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 VS 두루치기 VS 돼지불백 VS 주물럭 VS 돼지양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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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음식탐구

제육볶음 VS 두루치기 VS 돼지불백 VS 주물럭 VS 돼지양념구이

by 깨알석사 201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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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로 나온 것이 있다. 3대천왕과 수요미식회가 요즘 부쩍 음식 주제가 겹치는데 1~2주 간격으로 비슷한 음식을 다루기도 했을 정도로 묘한 신경전이 보인다. 지난번 3대천왕에서 제육볶음이 등장했을 때 백쌤이 제육볶음과 두루치기의 차이를 아느냐고 물었고 수요미식회에서도 황쌤이 제육볶음과 두루치기, 주물럭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했었다. 

두 쌤 모두 분명 서로 다르고 차이는 있지만 경계가 모호해 졌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다. 저것이다 확실하게 꼬집어 주지는 않았다.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은 하실 수 있는데 이미 현실 세계 업장에서는 경계가 사라지고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정리를 한번 싹 해줄 필요는 있다. 

점심시간에 제육볶음을 먹고 다음날 두루치기를 먹고 다음날 돼지불백을 먹고 다음날 주물럭을 먹었어도 뭐가 다르고 뭐가 차이인지 모른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내 주위에도 간혹 있다. 두루치기를 시키가 제육볶음을 시키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실제 3대천왕에 소개된 방송 자료를 통해 일반인은 물론 백쌤조차 헷갈려 하는 이런 퓨전 돼지고기 요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오늘 깨알 탐구시간에서는 이 애매하고 헷갈리는 돼지고기 요리를 탐방해 보겠다. 

일단 먼저, 3대천왕, 백쌤은 방송 내내 현장은 물론 스튜디오에서도 두루치기라고 말한다. 이 집은 두루치기로 유명하다라고 설명하며 메뉴에도 두루치기라고 되어 있다. 식사를 하면서도 네~ 두루치기죠~ 하면서 두루치기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방영된 화면에서는 두루치기와 제육볶음의 차이를 아느냐 라는 질문에 쓰인 자막 말고는 단 한번도 "두루치기"라는 말이 자막으로 쓰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루치기가 뭔 잘못을 한 것처럼 제육볶음이라고만 무조건 나온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두루치기를 판다는 가게의 두루치기 메뉴로 시킨 음식을 두고 제육볶음이라고 자막을 계속 쓰는데 두루치기가 표준어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이건 두루치기가 아닌 제육볶음이다라는 나름의 맛 프로그램 제작자로서의 내공을 보여준 걸로 봐야 한다.

오늘의 주인공 제육볶음이라고 하지만 자막만 제육볶음, 방송에서는 두루치기라고 백쌤이 설명한다. 일단 이 음식은 두루치기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철판에 볶아 먹는 형태를 떠나 고기의 형태도 원래 두루치기와 거리가 있다. 포스팅 맨 처음으로 올라가 첫번째 사진을 보면 이 가게 주방에서 돼지고기를 기계로 굉장히 얇게 슬라이스 해서 썰어 만든다고 보여준다. 

실제 화면속의 고기도 삼겹살처럼 납작하고 얇은 형태다. 이건 누가봐도 제육볶음 스타일, 더군다나 우리가 김치찜, 김치전골, 김치찌개라는 비슷한 유형이 있어도 외관으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제육볶음도 두루치기와 외관상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저건 자막처럼 누가 봐도 제육볶음이다. 

다만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찾아보니 두루치기 조리 과정으로 만들고 계셨다. (물론 그것도 완전 두루치기 스타일은 아님) 조선소가 많고 조선소 근무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점에서 사실 기사식당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일반손님과 주 이용손님이 다르다는 말) 스타일이나 접시에 담긴 음식의 외관이나 형태는 모두 제육볶음이다. 심지어 고기 자체를 슬라이스 한 것도 마찬가지.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에 각종 채소를 넣어 "고추장"과 "고추가루"로 볶아서 먹는 요리다. 그리고 보통은 삼겹살 형태와 비슷하게 얇고 납작한 형태로 먹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먹는 제육볶음 말이다. <껍질이 붙어있는 돼지고기>라는 위 사진속의 돼지고기 모양을 보면 우리가 아는 제육볶음 스타일이다. 돼지고기와 채소라는 주재료에 고추장과 고추가루라는 걸 합쳐 매콤하게 만든 "반찬요리"가 제육볶음 (고기는 주로 냉동을 사용)

핵심적인 연관 단어는 돼지고기+채소+고추장+고추가루+볶음+얇게 썬 고기(얇게 썰기 위해서는 냉동을 많이 씀)다. 고추가루에 고기 기름이 섞여 물 없이 볶는 것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추기름이 생성된다. 그래서 제육볶음을 먹으면 접시 바닥에 고추기름 같은 국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육볶음은 채소를 빼도 만들 수 있다.

