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의 인기
자칭 돌팔이 심리학자로 불리는 깨알이 주위 사람에게 질문받았던 것 중 하나가 먹방. 왜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먹방을 보는 거야?다른 사람이 밥 먹는걸 지켜보는 게 정상이야? 이 질문을 받고 나는 살짝 코웃음을 쳤던 기억이 있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원초적인 거야. 나름 먹방이 인기 있는 이유와 먹방을 즐겨보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먹방의 존재감에 대해 설파를 하던 중,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나 해서 찾아본 결과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난 돌팔이 ㅠ.ㅠ 다른 분들이 해석한 먹방의 인기와 심리는 어떤 부분인지 먼저 살펴보고 내 의견도 마지막에 살짝 얹혀보자. 일명 숟가락 얹기!
요즘 ‘먹방’이 대세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원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BJ(브로드캐스팅 자키)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을 방송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먹방’이 널리 알려진 것은 배우 하정우 덕이다. 영화 <황해>에서 도망자로 등장한 그는 국밥·감자·김·총각김치·개고기, 이른바 5대 ‘먹방’ 신으로 인기를 모았다. 요즘은 MBC <아빠 어디가>의 꼬마스타 윤후가 ‘먹방 종결자’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후가 오물오물 ‘폭풍흡입’한 인스턴트 면요리가 화제를 모으면서 해당 업체는 매출 급상승 효과까지 봤다.
먹방의 인기이유 중 하나는 ‘전복의 쾌감’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남의 집에 식사초대를 받으면 쌀밥 2그릇쯤 거뜬히 비워야 예의 바른 손님이었다. 통통한 체형을 문제 삼는 사회적 분위기도 덜했다. 하지만 날씬한 몸에 대한 사회적 강박이 지배적인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과식과 탐식에 대한 죄책감을 달고 산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최근 조사에서 식생활과 운동 덕에 40~50대 남녀 체형이 모두 서구형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다이어트는 일상화됐다. 건강을 위해 천천히 꼭꼭 씹고 소식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넘쳐난다. ‘먹방’은 그 같은 자기검열과 통제를 뒤집는다. 하정우는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흡입’할 기세로 음식을 먹어치운다.
먹방은 순수하게 ‘식욕’ 그 자체이다. 먹방의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에 몰입한다. 계란과 간장을 넣어 비빈 밥, 시장에서 파는 어묵, 김에 싸먹는 쌀밥 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도장 먹방’이라거나 ‘스테이크 먹방’은 성립되지 않는다. 각종 식도락 TV프로그램에서는 특출하게 맛난 음식이 식욕을 동하게 하고, 식음료제품 광고는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 먹는 장면을 동원하고 식욕을 도구화하지만 먹방의 중심은 순수한 ‘식욕’이다. 이는 먹기보다는 경쟁이 중심 소재인 ‘많이 먹기’ 대회와도 다르다.
먹방의 또 다른 인기이유는 ‘외로움’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끼리도 한 식탁에 둘러앉기 쉽지 않은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혼자 먹는 식사는 아무리 별미여도 그 맛이 별로이다. 그 빈 공간을 먹방이 채운 건 아닐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는 이를 위해 타인의 식사 장면을 담은 영상물도 시장에 나왔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혼자 맛깔나게 밥 먹는 사내를 그린 TV미니시리즈도 적잖은 인기를 모았다.
