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착한 사마리안들
주식에 예탁금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기사나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인기의 척도처럼 여겨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넘긴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면 주식시장도 부양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악재라고 보지 않고 강한 호재로 여긴다. 똑같이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재로 여긴다. 집값이 위 쪽으로 움직일 확률이 많아지고 그만큼 돈을 버는 사람도 늘어나게 된다. 집이 없는 사람은 막차를 탈 수 있는 기회라 여겨지고 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투자를 확장할 기회라 여겨진다.
주식시장에는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이 예탁금도 그 중에 하나다. 아마 이걸 이렇게 분석해서 접근한 사람은 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 예탁금은 꽤 재미로운 패턴이 존재한다. 예탁금과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맞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들면 주가지수 포인트가 1,000 포인트일 때 예탁금은 10조 정도로 유입이 되었다. 1,300 포인트일 때 예탁금은 13조 언저리가 된다. 지수 포인트와 예탁금 비율이 상당히 유사한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한 두 번의 일이라면 별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만 이게 신기하게도 지수 포인트 상승과 예탁금 상승과 맞물려 숫자를 교묘하게 맞춰가고 있다는 걸 알면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인 건 분명해진다. 15년가량이 거의 이런 패턴으로 예탁금과 지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소름까지는 아니어도 신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지수를 안보고 예탁금만 보고 그 해 지수 포인트를 맞힐 수 있다면 이건 인과관계까지는 증명하기 힘들더라도 상관관계까지 없다고 할 순 없다. 2,000 포인트에는 예탁금이 20조 대였고 2,300 포인트 때는 23조 정도 예탁금이 잡혀 있으니 당연히 수십 년간 이런 패턴을 보였다면 결국 예탁금이 늘어나야 주가지수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게 근 20년 치가 거의 맞아떨어졌다. 특정 시기에 (IMF나 금융위기 등) 지수와 예탁금의 비중이 달라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예탁금이 늘어나는 만큼 지수가 늘어난 걸 알 수 있는데 이게 2018년을 기점으로 약간 다른 포지션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크게 벗어난 수치는 아니다. (자세한 건 아래 따로 보충 설명)
우리나라 주가가 600포인트일 때 예탁금은 7조 수준이었다. 2003년 경의 일이다. 이후 같은 해 예탁금은 10조 가량으로 증가했지만 주가는 계속 횡보를 하다 나중에야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탁금은 10조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9조, 10조 사이에서 증감을 반복했다. 예탁금은 10조에서 계속 증가하지 않고 멈춘 상태에서 결국 주가는 700, 800, 900까지 따라와 결국 예탁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맞춰졌다. 이후 1,000포인트가 되었지만 예탁금은 그대로 10조에 머물렀다. 주가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아 상당기간 증가하지 않고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투자자들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관망으로 일관하다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뜻도 되겠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지수 포인트가 1,800대였다. 주가는 1,000 포인트를 깨고 난 뒤 거품이 상승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침 금융위기까지 더해져 난타전이 벌어졌던 시기다. 이때 예탁금은 여전히 10조대였다. 증시의 파이가 커지진 않았다는 뜻이다. 이후 매월 지수가 떨어지면서 1,700이 1,600이 되고 1,500이 되다 나중에는 1,200 그리고 1,000까지 오면서 결국 900포인트로 주저앉았다. 예탁금만 보면 이마저도 맞춰진 셈. 그리고 주가에 거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후 2009년, 2010년 해를 거듭하면서 예탁금이 11조, 12조로 조금씩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수 포인트도 1,100으로 회복하면서 1,200까지 예탁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거의 매년 매해 당시의 지수 포인트와 예탁금은 거의 쌍둥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예탁금이 너무 많으면 지수가 따라 올라가기 바빴고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예탁금에 맞춰 떨어지기를 반복.