[위에 백쌤이 먹는 고기와 이 사진의 고기는 확연히 다르다. 찌개에서 흔히 보는 이 녀석, 바로 두루치기 고기다]

두루치기는 철판이나 냄비같은 곳에 생고기와 채소, 김치를 넣고 고추가루만을 사용하며 기타 양념장을 추가해서 먹는 조린 음식이다. 조림과는 다르며 철판이나 냄비에서 굽듯이 볶다가 물을 약간 부어서 물을 조려가며 양념맛을 첨가하는 것이라 제육볶음과 조리 과정이 완전 다르다. 

일단 전골류에 속하며 내가 보는 앞에서 내가 조리하거나 서빙 이모가 와서 가스불을 조절해가며 조리해 주는게 보통이다. 두루치기 집은 접시에 담겨 나오지 않고 전골처럼 상 위에서 가스불 키고 조리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전골냄비, 철판위에서 그대로 두고 여러사람이 같이 먹는게 보통이다. 

다만 이것을 접시에 담거나 배달용으로 시키면 그 형태가 제육볶음과 비슷할 수는 있어도 고추장이 아닌 양념장을 사용한 것이 두루치기고 새빨간 양념으로 모든 음식이 빨간 제육볶음과 달리 두루치기는 싱거워 보일 정도로 밋밋한 살코기 형태에 고추가루 몇 개 붙어있는게 보통이라 색감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그래서 흔히 두루치기를 두고 물을 자작하게 붓지말고 왕창 부으면 그게 김치찌개가 된다라고도 하는데 그 말은 맞다. 두루치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 "김치" "두부"를 연상하는데 두루치기라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 재료 (두루/여러개/두루두루) 를 의미하며 재료도 단순한 양념재료가 아닌 김치와 두부 같은 완전체 음식과 섞어 먹는걸 의미한다. 

그래서 두루치기를 접시에 담을 경우에도 두부가 딸려 오는게 보통이고 전골, 철판에 먹어도 두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두루치기에서는 절대로 "김치"가 빠지면 안된다. 제육볶음과 가장 큰 차이는 김치, 제육볶음을 먹을 때는 양파 같은 채소가 전부고 그 재료도 고기맛을 보태주는 엑스트라급 수준이지만 (없어도 된다,) 두루치기는 김치라는 조연이 항상 있어야 완전체가 된다. 앞서 물을 많이 부으면 김치찌개가 된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에 고추장 볶음으로 채소 없이 먹어도 그 맛이 비슷하고 모양도 비슷하고 실제 그렇게 먹는 집도 간혹 있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 빈 냄비에 돼지고기를 넣고 볶다가 그 고기 기름에 김치를 넣어 다시 볶는게 보통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물을 부어 김치찌개를 만들어 가는데 그 물 붓기 전, 또는 물을 아주 조금 부었을 때 형태가 바로 두루치기다. 

물을 자작하게 붓고 조려가면서 양념장을 추가해 먹으면 그게 두루치기며 돼지고기와 김치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맛이 난다. 두부김치라는 쌍벽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김치가 또 반드시 들어가는 녀석이 두루치기인지라 두루치기에도 두부가 따라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김치가 돼지고기에게 말하길 두부라는 소울메이트가 있는데 내가 너랑 만나면 그 얘도 데리고 와야 해~ 난 그 얘랑 절친이거든~ 이렇게 조합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제육볶음에는 김치가 없는게 일반적이며 제육이 절대적인 주인공이다. 매콤한 맛을 위해 고추장에 버무려 볶아 먹는다고 보면 된다. 두루치기에는 김치가 절대적이며 반드시 포함된다. 주방에서 다 만들어 접시에 주는게 아니라 생고기 상태로 조리가 되지 않은 체 내 앞에 내와서 냄비에 조려 먹는 것으로 돼지고기 구이(불맛)에 볶음(양념장)에 조림(물)까지 합쳐 + 김치볶음 맛으로 먹는 전골류라고 보면 된다. 고추장이 들어가면 절대로 안된다!

