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로스엔젤레스를 대한민국 나성특별시로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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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LA 로스엔젤레스를 대한민국 나성특별시로 부르는 이유

by 깨알석사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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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서부 태평양의 관문 로스앤젤레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와이 다음으로 꼽는 관광지 역시 바로 이곳 미국 LA 도시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전 세계 한인촌 (코리아타운) 중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다. 흔히 코리아타운이라고 부르면 세계 곳곳에 있는 한인촌을 의미하지만 대부분 주어 없이 그냥 코리아타운이라고 말하면 이곳 LA 코리아타운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한인촌의 꼭지에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이곳 로스앤젤레스 한인촌은 그 규모와 역사를 대변하듯 영어를 못해도 한국인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또 미국에 살지만 한국 문화와 한국인만 보고 지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한국 사람이 몰려 사는 곳 중 대표적인 한인촌으로 대표된다.

그런 로스앤젤레스를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을 대한민국 나성특별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금 세대는 LA를 두고 한국인들이 나성특별시라는 별명으로 불렀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과거 80~90년대에는 이곳 LA 한인촌, 코리아타운을 나성특별시라 불렀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특별시만큼 미국에 있는 한인들 (한국인들)이 한국의 수도라 생각할 정도로 번창시키고 발전하여 만든 한국 마을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애칭인 것이다. 다만 나성이라는 지역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고 나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도 즐겨 쓰는 말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 지금은 LA, 혹은 LA 코리아타운을 두고 나성특별시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노래 제목과 가사로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추억할 뿐이다.

우리 가요에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는 가요가 있다. 70년대 나온 꽤 오래된 노래지만 지금도 가요 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또 리메이크되면서 불려지기 때문에 요즘 세대에게 그렇게 낯선 노래는 아니다. 특히나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레트로 감성에 젖어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텔레비전에서 불러 보여주기 때문에 요즘 세대들도 의외로 이 노래를 아는 경우는 많다. 무엇보다 2014년 개봉한 "수상한 그녀"와 2022년 개봉한 "서울대작전" 영화에서도 OST로 등장한 바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자주 노출되는 곡이 바로 이 노래다. 

이 노래는 이별을 노래하는 곡이지만 나성이라는 곳 자체가 LA 이민과 맞물려 가족 이별, 고향 이별을 뜻하기도 해서 이민 가족을 둔 사람이나 외국으로 떠난 연인이 있다면 아는 경우도 꽤 있다. 이별음 담은 노래지만 가사가 예쁘면서도 애처롭기에 보고 싶은 님을 그리워하며 부르기에 제격인 노래이기도 하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줘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사랑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하며는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꺼야 어디를 가도 반짝 거릴텐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사랑
안녕 안녕 내사랑
안녕 안녕 내사랑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LA를 나성이라고 불렀던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LA를 한자어로 음역해 한자어 지명으로 따로 불렀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미국 지역명에 대해 우리가 낯선 것도 있고 발음도 쉽지 않을뿐더러 (영어 자체가 익숙지 않던 시절이니) 다른 한자권 나라에서 한자어로 음역해 사용하는 지역명이 먼저 있는 경우 우리는 대체로 따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교류를 하는 주변 이웃이 어딘가를 먼저 다녀왔는데 거기를 나성이라 불렀다면 잘 모르는 우리는 따라서 그곳을 나성이라 부르게 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음역이라는 건 중국어(한자)를 빌려  부르는 걸 말하는데 한자로 번역해 쓰면 음역(뤄셩즈리), 그 한자어를 빌려 쓰면 가차(나성지리), 자국어로 번역해 쓰면 음차라(로스앤젤레스) 한다.