2,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때는 예탁금이 15조 정도라 갭 차이가 어느정도 났다. 당연히 2,000포인트는 상당 기간 횡보를 하고 있었고 예탁금은 여전히 증가하지 않아 주가는 2,000포인트를 돌파했음에도 힘을 받지 못하는 시절이 늘어났다. 이후 예탁금이 16조, 17조, 18조로 늘면서 결국 20조에 도달하면서 그제야 지수는 2,100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탁금이 20조가 깨지면 지수도 2,000포인트가 깨졌고 예탁금이 늘지 않자 주가는 다시 2,000포인트를 깨고 깨지기를 반복하며 횡보를 했다.
1,000포인트일 때 예탁금 10조, 1,500포인트일 때 예탁금 15조, 1,800포인트일 때 예탁금 18조, 2,200포인트 일 때 예탁금 22조. 여기서 문제 2,500포인트일 때 우리나라 예탁금은 얼마였을까? 이 정도면 당신도 신이 될 수 있고 점쟁이가 될 수 있다 답은 25조 가량이다. 이 패턴은 본격적으로 전화 주문 시대에서 HTS 홈트레이딩 시절이 되면서 정착된 패턴으로 보인다. 2003년부터 이게 확연히 구분되면서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의 PC통신이 저물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IT 기업이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던 그 때다. 물론 주식시장에서는 IT 거품도 상당했던 시절이다. 중요한 건 이 패턴이 이때부터 2018년까지 큰 폭의 갭 차이 없이 지수와 예탁금의 나란히 상태가 쭉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2018년이 되면서 예탁금은 28조가 되었다. 이때 주가지수는 2,500포인트다. 이후 부침이 생기면서 예탁금은 25조 정도로 줄었고 지수 포인트도 2,300까지 후퇴했다. 이게 일년 내내 반복하다 2019년이 되면서 예탁금이 조금씩 상승하게 된다. 30조를 찍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지수는 여전히 2,200에서 횡보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20조에서 24조 사이, 평균 22조 정도의 예탁금이 있어야 하지만 이때만 유독 갭 차이가 많이 나면서 예탁금에 비해 주가가 힘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15년 패턴 중에 이렇게 벌어진 해가 없었다.
2020년 새해가 되면서 예탁금은 약 27조원대, 주가는 2,100포인트에 있었다. 지수에 비해 예탁금이 다른 해의 평균보다 많고 약간은 오버 슈팅한 상태다. 그래도 30조 일 때보다는 예탁금보다는 많이 줄었다. 그러다 문제의 코로나 장이 열리는 3월이 되면서 이 패턴은 완전히 깨진다. 20년 가까이 유지된 이 패턴이 바로 처음 깨진 시기가 코로나 장이 열렸던 2020년 3월 장이다. 이때 지수는 2,000포인트가 깨지고 1,700으로 순간 폭락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예탁금은 30조로 소폭 늘었고 그 수치는 줄지 않았다. 3월 폭락장이 나오기 이전 2월과 1월 역시 30조에서 머물고 움직이지 않았다. 4월이 되자 예탁금은 오히려 40조로 늘었다. 지수는 1,700포인트 그대로지만 예탁금이 순식간에 10조나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3월 폭락장이 끝나고 4월이나 5월부터 주식이 싸졌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주식에 사람이 몰린 것으로 알지만 실제 예탁금 현황을 보면 예탁금은 폭락장이 터지기 이전 2월에 이미 29조에서 30조 상승하며 총알 장전이 되어 있었던 상황이다. 더군다나 3월에는 35조로 5조가 더 들어와 있었다. 5월이 되면서 주가 지수는 2,000포인트를 재탈환했고 이 때까지 예탁금은 40조대로 기다려주는 형식이었다. 갭 차이는 무려 20조, 10년 전 예탁금과 지수 차이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평소 움직이는 대금에 비해 20년 치가 동원되었다는 뜻이 되고 20년 치 움직일 지수가 한 해 다 움직였다는 뜻이 된다. 결국 예탁금이 두 배로 들어왔으니 지수가 두 배 더 올라야 기존의 패턴이 된다