김치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고추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두루치기에 고추장 넣으면?? 제육볶음이다.

두루치기의 차이점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스튜디오에서 들려온 첫번째 말이 '김치인가?' 였다. 제육볶음과 혼동하지만 그래도 김치찌개와 김치전골을 구분하고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구분 하듯이 막상 접하면 어떤 포인트가 있고 다르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루치기를 자주 먹어봤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치 하나로 제육과 두루치기를 구분하는 사람이 많고 그게 가장 손쉽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두루치기를 향토음식이라고 사전에 소개되어 있던데 (경상도) 그건 아니올시다 싶다. 돼지고기를 볶아 먹거나 구워 먹는 건 어느 지역이나 똑같다. 고추장이나 고추가루를 넣어 먹거나 채소를 넣어 자작하게 만드는 것도 어느 지역에나 다 있다. 다만! 두루치기라는 용어가 경상도에서 시작해 충청도로 넘어가 전국구로 퍼졌다고 봐야지 음식 자체가 경상도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음식이 향토음식이 아니라 두루치기라는 말이 경상도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게 맞다. 굳이 다른 지방에서 먹는 비슷한 음식을 찾는다면 돼지양념구이, 돼지양념불고기, 돼지양념볶음 등이 다 같은 계열이다. 

다만 온전히 이런 형태는 두루치기밖에 없다. 그래서 두루치기는 두루치기만의 고유한 형태가 존재한다. 향토음식, 경상도가 고향이라는 부분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아귀찜을 인천에서는 물텀벙이찜이라고 부르듯 두루치기 음식이 아닌 두루치기라는 단어 자체만 두고 경상도에 출처를 두고 있다고 보는게 현실적이다. 어떤 요리 전문가는 두루치기가 경상도가 아닌 전라도의 향토 음식이라고 하는데 두루치기를 가지고 어느 지역 향토음식이라고 하는것 자체가 웃기다고 봐야 한다. (두루치기는 김치처럼 전국구에서 누구나 쉽게 비슷하게 해먹던 요리 중 하나다)

지역색에 따라, 양념에 따라, 국물량에 따라 달라지고 있고 두루치기의 구분이 희미해졌다고 말하는 백쌤, 맞는 말이다. 이 집 자체도 이미 그 경계를 넘어 퓨전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백쌤이 먹는 이 음식만 보더라도 제육볶음이냐 두루치기냐 헷갈릴 요소가 굉장히 많다. (물론 그래도 제육볶음이라고 봐야 한다) 불고기만 하더라도 불에 직접 굽는 직화열이 있고 팬에 굽는 복사열의 불고기가 있고 냄비에 물을 부어 국물이 있게 하는 불고기가 있듯이 그 형태에 따라 불고기는 같지만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김치와 고추장 말고도 한가지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게 고기의 형태다. 제육볶음을 보면 대부분 슬라이스 형태의 삼겹살 모양이고 두루치기는 약간 길다란 사각형의 두툼한 형태다.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주문할 때 삼결삼용 주세요 하면 얇게 슬라이스 해서 주고 찌개용으로 주세요 하면 두툼하게 살과 살 사이에 지방이 붙어 길다랗고 사각지게 썰어 준다. 두루치기에 물을 부면 김치찌개가 된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우리가 아는 제육볶음 조리 과정에서 물을 붓는다고 가정하자. 김치찌개라고 볼 수 없고 완성된 이후에도 99% 이게 뭐야? 라고 되묻지 김치찌개라고 하지 않는다. 아주 얇게 대패 삼겹살처럼 썬 고기를 찌개에 넣는 사람은 없다. 반면에 두루치기 고기는 찌개에서 건져먹는 그런 고기들이다. 그래서 두툼한 식감을 가진다. 김치찌개에서 돼지고기만 건져내서 소접시에 담아놓으면 그게 두루치기와 거의 비슷한 고기가 된다. 

고기의 형태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삼겹살용 주세요가 제육볶음에 쓰는 형태, 찌개용 주세요가 두루치기 고기다.