중국에서는 LA를 일찍이 한글 한자 발음으로 나성지리라 하여 음역해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이 먼저 쓴 지역명을 따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가차를 하지 말고 한글로 음차 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19세기 초 한글이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쓰인 게 아니고 일제강점기 조선어 탄압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한글로 음차 하는 경우보다는 한자를 쓰는 중국, 일본 문화에 더 익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감안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으로 넘어간 중국인들은 이곳 로스앤젤레스(LA)를 뤄셩즈리로 (우리 발음으로 나성지리) 불렀다. 중국은 지금도 웬만한 외래어는 그대로 쓰지 않고 자기들 발음에 맞춰 한자어로 바꿔 부르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음이 되지 않거나 표기 자체를 할 수 없어서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구글". 중국 발음에는 영어 GOO와 GLE 발음이 중국 발음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르게 부른다. (구거라 부름) 중국어 자체가 외래어를 최대한 가깝게 발음해도 우리와 달리 발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래어를 아무리 원어에 가깝게 표기해도 그 발음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starcraft 게임을 표현할 때 영문 그대로 읽거나 한글로 음차해 쓰면 '스타크래프트'라는 원음에 가까운 말이 가능하지만 중국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성제쟁패(星际争霸)라는 중국어로 표기하고 발음하는데 (싱하충파) 최대한 음역을 하는 경우에도 발음이 원음과 가깝지 않기 때문에 영어 발음에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앤젤레스라는 단어를 중국인들이 쓴다면 어떻게 될까. 갑갑했을 것이다. 당연히 뤄셩즈리 같은 중국식 지역명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같은 한자권인 우리는 중국인들이 부르는 뤄셩즈리(LA)를 보고 우리 한자 발음으로 바꿔 나성지리로 부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자 표기는 그대로 따라도 중국 발음까지 그대로 따르는 건 아니라서 우리만의 한자 발음이 따로 있다. 보통 한국 한자음이라 부른다. 우리도 한자를 쓰기 때문에 중국 한자나 일본 한자를 보고 그들 발음과 동일하게 쓰지 않는데 한국 한자음이 존재하기에 한자가 같다면 우리가 발음하는 식으로 우리도 한국 한자음을 쓴다. 일본 한자음과 중국 한자음이 모두 다른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조금 더 줄여 앞 두 글자 나성만 따로 떼어 부르게 된 것.

캘리포니아주를 가주(加州)라고 표기하는 것도 중국어 음역에서 비롯된 지역명이다. LA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역시 최대한 캘리포니아주 이름의 발음에 가깝게 중국인들은 가리복니아주로 표현한 것인데 우리는 이를 보고 가주라 하여 줄여 썼다. 그래서 예전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면 "남가주" 대표로 출전하는 미녀들이 항상 있었는데 여기의 남가주가 바로 남쪽 캘리포니아를 의미하며 국외 출전자 중 LA 한인촌을 대표해 출전하는 경우 LA가 남쪽 캘리포니아에 있었기 때문에 남가주 대표로 표기하고 불렀었다. 남가주에 상응하는 북가주도 있었으나 LA 도시가 남가주에만 있고 북쪽은 그냥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북가주는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진 않았으나 간혹 북가주를 대표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가주로 나오면 LA를 대표해 나온 것이고 북가주로 나오면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해 미녀 대표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성과 함께 남가주라는 명칭도 지금까지 한인 교회에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당시 미국 남가주 명칭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TV에서 본 사람이라면 남가주 명칭에 대해 알고 있으나 한자 대신 영어 표기가 점차 증가하면서 현재는 잘 쓰이지 않고 한자 세대 역시 줄어들면서 영어를 쓰는 세대가 늘어남으로 인해 현재는 알파벳 영어 그대로 쓰거나 한글로 음차해 그냥 LA,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 등으로 부른다. 즉 60~70년대에는 LA를 나성이라 불렀다면 80~90년대에는 남가주로 불렀었고 2000년 이후에는 LA 그대로 부른다는 것이다.