하지만 8월이 되면서 이 패턴은 더 난장판이 된다. 지수는 2,300까지 올랐지만 예탁금은 더 늘어 50조원대가 되었다. 3월의 갭 차이가 20조였다면 이제는 27조로 벌어진 셈. 동학개미운동이 한참 벌어졌던 시기가 바로 이때다. 1,500포인트일 때 예탁금이 15조 원가량이었고 2,000포인트일 때 20조 가량의 예탁금이 있었던 패턴을 보면 단순하게 생각해 50조 원의 예탁금은 지수가 5,000포인트 내외는 가야 그동안의 패턴과 같은 수준이 된다. 지수는 갑작스럽게 떨어지고 (폭락), 또 단기간에 갑작스럽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폭등) 지수만 놓고 보면 사실 큰 무리수를 두면서 움직인 건 아니었다. 속도가 빨라서 그렇지 그래도 움직이는 범위와 양을 보면 예탁금 쫓아가는 건 기존의 패턴과 다르지 않았다. 단 돈이 몰려도 너무 몰렸다. 지수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예탁금이 60조를 돌파하면서 주가는 2,400에서 2,500를 횡보하다 드디어 2,600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는 예탁금을 열심히 따라 잡기 위해 2,700에서 2,800으로 다시 2,900이 되면서 결국 3,000 삼천피를 찍게 된다. 이때 예탁금은 60조에서 더 늘지 않고 기다려줬다. 그래도 예탁금과 지수 포인트 간의 갭 차이는 27조에서 30조로 더 벌어졌다. 이후 2021년이 되고 예탁금은 말도 안 되는 포지션을 보이며 70조로 늘었다가 다음 달에 순식간에 50조로 떨어지는가 싶다 다시 70조로 늘어나는 식으로 큰돈이 오고 가는 형태를 보였다. 주가는 3,100포인트를 찍으며 횡보를 했고 예탁금은 10조 단위로 움직였다.
이후 주가 지수는 2021년 한해 3,300까지 올랐다가 3,000포인트가 깨지면서 2,900까지 주저앉았다. 예탁금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했지만 평균 60조 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2022년 새해가 되면서 예탁금은 다시 70조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1월 중순 폭락장이 재연되면서 지수는 2,900에서 2,700까지 밀렸고 예탁금 역시 이틀 만에 50조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주에 예탁금이 60조로 다시 늘면서 주가지수는 2,600까지 떨어지다 다시 2,700으로 회복했고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예탁금은 70조로 다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우리나라 주가 지수가 예탁금의 비중과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고 그 금액만큼 성장하고 있었다면 2,000포인트에는 예탁금이 20조 원대, 3,000포인트에는 30조 원대가 되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게 15년 이상 쭉 그렇게 패턴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예탁금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오른 패턴을 보면 이게 갭 차이가 적으면 2조, 많아야 5조였다. 1,5000포인트일 때 예탁금 변동폭이 커봐야 12조에서 17조 사이였다는 것이다.
사실상 HTS가 정착되고 주식시장과 주식투자가 보편화 되면서 예탁금 비율만큼 주식시장이 성장했다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예탁금이 지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다면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뜻이 되니 시장에 거품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지수와 예탁금 갭 차이가 많이 난 해에 지수가 예탁금보다 높게 나온 해는 여지없이 지수가 예탁금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거품이 빠지는 현상을 보였었다. 반면 지수보다 예탁금이 5조 이상 높다면 예탁금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지수가 당장은 아니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예탁금 수준까지 상승하는 걸 보여줬었다.
문제는 2020년, 2021년, 2022년 코로나 장에서는 이게 하나도 맞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들어와도 너무 급작스럽게 너무 많이 들어왔고 지수는 지수대로 오히려 떨어지면서 갭 차이를 키우다 나중에 상승 흐름에 올라탔지만 이 역시 너무 급하게 오르면서 체증 현상을 겪고 있다. 예탁금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아 기존 상식대로 따라잡으려면 우량주에서도 상한가가 일상적으로 터지고 주식 시장 전체가 미친 것처럼 폭죽을 날리며 대호황을 1년 이상 유지하지 않은 이상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가 지금이다.