삼겹살을 먹고, 찌개용 고기를 먹고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고기의 식감, 고기를 씹기만 해도 설령 양념장이 같아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추가하면 고추장이냐 양념장이냐도 다르고 제육볶음은 고기에 양념을 재워 볶는 것이라 생고기를 쓰고 양념을 재우지 않은 두루치기의 고기 맛은 밋밋한게 보통이다. 그냥 우리가 알던 김치찌개 고기 맛이다. 그래서 빨간색 옷을 입지 않고 있으며 살코기 본연의 색감에 고추가루 몇 개 붙어있는게 보통이다. 결국 눈감고 먹어도 어느정도 구분은 가능하다.

백쌤이 음식 설명을 30개 하면 20개는 기립 박수를 치고 (나도 많이 배운다) 9개는 역시~하면서 호응을 한다. 하지만 저도 잘 몰라요~ 저도 모르는거 많아요~ 하면서 잘 모를 때는 모른다고 하는데 그게 솔직히 마음에 든다. 두루치기와 제육볶음의 설명에서도 깊게 들어가지 않고 애매하다식으로 빨리 넘어 가셨다. 

스튜디오에서도 이휘재의 질문에 약간 당황하신 듯 보였는데 넌 이것도 몰라! 가 아니라 백쌤이 미처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걸 내가 부연설명 하는 것이니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백쌤 까는거 아니다. 난 팬이다~ 이 부분은 수요미식회 황쌤도 마찬가지였고 조리과정이 아닌 식당 업주의 형태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면서 그 경계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주지 않은 것도 황쌤쪽도 마찬가지다.

토속음식의 형태를 띄고, 한식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돼지고기 맛을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식이라고 해서 다 옛날 어르신들, 조선시대 사람들이 해먹던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근대 생겨나 한식에 바탕을 두고 분화하거나 파생된 음식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정착할 때의 음식 형태가 기준이 되는 건 맞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이런 근대 음식의 한계이기도 하다. 

                  

백쌤이 먹던 두루치기, 고기의 형태만 보더라도 찌개에서 즐겨 먹던 녀석의 모양은 아니다. 누가봐도 제육볶음용, 그리고 저렇게 깨를 뿌리거나 접시에 담아주지도 않는다. 두루치기는 제육볶음과 달리 보통 두루치기 전문점이 따로 있고 특이하지 않는 이상 전골 냄비에서 가열 하면서 먹는게 보통이다. (본인이 불조절), 

또한 제육에는 고기와 매콤한 고추장 맛으로 먹지만 두루치기는 김치, 두부, 버섯, 콩나물 등 여러가지 부재료가 함께 꼭 들어가기 때문에 제육볶음처럼 고기만 따로 먹는 건 드물다. 고기만 먹으면 약간 싱거운 감이 들기 때문에 보통은 함께 조리된 볶음김치와 두부 등과 함께 먹는다. 먹는 형태만 봐도 차이가 있다. 제육볶음은 고추장양념의 고기맛으로 먹고 두루치기는 김치볶음에 익힌 고기를 얹혀 볶음김치 맛으로 먹는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제육볶음과 두루치기의 차이는 또 있다. 제육볶음은 제육이라는 말이 "돼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조건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한다. 반면에 두루치기는 조리의 형태와 음식의 형태를 말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써도 두루치기라고 말 할 수 있다. 오징어 두루치기, 쭈꾸미 두루치기, 소고기 두루치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쭈꾸미 제육볶음이라고 하면 쭈구미에 돼지고기는 무조건 함께 나와야 한다. 쭈꾸미 제육볶음이라고 하고 쭈구미로만 볶으면 안된다. (그럼 제육이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고 붙이면 사기다. 쭈꾸미와 돼지고기로 만든 볶음이라고 해놓고 돼지를 안줬으니..)

백셜록이 추리한 부분에서 기름이 아닌 물로 끓여냈다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맞혔다. 그 점에서 바로 이런 제육볶음과 두루치기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유다. 일반적인 제육볶음의 기름도 아니고 국물치고는 양이 많아서 국물로 끓인 두루치기라고 백셜록이 추리를 하고 말했지만 여기에 나오는 제육볶음은 일반적인 제육볶음의 재료만을 썼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김치"가 아예 빠졌기 때문에 두루치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 또 조리는 두루치기 과정이 맞고 제육볶음 재료로 두루치기로 해서 최종적으로 두루치기로 파는 음식이다. 

