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병원에서 입학 면접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는 문제다. 의사라는 직업 정신에 관한 것으로 범죄자에 대한 치료에 대한 부분이다. 의사라면 무조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치료부터 해야 하는지, 또는 사람에 따라 치료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따른 질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해진 답이 있지만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면 어떤 답이라도 상관은 없다. 결과 보다는 설명하는 과정을 보기 위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배에 칼이 꽂힌 채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남자는 가정집에 무단 침입해 집에 혼자 있는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그는 성폭행 전과가 있었고 현재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다. 당신은 이 환자를 수술할 것인가? 아니면 하지 않고 거부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의대 면접 시험에 출제된 문제 내용이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의사로서 직업 정신을 먼저 발휘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확실히 고민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질문에는 에이즈에 대한 부분도 나오지만 그건 치료 중 의사 본인에게 생길 수 있는 감염 위험이 아니라 감염된 상태에서 어린 소녀에게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더더욱 용서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치료 거부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머리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걸 알지만 마음, 심장에서는 반대의 행동을 하게 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다.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의사는 의사로서의 자질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항에서는 그 누구도 치료 거부를 한 의사를 욕하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직업 정신이 먼저냐, 윤리가 먼저이냐로 확대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부분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치료해서 살려주는 것이 맞지만 또 한편으로 역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살려줄 필요가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살리느냐 죽도록 내버려 두느냐의 칼자루를 의사인 내가 가졌을 경우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무조건 의사라면 치료부터 해주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피해자가 내 가족, 의사의 가족인 경우라면 상황은 더 골치 아프게 된다. 응급한 상황이고 나 밖에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래도 수술을 해서 그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할까? 제3자의 입장일 때는 냉철하게 의사로서의 본분을 행할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연관된 경우라면 그것도 만만치 않다.
사람에 따라 치료를 하냐 하지 않느냐는 사실 의사로서 맞지 않는 행위다. 상대가 누구이든 생명을 살리는 건 의사로서의 사명이기도 하다.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이 확실히 갈리는 상황에서도 야전병원에 실려온 적군인 경우(또는 포로인 경우), 군인이면서 한편으로 의사인 군의관에게는 이 역시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병원 안에 들어온 순간, 아군과 적군의 개념은 사라지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대부분 군의관들의 행동이다.
어떤 면에서 전쟁터처럼 극단적이고 사실적인 곳도 없다. 한 쪽에서는 (야전군) 더 많이 죽이려고 하고 한 쪽에서는 (군병원) 더 많은 생명을 살리려고 한다. 좌에서는 생명을 앗아가는 탄약을 공급하고 우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의약품이 공급되는 곳이 바로 전쟁터다. 이런 언발라스한 조건이 곧 사람의 인생이기도 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뇌하게 되지만 판단은 하기 마련이다.
그 판단이 군의관으로서 군인일 때와 의사일 때의 직업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일반 의사보다 더 악화된 케이스가 이런 군의관의 경우라고 할 수도 있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군의관, 그 총으로 총상을 입은 사람들을 다시 치료해야 하는 군의관의 입장만 따로 떼어내도 이야기는 복잡해 질 수 있다.
수술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했지만 가족이 피해자인 경우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치료하겠다고 했지만 피해자가 너의 가족, 너의 집인 경우 모두 수술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자 이 문제의 포인트다. 결국 치료한다와 치료를 거부한다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더라도 의사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없다. 맹목적으로 무조건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아내, 자녀가 피해자라고 해도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지 않는 한 대부분 100%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답이 될 수 있다면 난 이렇게 생각한다. 당장 목숨이 위태롭다면, 죽지만 않을 정도로 치료를 하고 다른 사람(의사)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만 벌어준다는 것이다. 완전히 치료를 거부한다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서 의사로서 치료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상황 자체도 마찬가지, 상황이 날 어디로 몰아 넣어도 반반 걸치게 되어 있다. 치료를 해도 찜찜하고 괴롭고 치료를 거부해도 찜찜하고 괴롭다. 그렇다면 결국 상황을 뒤집어 상황이 날 몰아 넣는게 아니라 내가 상황을 뒤집어 버리면 된다.
치료를 하되 죽지만 않을 정도로 치료를 해주고 다른 의사가 나타나거나 또는 재판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살게 해준다면 어차피 이 사람은 죽은 모습이나 다름 없어 난 치료도 하고 그 사람을 완치토록 해 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쪽 모두의 덫에서 빠져 나갈 수도 있다. 생명을 살리되 치료는 한정해서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해줘도 완쾌가 되도록 끝까지 수술 치료를 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위급한 부위만 응급처치를 해준다는 말이다.
이 문제가 의대 입학시험의 문제라는 점에서 아직 의사가 아니기에~ 더 공부를 해보고~라는 말은 신의 한수라고도 할 수 있다. 빠져 나갈 잔머리가 아니라 질문자와 답변자의 위치에서 현실적인 대답이 될 수도 있다. 모든 환자는 공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난 다른 의사를 찾아보고 그 사람에게 치료를 부탁하겠다라고 해서 그 사람의 "치료" 자체에 대한 부분은 빠져 나갔다. 물론 치료 거부도 아니다.
이 말은 곧 직업 정신에 대한 부분은 어찌되었든 다른 의사를 통해서라도 그 사람을 치료하게 해주겠다고 했고 윤리적인 부분은 조금 더 수련을 해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어차피 어떤 답을 선택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질문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은 셈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런 판단력과 윤리 의식을 깨닫고 배우려고 의대생이 되려는 것이지 이미 그걸 깨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승연 보통내기가 아니네~ 올~
자율존중, 악행 금지, 선행 및 정의라는 4대 의료윤리에 대한 기본적 소양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이 문제의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논리력과 설득력으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논리력과 설득력이 중요한 토론 주제이자 면접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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