그 의미가 ‘먹는 장면’으로 확대된 먹방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도 된다. 스스로의 격을 낮춰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먹방의 주인공은 어느 정도 순수해야 한다. 재벌의 먹방이나 부패관료의 먹방은 친밀하기보다는 탐욕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일찍이 정보화에 눈뜬 우리나라는 이미 2004년에 미니홈피 개설자 1000만 시대를 지나 지금은 블로그와 트위터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기표현을 하고 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언제나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주제의 사진이 있으니 바로 음식 사진들이다.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비싼 메뉴나 여행 가서 먹은 특이한 음식, 자신이 만든 음식 혹은 만들어보았으나 실패한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 사진들이 개인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음식 사진 한번 안 올려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들 그렇게 음식 사진을 올려놓는 걸까? 미국 대중심리학 잡지 <Psychology Today> 최근호에서 심리학자 수전 앨버트 박사는 그 이유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경험의 공유 : 우리는 내가 인상 깊게 경험한 것을 남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서 미니홈피에 그 광경을 담은 사진을 올린다. 마찬가지로 음식도 그런 인상 깊은 경험 중 하나다. 사진 몇 장은 백 마디 말보다도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2. 멋진 내 모습 : 자신이 얼마나 세심하고 고상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이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사진에 그 음식의 이름이나 재료, 역사 등의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바로 이런 자랑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유기농 식재료로 조리한 요리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건강과 환경에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3. 내 못난 모습 :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자기 잘난 모습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심한 모습도 자랑하려 들곤 한다. 미니홈피는 자신을 비추는 심리적 거울이기 때문에 정크푸드에 탐닉하는 자신의 모습을 여기에 보임으로써 자책감을 자극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추레하게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나 심지어는 그렇게 끓인 라면 냄비를 실수로 부엌 바닥에 엎어버린 비참한 모습 등을 올리면 동정심을 얻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유머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4. 내 놀라운 모습 : 음식은 도전과 성취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이 먹은 특이한 음식, 내가 이런 것을 먹을 수 있다니! 라는 심정을 가지고 동남아에서 먹은 지네 튀김이나 개구리 뒷다리 사진을 올려놓는 경우가 그렇다. 자신의 모험심이나 도전정신 혹은 독특한 경험담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5. 도움 요청 : 3번과 연결되는 것으로 지나치게 자주 음식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음식에 대한 자신의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는 셈이다. '힘들어 죽겠어'라는 혼잣말을 계속 흘리고 다니는 사람처럼, 이런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계속 남들에게 보여주며 무의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셈이다.
6. 충고나 조언 : 음식사진을 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다른 사진들이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그 지역에 가장 좋고 맛있는 음식점으로 추천할만한 집은 어디인지, 무슨 음식은 수준 이하라든지 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7. 요리솜씨 자랑 : 자신이 얼마나 맛있는 혹은 독특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자랑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미니홈피 초창기에는 이런 음식 솜씨 자랑이 많은 호응을 얻어 정통 요리 전문가보다 더 유명해지고 요리책까지 내서 성공한 사람도 종종 등장했다.
8. 욕망의 표현 : 식욕은 우리의 대표적인 본능이며 당연히 음식은 욕망을 상징한다. 한밤중에 야식사진을 올려 남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도 그런 음식을 먹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이다. 물론 나만 망할 수 없다는 물귀신 작전인 경우도 많겠지만.
9. 엽기성 : 엽기적인 것들은 좋은 구경거리고, 음식으로도 충분히 엽기적인 대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초콜릿 맛 부숴먹는 라면을 끓여본다거나 귤을 갈아 넣어 밥을 지으면 그것은 일종의 묘기가 된다.
10. 나 이런 사람이야 : 프랑스 철학자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올리는 음식 사진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사회적 언어다. 음식 사진을 통해 마음속의 욕망, 개성, 성취감, 우월감, 회한, 좌절, 분노 등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최민영 인터렉티브팀장 min@kyunghyang.com
이제 당신이 올린 음식사진들을 살펴보시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 장근영(심리학 박사)
언젠가부터 ‘먹방’이란 말이 등장했다. 먹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 거다. 먹는 사진뿐 아니라 급기야 먹는 것만 보여주는 개인 방송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걸 보고 또 본다. 먹는 걸 보여주고, 보는 사회. 단지 우스운 유행으로만 볼 수 없다. 과학자 J. B. 왓슨(Watson)은 미국 심리학의 초창기를 장식한 괴짜 중 한 명이다. 그가 행동주의 심리학을 연구하던 1900년대 초반 학계에서는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Pavlov) 가 발견한 ‘조건반사’가 단연 핫한 주제였다.