이럴 경우가 가장 애매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케이스다. 두루치기는 조리 형태를 보고 얼마든지 두루치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아는 두루치기의 메인 재료가 빠졌고 고기의 형태와 전골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혼동은 충분히 유발 할 수 있다. 그래도 몇가지 기준만 가지고 있다면 구분은 가능하다.

백쌤의 기름진 맛 VS 담백한 맛. 사실 이 맛도 제육볶음(기름진 맛), 두루치기(담백한 맛) 차이다. 앞서 두루치기는 고기가 싱겁다고 했고 그래서 보통 김치(볶음)와 두부랑 함께 먹는다고도 설명했다. 기름진 맛이라는 제육볶음은 고추기름을 먹는 것처럼 기름지고 매콤한 것이 특기인데 매운 음식들 대부분이 고추기름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기름진 맛이냐 담백한 맛이냐로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백쌤은 이집이 담백한 맛이라고 했다. 명인이 나와 스튜디오에서 조리과정하는 과정을 감상했는데 기름진 맛은 다소 줄고 담백한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퓨전 방식이라 이 집은 겉 모습과 형태는 제육볶음이지만 맛은 보지 않았어도 조리과정을 통해 보니 백쌤 말처럼 두루치기에 가까워 보이긴 했다. 그래도 오리지널 두루치기 담백함과는 차이가 크다.

ㅋㅋㅋㅋㅋㅋ....요즘 맛평가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심...전에는 금니도 빠지고 ㅋㅋㅋ

제육볶음에도 물을 아주 소량 넣을 수 있다. 고기가 타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두루치기의 물은 자작하게 물을 붓고 뽀글뽀글 끓이는 것이라 양의 차이가 크다. 저 정도의 물이면 두루치기용에 가깝다. 제육볶음은 약한 불에서 고기가 타지 않게 하면서 기름이 새어 나오게 기다렸다가 고기 기름이 충분히 나오면 센불에 볶아주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두루치기는 물에 고기가 담긴 상태로 찬 물에서 익혀 나가는 것이라 방식이 다르다. 김치찌개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제육볶음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양념된 고기를 팬에 볶는다. 두루치기는 생고기를 그냥 물에 넣고 삶으면서 조린다

이 맛집에서는 주방에서 두루치기 형태로 조리하고 접시에 담아 주었는데 김치를 넣고 고기의 형태만 찌개용으로 바꾸어 준다면 두루치기 전문점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아쉽다기 보다는 이것도 하나의 맛을 내기 위함이라고 봐야

제육볶음은 모든 식당에서 할 수 있지만 두루치기는 일반적으로 두루치기 전문점에서만 한다. 테이블 자체에 가스불이 있어야 하고 전골 형식이라 전문점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 배달이거나 분식점에서 만약 두루치기를 판다면 그건 절대로 두루치기가 아니다. 식당에서 먹을 때 접시에 내어 주는건 상관없는데 볶은 김치가 없다면 그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두루치기에 고추장 넣으면 두루치기라고 하지 않는다. 두루치기에는 고추장을 절대로 쓰지 않고 가루만 쓴다.

생고기를 그냥 삶으면 잡내가...라는 이휘재의 말에 백쌤이 그래서 고기를 얇게 썰었다고 응대하지만 그건 잘못된 대답, 김치찌개 할 때도 볶은 상태에서 찬 물을 나중에 부어 끓이면서 찌개를 만드는데 잡내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두루치기가 찌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익히나 끓인 물에 익히나 큰 연관성은 없다. 두루치기 고기용도 찌개용을 보면 알겠지만 얇다. 금방 익고 양념장으로 잡내를 덮기 때문에 상관없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지방에 따라 아주 두툼한 고기로 제대로 해먹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잡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보통은 고기를 따로 삶기도 하고 삶은 뒤에 육수로 쓸 찬 물에 넣고 조리를 하기도 한다. 이 가게가 원래 정육점을 하시던 분이 하는 식당이고 기계가 있는걸로 보아 원래 구상은 제육볶음인데 나중에 조리 과정에서 두루치기 형태를 섞어 맛을 복합적으로 내려고 했던 것이지 잡내 때문에 얇게 써는 건 아닌걸로 보인다.