예탁금이 늘었는데 지수는 왜 그대로인가
기존의 패턴을 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예탁금이 증가하면 지수도 증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2018년에는 예탁금 30조, 지수는 2,500이었다.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2018년까지는 역대 예탁금과 지수와의 상관도에 있어 크게 무리되지 않는 평균치 범위에 있었다. 그게 2019년 중국에서 전염병이 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수는 2,100까지 떨어진 반면 예탁금은 30조를 유지하게 되고 10조 가량 벌어지는 차이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이 패턴이 살짝 깨진 것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예탁금이 30조 대였다. 주가지수는 2,100이었다. 지수는 상대적으로 외부 변수에 의해 떨어졌지만 예탁금이 실제로 늘어나지 않고 2018년 수준의 예탁금에서 그대로 멈췄었기 때문에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예탁금이 늘어나지 않고 3년 가까이 유지가 된 상태라 지수가 500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원래 패턴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문제는 이후 2021년이 되면서 예탁금이 지수를 기다려주지 않고 말도 안되는 70조로 엄청 늘었다는 것이다. 이게 조금씩 늘면서 지수가 올라오기를 기다려주고 이끌고 가주면 3,000포인트를 넘어 4,000포인트를 가는 것이 당연한데 돈만 너무 많이 늘면서 그게 주식시장에서 호가 형성을 제대로 못하고 비싼 주식은 더 비싸게만 만들고 싼 주식은 더 싸게 만들어 예탁금과 지수가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탁금이 주식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장에 돈을 풀었다는 것이 확실하고 그 돈이 주식시장에 몰렸다는 건 확실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시장에 돈을 풀고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은 자금을 추경을 통해 풀었다고 알고는 있지만 체감하기 어려웠는데 예탁금 현황에서 이렇게 배로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정부가 푼 돈이 돌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예탁금이 그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예탁금이 이렇게 많이 잡혀 있는데 왜 주가는 횡보를 하고 힘을 못 받고 계속 예탁금 수위로 따라잡을 생각을 안 하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문제.
지수는 상장된 주식 종목들의 평균치를 말한다. 그 평균치는 각 종목들의 가격이다. 시가총액과 종목 수를 나누면 지수가 나온다. 결국 주식 종목 수가 늘어나면 (IPO) 지수는 영향을 받고 또한 시가총액이 늘면 지수가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된다. 종목 수가 큰 변동을 줄 정도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신규 상장되는 회사 수는 영향을 줄 만큼 많지 않으니) 결국 시세가 지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데 그 시세는 결국 개별 종목의 "호가" 집합체이기 때문에 호가가 높아져야 예탁금의 증가가 맞물려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식이 오르기 위해서는 누군가 사야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누군가는 팔아야 한다. 매매가 없다면 호가창이 무너지고 호가가 없다면 상승하기 어렵다. 보통은 아무도 매도를 안하면 주가가 오른다고 착각하지만 아침 주식장에 내 종목의 호가창에 매도세가 하나도 없다면 그 누구도 위 가격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은 홀딩이 될 수밖에 없다. 호가창에 누군가 매도를 걸어야 그걸 깨부수고 위로 올라가 호가가 형성이 되는 것이지 호가창에 매도가 제로 상태라면 주식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 주식이 오르려면 반드시 누군가 "팔아야" 한다. 내일 상한가가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아무도 팔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게시판에서 서로 주식을 팔지 말고 던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안 팔면 상한가는 못 간다. 누군가 상한가 가격에 매도를 걸고 팔아야 상한가가 간다. 상식적이지만 모두가 착각하는 것이 바로 주식 가격 형성이다.
집 값이 1억원일 때 동네 그 누구도 단 한 채의 매물도 내놓지 않고 안 팔면 동네 집 값은 영원히 1억 원이다. 호가가 높게 잡혀도 거래가 안되니 시세 형성이 안되고 공식 시세는 1억 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누군가 2억 원에 매물을 내놓고 그게 거래가 되면 호가와 시세는 동시에 2억 원으로 결정된다. 집 값은 사는 쪽이 승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파는 쪽이 정하는 것처럼 주식도 결국 사는 쪽이 아무리 많아도 파는 쪽이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그래서 이슈가 터졌을 때 주가가 급상승하는 종목을 보면 세력들이 잘 던진다. 잘 판다. 세력이라는 것이 많이 사고 크게 들어와 같은 편에서 매수를 해야 좋은 줄 알지만 세력은 매도를 잘해야 세력이다. 가격을 올리는 방법은 매도세와 매도의 양이 정하기 때문이다.
