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만 있으면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는게 우리 아이들이다. 아빠가 아무리 잘해주고 놀아주고 챙겨줘도 막상 결정적으로는 엄마품에 안겨 안겨버린다. 아빠로서는 굉장히 섭섭할 노릇이다. 똑같이 사랑해주고 똑같이 보살펴주는데 왜 엄마만 찾는 걸까?
우리가 살다보면 깜짝 놀랄 때 "엄마야"라는 말을 한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때도 엄마야~하고 도망치는 게 보통이다. 특히 무섭거나 놀라거나 위협이 있을 때 찾는 건 엄마지 아빠가 아니다. 우는 아이들이 항상 찾는 것도 엄마고, 배고프다고 칭얼 될 때도 엄마를 찾고 대부분의 허락도 엄마에게 먼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가 엄마보다 유달리 잘 챙겨주거나 상대적으로 엄마가 아이에게 소홀히 해서 자연스럽게 더 아빠와 가깝게 지내는 경우는 있어도 그건 일부의 이야기일 뿐, 대부분은 엄마가 최우선이다. 알고보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뻔한 질문에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셈, 상처 받을 아빠(?)를 위해 둘 다 좋다고 하지만 둘 중 꼭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한다면 90%는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다. 부모가 문제가 생겨 이혼을 하고 헤어지는 경우, 아이들은 물론 아빠조차 아이들은 엄마가 친권, 양육권을 갖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단순한 양육자의 위치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엄마들이 하는 말을 보면 애는 나만 키워? 애는 나만 낳았어? 라는 말을 종종 한다. 상황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내뱉는 말이지만 사실 애는 엄마가 키우는게 맞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키우시네라는 말처럼 사실 아버지는 씨족의 역활만 하는게 크다. 아버지가 날 낳았다는 말을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개념적인 표현으로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기른다는 말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부모의 역활 정리다. 요즘에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져서 공동육아 방식으로 생활방식이 변경되고 있지만 원천적인 것과 생활습관의 변화는 같을 수 없다.
아빠는 아기가 태어나기 이 전에 아기 씨를 제공한 것 외에 직접적인 양육과 관련해 특별히 할 것도 없고 해줄 것도 없다. 물론 간접적인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하는 양육이 바로 간접양육이다. 아기는 태어날 때 부터 누가 나를 보호하고 양육하는지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엄마 배속에 있어서 더 그런것도 있지만 엄마의 모유와 체취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엄마와 아기는 일심동체다. 이모와 고모라는 공통된 "모(엄마)"가 아기에게 전혀 다르게 인식되듯이 이종과 고종(내종)사이의 친밀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모계를 먼저 인식하는게 아기의 습성이기 때문에 아빠가 뒤로 밀리는 건 당연하다. 엄마와 같은 외족인 이모가 아빠보다 오히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 역시 같은 부분으로 아빠는 양육의 개념에서 한참 뒤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은 양육자의 모습이 아니라 양육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부양자다. 양육은 엄마가 하는 것이고 그 양육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제적, 환경적, 주거적 요건을 마련하고 지원하는게 아빠의 가장 이상적인 양육으로 이런 간접형태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서 아기에게 가장 좋은 양육환경이 된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울 때 가장 아릅답다고 하듯이 부부에서 부모로 가정의 생태환경이 바뀌면 그 역활에 맞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공동양육이라는 방식은 사실 요즘 시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이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맞벌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음식,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맞벌이를 하는 주부들이 꽤 많다. 조삼모사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주겠다고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을 갖지 않는다는 건 역설적으로 맞지 않는 모순이 된다. 아이에게 제일 좋은 환경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부모세대들은 없이 살아도 엄마가 가정주부로서만 존재했다. 벌이가 적으면 적은대로 형편에 맞춰 생활할 뿐 아이 입장에서 엄마의 부재는 큰 문제가 안되던 시절이다.
우리나라 재벌 가문, 사회 지도자라는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 가정을 보면 어머니 또는 며느리가 모두 주부다. 지금 생각나는 대기업 재벌가문의 집을 생각해 봐라, 먹고 살만하니 맞벌이를 하지 않는게 아니라 2세 교육과 양육의 기본은 가정에서 엄마가 항시 보살펴 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학식이 높고 재력이 많을수록 사회활동이 더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신부수업"에 열중하는 건 바로 가정주부로서(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일반 여성들의 신부수업은 그냥 생색내는 수준이고 거의 대부분 엄마로서가 아닌 아내로서의 역활로 음식 배우기에 치중된 면이 크다.
