과적으로 장기투자 효과를 봤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주식과 관련해 일어난 행운일 뿐 투자 기간, 가치, 실력과 상관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건 장기투자의 선례가 될 수 없다.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기도 힘든 수익률이며 일반적인 방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수와 매도,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파는 일반적인 거래와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거래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로 희망고문일 뿐 현실과는 무관한 교과서로 삼을 만한 장기투자의 선례는 절대 아니다. 저런 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알고 투자했어도 결과가 항상 저렇게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삼성그룹이라고 해서 다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고 삼성 계열사라고 해서 다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맥락이라면 현대, 한화, 롯데, LG 계열사에 투자한 사람들도 다 똑같다. 이건 그냥 특수한 경우이고 특별한 상황의 결과물일 뿐 일반적인 투자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야기다.

* 주식투자자라면 호기심에서 출발해 항상 의심을 갖고 검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사회생활에서 의심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만 투자, 투자행위, 투자생활에서의 의심은 안전 마진을 보장하고 내 미래 수익을 실현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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