오스템의 횡령 직원이 벌였던 엔씨소프트의 3천억원 매수도 결국 손해를 보고 망한 것처럼 3천억 원을 동원해 사도 주가가 힘을 못 받고 떨어진 건 그 때문이다. 무려 3천억 원이라는 희대의 금액을 동원했음에도 100억 동원하는 세력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리 사봤자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걸 유례없이 증명한 꼴이 되었다. 영화 "작전"에서 술잔 돌리기 장면을 봤던 사람이라면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안다. 술잔이 돌아가면서 그걸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 술잔은 파는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술잔을 갖는 쪽이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술잔을 돌리는 쪽이 (파는 쪽) 리드한다는 걸 모른다. 거래량이 터지고 종목이 급상승하는 순간은 강한 매수세가 아니라 강한 매수세와 강한 매도세가 만나 가격을 끌어올렸을 때다. 술잔 돌리기를 할 때는 반드시 내가 준 걸 받아 줄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걸 다시 사고파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예탁금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호가가 받쳐주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해 지수 형성이 안되었다는 건 매수세에 비해 매도세가 미처 형성되지 못한 상태로 주가가 만들어졌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누구나 주식을 살 생각만 하지 팔 생각은 안하기 때문에 주식을 매집하고 모은 사람은 많아도 (일개미들) 정작 그걸 제 가격에 맞게 끌어올리면서 팔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격 형성은 생각대로 되지 않게 된다. 가격 형성 입장에서 보면 마구 사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호가를 정상적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매수세가 너무 강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주가는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고 횡보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사고파는 사람들의 비율이 적당한 수순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비율이 깨지면 정작 돈이 돌고 매수세가 강해도 주가는 못 오른다. 예탁금 증가 현상에 비해 주가가 힘을 못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블랙홀이 된 IPO 공모주
단군 이래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분할할 때부터 논란의 중심이자 화제 대상이었다. 청약금으로만 1 경이라는 돈이 몰렸다고 하니 할 말 다했다. 조 단위 공모 금액도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닌데 청약 대금으로만 1 경이 몰렸으니 사실 예탁금 70조 원대 올라 선 것이 놀랍지도 않을 수도 있겠다. 1경의 백분의 일인 100조도 안 되는 돈이 주식 예탁금이니 LG엔솔 살 돈을 예탁금으로 넣고 일반 주식을 했다면 우리나라 5,000포인트 찍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물론 세력이 주가를 올리는 것처럼 천천히 증가하면서 지수와 개별 종목 주가를 올리면서 투자자들과 그 자금이 리드를 한다면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저평가인 나라다. 존리 대표가 늘 같은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가 5,000포인트 되어도 사실 비싼 주식시장이라 할 수 없다. 그동안 워낙 코리안 디스카운트라는 이름 하에 말도 안 되는 싼 값에 주식들이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똥값 수준인 건 다르지 않다. 개별 종목마다 적정 주가를 산출하고 그 가격이 비싼지 싼 지를 알 수 있는데 한 국가의 주식시장도 똑같이 적정 지수를 알아낼 수 있다. 남북 전쟁 대치라는 군사적 문제와 양대 노총으로 인한 경직된 노동자 사회, 재벌 문화와 그에 따른 회계 불투명 (탈세와 승계) 문제 때문에 늘 시장 자체가 할인되어 제값을 못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우리나라가 디스카운트된 비율을 보면 3배 이상 덜 대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3천 포인트를 기준으로 하면 1만 포인트를 가도 본전이고 미래 국가 발전과 선진국 대열 합류, 국가 위상을 보면 1만 5천 포인트는 가야 세계 시장에 걸맞은 대한민국 위상이 정립된다고 본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너도 나도 주식시장에 몰리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많은 기업들이 공모 시장에 도전했다. 물론 그 전에 이미 계획이 잡혀 있었고 일정대로 진행한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 장에 대형주가 공모를 나서도 너무 많이 나서서 결국 판을 흐렸다. 