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도 잘 모르고 식당 주인도 잘 모르는 깨알박사의 음식 탐구생활
오늘은 많이 쓰면서도 정확하게 실체를 모르는 것에 대해 탐구해보자. 식당을 40년 하고 50년을 했어도 모르는 식당 주인이 90%, 엄마 아빠한테 물어보면 모를 확률이 99%인 국과 찌개 그리고 전골과 탕의 구분, 김치국과 김치찌개, 김치전골이 각각 존재하는데 무엇을 보고 김치국이라 하고 김치찌개라고 하고 김치전골이라고 표현할까?
어떤 사람은 심심하게 만든 것이 국이고 조금 짜고 맵게 만들면 찌개, 잡탕으로 만들면 전골이라고 하는 식당 주인분의 대답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조리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기 때문이고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서도 구분짓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을 확연하게 구분짓기 어려울 때가 많다. 위에 언급한 김치국과 김치찌개, 김치전골처럼 같은 재료이고 조리법도 비슷하지만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처럼 뭔가 획일적인 구분법이 존재할 것이다.
일단 밥에는 찬이라는 녀석이 필요한데 그 찬을 우리는 반찬이라고 부른다. 밥만 먹을 수 없고 찬만 먹을 수 없는데 국은 찬으로 보지 않는다. 가끔 보면 국 없이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국을 잘 안 먹거나 국을 안 차리는 집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항상 국을 함께 먹은 집의 사람들은 국을 떼어 놓고 밥상을 연상하기 힘든 법이다. 국은 밥과 같은 개념으로 이런 사람들은 밥 없이 반찬만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국의 특징은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찌개와 전골과 달리 국은 밥의 개념으로 밥과 뭉칠 수 있다. 소고기국밥, 돼지국밥처럼 국으로 된 음식은 깍두기 등의 반찬이 나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밥 그 자체 만으로도 하나의 요리가 된다. 찌개는 밥이 없으면 찌개로서 능력을 발휘 할 수 없기 때문에 밥 없는 찌개 그 자체는 완성된 요리로 보지 않는 것과 같다. 국도 밥이 필요하지만 국에 밥을, 밥에 국을 넣어 국밥으로 먹으면 밥을 먹는 것인지 국을 먹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반대로 찌개에는 밥을 말아 먹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드는 게 탕인데 소고기 국밥과 같은 설렁탕은 설렁국 보다는 탕이라고 부른다. 탕은 한자어로서 우리말 국과 같은 말이다. 설렁탕이나 국밥이나 같은 개념인 것도 그 이유다. 해장국, 해장탕, 갈비탕, 소고기국, 곰국, 설렁탕 등은 우리말로 국이냐 한자어로 탕이냐의 차이다. 그럼에도 탕이라고 따로 부르는 건 탕은 보약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탕은 같은 국요리(국물요리)이면서도 국 보다는 재료가 특이하고 별미이면서 고급스러운 어감을 가지고 있다. 쌍화차와 쌍화탕의 개념에서도 쌍화차는 차지만 쌍화탕은 보약인 것처럼 말이다. 국의 고급 표현으로, 국은 서민적이기 때문에 같은 재료로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국 보다는 탕이 더 고급스럽다. 곰국으로 부르면 서민적이고 곰탕이라고 부르면 보양식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조리법이나 어휘에 따른 구별법이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먹는 방법이다. 먹는 방법에 따라 나누면 그 구별이 쉽고 판별하기도 쉽다. ( )괄호안에 있는 내용은 개념의 핵심
[국]
국은 개인이 전용으로 먹는 국물 요리로 타인과 함께 먹지 않는다. 개인 그릇에 전용 국을 따로 내어 먹으며 여럿이 먹을 때는 각자가 각자의 국을 가지고 먹는다. 밥과 따로 먹기도 하지만 밥에 섞어서 먹기도 한다. 밥과 동일시 하는 개념이 강하다. (식사하는 사람이 혼자 먹게 끔 개인 그릇에 담아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찌개]
찌개는 여럿이 함께 먹는 국물 요리로 타인과 함께 먹는다. 개인 그릇이 없고 찌개 그릇 하나를 두고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국보다는 재료가 많고 향신료(조미료)가 더 많이 들어간다. 국과 달리 반찬의 개념에 속한다. (식사하는 사람이 다 같이 찌개 하나를 중앙에 두고 먹으며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탕]
국과 같은 개념으로 한자로 탕, 한글로 국이라는 차이점만 있다. 국의 고급 표현으로 궁중에서 전래된 국물 요리가 탕이기 때문에 고급 국물 요리로 인식한다. 곰탕, 삼계탕, 해신탕, 설렁탕 등의 국물 요리 자체가 보양식의 개념도 가지고 있어 별식으로 본다. 한자어와 우리말의 차이점이기 때문에 국과 같이 개인이 개인 전용 그릇으로 먹는다. 다만 시대발전에 따라 보양식의 개념이 더 커지면서 여럿이 함께 나뉘어 먹는 찌개의 개념도 가지고 있어 찌개처럼 같이 탕 하나를 두고 먹기도 한다. (식사하는 사람이 혼자 먹게 끔 개인 그릇에 담아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보양식)
[전골]
찌개와 비슷하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조리법이다. 찌개와의 공통점은 여럿이 함께 하나를 두고 먹는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찌개는 조리가 완성된 상태에서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방식이라면 전골은 주방에서 재료만 준비하고 밥상에서 데워 먹는 음식을 말한다. 즉 조리가 된 국물 요리는 찌개이고 조리가 안된 생물 상태의 국물 요리는 전골이다. 전골 요리의 특징은 조리가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리를 위해서 반드시 불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료 본연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조리 과정도 볼 수 있으나 그만큼 바로 먹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국(탕)과 찌개, 전골의 차이점은 조리법과 먹는 방법에 따라 구별한다. 혼자 먹는건 "국"과 "탕"이며 밥이 주식일 때 별식 이면서 보양식이면 탕, 부식의 개념이면 국이다. 여럿이 같이 함께 먹으면 찌개와 전골로 보는데 조리가 완성되어 나오면 찌개, 조리가 안된 상태로 나와서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하면 전골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김치국은 주방에서 만들어져 혼자 먹는 것이고 김치찌개는 주방에서 만들어져 같이 먹는 것이고 김치 전골은 주방이 아닌 밥상에서 직접 끓여서 여럿이 함께 먹어야 한다. 김치탕은 보양식, 별식이 아니라서 김치탕은 없다. 국은 반찬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밥과 국외에 반찬이 꼭 필요하고 찌개는 반찬이기 때문에 별도의 찬 없이도 밥과 찌개만 먹기도 한다. 전골 집은 당연히 테이블에 불판이 셋팅되기 마련이다.
국과 찌개는 주방에서 조리가 완성된 체로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고 혼자 먹느냐 여럿이 같이 먹느냐의 차이점이, 찌깨와 전골은 여럿이 같이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주방에서 조리가 되어 나오느냐 조리가 안되어 직접 데워 먹어야 하느냐의 차이점이 있다. 위생이랍시고 찌개에 숟가락 같이 넣어 먹기 싫다고 그릇째 따로 담는 경우가 있는데 찌개 답지 못한 행위다 ^^;;
그럴 땐 찌개는 그대로 가운데 두고 찌개에 국자 하나 놓고 국자로 작은 그릇에 담아 먹도로 하는 게 낫다. 그것이 찌개에 대한 예의다. 찌개를 국처럼 대접하면 찌개가 서운해 할 뿐더러 찌개 녀석의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찌개인가? 국인가? 하고 말이다. 이제 차이점을 확연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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