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바람이 의심될 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천사와 악마의 등장, 불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배우자의 휴대폰이 내 앞에 방치되어 있다면, 그리고 잠금장치가 해제된 상황이라면 그걸 몰래 볼 것이냐 그럼에도 배우자를 믿고 휴대폰을 몰래 보지 않을 것이냐는 조금은 황당한 토론 주제
물론 배우자를 믿고 보지 않는다는 건 이중적인 의미라 불륜 자체를 의심하지 않겠다는 것도 있지만 불륜은 확실히 의심이 드는데 비겁하게 훔쳐 보지 않고 본인이 자기 입으로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게 포함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솔직한 나의 심정으로는 보지 않겠다이다. 물론 이건 바뀐 심정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난 훔쳐라도 본다쪽에 마음이 있었고 예전 여자친구의 휴대전화를 한번 몰래 본 적도 있다. 보겠다는 건 오로지 궁금증과 호기심, 그리고 설마?하는 것에 대한 본능이지 절대적인 의심은 아니다. 괜히 남의 사생활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 내가 모르는 여친의 사생활이 궁금할 뿐.
그러나 그런 호기심을 넘어 마음 먹고 처음 보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물론 바람난 걸로 의심해서라기 보다는 우연히 들은 전 남친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몰래 훔쳐본 전 여친의 휴대전화 속 내용은 차라리 보지 말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더 큰 후회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20대 시절 사귄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원래 남친이 있었다. 그렇다고 남친 있는 여자를 뺏고 그런 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 알게 되었고 호감 보다는 그냥 친근감을 갖고 안면을 트는 사이였는데 남친이 있다는 말에 이런저런 연애 이야기를 하다 똥 씹은 표정(?)이 종종 보이길래 뭔 일이 있냐고 물었다고 곧 헤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찰나다. (정확하게 말하면 헤어질 것이 아니라 헤어진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었다)
나랑 썸타던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덤덤 했다. 호감이고 자시고 처음 본 날에 어쩌다 대화 나누면서 친해져 나온 말이었다. 그 정도로 서로 잘 몰랐고 썸은 더더욱 무관했다. (서로의 이상형도 안맞음) 서로 안보고 데이트도 안 한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며 전화도 일주일에 한번 할까 수준이고 거의 만나지도 않는데 "헤어져" "갈라져"라는 최종 결론이 서로 안나고 서로 미루면서 헤어진 것도 아닌 만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두 달 이상이나 서로 안 보고 전화도 그동안 5번이 체 안된다면 거의 끝난 상황. 남친에게 새 여자가 생긴 건 아니고 그냥 둘 다 애정이 많이 식었다고 한다.
그러다 나도 여친이 없고 그쪽도 남친이 없던 것과 다름 없어 몇 달 후에 연인이 되었다. 꼬신 건 나다. 전 남친은 그 대화가 나온 뒤 일주일도 안되서 여친이 직접 만나 정식으로 서로 좋게 헤어졌다고 한다. 애정이 완전 식어 뒷끝도 없었다고 한다. 그 뒤로 몇 개월 솔로로 여친이 지냈고 어느샌가 호감이 생겨 사귀자는 나의 말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그녀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창대했다. 2년 반 정도 사귀었는데 후회없는 사랑이었다. 우린 닭살커플이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술자리에서 여친의 동성 친구를 통해 얼마 전 전 남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는 식의 말이 오고가 살짝 신경이 쓰였던 날이었다. 사귄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나와 새롭게 만나 연인이 되면서 문득 예전 남자친구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뭐래요?"라는 나의 말에 어물쩍 넘어간 여친의 친구는 말로 한게 아니라 톡으로 한 것이라 별거 아니다식으로 끝을 냈는데 말이 아닌 톡이라는 말에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한 건 불행의 시작, 100%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건 역시 말 보다 글이다.
한달 겨우 넘어갔을 시점이라 나와 전 남친을 비교라도 하나 싶어 결국 내 앞에 놓여있던 여친의 휴대폰을 보게 되었다. 원래는 잠금을 하던 친구였는데 난 비번을 해도 서로에게 비밀로 할 내용이 휴대폰에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여 비번을 아예 알려준 상황, 그런 나의 모습에 자신도 숨길 게 없다며 비번을 알려준 상황이었다.
비번을 풀고 톡에 들어가 본 내용은 사실 별 내용이 아니었다. 그냥 나와 있으면서 뭔가 내가 예전 남친과 비슷한 행동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그 전 남친이 생각났다면서 특별한 것 없이 일상 대화 수준의 톡 대화가 전부. 문제는 그 친구가 톡으로 전 남친 생각나냐?라고 물었을 때 "가끔"이라는 단어였다. 쉣드....가끔이라니...어떤 상황에서 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는 그건 솔직히 불쾌했다. (모든 인간의 공통된 심정이니라...)