더군다나 공모 신규주들은 지수 편입도 당장 안되고 지수에도 직간접적으로 당분간 영향을 크게 주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돈은 돈대로 빨아들이면서 지수를 끌어가는 리더 역할은 하지 못한다. 근데 그게 한 두 회사라면 몰라도 초대형주가 연이어 계속 나온다면 시장은 오히려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게임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SK바이오가 등장했을 때도 똑같다. 주식 투자를 경험한 새내기들조차 공모주에 대해 알고 공모주를 필수처럼 도전하는 상황이 되면서 주식 개별 종목에 들어가야 할 돈이 예탁금으로 빠지면서 대기 자금으로 묶여 버렸다. 돈은 확실히 들어왔는데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특정 종목이 상장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뜻이다. 이건 이미 여러 언론매체와 경제신문에서도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대형주도 아닌 초대형주가 너무 많이 너무 간격 없이 출몰하면서 시중 투자 자금을 흡수하게 되었는데 삼성전자 주식 처분해서 LG엔솔 사고 LG전자 주식 팔고 SK바이오에 투자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어 기존 주식은 떨어지거나 횡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정말 아주 큰 초대형주 공모는 1년에 1개만 해도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큰데 최근 공모주 열풍만 보더라도 대형 위주의 공모가 워낙 많아지면서 개별 종목의 목줄을 잡는 꼴이 되어 버렸다.
2022년 1월 시장만 보더라도 2021년 한 해 총 상승률을 2022년 1월 한 달치가 모두 잡아먹고 급락장을 만들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이 급락장을 만든 것에 LG엔솔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장담하긴 힘들다. LG엔솔이 1월 하순에 등장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돌아야 돈은 청약금으로 빠지고 청약에 실패한 돈은 자동으로 예탁금으로 빠지니 예탁금은 엄청 늘었어도 결국 회전하지 않는 자금이라 예탁금이 늘어도 지수를 끌어오진 못했다. 결국 예탁금에 비해 지수가 따라오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초대형 공모주의 연이은 등장 때문이다. 있던 종목도 처분하게 만들고 있던 종목을 더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종목은 홀딩이 될 수밖에 없고 신규 종목에 몰린 돈은 결국 청약이 마무리된 뒤에 예탁금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지수와 예탁금이 더 크게 벌어지는데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해외 주식의 증가
마지막으로 추론할 수 있는 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증가다. 우리나라는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해외 증권사를 직접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의 해외 투자를 위탁 중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해외 주식을 하려면 해외 증권사가 아닌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게 된다. 결국 해외 주식을 하려면 국내 증권사에 예탁금을 넣어야 한다. 당연히 계좌가 국내 계좌니 예탁금에 잡힐 것이고 주식은 해외 주식을 사니 국내 지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하필 해외 주식 투자 붐이 일어난 것도 코로나 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투자 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너도 나도 주식이라는 걸 해봐야겠다고 도전한 시기가 바로 코로나 장인데 이때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투자도 같이 해봐야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면서 해외주식도 많이 하게 된 것이 바로 이때다. 예탁금이 증가한 시기와 얼추 맞아 떨어진다.
정리
주식과 거리가 있던 일반인들의 급작스러운 유입이 예탁금과 지수의 괴리감을 형성한데 일조했고 대형 공모주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증시 자금을 빨아들여 기존 지수의 성장을 방해한 것 역시 괴리감을 형성한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해외주식 붐이 일면서 그 자금도 예탁금을 높게 잡히는데 한몫을 했는데 일반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유입된 것과 해외투자가 늘어난 것은 예탁금을 과도하게 높인 결과를 유도했고 대형 공모주는 반대쪽에서 지수 상승을 막는 작용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두 지표 간의 거리를 크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매일, 매월 ,매년 예탁금과 지수를 비교 분석할 수 있어 좋았는데 근래 3년치가 다 말아 먹어 지금은 정확성이 확 떨어졌다.
