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짬뽕, 짬짜면 이야기

중화요리의 중심은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 사람들이 먹는 중국요리가 세상 밖으로 전달되면서 유태인과 쌍벽을 이루는 화교인들이 세계에서 퓨전화 하여 퍼트린 형태가 오늘날의 중화요리들이다. 중국요리에서 화교는 절대 빠질 수 없다. 화교들은 타지(해외포함)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 새로운 터전을 만들 때 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는다. 대표적인 3가지는 이발(칼과 가위), 요리(주방), 그리고 제봉 (칼과 가위)

해외에 있는 이민자들 세계도 비슷하다 중국계 화교인들은 3가지 업종에 주로 종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징 없이 주로 서비스업이나 물류산업에 종사하는 걸 알 수 있다. 수퍼마켓이나 세탁소 등이다. 미국에 있든 유럽에 있든 대체로 화교들은 3가지 업으로 진출을 먼저하고 그 안에서 성장한다. 세계인들의 생활수준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면서 3가지 업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음식, 그래서 화교들도 이제는 요리계통에 쏠려 있는 편이다. 화교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중국 국적을 그대로 보유한 체로 해외에서 거주하며 사는 이민자들로 그 나라에 귀화하지 않고 중국 국적으로 살기에 외국인 신분으로 산다. 물론 단순하게 나누었을 때가 그런 것이고 보통은 중국 본토에서 벗어나 사는 중국인들을 말하기에 귀화하고 나서도 화교라는 건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화교가 꽤 많은데 화교는 귀화하지 않은 체 사는 경우가 많고 학교도 화교인들만 다니는 별도의 학교에서 초중고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짜장면은 중국풍의 우리나라 요리다. 중국 고향의 음식을 본 떠 새로운 음식으로서 우리나라에 있는 화교가 만들었기에 우리나라 음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본토 중국에는 똑같은 짜장면이 존재하지 않고 근본이 같은 원래 춘면만이 있을 뿐이다. 김치 파스타라는 게 특정 국가에서 교포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것이 오랜 역사 이후 그 나라 국민의 99%가 먹는 상황이라면 김치라는 기준에서 한국음식으로 들어가지만 한국에는 전혀 없는 음식인 것처럼 (역수입 말고 전통음식으로서)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개발되어 정착되면 그 나라의 국민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짜장면과 대적을 이루는 짬뽕 역시 화교의 작품이다. 짜장면과 짬뽕에서 재미있는 건 짜장면은 한국의 화교가 만들어 보급했고 짬뽕은 일본의 화교가 만들어 보급한 것으로 그 뿌리는 당연히 중국이다. 일본에 있는 화교가 일본의 우동과 결합해 만든 짬뽕이 한국의 화교에게 전해져 한국에서의 화교가 다시 더 보태어 빨간 국물의 짬뽕 (일본은 하얀국물) 이 또 다시 만들어지게 된다.

짜장면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화교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것이 일본 지역의 화교에 전해져 일본 화교들도 짜장면을 취급하게 된다. 다만 일본 음식이 우리쪽으로는 많이 오듯이 (기술이나 과학도 일본에서 전수받는 게 많은 것처럼) 우리쪽에서 가는 건 많지 않다. 짜장면도 그래서 아주 특정한 지역에 한정되어 일부 업소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짜장면을 사실상 찾아보기는 어렵고 화교가 실제로 운영하는 집 중 수소문을 해야 먹을 수 있다.

짬뽕은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우리 입맛 때문에 완전히 일본 화교의 짬뽕과 다르게 변화했지만 짜장면은 우리나 일본이나 단맛을 좋아하기에 일본에서 파는 짜장면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우리나라 짜장면과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단무지(다꽝) 종주국인 일본에서는 짜장면에 다꽝을 주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짜장면과 짬뽕의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는 소속이다. 짜장면이라는 이름이나 메뉴의 구성요소는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춘면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단지 맛에 차이를 조금 두었을 뿐이다. 반면 짬뽕은 이름 자체가 중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일본에서도 찬폰~(짠뽄)으로 우리와 똑같이 말한다. 짜장면은 중국 음식을 본 떠서 화교가 기본 중국음식에 새로운 한국맛을 더한 것이라면 짬뽕은 중국요리 기술로 중국인이 만든 일본음식일 뿐이다. 짬뽕도 물론 중국에 있는 음식과 전통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으나 국수라는 큰 틀에서 국물로 된 면요리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모두 이미 가지고 있고 비슷한 개념이기에 짜장면과 달리 짬뽕은 중국에 100% 뿌리가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물론 일본의 화교가 만든 것이니 당연히 중국음식에 기반을 두었겠지만 애초에 일본사람들을 위해 만든 우동으로, 일본의 전통 우동을 상대하기 위해 중국식으로 만든 우동이 짬뽕이라 중국식의 형태만 따랐을 뿐 중국요리 자체를 특정해서 카피한 음식은 아니다. 다르게 말해 짜장면은 중국 본토의 음식을 한국 화교가 본 떠 카피한 후 첨가한 것이고 짬뽕은 일본 화교가 화교 스타일(중국식)로 우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화교 스타일을 구성하는데 있어 참고했거나 참고할 만한 중국 면요리가 있어야 하기에 그 범위안에서는 본토에 기반을 둔 음식이라는 부분에서만큼은 중국요리가 된다.