물론 그 밑에는 마치 내가 보라는 것처럼 "그래도 지금 남친이 더 좋아!"라는 멜랑꼴리 달콤 멘트가 있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여전히 "가끔"이 박혀 떠나질 않았다. 가끔이 언제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몰래 훔쳐 본 것이 들통날 수 밖에 없는 질문이고 서로의 신뢰에 관한 문제이면서 외도가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솔직히 내 자신의 행동은 매우 불편했다. 더 정확하게는 몰래 훔쳐 본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다. (상대를 순간이라도, 잠시라도 믿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괴감), 사랑은 자고로 신뢰가 바탕이고 거짓말만 없으면 무한사랑이 가능하다고 여긴 나로서 애초에 내 휴대폰 비번도 공개한 것이 그런 이유였는데 상대를 믿지 못하고 사생활을 파헤쳐 훔쳐 본 것에 대해 굉장히 미안했다.
결국 난 한달 정도 지난 후에 "분위기"를 봐가며 몰래 훔쳐 본 사실을 털어놨다. (분위기 완전 좋을 때 해야 그나마 덜 타격이 있다 ㅋ) 그리고 솔직한 심정과 그 행동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자진납세 결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시 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친은 그런 나의 자진납세에 어느정도 공감을 했는지 쿨하게 받아들였고 그 날 그 사건을 고백 했음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가끔이 언제냐고 결국 물었는데 ㅋㅋ 처음 사귈 때라 연인 기분이 들어서 예전 생각이 난 것이지 이제는 얼굴도 기억 잘 안난다며 지금은 가끔도 아닌 아예 그 남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너스 답변을 듣긴 했다) 사귄 지 두달 쯤이고 그 뒤로 2년 반 사귀었으니 그 문제는 확실히 무탈한 상황
상황이 어찌되었든 신뢰 관계가 의심된다고 해서 나도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당시에 느꼈기 때문에 아니면 다행인 것이고 바람이 맞다면 나도 비겁한 행동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걸 느꼈던 경우다.
알베르토의 말처럼 사실 부부들의 경우에는 분위기만 보고도 알 수 있다는 것에 공감
몸과 마음을 나누고 결혼까지 한 경우인데 얼굴과 행동만 보고 눈치를 못 챈다는 것도 문제
부부 사이에 비밀이란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행동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족 사이도 마찬가지인데 부모가 자녀의 휴대폰을 몰래 보고 자녀가 부모의 휴대폰을 몰래 보고 남편이나 아내가 어떤 경우라도 상관없이 몰래 휴대폰을 훔쳐 보면서 통화한 사람과 문자를 본다면 신뢰가 무너지고 불쾌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나를 낳아준 부모의 그런 행동도 대부분의 문화에서 용납이 안되는데 부부사이라고 다를까..
불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나에게도 휴대폰을 준다면 나 역시 안 볼 것이다, 차라리 말로 대놓고 하는 것이면 모를까 싫다기 보다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대방이 직접 얼굴을 보고 말로 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그게 부부라면 최소한의 매너가 예의고 양심이다.
내가 예전에 이런 경험이 없을 때 그랬다. 나의 평온을 위해 훔쳐봤다 ㅋ
사랑을 하니까 의심하면 안된다와 사랑을 하니까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 역시 꽤 난제다.
MC무의 이야기처럼 한번도 시도를 안하면 끝까지 안하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그 맛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그런 행동도 한번 하게 되면 결국 계속 하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고 외도가 의심 되는 수준을 벗어나 확실한 다른 증거가 있다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봤는데 그게 모텔 앞이거나 절대 같이 있으면 안되는 상황 같은 경우에는 외도의 사실을 떠나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기 위해 날짜와 시간대를 위해 볼 수도 있다. 극단적인 상황, 결국 최종 결론이 파국이 되고 이혼이 되는 뻔한 결말이 아니라면 안 보는 것이 낫고 이혼을 감안하고 사실상 외도가 확증이 된다면 보나 안보나 크게 달라질 게 없어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이혼하는게 나을지도...
휴대폰을 바꿀 때가 되었군...패턴 인식이 아닌 신체부위 감지로 비밀번호가 된다고??? 와우!!! ㅋ
자고 있는 남편의 손가락을 가지고 지문 잠금 해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엔 아예 쉽게 댈 수 없는 입술이나 팔꿈치, 발로 신체부위를 설정해 잠금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자고 있을 때 절대로 아내가 암호를 풀 수 없게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만든 아이디어인지 원래 비밀이 많은 수컷들에게 꿈 같은 기능이다 ㅋㅋㅋㅋ
말로 알게 된 상처와 글로 알게 된 상처 중에서 차라리 대놓고 말하는 것이 덜 아플 것 같다. 말은 뱉으면 그만이지만 글은 계속 남아 보게 되고 뇌리속에 더 오래 남는다. 그래도 한번 듣고 사라지는 말 보다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남아 내 눈에 보이는 글의 경우 의도치 않은 불행한 결과를 알게 된다면 더 우울하고 침울하고 속상할 듯...나 자신의 고통을 위해서라도 휴대폰을 몰래 보는 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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