그래도 예탁금이 줄어들지 않고 상당량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 자체에 대한 호감은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당분간, 일시적, 혹은 단기간 혼란스러운 장이 일어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늘어난 예탁금 만큼 주가지수도 따라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예탁금이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면 주식투자가 확실한 재테크 수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제값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반도체의 삼성전자를 비롯, 자동차 산업의 현대자동차, 기아, 조선 산업과 건설기계 산업, 방위 산업, 우주 산업, 이차전지 산업 등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해외 선진 대열에 합류하는 확률이 증가할수록 증시도 더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 예탁금이 60조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배팅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흔히 말하는 세력, 시장조성자들이 가격을 리드하고 주가를 형성하면서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고 또 저가에 매수하는 포지션을 잡아 리밸런싱하는 (비중조절)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데 결국 그렇지 못한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 진단한다. 여기서 말하는 세력은 연기금, 기관, 외국인 등을 말한다. 수퍼개미나 왕개미들을 세력이라 하거나 카페나 리딩 방의 주체를 세력이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나는 그런 걸 세력으로 보진 않는다. 그래 봤자 일개미는 일개미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단일 금액으로 크게 배팅한 적이 거의 없는데 엔씨에서 3천억 원 쐈음에도 아무 효과도 못 낸 것처럼 세력은 돈만 많다고 해서 세력이라 부르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단기간에 뭘 하고 빠지지도 않는다. 세력은 그림(차트)을 만드는 화가들이지 돈으로 화력 자랑을 절대 하지 않는다. 존재 자체도 모를 이상한 나라의 세력 타령을 믿지 말고 기관과 외국인 포지션을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하는 것이 그나마 세력를 믿는다면 더 도움이 된다
작년에 뉴스를 꼼꼼히 봤다면 연기금 중 대표 주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한도가 꽉 차서 매도 포지션을 취해야 했었다는 걸 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 기관투자자들, 외국인도(사모펀드와 헤지펀드 포함) 마찬가지. 결국 주식시장과 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르면 예상치보다 높은 수익률과 그에 따른 비중 조절 문제로 당연히 리밸런싱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2020년 큰 수익을 본 이 세력들은 2021년에는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21년 장을 기대했지만 2021년 장은 세력들의 움직임대로 크게 상승세를 얻지는 못했다. 역시 주식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럼 올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 증시에는 3월 대선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크게 움직이기에는 제약이 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에 이렇다 할 분위기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년에 워낙 재미를 못 봤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는 세력 입장에서는 계속 시간을 허비하며 때를 기다릴 수 없다. 거기에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개별 종목들의 주가는 종목에 따라 저평가 구간에 들어간 것도 많아 재진입 하기 용이한 것도 꽤 많아졌다. 슬슬 움직여도 될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예탁금은 총알이기 때문에 거품이 없다. 반면 주가지수는 거품이 있다. 예탁금에 비해 지수가 높다면 거품이지만 지수에 비해 예탁금, 총알이 많다면 거품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시중 자금은 적은데 집 값만 높게 형성되어 있다면 당연히 거품이다. 주식도 마찬가지, 시중 자금이 적은데 지수만 높으면 거품이다. 그때마다 지수는 떨어졌고 그 떨어진 정도는 예탁금 비율만큼 조정이 되었다. 반면 시중 자금은 넉넉한데 집 시세가 해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고 작년 수준에서 바닥이라면 집 값이 더 떨어질 확률보다는 오를 확률이 높다. 바닥 다지기라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간보기 구간이라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이 "주식 사 모으기" 딱 좋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물론 종목을 잘 골라야 하고 (저평가 + 우량주 + 이벤트 이슈주) 대선 상황에 따른 정책도 잘 살펴봐야 하겠지만 작년보다는 먹을 것이 더 많다는 건 확실하다. 올해는 횡보를 거듭하다 여름에 반짝 움직임을 줄 것이고 그때 상승 추세가 보이면 연말에는 3,500 정도는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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