파블로프에 따르면 매번 음식을 먹기 전 종소리를 들었던 개는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마치 음식을 먹을 때처럼 침을 흘렸다. 즉 개는 음식과 자주 연합되었던 자극에 대해 마치 음식인 것처럼 반응했다. 그런데 왓슨은 이 조건반사 실험을 감히 인간에게 적용할 생각을 했다. 그가 선택한 실험 대상자는 자신이 근무하던 존스홉킨스 병원의 유아원에 있던 생후 9개월짜리 아이 알버트(가명)였다. 알버트는 병원에서 유모로 근무하는 어머니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지만 지극히 건강하고 구김 없는 아이였다. 겁도 없었다.
알버트는 왓슨의 실험실에 실려 가서는 흰 쥐, 토끼, 개, 원숭이, 머리카락이 달린 가면이나 머리카락이 없는 가면, 솜, 불 붙인 신문지 등과 마주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렇게 멀쩡한 아이에게 왓슨은 파블로프가 했던 것과 같은 조건반사 절차를 이용해 새로운 반응을 학습시키기로 했다. 단, 왓슨이 학습시키려 했던 건 종소리 듣고 침 흘리기가 아니라 공포였다.
공포를 이기는 식욕
우선 왓슨은 천진난만한 알버트에게 흰 쥐를 들이대고는 몰래 아이 등 뒤로 돌아가 굉음을 냈다. 당연히 아이는 놀라서 울었다. 왓슨은 이렇게 아이가 흰 쥐를 볼 때마다 등 뒤에서 징소리를 울리는 실험을 2개월 하고도 2주일간 총 8번 했다. 그다음부터 알버트는 흰 쥐를 보기만 해도 도망가려 들었다. 흰 쥐뿐만이 아니라 토끼나 산타클로스의 흰 수염 앞에서도 알버트는 벌벌 기어 도망쳤다. 왓슨은 자신이 공포를 모르던 아이에게 공포증을 학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스레 논문을 발표했다. 물론 이 논문이 발표되던 1920년 당시에 욕을 많이 먹었다. 누가 봐도 이건 아동 학대였으니까.
그러나 왓슨도 완전히 미친 놈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공포증을 학습시킨 알버트에게 다시 공포증을 치료할 절차도 준비해놓았다. 이런 식이었다. 우선 맛있는 과자를 주고 아이가 그것을 먹는 동안 멀리에 흰 쥐를 놓아뒀다. 아이가 두려우면 과자 먹기를 멈출 것이므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 말이다. 그다음에는 아이가 과자를 먹는 동안 흰 쥐를 조금씩 가까이 가져간다. 이렇게 아이는 흰 쥐가 주는 공포심을 맛있는 과자가 주는 식욕으로 이겨낸다. 왓슨이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신경계가 긴장 혹은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섭식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부교감신경계는 우리가 휴식하며 음식을 먹는 동안 작동한다. 이 신경이 활성화되면 몸의 힘이 빠지고, 맥박 수와 혈압 수치가 낮아지며, 소화기관이 활발히 움직인다. 반면에 교감신경계는 긴장과 공포, 즉 비상 사태에 대응한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맥박 수와 혈압 수치가 오르고, 근육에 혈액이 모이면서 위장은 멈추고 피부도 창백해진다. 적과 싸우려고 준비하는 거다. 즉, 왓슨은 음식을 이용해 꼬마 알버트의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할 생각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치료 절차를 실시하기 전에 알버트의 엄마가 직장을 옮기면서 알버트 역시 병원 구내 유아원을 떠났다. 그 후에 알버트가 어찌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원히 흰 쥐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을지, 혹은 그 미친 과학자의 실험실에 대한 공포만을 무의식 깊이 간직하게 되었을지.
