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에서 다루었던 즉석표결에서 꽤 재미있던 주제, 억만장자인 부모님이 상속을 조건으로 나의 미래를 결정하려고 한다면 부모가 주는 상속을 받고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상속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기 인생을 알아서 살 것인지에 대한 즉석표결이었다.
꽤 단순한 선택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다. 그리고 이게 말이 쉽지 토론을 위한 주제 이상의 "실제" 자신의 일이 된다면 자신이 주장하는 것과 다른 행동을 할 소지도 크다. 가상의 상황을 두고 어떨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건 쉽지만 가상이 아닌 실제라면 생각의 깊이와 차이가 크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면 절반은 사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를 갖겠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답을 할 사람이 꽤 많은데 이건 어차피 그런 일이 나에게 벌어질 확률이 적기 때문에 선행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아 말과 행동이 실제에서는 분명 달라 질 수 있다.
나는 이 표결에서 "상속을 받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산다"에 과감히 손을 들고 싶다. 물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직접 개척해야 하는 것이 맞고 그게 더 멋진 일인 것도 사실이다. 또한 상속을 해주는 부모님 역시 그 재력이라는 걸을 상속 받았을 수도 있고 직접 자수성가해서 모았을 수도 있는데 부모 세대가 아니어도 어느 윗대에서는 분명 우리 집안이 잘 살게 된 자수성가 인물이 나오기 마련이라 결국 이 재산의 기초가 되는 자산도 부모를 포함해 내 조상의 누군가의 개척된 삶에 의해 생긴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모의 뜻을 거부하고 내가 자수성가를 해서 큰 부자가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 물려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큰 성공을 이룬다고 해도 내 자녀에게 똑같이 상속을 댓가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자고 할 확률도 크다. 부모 마음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조건은 도돌이표다.
그럼에도 인생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단 한번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걸 타인에 의해 사는것과 자력에 의해 살아가는 것은 크게 다르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실제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말에 복종하며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자기 삶이 없는 사람도 분명 꽤 있고 그런 사람들의 부작용도 자주 접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삶이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내가 부모의 상속을 선택하는 건, 결국 마음대로 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대부분은 상속이 되기 마련이고 부모 밑에서 통제를 받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 일반적인 모두의 경우로 평균을 내어 따진다면 당연히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분명 여기서도 더 나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자신하기 때문에 난 이 쪽에 표를 던지고 싶다.
쉽게 말해 부모님을 설득하고 상속도 받고 내 삶도 살겠다는 주제에서 벗어난 생각 말이다. 지극히 나만의 신조이지만 난 미성년자가 아닌 성년이 되면 그 성년의 자격으로 설득력을 뽑는다. 나와 제일 가깝고 나를 가장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조력자들인 가족조차 설득하지 못한다면 결코 타인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은 일단 마음을 열고 어떤 경우이든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은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남편이 아내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려 한다는 것도 우습고 자녀나 부모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자체가 무리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샌다는 말처럼 역으로 안에서도 안되는 건 밖에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나다.
물론 원론의 주제로 돌아와 그런 것 없이 "무조건"이라는 전제하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난 개인의 삶을 택하겠다. 부모와 자식의 연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쉽게 끊어지지도 않는다) 내가 꼭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도와주는게 부모님 마음, 어마어마한 돈을 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택한 자녀를 극단적으로 매몰며 나쁘게 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상속과 상관없이 어차피 자녀의 인생은 부모가 개입하고 시키게 되어 있다라는 의견, 동감
상속금을 주는 댓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킨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은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하며 산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재벌 2세, 3세, 4세도 모두 좋아서 자신이 기업인이 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것도 나름 생각해보게 하는 의견들, 공무원이 되겠다고 죽어라 고시촌에서 공부하고 수십년을 공직 생활한 사람에게 그 일이 정말로 좋아서, 어릴 때 부터 갖고 싶었던 "꿈"에 가까운 자리라서 했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라고 할 대답이 더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성인 자녀들의 취업도 마찬가지, 좋은 일자리, 좋은 복지, 좋은 대우,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거기서 얻은 댓가로 자신의 삶을 만족 시키는 것이지 그 일자리 자체로 만족을 얻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어릴 때 부터 꿈꾸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거나 (뒤늦게라도 도전했거나) 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일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개척한다는 것이 멋지고 당연한 생각 같지만 따지고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 (중요한 건 그게 성공하면 굉장히 멋지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실패하면 비참하고 안타깝고 미숙한 존재로 남아 평생을 후회하게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것도 시키면 하기 싫다는 말도 역시 대공감. 하고 싶은 것도 그런데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고 그런 삶을 산다면 그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의미도 없는 무의미한 삶 그 자체가 된다. 분명 큰 핵심 포인트, 분명 나에게도 시간이 주어지고 나에게도 삶이라는 것이 똑같이 주어졌는데 다른 사람이 시키는 (그게 부모님이라고 해도..) 대로만 살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비참한 인생, 로보트와 다름 없고 애완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은 자신이 꼭 하고 싶은 것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도 결코 부정하기 힘든 말, 좋은 일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뭘 하더라도 댓가를 치뤄야 하는데 그게 노력이나 시간, 정성 보다는 돈이 우선일 때가 분명 많다.