 

참고로 LA라서 "라"가 아니고 나성의 원래 뜻대로 수도에서 가장 먼 바깥 도성(외성)이라서 나성이라 부른 것도 아니다. 중국인(차이나타운)들이 LA를 나성지리로 불렀기에 한자를 쓰는 한인들도 한자 표기를 수용해 한인촌(코리아타운)에서도 나성이라 불렀던 것이지 LA의 약자 표기를 보고 LA(라)에 도성과 외곽 지역을 뜻하는 "성"을 붙인 게 아니기 때문에 LA 약칭과는 상관이 없다. (나성의 뜻과 유래를 모르면 혹하기 쉽다) 물론 중국인들이 뤄셩즈리로 처음 부를 때 그 "뤄"의 첫 글자가 LA의 "라" 발음을 보고 따라 지은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유래가 되지만 중국인들은 LA가 아닌 로스앤젤레스라는 긴 단어를 보고 만든 것이 뤄셩즈리이기 때문에 그것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 LA로 부르지만 우리도 예전에는 로스앤젤레스라고 꼬박꼬박 불렀다)

지금은 예전보다 영어를 비롯 다른 국가 언어 발음에 익숙해서 그냥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1달러를 1불로 부르는 경우가 아직도 흔한 것처럼 영어에 익숙지 않아 한자로 대체해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성과 남가주와 달리 달러의 다른 표현인 "불"은 중국인들이 "1달러"를 "1불"로 불러서 우리도 "불"로 음역해 가차한 말이 아니라 우리가 달러 표시를 보고 "불 화"자와 비슷해 우리 스스로가 우리 한자음을 갖고 "불"로 쓴 것이라 한자음역어이긴 해도 중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나성과 남가주와 다른 포지션을 갖고 있다. 중국어에 기반한 한자 음역어가 아닌 한국 한자음에 기반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남가주와 나성은 잊혀진 말이지만 불은 여전히 교민 사회는 물론 한국 내에서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어쩌면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돈"의 화폐 단위이기에 입에 붙은 걸 쉽게 놓치 못해서 살아 남은 것일지도.

물론 달러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달러라는 단어만 들었으니 "불"에 대한 개념을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달러 사용 경험이 드문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무조건 "달러"라고 말하고 쓴다. 반대로 달러 사용이 익숙하거나 미국 교민사회를 접한 경우에는 달러라는 표현 대신 1불, 10불 표현이 더 쉽게 나온다. 이것은 교민 사회에서도 여전히 잘 쓰이는 한국 한자음 표현이기 때문에 한자 세대가 아니어도 한자음과 상관없는 그냥 화폐 단위 인식이 강해 미국 교포 사회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 예상된다.

여전히 많이 쓰이는 한자 음역어

과거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외국의 인명이나 지명 등을 한자로 "가차"로 표기하는 일이 많았다. 대체로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과 중국이 자신들이 쓰는 한자로 영어 표현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는 이들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일본과 중국에서 한자로 표기하거나 대체된 단어가 있으면 그대로 우리식 한자로 발음해 따라 부른 경우가 많다. 프랑스를 불란서, 도이칠란트를 독일, 잉글랜드를 영국, USA 아메리카를 미합중국, 미주, 북미 혹은 미국 등 영어식 표현들을 지금까지도 일상에서 우리식 한자로 가차해 부른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잉글리시를 우리는 여전히 잉글리시라는 표현보다 영어라는(영어학원, 영어공부)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성이라는 단어를 보고 옛말. 어르신들이나 쓰던 꼰대어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그런 식이면 지금도 음역해 쓰는 말인 영국, 영어, 미국, 호주, 이태리라는 단어도 똑같이 꼰대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외 한자음역어로 쓰이는 말들을 보면 이탈리아=이태리, 유럽=구라파, 몽골=몽고, 베를린=백림(동베를린=동백림), 스페인=서반아, 아시아=아세아, 네덜란드=화란, 그리스도=기독, 소비에트연방=소련, 유대인=유태인, 클럽=구락부, 임파선=림프선, 캐나다=가나다, 타이=태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디아=인도, 토마스=도마(도마안중근세례명), 스코필드=석호필, 조셉=요섭 등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 타이, 타이랜드도 병행되어 쓰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태국, 태국여행이라는 표현을 더 쓰는 것처럼 한자 음역어는 필요에 의해 사라지거나 잊힐 뿐, 한자 음역어라서 한글과 한국어 사용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그 자체로 소멸되는 건 아니다.