어쨌든 왓슨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는 저절로 마음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음식 앞에서 포근해지는 마음은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 품에서 젖을 먹던 갓난아기 시절부터 이어진 인간의 본성이다. 울던 아기도 젖을 물리면 조용해지지 않던가. 실제로 누군가와 친해지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와 함께 식사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둘 중 한 가지 일이 발생한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생기거나, 체하거나. 같이 먹는 상대방의 거북하거나 불편한 면이 음식의 맛을 능가할 만큼 강력하다면 교감신경계가 몸을 압도하면서 체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에 별 감정이 없다면, 함께 음식 먹는 일을 반복할수록 음식이 유발한 편안한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이되고 결과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파블로프의 개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우리가 소개팅 자리에서 괜히 밥을 먹는 게 아닌 거다. 첫눈에 호감을 사기 어려운 인상이라면 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소개팅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먹는 걸 보여주는 방송, 소위 ‘먹방’이 인기란다. 이 먹방의 인기는 인터넷 개인 방송 콘텐츠로 조금씩 알려지다가 영화 [황해]와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의 걸신 들린 취식 연기를 통해 공식적인 유행으로 부각되었다. 특히 최근에 단순한 애교 중심의 방송으로 별 재미를 못 봤던 한 여성 비디오자키가 푸짐한 먹방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후 인터넷 개인 방송계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먹방의 파괴력이 더욱 주목받는 모양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남이 먹는 모습을 보는 걸 그리도 좋아하는 걸까? 그것도 심지어 직접 돈까지 지불해가면서 무슨 만족감을 얻는 걸까?
먹는다는 행위의 의미
마치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먹방은 오래전부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은 소재였다. 여행 프로그램은 언제나 경치 구경과 함께 그 동네 음식을 맛보는 장면을 곁들인다. [6시 내고향] 같은 지역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맛있(어 보이)는 향토 음식을 차려놓고 한 숟갈 푸짐하게 떠먹는 장면을 빼먹은 적 없다. 그렇다면 지금도 지상파나 케이블을 장식하는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과 인터넷 방송으로 뜬 ‘먹방’은 뭐가 다른가. 기존의 공식적 먹방들은 정보적 가치를 지향한다. 즉 어떤 동네에서는 어떤 음식이 유명하다든가, 새로운 조리법을 이용하면 어떤 요리가 만들어진다든가, 어쨌든 시청자들은 그 방송을 통해서 이전에 몰랐던 뭔가를 새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 방송의 먹방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적 가치를 지향한다. 개인 방송 자키들이 웹캠 앞에서 먹는 음식들은 누구나 아는 친숙한 것들이다. 떡볶이, 치킨, 탕수육, 짜장면 같은 음식들이 먹방의 소재다. 물론 가끔은 대게도 쪄 먹고 한우 갈비도 굽지만 역시 누구에게나 익숙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인터넷 방송의 먹방은 음식이 아니라 먹는다는 것 자체가 핵심이다. 그렇게 누구나 섭취하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먹방 시청자들은 크게 두 가지 정서를 경험한다. 하나는 함께 밥을 먹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친근함,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내밀한 속을 구경하는 흥분. 사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친밀한 행동이다. 우리는 웬만해서는 낯선 이와 함께 밥을 먹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으면 저절로 친해지게 마련이다. 인간의 대뇌피질은 현실을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할지 몰라도, 그 피질 속에 들어박힌 변연계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보이는 대로 느낀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보는 건 인터넷 건너편 어딘가에서 알지도 못하는 아가씨가 웹캠 앞에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장면이지만, 그걸 보는 내 변연계는 지금 저 앞에 있는 아가씨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 아가씨가 예쁘고 매력적이라면 내 뇌는 저절로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그 결과 몸이 편안해지고 따듯해진다. 식욕도 생긴다.
그러는 동안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서는 그녀가 나와 생면부지의 관계라는 현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푸근함에 빠져드는 다른 쪽 뇌에게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극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저 사람이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데 내 앞에서 막 편안하게 밥을 먹는다니, 언제 이런 구경을 해본 적이 있던가! 이제 먹방은 한 개인이 낯선 사람 앞에서는 숨길 사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일종의 노출 쇼가 된다. 그러니까 먹방이 ‘관음증의 심리’라는 주장도 일리 있는 거다. 여타의 여자 비디오자키들이 신체를 감질나게 노출하면서 별풍선을 모은다면, 먹방 비디오자키는 심리적 노출을 통해 같은 것을 얻는 셈이다.
