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점호 전 청소가 한참일 때 병장을 불러 야외로 나간다, 담배 하나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애들 청소하는데 괜히 병장님들 있음 신경 쓰이니 밖에서 시간 좀 보내자고 했다. 어둑어둑해진 잔듸밭 구석에서 별 이야기도 없이 서로 담배만 피다가 아까 들었던 이야기를 살짝 꺼내 본다.
"수통에서 좋은 일 크게 하셨다는데 사실 입니까?"
병장은 뜬금없는 내 질문에 무슨 말이지 싶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별 일 없었다는 짤막한 말로 내 질문을 막는다.
"에이, 밑에 힘들게 사는 친구 수술비 마련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구체적으로 말을 하자 병장은 고개를 다시 돌려 나를 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지만 비웃음 보다는 어색함에 묻어나는 표정 변화였다.
"그냥...운이 좋았을 뿐이고 그 친구 사정도 딱 했고 마침 투자하는 종목이 잘 되었을 뿐 입니다"
오후에 들었던 일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확인한 나는 그렇게 쉽게 적은 돈으로 크게 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점호 끝나면 식당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하자고 권유했다.
"식당이요? 어느 식당?"
"식당이 어디 식당이겠습니까? 우리 밥 먹는 병원 식당이지"
동그란 눈을 뜨며 점호 후에 식당 이용을 하자는 나의 말에 그는 당황, 황당해 했다.
점호가 끝나고 후다닥 대충 마무리를 한 다음 난 병장에게 살짝 신호를 보낸다. 왼쪽 계단 출구로 고개짓을 하며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하자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따라온다. 계단을 내려가 대식당 입구에 가니 참모2가 그세 따라 붙어 식당 문을 개방한다.
"이런 야밤에 대식당에 온 건 처음이네요"
식당에 들어서자 병장이 내 뒷덜미에 대고 야밤출두에 대해 호기심 섞인 말투로 말을 건넨다. 참모2는 준비한 커피포트를 가지고 와서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따르고 주머니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커피믹스 봉지를 꺼내 신나게 흔들어 제낀다.
"밤에 이런 큰 식당에서 오붓하게 커피 타임 갖는 것도 색다른 매력 아니겠습니까?"
기존 병원 생활과 사뭇 다른, 이곳 병실장의 파워에 새삼 놀랐는지 병장은 다소 위축되어 보였다. 작은 소리라도 복도에서 나면 바로 고개를 돌려 신경을 곤두 세웠다. 기간병이나 간호장교에게 발각 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병원이라는 곳이 조용하면 조용한 곳이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도구들이 많다보니 작은 소리도 밤에는 크게 들린다. 특히 군병원은 일반 병원처럼 6인실, 4인실, 2인실, 1인실 개념이 아니라 50인실 통합 병동이라 소리가 작아도 크게 들린다. 일반 학교 교실 3개 정도 합친 크기의 통자 병동에 다 같이 생활하는 구조다.
"밖에 신경 쓰지 마세요, 저랑 있음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옆에 있던 참모2가 자신이 마실 커피를 마저 따르고 앉자 살짝 고개를 돌려 참모2를 쳐다본다. 나는 참모2를 보며 위 아래를 잠깐 훑어보고 눈동자를 위로 굴린다, 넌 그만 올라가라는 뜻이다. 밤에 듣는 남 이야기는 모두에게 즐거운 법이다. 낮에 들으면 집중이 잘 안되어도 조용한 밤에 들으면 몰입이 잘 된다. 참모2도 내심 이야기를 같이 듣고 싶어 했으나 중대사를 거론하는 이런 자리에서 양념은 불필요한 존재다.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총총 걸음으로 식당 밖을 나간 참모2는 내가 담당 의무병을 통해 식당 조리병에게 부탁한 몇 가지 음식을 챙겨 병동으로 올라갔다.
"나도 거 주식이라는 것 좀 제대로 배워 봅시다"
참모2가 나가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불이 다 꺼진 상태에서 우리 테이블 주변에만 불이 켜진 체 처음으로 적막을 깬 내 첫 말은 한 수 가르쳐 달라는 말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상당히 우주적인 뇌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어진 단서가 많지는 않지만 나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했다. 자신이 가진 어떤 능력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자심감이나 확신이 없으면 그 능력과 기술을 이용해 남을 돕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백전백승이라고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지 않고서는 허무맹랑한 약속을 남발하기는 어려운 법,
그가 수통에서 했다는 그 행동은 필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는 스스로 꺼내기조차 어려운 말이었고 딜이었다. 심지어 그가 한 착한 일은 말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잘 할 수 있다 수준이 아니었다. 주식은 나쁘다, 혹은 주식은 하면 안된다로 누구나 그러하듯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걸로 남을 돕는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선하다 못해 꽤 충격적인 일인데 당시에는 그게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에게 주식을 배운다면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한동안 아무말 없이 커피를 마시던 병장은 나를 지그시 보며 묻는다.
"지난 번에 주식 해보라고 하니깐 말도 꺼내지 말라고 엄청 화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이 그 때는 그 때고 주식도 사람이 하는건데 잘 배울 수 있음 하는거지요"
"도박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지금도 도박이라고 보시나요?"
"뭐,,틀린 말이라고 하진 않겠지만 도박도 도박 나름 아니겠습니까, 꼭 한다기 보다는 배워 두겠다는 정도"
몇 번의 평범한 대화가 오고 간 뒤 그는 내 호구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무얼 하시며 어머니는 무얼 하고 가족은 누가 있으며 집에 돈은 좀 있는지, 보통 수준으로 사는지 없이 사는지 등 태어나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에 대한 정보를 깐 적이 없었는데 큰 기술 하나 배우겠다는 마음에 술술 내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다. GOD의 노래 중에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외식 한 번 한적이 없고,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고"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 집 수준이 그 노래 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건설 일용직을 하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작은 회사 경리로 일하는 여동생이 있었고 우리 집 형편은 상중하의 하에 속했다.
돈 있으면 사제 나가서 수술 받는 건 내가 있는 이곳 병원도 마찬가지인데 단 한번도 본인이 집도의가 되어 수술을 해 본적도 없는 생초보 군의관에게 내 수술을 맡기게 된 것도 결국 돈이 없기 때문이고 군병원은 무료로 수술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 전 병실장과 전전 병실장 모두 민간 병원에서 사제 수술을 받고 전역 했는데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10만원에도 벌벌 떨어야 했던 것이 우리 집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30분, 1시간 오가다 보니 어째 분위기가 거꾸로 되어 버렸다, 원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그 사람의 삶과 살아 온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자인지 사람이 소문처럼 좋은 사람인지 평가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질문은 그 쪽이 하고 나는 내리 그 질문에 답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건 수사요원이 심문 하는 것처럼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꼴이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역 질문을 해보지만 이내 나는 앵무새처럼 그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모습이 다시 연출 되었다. 원래는 내가 스승감인지 아닌지 보려고 했던 것인데 반대로 내가 이 사람의 제자가 될 만한 인목인지 따져 보는 모습이 된 것이다.
그 날 밤 12시 자정이 되기 까지 수 많은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실상 중요하다고 여길 만한 건 하나도 없고 무엇보다 주식의 주자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살아 온 이야기, 자대 생활, 병원에 오게 된 이유, 가족 이야기가 전부였다. 살짝 지쳐가는 모습을 봤는지 그가 말한다
"수업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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