이태리타월과 불란서제향수 

불란서나 독일, 구락부 등의 사례를 들어 일본이 만든 일본식 한자라 잔재어라 하는 경우도 있다. 청산해야 하는 단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발상이다. 이는 일본식 한자가 아닌 한국 한자음으로 우리가 선택해 부른 것이기 때문에 주입된 일본어가 아니라서 잔재어가 아니다. 음역어일 뿐이다. 강제로 주입된 일본의 문화가 아닌 일본이 부르는 걸 다시 우리 식대로 발음해 부른 것이라 의미가 다르다. 미국 역시 일본에서 쓰이던 말을 우리가 받아들인 경우인데 쌀미자를 쓰는 일본과 달리 아름다울 미를 써서 미국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 같은 한자권이라 우리가 다시 가차했을 뿐 억지로 쓰라 주입된 말이 아니다.

한자 음역어는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자를 사용하는 한자 문화권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며 필요에 의해 다른 한자권 나라에서 들어오기도 하지만 자국 내 한자음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본 역시 한자를 쓰고 있고 지금도 쓰기 때문에 한자 음역어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우리는 그걸 그대로 쓰거나 강제로 주입되어 사용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잔재어와 상관이 없다. 과거 질 좋기로 소문난 외국 제품 중 미제, 일제를 최상으로 꼽기도 했는데 이런 표현과 말 자체도 한국식 음역어이거나 한국 한자음에 기반한 것들이기 때문에 또 다른 한국어일 뿐 배척의 대상이 될 순 없다.

한국 한자음과 한글

음역어은 한자를 이용해 외국어 음을 표현한 말일뿐이다. 결론적으로 한자로 쓸 수 있고 한자대로 읽고 발음할 수 있으면 음역어라 할 수 있고 한자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어이거나 한자가 없는 단어라면 음역어가 아니다. 이때는 원음 그대로 쓰거나 외국어 표기 방식, 외래어 표기 및 발음 규정에 따라 말하고 부르고 쓰면 된다. 반면 중국식, 일본식, 한국식, 동남아식 등 각국 한자 발음에 기초해 한자음을 내어 만든 단어라면 음역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이미 많이 사용된다면 그걸 우선적으로 쓰는 게 맞다. 한자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중국어 한자음과 한국어 한자음은 다르며 음역어 역시 다르다. 한자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지만 그것이 곧 중국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치면 일본어도 중국어다) 한자 사용과 기반이 여전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한자음 사용을 완전 무시할 순 없다.

최근에는 음역어 사용이 줄고 외국어 그대로 표기하거나 발음하는 경우가 많으면서 영어 사용이 한자 사용을 압도하기 때문에 오히려 원음 사용이 늘지만 편의에 따라 한자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쓰임새로 사용되고 있다면 굳이 원음(외국어)을 고집할 이유 없이 한국 한자음을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좋은 선택이 된다. 중국이 그런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이해하고 쉽게 발음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똑같이 한국 한자음을 갖고 음역 할 때가 있기에 외국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아예 음역어에 없는 단어라면 외국어(영어 등) 표현 그대로 사용하는 게 맞지만 기존에 우리가 쓰던 음역어가 있다면 그걸 먼저 쓰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외래어 남발만 늘 뿐이다.