원래 식사란 사회적인 행동이다. 인류의 생존 방식을 생각해보라. 선사시대부터 봉건시대에 이르기까지 혼자 음식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냥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농사도 마찬가지였다. 사냥의 성공은 모두 함께 축하하며 단백질을 나누는 기회였고, 추수 역시 함께하는 일이었다. 함께 얻었다면 함께 먹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쉬었다. 하지만 혼자서 늘어져 있다가는 다른 포식동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었으니 모두 함께 모여 있을 때 함께 먹고 쉬며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우리의 식욕은 누군가 함께 먹을 때 제대로 발휘된다. 우리는 몸의 양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양식도 필요하다. 몸의 양식이 그저 음식의 칼로리로 채워진다면, 마음의 양식은 함께 먹는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서 채워진다.
‘걸신’ 강헌 선생도 말씀하셨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최고의 비결은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것’이라고. 친한 이와 함께하는 식사는 몸의 양식일 뿐만 아니라 마음의 양식도 함께 채웠다. 예전에는 먹을 입에 비해 음식이 부족했다. 당연히 식사를 통해서 칼로리가 부족한 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그런데 현대인은 반대다.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은데 같이 먹을 사람이 부족하다.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오순도순 식사를 하는 건 TV 저녁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가상현실이다(그렇게 보면 드라마에서도 먹방은 끊임없이 등장해왔다).
실제 한국인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 먹을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혹자는 1인 가구의 증가를 먹방 유행의 배경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따져보면 1인 가구만 혼자 밥 먹는 게 아니다. 2인 이상이 함께 사는 집에서도 혼자 밥 먹는 경우는 많다. 부부가 맞벌이인데 근무 시간대가 다르다든가, 학원에 다녀오느라 늦어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든가, 야근 알바를 하며 혼자 밥을 먹든가. 어쨌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면식하며 인터넷을 헤매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들에게 먹방은 식탁을 공유하는 가상의 가족을 제공한다. 먹방 유행은, 그러니까 혼자 먹는 밥상에 질려버린 외톨이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먹방이 비정상이 아니라, 그걸 갈구하는 우리 삶이 비정상적이라는 얘기다. 장근영 (심리학자)
이제부터는 전문적인 분들의 해석에 내 의견을 살짝 숟가락만 올려보자. 기자분이 해석한 것과 심리학자분이 해석한 내용에서 공통된 점도 있고 서로 다르게 해석한 부분도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한 것도 큰 범주안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심리학자분이 설명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부분은 설명의 주제만 다를 뿐이지 나 역시 그 부분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다. 먹방 자체가 먹는 방송, 음식을 먹는 행위이기 때문에 식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위에 열거된 3개의 먹방 인기 요인에 대해 읽고 공감이 되었다면 내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 다만 혹 그래도 뭔가 100% 공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의견도 한번 참고해주시라~
원초적인 이야기로 돌아가 인간의 욕구는 우리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심리학자분이 말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는 것도 원초적인 욕구와 관련이 깊은데 식욕과 관련한 먹방은 사실 식욕으로만 단정 지어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자 욕구로 뽑는 식욕, 성욕, 수면욕, 배설욕을 빠지지 않고 이야기 하는데 이것들은 따로 떼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으로 서로 연관성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먹방이 있다면 당연히 성방이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게 먹방이라면 성욕을 자극하는 건 성방이다. 성방은 인터넷 방송도 있지만 비슷한 개념으로 야동도 있다. 먹방을 왜 보는 거야? 먹방 보는 사람들 이해가 안가! 자기가 먹는 것도 아니잖아, 구경만 하는 건데 왜 시청하지?라고 말하는 건 야동을 왜 보는 거야? 야동 보는 사람들 이해가 안가! 자기가 하는 것도 아니잖아. 구경만 하는 건데 왜 시청하지?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야동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먹방도 사실 성방과 같은 심리인데 먹방은 음식이라는 테두리안에 뇌를 집어넣고 그 안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렵고 이해를 하지 못할 뿐이다. 