물양의 차이 때문이지 제육볶음과 비슷해졌다. 이 상태에서 돼지고기 고추장양념이라는 타이틀로 집에서 사진처럼 채소 없이 먹던 집도 있었을 것이다. 약간 떡볶이 국물 베이스와 비슷하며 맛도 비슷하다. 달짝한 설탕맛 말이다. 여기에 채소를 가득 넣고 조금 더 졸이면 제육볶음 형태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거꾸로 두루치기식 제육볶음을 해먹는 집들이 꽤 있다. (우리 외가가 저렇게 먹는다) 의도치 않게 두루치기식으로 떡볶이 국물(고추장 베이스)로 돼지고기 양념을 만들어 졸이면서 제육볶음을 완성해 가는데 이 집도 그런 옛날 복합 방식을 추구하는 걸로 보인다.

이제 남은 돼지불백과 주물럭 이야기다. 제육볶음과 두루치기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는데 사실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이 두가지를 구분할 수 있다면 쉽다. 제육은 양념을 묻힌 고기에 고추장을 맛을 내 물 없이 팬에서 볶아 주방에서 다 만들어 제공하는 반찬류에 속하며 두루치기는 양념이 없는 생고기에 고추장 없이 고추가루만 사용하며 김치와 함께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부어 졸이는 전골류에 속하며 주방이 아닌 상 위에서 조리를 하게 된다. 국과 찌개, 전골과 탕의 개념과 비슷하다. 

주물럭은 말 그대로 손으로 주물럭 거리는 형태를 본 떠 만든 양념구이로 어무이들이 양념에 재울 때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고기를 그대로 두고 양념을 묻혀주거나 양념된 육수를 부어 고기를 양념에 재우는데 고기는 건드리지 않는게 보통이다. 두번째는 고기에 각종 채소와 밑간을 하고 참기름 등으로 버무리면서 주물럭 거리는 형태인데 통이 아닌 바가지 같은 곳에 고기를 턱~ 던지고 손으로 주무르면서 양념이 빨리 스며들고 재도록 하는 방법으로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양념을 재울 때 고기는 그대로 두고 양념을 바르거나 양념통에 담그는 게 아니라 고기와 양념을 한번에 섞어 조물딱 조물딱 거리는 것이 바로 주물럭이다. 철판 따위나 팬 위에 떡~하고 던져서 휘휘 저어주면서 구어 먹는게 보통이다. 수요미식회 황쌤은 주물럭에 대해 얼마큼 주물러야 주물럭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것도 애매하다라고 했지만 주물럭은 고기에 손을 대고 수차례 주무르면 그게 그냥 주물럭이다. 

어머니들 양념 조물조물 할 때 보면 알겠지만 양념 재운다고 한두번,,30초 이내로 주무르진 않는다. 주물럭 자체가 대부분 충분히 양념이 배도록 주물러 주는게 보통이다. 주물럭은 양념된 고기와 소스(고추장, 간장 등)를 손으로 직접 주물러서 간이 빠르게 스며들도록 하고 고기 깊숙이 양념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으로 고추장 불고기 양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두루치기 물텀벙이처럼 주물럭 거리는 형태에서 이름이 생긴 말로 그냥 돼지양념구이라고 볼 수 있다. 

주물럭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에 직접 구워 먹는 양념구이라고 하는데 주물럭 형태가 양념숙성이고 우리가 흔히 아는 양념갈비, 양념구이와 양념 숙성이 똑같기 때문에 불에 직접 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물럭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면 철판이나 팬에 올려 놓고 직화가 아닌 복사열로 팬을 달궈 먹는 음식이라 직접 구워 먹는 것과 무관하다 주물럭을 직접 구워 먹으면 주물럭이라고 하기 보다는 불고기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돼지불고기/불에 직접 구우면 불고기 이름 그대로 다 불고기로 씀)

