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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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악마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by 깨알석사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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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세 명의 학생을 폭행했다. 그 날 그 남자 손에는 망치가 있었다. 그는 동네 교회 목사를 살해한다. 그 남자 손에는 총이 있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차에 태워 준 부부를 살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시 찾은 고향에서 그 지역 보안관이 찾아 오자 총으로 쏴 죽인다. 

한 남자에게 있었던 사건만 갖고 개요를 보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라도 그를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고 규정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럴 만한 어떤 사연이 있었겠지 하고 남자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런 수순이면 그 한계는 이미 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그 누구도 이 남자를 악이라고 규정하진 않는다.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사건들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를 동정하거나 동조하면 했지 그를 범죄자로 보지 않는다. 무섭게도 아예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사건과 삶의 시간 전개 과정에 있어 누구라도 그 상황이고 그 당사자라면 최소한 비슷한 대응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를 통해 끔찍함이나 두려움은 오히려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그와 얽혔던 상대방들의 삶에서 오히려 끔찍함이 느껴지는 것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 남자가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건 영화 제목이 암시하는 메세지와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악마와 천사의 관계가 아닌 악마와 악마가 만났을 때의 상황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쪽의 악마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평범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흔한 구도가 아닐 뿐이다.

총과 십자가

영화를 보면 총이 등장하는 분량 만큼 십자가가 등장한다. 심지어 총이 등장할 때 십자가가 같이 등장할 때도 많다. 영화의 시작점은 아버지가 숲에 세운 간이 십자가 앞이었고 영화의 마지막점 역시 아버지가 세웠던 그 숲의 십자가 자리였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군을 만났을 때도 총과 십자가가 같이 있었다. 아버지는 십자가에 매달린 아군을 향해 총을 쐈다. 역설적이게도 고통 속에 괴로워 하는 아군 동료를 위한 구원의 행동이었다. 

교회에서 목사를 살해 할 때도 마찬가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은 십자가 앞에서 총을 쏘았다. 그 때의 그 총은 아버지가 삼촌에게, 그리고 그 삼촌이 다시 주인공에게 주었던 선물이었다. 교회 안 십자가 앞에서 쏜 그 총 역시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희생양들을 줄이기 위한 구원의 행동과 다름이 없었다. 구원의 안식처가 오히려 악행의 근원지가 되고 악행의 근간이 되는 살인 무기가 악의 고리를 끊는 구원의 메세지가 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반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즉 십자가가 하지 못하는 걸 총이 대신 그 역할을 한다. 신이 하지 못하는 걸 악이 대신 그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과 베트남 전쟁 직전까지 미국 사회 배경을 담고 있지만 그 이전, 그 이후 시대와 맞물려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것도 영화의 단면 중 하나다. 영화는 그것과 상관이 없지만 미국 수정 헌법 제2조와 관련해 총기 휴대가 총기 규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신이 못하는 걸 총이 대신 하거나 총이 신 보다 더 나을 때가 많다는 걸 그들 스스로 더 오래, 더 많이, 더 깊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고 이 영화가 바로 그런 단면을 잘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미국인에게 살아가는데 있어 교회 만큼 소중한 것이 총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종교와 총이 나쁘게 쓰여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 함정.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라는 것도 둘 다 갖고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선택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영화가 딱 그렇다. 그 누구라도 이 영화 속 주인공이고 그 시대에서 그 환경에서 동일하게 지냈다면 주인공이 보여준 인생 전반과 사건 개요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사람마다 차이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아닐 가능성은 물론 존재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일 뿐 일어날 분쟁과 마찰에 있어서는 있다 없다의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나만 운전을 잘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나만 착하게 산다고 해서 내가 끝까지 착하게 살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 모든 주변 환경과 인물이 악의 울타리를 치고 나의 삶에 파고들게 되면 누구라도 그 악과 마주하는 순간 또 다른 (또 하나의) 악으로 모습을 바꿀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악에게는 악으로 

나쁜 놈을 상대하려면 결국 더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다. 나쁜 놈을 상대하는 건 착한 놈이 아니다. 더 나쁜 놈이어야 하고 그래야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착한 놈들 입장에서는 그 둘이 같은가, 다른가, 해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착한 놈이 나쁜 놈을 벌할 때 보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벌할 때 우리는 더 많은 희열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착함의 프레임은 결국 끝까지 착한 프레임에 갇혀 우리가 원하는 결말의 깔끔함이 없기에 말이다.