먹방과 성방은 공통점이 많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같다. 음식을 먹는 곳(입)과 음식이 배출되는 부분 (배설욕과도 관련된 부분이자 대/소변을 담당하는 신체 부분) 은 성욕에서 성관계를 하는 곳 3 부분과 모두 일치한다. 식욕으로 쓰이는 신체부위는 모두 성욕에서도 쓰인다. 색다른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먹방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소리"다. 후루룩 짭짭, 게걸스럽게 먹는 음식 소리는 쩝쩝거리는 소리로 들려 듣기 거북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식성을 돋구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방도 마찬가지다. 신음이 없는 성방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난잡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괴상하게 울부짖는 경우 그 소리가 거북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야동을 볼 때 음소거로 시청을 해봐라. 생각한 것 보다 감흥이 떨어진다. 먹방에서도 사실 포인트는 음식 먹는 소리와 주변 연관음이다. 밥그릇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국물을 마시는 소리, 쩝쩝 거리는 소리,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들은 먹방의 감초다. 먹방이나 성방이나 소리를 끄고 보기만 하면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재미있게 보다가도 흥미가 뚝 떨어질 것이다. 식욕과 성욕은 이웃사촌이라 뗄 수 없는 관계다. 먹방을 보는 건 성방을 보는 심리와 같다. 내가 직접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성방이나 야동을 보고 공감하거나 흥미를 느끼듯 먹방도 마찬가지로 내가 직접 먹지 않아도 공감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원초적인 본능의 영역이라 느끼는 감정이 똑같다. 성방/야동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것과 먹방으로 식욕을 해소하는 것은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먹방을 즐겨보는 사람이 있고 먹방을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야동을 즐겨 보는 사람이 있고 야동을 왜 챙겨 보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다. 똑같다.
여기에 몇가지 부수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면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사랑하는 남자 친구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게 허겁지겁 먹는다면 자신이 먹던 행위를 잠시 멈추고 상대방의 먹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정말 사랑하는 자식이 조그만 입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면 그걸 보는 부모들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먹는 모습만으로도 만족감을 많이 느낀다. 여기에는 반드시 그 상대가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즉 먹방은 먹방을 연출하는 사람이 시청하는 사람과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애정의 관계가 형성될 만한 메리트가 있어야만 작용된다는 뜻도 된다.
성방(야동)도 똑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있거나 내가 좋아하는 설정, 내가 좋아하는 컨셉 또는 페티시가 등장하는 것에만 반응하지 모든 성방과 야동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먹방이나 성방이나 연출(등장인물)하는 사람이 일단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어야 하며 그 사람이 먹는 모습 (또는 하는 모습)이 내가 느끼는 것과 같아야 한다. 그러면 성방이 성공하고 먹방이 성공한다. 먹방을 보는 이유는 원초적인 성욕이 성방을 보는 사람은 원초적인 식욕이 서로 결합된 예로 두 욕구가 해소가 안된 상태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식욕 (성욕은 해소하지 않거나 쓰지 않아도 사람이 죽지 않는다) 이 당연히 우월하기 때문에 식욕 > 성욕의 단계가 형성되지만 둘 중 하나라도 해소가 된 이후부터는 앞뒤 우열 없이 반복적인 패턴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우열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식욕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성욕이 생기고 성욕이 해소되면 식욕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밥을 먹고 난 뒤에 잠자리를 가지고 잠자리를 가진 뒤에는 서로 밥을 먹고 헤어진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아가씨집을 갈 때 반드시 밥이나 술을 먹고 간다. 식욕을 해소하고 성욕을 해소하러 가는 패턴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맨 정신으로 배고픈 채로 성욕을 해소하러 가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그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변태성욕자들 뿐이다. 성욕을 먼저 해소하면 반드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욕을 해소하고 식욕을 해소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성욕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깨알 블로그에서 한번 다루었던 살인자 사가와 잇세이 이야기처럼 식욕과 성욕은 항상 함께 존재하고 함께 따라붙는다. (아래 링크를 걸어두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사가와 잇세이는 학교 친구였던 여자를 시음 - 시체를 상대로 하는 관계 - 을 하고 그 뒤로 바로 부위별로 절단하여 조리해 먹었다. 식욕-성욕-식욕-성욕이 무한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사회/황당사건] - 사가와 잇세이 - 스타가 된 식인마