인격체로서의 주체적인 나의 삶, 분명 100% 맞는 말.
멋대로 산 동생은 자기 꿈대로 축구선수가 되면?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산 형은 축구 팀을 사버리지~ ㅋㅋㅋㅋㅋ....나도 비슷한 생각, 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 꿈과 연관된 것을 다른 방식으로 이룰 수도 있다.
이게 남녀의 만남, 결혼까지 부모의 개입이 되면 골치가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재력가 집안의 혼사는 부모들이 먼저 정하고 비슷한 집안끼리 미리 점찍어 결혼하는 것도 분명 흔하다. 재벌 가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 흔치 않은 것도 우리는 잘 안다.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 자녀들의 삶이 대부분 비슷한데 어떤 면에서는 이게 숙명적인 댓가일지도, 돈과 명예, 권력은 얻었지만 자기 인생은 갖지 못하는, 반대로 자기 인생은 갖었지만 돈과 명예, 권력은 갖지 못하는 신의 공평한 분배 법칙이 아닐까? 물론 모든 사람은 이걸 모두 다 갖고 싶어하지만..
솔직히 가감없이 툭 까놓고 말하면 돈이 많은 경우 연예인급 외모의 여자를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기의 인생 전체가 아닌 일부(사랑)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는 건 정말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일부라는 "사랑"이 전체라고 믿고 전체라고 여긴다면 그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렇게 쉽게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은 절대 아니다.
돈이라는 한정된 단어가 아니어도 돈과 관련한 직간접 형태(집안간의 경제력, 지위, 풍경)로 서로 맞지 않아 결국 헤어지는 경우도 많고 결혼은 다른 사람과 결국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남녀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삶과 살아가는 풍경을 보더라도 남편 되는 사람은 밖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여자는 그걸로 가정을 꾸린다. 남자가 못나도 열심히 살고 성실하면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여자, 반대로 남자는 여자의 재력보다는 못 살고 힘들어도 "예쁘면" 그만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본능이다. 남녀가 바라보는 결혼관은 그렇게 다르다.
결국 여자는 상속을 포기하고서라도 남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지만 (돈은 그 남자가 벌면 되고 둘이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는 믿음과 둘의 사랑) 반대로 남자는 돈이 없으면 내 여자 하나도 제대로 챙길 수 없고 보살필 수 없다는 걸 수컷 사회에서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무척 괴로워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자들은 돈 못 벌어온다고 아내가 타박할 때 가장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여자에게 돈 못 벌어온다고 타박하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돈 벌로 나가는 걸 대부분 공통적으로 싫어한다)
결국 같은 입장이어도 남자와 여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즉석주제가 남자에게 묻느냐 여자에게 묻느냐에 따라서도 결과 차이는 클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책임감"이 강할수록 거꾸로 상속을 선택하는 비굴한 인생을 선택할 확률도 큰데 아내와 자식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남자들이 많이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라는 것이 강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남자도 많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반대로 상속을 선택할 남자도 많다는 것이 나의 "주관적인" 생각
이렇게 어렵게 사는 것 보다는 비굴해도 그 삶이 낫다는 것도 결코 깔 수 없는 것이 현실
별거 아닌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청소년 나이 정도가 되는 자녀에게 한번쯤은 이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너는 상속을 댓가로 부모가 해주는 삶을 살겠느냐, 아니면 상속을 거부하는 조건으로 너의 마음대로 살겠느냐고 물어 본다면 자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인드로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뭘 선택하더라도 부모 입장에서는 씁쓸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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