엄마는 원초적인 것을 담당하고 (음식, 수면, 배설 등의 기본욕구) 아빠는 교육, 놀이를 담당하는 게 이상적이다. 엄마를 통해 등 따시고 배 부른 행복한 상태를 만든 다음에 보고 배우고 느끼고 즐기는 유희와 학습은 아빠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엄마가 원초적인 것을 담당하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해서 엄마를 우선 찾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에 엄마가 아닌 아빠나 다른 가족을 아기가 먼저 찾는 건 좋은 모습은 아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해도 충분히 아이를 잘 키우는 집도 물론 있다. 아주 많다. 하지만 질적인 것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여성의 공무원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고위 공직자로 근무하는 엄마들도 있고 그런 엄마를 보고 좋은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 역시 성장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엄마나 여자의 사회생활, 또는 맞벌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지 않게 된다. (본인이 잘 컸다는 걸 직접 체험했기에..)
하지만 가정주부로만 지낸 엄마가 있는 가정의 자녀들은 확실히 다르다. 0세부터 25세까지 함께 있어준 엄마와 자녀는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는 집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가정환경을 갖는다. 곁에 보호자가 항시 있는것과 없는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구는 그것을 독립심을 키우고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라고 미화하지만 엄마와의 애정이 각별한 상태에서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 독립심과 자립심이 생기는 것이지 엄마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독립심과 자립심이 생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최소한 아이가 20살이 되고 나서 성인이라는 법적 기준을 갖기 전까지는 보호자와 양육자로서 옆에서 케어 해주는 게 가장 좋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되새겨 보면 엄마가 항상 있어 좋았다는 남자들은 결혼을 할 때 꼭 배우자가 주부로서만 있어주길 원하게 된다. 집에 오면 엄마가 항상 있고 아빠가 퇴근하면 엄마가 항상 있는 모습이 머리속에 남아있는데 사실 이것은 인종과 문화를 따지지 않고 대부분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갈망이다. 아빠 입장에서는 아내가 집에 있는 게 좋고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집에 있는 게 따지고 보면 좋은 학원, 좋은 학교, 해외유학, 좋은 선물보다 더 좋다. 우리집은 본가가 대가족이라 사촌형제를 포함하면 꽤 인원수가 된다. 연령차이도 많아서 부류가 다양하다. 여자형제나 남자형제나 상관없이 여자가 주부로서 있는 집과 맞벌이를 같이 하는 집이 다양하게 섞여 있는데 다른집도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외벌이 집들은 잘 살지는 못해도 항상 즐거워 보이고 아이들도 꾸밈이 없다. 맞벌이 형제집안들은 이혼한 가정도 있고 별거중인 곳도 있고 아이들 사건사고로 고생하는 집도 꽤 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우리 집안의 문제겠지만 주위 지인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맞벌이 집이 더 잘살고 좋은 차를 타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풍족하게 사는데 막상 보면 부럽다는 생각은 많이 안 든다. 반면에 외벌이여도 알뜰살뜰 살림만 하는 형제집안들을 보면 아내 사랑과 자식 사랑이 여실히 보인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외벌이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으니 더 열심히 살수 밖에 없을 터...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결혼하고 돈도 꽤 많이 모았다. 아이들이 생기고 돈 들어갈곳도 넘쳐나자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아내와 맞벌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아내도 맞벌이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생각중인데 아이들 옆에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경제적 문제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 꽤 많을 것이다) 나에게 의견을 묻길래 단순하게 말했다. 그 친구가 4형제로 아버지까지 남자만 5명이 있던 집이다. 아버지 혼자 벌면서 엄마는 주부로 계셨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너희 엄마가 4형제 키운다고 맞벌이 했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참고로 막내인 이 친구 위로 3명의 형님들 모두 결혼했는데 형수님 3분 모두 현재 주부로만 있다.
아이 옆에는 엄마가 있어주는 게 제일 좋다라는 내 말에 이 녀석은 바로 아내와 상의하고 아내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했다. 제수씨도 무엇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고민하다가 서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그 집의 다른 형제들도 모두 형수님들이 주부로 있는 것 역시 부모의 모습과 양육방법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형제 모두 외벌이로만 지낸다는 건 맞벌이보다 외벌이에서 얻는 장점이 더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돈이 부족하다는 녀석이 외벌이 결정하고 나서는 돈 걱정은 안한다. 아내와 상의하고 결정한거라 생활비 조절을 대신 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 보다 더 좋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인 이 녀석의 집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집보다 잘 산다. 4형제 모두 외벌이로만 성공한 케이스다. 큰형님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둘째는 부동산사업을, 셋째는 금융권에 근무한다. 넷째이자 내 친구는 대기업에 다닌다. 4형제가 철없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기에 가진 자본 없이, 오로지 노력만으로 성공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의 내조와 아내들의 내조가 있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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