먹방은 조신하게 먹지 않는다. 먹방이 아니어도 조신하고 조심스럽고 이쁜 척하면서 찔끔찔끔 먹는 걸 보면 재수 없어한다. 성방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조신하게 찍으면 야동은 야동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는다. 과감하고 거칠게 나올수록 관심을 끈다. 먹방의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공감인데 우리가 먹어본 음식과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나온다. 먹은 음식은 그 맛을 알기 때문에 공감이 쉽게 되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길지언정 공감력은 떨어진다. 60대 어르신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양푼 비빔밥을 보고 군침을 흘리며 오늘 저녁에는 양푼이다!라고 공감할 수는 있어도 파스타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맛있겠다.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먹방에서 인기를 누리는 탑스타 비제이들 대부분은 야식이나 배달음식, 한식 등 우리들이 먹어보고 맛을 알 수 있는 공감되는 음식들을 주로 선정한다. 이 부분도 성방이라고 해서 당연히 다르지 않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저 자세는 왜 할까? 무슨 기분이 들까? 호기심은 생기지만 공감력은 떨어진다. 경험이 풍부하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야동을 보면서, 저 기분 잘 알지, 저 자세 괜찮지라고 공감하기 좋다. 신메뉴와 기존 메뉴를 잘 섞어 먹방을 하듯이 성방도 신기한 자세와 익숙한 자세가 항상 교차되면서 등장하기 마련이다.
원래 성교육 게시판에서 야동에서는 왜 복면이 등장하는지, 저런 설정은 왜 나오는지, 저 상황은 무얼 의미하는건지, 왜 이런 장르가 나오는지, 사회적 현상과 야동에 얽힌 심리적 분석글을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게재하였다가 음란물로 누군가 신고(?)하여 블로그가 잠깐 폐쇄조치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료들과 엮어서 설명하면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아있다. 먹방을 보는 이유를 대부분 1가구 형태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보는 관점이 많은데 1가구 형태의 핵가족과 인터넷 문화가 만든 먹방 시스템 (아프리카나 유튜브)은 1가구나 외로움의 개념보다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 하는 게 돌팔이 깨알박사의 생각이다. 우리가 성인물을 볼 때 잡지에서 비디오 테이프로, 비디오테이프가 CD로 갔다가 DVD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로 진화했듯이 그 노출 과정과 시스템에 변화만 있었을 뿐 핵심적인 본능과 욕구는 바뀌지 않았다.
먹방의 경우에도 직접 대면에서 공중파 텔레비젼의 드라마 장면으로 그것이 드라마에서 전문 맛집 프로그램으로, 다시 그것이 먹방 전문 드라마로 이어지다가 인터넷 개인방송 형태의 날것으로 바뀌었을 뿐 식욕과 관련한 욕구와 본능은 바뀌지 않았다. 1인 가구나 외로움이 아니라 항상 있었고 항상 존재했던 것이 인터넷 방송의 날것 형태가 되면서 부각되었을 뿐이다. 이 날것의 종착지가 먹방은 개인들이 직접 찍는 먹방 인터넷 방송이고 성방은 개인들이 직접 촬영 투고하여 공유하는 속칭 국노/투고작 들이다. 모두 인위적이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소수에 의해 창작된 날것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야동보다 개인 투고작이 인기가 있고 관심을 끄는 것처럼 먹방도 맛집 프로그램보다는 개인이 방송하는 먹방이 더 인기가 있는 건 당연하다. 먹방이나 성방이나 똑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먹방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맛있게 먹고 배부르게 먹은 다음 잘 먹었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 마지막 마무리로 아~ 배부르다, 배 터지게 잘 먹었다!라고 해줘야 방송이 제대로 되고 끝난다. 성방/야동도 똑같다. 재미있게 보여주고 마지막에 부카케를 하든 쥐어짜든 요플레를 잔뜩 보여주어야 보는 사람이 제대로 한편 봤다고 생각이 들게 된다. 요플레(?)가 나오지 않고 갑자기 끝난다면 그것만큼 허망한 타이밍도 없다. 먹방이라고 해서 다 인기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 나오고 그 사람이 아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자체로 식욕의 일정 부분은 해소된다. 뇌가 내 식욕을 해소한 걸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성방도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여주가 나와 즐겁게 보여주면 그 자체로 성욕의 일정 부분은 해소된다. 뇌가 내 성욕의 일부를 해소한 걸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거나 보기 싫은 모양새를 하고 있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먹방을 보면 1분 이상 보기 힘들다.