한자를 우선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한자를 기반으로 한 말이 한국어의 70%에 해당하는 만큼 한국어 사용에 있어 영어 표현보다는 한자나 우리말 표현에 기반한 것이 조금 더 낫다는 뜻이다. 한자를 외국어로 보지 않는 건 지금도 똑같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국명을 두고 미국이라는 음역어를 잘 쓰고 있는데 USA라고 부르거나 US아메리카로 굳이 따로 지칭하자고 주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합중국 같은 표현은 오히려 에바에 가깝고 미국이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 걸 굳이 한자를 더 동원해 구체적으로 표현한답시고 미합중국이 맞다며 이렇게 불러야 한다는 건 한자 지식 자랑에 지나지 않을 뿐 도리어 합리적이라 할 순 없다. 애초에 음역어는 부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편리하게 발음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점점 더 원음과 원문 사용이 늘어나면 우리만 쓰는 "미국"이라는 음역어 같은 것도 무조건 고수하거나 유지할 이유는 마찬가지로 없다. 음역어의 취지가 편리에 의한 필요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그것의 목적이 맞다면 다른 이름(원음)으로 바뀌어도 목적은 같기 때문에 차이가 없어 그때는 굳이 한자 음역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동양권이어도 중국이나 일본 역시 발음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표기는 그대로 따르되 다르게 부르는 방식을 택하거나 우리도 읽고 부를 수 있는 원래 한자로 표기가 되어 있어 한국 한자로 그냥 읽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을 북경으로 도쿄를 동경으로 부르는 것들이 대표적인데 이건 가차 해서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한국 한자로 읽고 부르게 된 것들이다. 참고로 차이나(중국), 재팬(일본), 코리아(한국)의 경우 발음의 문제와 상관없이 원래부터 쭉 우리가 그렇게 불렀기에 중국인이 자신의 국적을 차이나라고 해도, 일본인이 자신의 국적을 재팬이라 해도 우리는 그냥 한자 표기 방식으로 만들어진 중국, 일본이라 부른다. 일본은 일본 한자음으로 니혼이라 발음하는데 우리는 한국 한자음으로 부르기 때문에 니혼이 아닌 그냥 일본이다. 중국은 중국 스스로를 중궈, 일본은 중국을 지나(시나)라 부르지만 우리는 중국이라 부르는 것도 일본 한자를 음역한 것이 아닌 한국 한자로 그냥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는 다르다.

중국은 외국어를 두고 거의 대부분 음역해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한자로 바꿔 부르기) 엉뚱하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부터 바로 따라 가차하거나 음차 하진 않는다. 한국 한자 발음인 나성과 남가주도 그래서 중국 음역어와 다르게 쓰이고 표현된 이유다. 중국어 기반 음역어는 발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우리도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원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려 음역하나 일본어 특성상 이들도 발음을 그대로 따라 부르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과 마찬가지로 다르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에서 이중음차 오류가 나는 것도 그런 이유. 한자 음역 과정에서 어떤 경우든 일본어가 중간에 들어가 우리에게 넘어오게 되면 원음을 알아차리기 힘들어지는 것인데 음차를 여러 번 거치는 과정에서 발음까지 다른 일본어가 개입되는 경우 이런 오류가 쉽게 생긴다. 동화 파랑새의 틸틸과 미틸이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왔을 때 치르치르와 미치르로 음차 된 것이 대표적. 치르치르와 미치르만 보면 틸틸과 미틸 원음을 알기 어렵다.

한국은 한글 자체가 소리 문자이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고 쓸 수 있어 원음에 가깝게 음차해 쓰거나 외국어 그대로 외래어로 쓰기 때문에 한자로 음역해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거나 없는 추세다. 한자 세대가 아니면 음역 해서 쓰는 경우는 없고 앞으로는 한자음을 사용해 음역 하는 경우의 수는 이미 다 나온 상태라 새로운 신조어라 해도 그걸 굳이 한자로 음역 할 이유는 없다. 고로 앞으로 남은 한자 음역어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잊히거나 소멸될 뿐이다. 그러나 그것에 크게 연연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몰라서 음을 빌려 썼을 뿐, 이제는 음을 빌려 쓸 이유도 없고 한글로 음차 하면 될뿐더러 원래 고유어가 갖는 명칭을 음역 하거나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불러주는 게 맞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음역어는 줄어들면 줄어들지 더 늘어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말과 단어가 있었다는 걸 기록, 기억하는 수준에서 의미를 두는 게 맞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최상위권 명문 종합 연구중심대학.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대학이며, 약자인 USC로 주로 표기. 과거 80년대에는 한국에서 한자음인 남가주(南加州) 대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한국에서도 80~90년대에는 한국에서 이 대학을 남가주대학으로 불렀으나 교포 세계에서도 한자 세대가 줄어들고 영어 세대가 늘면서 현재는 영문 그대로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으로 부르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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