짜장면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 해도 역사와 함께 한 음식으로 중국 본토를 거쳐 홍콩과 대만 화교에서 우리나라 화교로 연결점이 이어지다가 한국인들에게 소개되면서 국민 음식이 된 것이고 짬뽕은 중국 본토를 거쳐 일본 화교를 통해 다시 우리나라 화교로 연결점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여러나라의 음식문화가 섞인 탄생 자체가 퓨전문화의 복합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중국 본토인, 홍콩/대만 화교, 일본 화교, 한국 화교들의 여러 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요리와 문화에 우리나라 사람 입맛까지 첨가되면서 문화까지 섞이게 되는데 그 결과로 중화요리를 시키면 중국 본토에서나 다른 나라의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게 된다.

중화요리를 시키면 중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니고 우리나라식도 아닌 세 나라가 섞인 문화로 중화요리가 나오게 되는데 그래서 메뉴에 따른 기본 제공 주식과 부식, 찬들이 뒤섞여 있게 된다. 짬뽕(중국/일본) 짜장면(중국/한국), 단무지(일본), 생양파(중국), 춘장(중국), 김치(한국), 고추가루(한국), 간장소스(일본) 중국 본토인이 봐도 황당한 메뉴 구성이고 일본인이 봐도 황당한 중화요리 구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여기는 중국요리 기본 스타일이지만...

짜장면에 고추가루를 넣고 김치와 함께 먹거나 짬뽕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세 나라를 거치면서 생긴 퓨전 문화로 우리 것도 아니고 남의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짬뽕 문화다. 

예전에는 간짜장이 아니어도 계란후라이가 있었는데 수도권에서는 이제 보기 어렵다

나 역시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에 짜장면을 먹었던 세대이기는 하지만 약간 걸친 세대라 중국집은 초딩 시절, 중딩 이후에는 갈비집에 가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푸드점, 혹은 피자로 파티를 하기도 해서 구세대, 신세대를 다 경험했다. 물론 부모세대와 큰 차이가 있다면 이사가는 날, 특별한 날에 짜장면을 주로 접하던 부모세대와 달리 난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주로 즐겼다는 차이가 있는데 내 윗 세대는 짜장면=특별한 날의 인식이 있다면 나에겐 짜장면=당구장이라는 인식이 있을 뿐이다. 

 중국풍 요리의 최정점이자 한국 음식 문화를 제대로 표현한 대표 산물은 역시 짬짜면이라 할 수 있다

 짜장과 짬뽕 중 뭘 먹을까 항상 고민하기 마련인데 그걸 한방에 해결해 준 극강의 아이디어

과거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짬짜면, 짬뽕을 먹으면 짜장면이 땡기고 짜장면을 먹으면 짬뽕이 먹고 싶어지는 기현상으로 인해 발상이 된 특허로서 짬짜면이라는 이름으로 양분된 그릇에 두 음식이 모두 담겨 나왔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메뉴였다. 전국의 모든 중국요리집에서 짬짜면을 무조건 취급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대부분 한번쯤은 시켜서 먹어봤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메뉴 구성판을 찾아봐도 알겠지만 짬짜면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지 않다.

집에 꽂혀 있는 전단지나 주문 메뉴판을 보더라도 짬짜면이 따로 명기된 집이 요즘엔 드물다. 단품으로 나가야 돈이 되고 또 무엇보다 다른 음식이 땡긴다는 그 점이 바로 재주문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두가지를 하나의 값으로 시켜 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매출에 도움이 안될 수 밖에 없고 하나의 미끼상품, 유인상품으로밖에 생명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값을 올리면 단품과 다르지 않고 양을 늘리면 단품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에 태생 자체가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간혹 취급하는 집들이 있지만 없는 집이 더 많다.

그래서 나온 여러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가 있는데 짜장면 하나로 짬짜면을 먹는 것이다. 간짜장을 곱배기로 시킨 다음에 짬뽕 국물 서비스를 요청하고 간짜장의 생면 일부를 덜어내어 짬뽕 국물에 투척하면 짜장면과 새로운 짬뽕이 탄생하게 되는 것으로 나름 자취생들이 개발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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