단지 먹는것을 공감하고 먹는 것을 보기 위함도 아니고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함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 일단 되면 그다음부터는 식욕이든 성욕이든 수면욕이든 공감하고 애청하는 애청자가 된다. 야동이라고 해서 남자들도 다 좋아하고 무조건 보는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뚱뚱한 여자가 나오거나 나이가 엄청 많거나 얼굴이 정말 못 생겼거나 특정 부위가 마음에 안 들면 보다가 마는 게 심리다. 성방을 보는 것과 먹방을 보는 것이 똑같다고 설명했는데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연 설명하면 이 욕구의 단계는 모두 이어져 있기에 수면욕도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먹방이나 성방처럼 잠방(?)도 가능하다. 엄마가 아끼고 사랑하는 아기의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고 행복하듯,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코를 색색거리며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 친구를 생각해보자. 아빠가 자녀들 방에서 아이들 자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는 것도, 연인들이 서로 자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는 것도 성향이 같고 애정이 있고 감정이 생기는 관계라면 자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먹는 모습만 봐도 좋고 (먹방) 하는 모습만 봐도 좋고 (성방) 자는 모습만 봐도 좋고 (잠방) 다 똑같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자는 모습을 중계해 준다고 해봐라. 그 잠방도 먹방 못지않게 빅히트를 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성욕의 관음인지, 인성에서 나오는 외로움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외로움에 보고 누군가는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고 누군가는 그 맛을 공감하고 싶어서 보고 누군가는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려 왜 좋은지 모르고 그냥 좋아서 볼 뿐이다. 우리가 먹거리를 가려먹고 먹어도 되는게 있고 먹으면 안 되는 게 있다고 따져 묻는 세상이 되면서 원초적인 부분을 점점 억누르고 있다. 신뢰하고 믿고 먹는 음식보다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면서 식욕에 대한 부분도 예전 같지 않다. 성욕도 마찬가지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은밀한 대상이고 억압의 대상이다. 그런 것이 많을수록 반하는 욕구는 증가할 뿐이고 먹방과 같은 억누른 욕구를 빵 터트려주는 것이 인기를 얻게 되는 근본이 되기도 한다.
먹방에 대한 특이한 해석이 돌팔이 수준이라고 해도 돌은 던지지 말자. 이미 맘고생 충분히 했다. 마지막으로 먹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몇가지 팁을 던져준다. 성욕과 수면욕, 배설욕의 기본 컨셉에 맞춰 생각하면 의외로 답이 쉽다. 야식이나 배달음식보다는 소소하고 간단하더라도 직접 조리해서 맛있게 먹어주면서 음식평가와 간단한 재료 상식, 음식들에 대한 정보에 대해 "수다"가 가능한 사람들의 먹방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말을 해도 감칠 나게 하는 사람이 있고 웃긴 말을 해도 웃긴 사람이 있고 안 웃긴 사람이 있듯이 먹방도 수준의 차이가 있다. 유명 먹방인이라고 해도 먹는 음식이나 콘셉트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유명인이라고 해서 믿고 보지 말고 추천받을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먹방을 한번 보길 권한다. 아~ 이런 맛에 먹방을 보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꽤 오래전에 본 기억이 하나 있는데 여자분이 가족분들까지 합세해서 함께 먹방을 했던 걸 본적이 있다. 시청자(?)들에게 가족들이 인사도 하고 고기도 직접 구워가면서 대화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먹방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급자들은 "에피소드" 또는 주인공 외 "등장인물"이 나오는 먹방을 골라 본다면 먹방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재미없는 세상, 재미거리를 찾는다는데 먹방 재미를 놓치는 건 너무 안타깝다. 먹방을 왜 보는 거야? 반문만 하지 말고 시간 날 때 탐색 한번 해봐라. 심심할 때는 먹방이 최고다. 왜? 인간의 본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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