돼지불백은 돼지 불고기 백반의 준말로 기사식당 같은 곳에서 나오는 불고기 정식을 의미하며 보통은 직불로 구운 제육볶음을 의미한다. 다만 볶음이 아닌 직불이기 때문에 불고기라고 해야 하며 제육볶음의 범위와는 무관하다. 다만 그 완성된 형태가 일반 제육볶음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혼동한다.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불에 직접 구운 것이기 때문에 불맛(탄맛)이 강하고 고기 주변에 탄 자국을 볼 수 있다. 양념 자체가 쉽게 타기 때문에 불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탐방을 마치며 얼마나 충실히 이해했는지 함 보자. 사진 3장을 준비했다. 위에 3대 천왕에 나온 건 두루치기라고 소개했지만 전형적인 제육볶음 스타일이다. 저건 일반인 대부분이 제육볶음이다~ 라고 알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럼 두루치기와 주물럭은 어떤지 보자 (인터넷에서 함 찾아봤다). 충분히 이건 주물럭이네, 이건 두루치기다! 라고 구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모양만 보더라도 들어간 구성 요소만 보더라도, 조리 형태만 보더라도 구분은 가능하다.

제육볶음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생고기인데 각종 양념에 고기가 빨갛고 아주 촉촉하다~ 철판에서 구워 먹는다. 딱 봐도 주물럭이다 (위 사진), 아래 사진은 전형적인 두루치기 스타일, 전골 냄비에 자작한 국물, 그리고 거의 1대1 비율의 고기와 김치가 선명하다. 중앙에 보면 고기에 붙은 비계가 보이는데 사각진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우측 아래 커다란 배추김치 바로 아래 깔린 비계를 보면 찌개에서 흔히 보던 정사각형 비계가 보인다. 

찝어 올리면 기다랗게 딸려 오는게 보통이다. 아래 사진은 누가봐도 두루치기~ 접시에 놓인 제육볶음과 철판에 있는 주물럭, 전골냄비에 있는 두루치기를 보면 확실히 각각 다르다는 걸 볼 수 있고 주물럭과 두루치기는 왜 전문점이 따로 있는지 알 수 있다. 주물럭이나 두루치기를 보면 (철판, 전골냄비) 손님 상에서 손님이 직접 해먹는 요리라는 것도 제육볶음과 차이 중 하나다. 그래서 어떤 것이 메인이냐, 제육볶음이냐 두루치기냐에 따라 식당 테이블 자체가 다르다.

인터넷에서 찾은 관련 검색어 중 재밌는 걸 발견했다. <제육볶음과 달리 두루치기는 간이 싱겁고 부드럽지 않아요. 방법이 없나요?> 딸린 답변이 기름에 먼저 볶고 양념하고 채소 넣고 더 볶은 후 접시에 담아 깨 뿌리라는 조언 (제육볶음을 설명해줌..틀린 말은 아님, 고기간이 싱거운 게 정상인데 간을 넣으려면 제육식으로 하는 방법밖에..), 두번째 답은 소주를 이용, 세번째 답 고기를 얇은걸로 사용, 네번째 답, 고기 육즙과 채수로만 하는 거라서 물을 쓰면 안됨. 등등이다. 원래 두루치기를 그 맛으로 먹는 건데...자극적인 맛이 덜하니 자극적이게 만들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육볶음과 두루치기가 지금처럼 경계가 허물어질 뿐이다. 그리고 물을 쓰지 말라니...ㅠ.ㅠ....주부 커뮤니티인데 걱정된다.  

물을 충분히 붓지 않고 자작하게 끓여준 게 아니라 찌개 될까봐 물을 과감하게 넣지 않아 고기가 덜 익고 국물 베이스가 충분히 우러 나오지 않은 케이스다. 국물이 많아도 상관없는게 물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졸여도 상관없다. 다만 채소는 항상 그래서 마지막 완성 직전에 넣어주고 마무리 해줘야 한다. 제육볶음은 기름에 볶는 고기 볶음 반찬이고 두루치기는 물로 끓여 만드는 전골식의 조림이라 찌개에 가깝다고 보면 어떻게 맛을 내야 할지도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김치와 콩나물로 맛을 첨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콩나물과 김치, 두부랑 궁합이 잘 맞다)

주물럭 관련 사진 볼 수 있는 블로그  <-- 주물럭 형태 구경

두루치기 직접 해드신 분이 올린 블로그 글과 사진  <-- 내가 알고 있는 것에 근접한 두루치기의 정석/일반편

두루치기 식당 탐방 블로그   <--- 콩나물이 올라가 있는 두루치기 (일반적인 제육볶음과 차이이기도 함)

두루치기 직접 만드신 분이 올린 글과 사진 <--- 두부와 김치라는 짝궁을 활용한 두루치기의 정석/고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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