대부분 악을 심판하는 건 선이라고 믿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오히려 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다. 특히 신은 어디에도 없고 주인공에게는 더더욱 먼 존재다. 꽃 다운 나이에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고 아버지와 의붓 여동생은 자살을 한다. 교회 신도인 할머니(아버지의 숙모)는 목사에게 치욕적인 모멸감을 느끼며 원통해 한다. 주인공 인생의 중요한 타이밍에 신은 없었다. 오히려 신은 그의 인생을 수수방관 했다.

신이 방관한 건 그의 삶 뿐만 아니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광기에 사로 잡혀 각자 자신만의 종교관으로 삶을 포장한다. 미성년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변태 목사, 살인을 종교와 아름다움으로 포장한 연쇄 살인범 부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서슴치 않고 제물을 바치는 아버지의 모습 등.

영화는 쉽게 다가오고 쉽게 느껴진다. 여러 캐릭터들이 서로 동 떨어져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사슬로 연결된 것처럼 나중에는 다 연결된 삶으로 나온다. 그러는 과정에서 신이 방관한 이 악의 사슬을 주인공이 어쩌다 자신도 모르게 끊는 역할을 한다. 어지럽힌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하고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까 궁금했지만 결말 역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한꺼번에 묶어 분리 배출 한다.

다음 영화 기준 일반 관객 평점 8점, 평점은 다소 괜찮으나 호불호는 분명 존재한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조롭고 난해하지 않다. 다만 추잡스럽고 추악하고 더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종교를 배경으로 삼아 자행되는 추한 모습이 많아 종교관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보는 관점의 차이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 악마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될 수 있다라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국내외 영화에서 느끼는 감정과 큰 차이는 없다. 세상은 좋은 사람과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생각보다 나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고 주변에 흔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영화.

결말은 생각보다 수월하고 큰 이변이 없다. 영화 내내 수 많은 악마 모습을 한 군상들이 나오고 그 추한 모습의 인간들이 우연히 한 남자 (주인공)와 연결 고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청소가 되는 모습을 그린다. 다만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자가 (주인공) 단지 그들과 엮이면서 청소부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전부이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악마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결론,  

신이 응징하기를 바라지만 그 모습은 어쩌면 악마의 모습으로 자행 될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십자가는 언제나 피에 물든 십자가였고 동네 교회 십자가는 목사의 정액으로 물들어져 있다. 악마에게 둘러 싸여 있게 되면 그 누구라도 그 광기에 물들어 같은 광기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준 영화. 암울하고 칙칙하고 짜증이 나지만 그게 우리 인간 모습의 한 부분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흔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갈겼으나 바지에 오줌이 묻은 것 같은 찝찝함이 강하게 남는다. 

원작이 소설인 영화 대부분이 영상화가 되어도 평이 좋다. 이 작품도 원작 소설이 따로 있으며 작품 자체는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은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프랑스 추리비평 미스터리상, 독일 추리소설상, 아마존 이달의 책, 퍼블리셔스위클리의 올해 최고의 책 Top 10, GQ의 올해의 책, 에스콰이어 ‘남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워싱턴포스트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영화가 아닌 책으로 봤으면 감흥이 더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으로 보기 보다는 텍스트로 접해야 그 감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까 싶다. 

[공식 예고편 - 예고편에서는 꽤 긴장감 있고 긴박감 있게 그려지지만 실제 영화는 꽤 우울하고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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