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에 나온 국수편, 잔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열무국수, 칼국수, 김치말이국수 등 국수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면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국수 중 한가지 정도는 좋아하는 것이 있을 정도로 가정에서도 자주 해 먹는 것이 국수다.
오이채와 깨, 상추를 잘게 찢어셔 무쳐주는 엄니의 비빔국수는 어디서도 먹기 힘든 나만의 극강 메뉴, 여름철 더운 날씨에 더위 먹어서 입맛 잃은 어린 나에게 반찬 투정 하는 날이면 어무이께서 새콤달콤하게 만들어 주던 별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점점 커가면서 국수의 제 맛을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콩국수, 이걸 돈주고 사먹는다고? 이게 맛있다고?? 어린 나이에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 국물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스프도 아닌 것이 허연 국물에 끈적하게 담겨 있어 붉은색의 화려한 비빔국수와는 쨉도 안되는 이 녀석, 맛있다고 고개짓 하면서 얼른 먹어~하는 어무이와 아부지의 끄덕임에 먹었다가 우웩~했던 그 녀석이 바로 콩국수다.
비릿한 맛은 둘째치고 아무 맛도 안나고 싱겁기까지 하면서 무슨 맛으로 먹는지조차 감이 안오던 음식이었다. 콩국수는 나이 들어 어른이 되면 그 맛을 안다고 하지 않던가, 다른 말은 몰라도 그 말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장담하던 음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콩국수를 다시 접했는데 띠용~하고 머리속에 별들이 춤을 추면서 희한하게 맛있었던 국수가 콩국수,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알짜 메뉴지만 역시 어른이 되어야 참 맛을 아는 어른용 국수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들은 싫어하고 어른들은 좋아하는, 어른 되어야지만 그 맛을 알게되는 어른용 국수 ^^
열무를 좋아하는 어무이 덕분에 어릴적부터 열무김치를 활용한 비빔국수와 열무국수를 참 자주 먹었다. 어릴적에는 워낙 편식이 심하고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입이 까다로웠는데 더운 여름철이면 손수 만들어 주던 열무국수와 비빔국수만은 내가 유일하게 편식하지 않던 음식이라 "국수 만들어 줄까?" 하는 어무이의 말은 곧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어느 집에서나 해먹는 스타일은 다 거기서 거기, 똑같거나 비슷하다. 우리집에서도 비빔국수 그릇으로 많이 애용된 것은 다름 아닌 이 분홍색의 플라스틱 바가지~ 어릴 때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느끼는 건, 의외로 이런 자잘한 용품들에도 여성의 취향에 맞는 색상들이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여자는 애나 어른이나 꽃 좋아하고 예쁜 옷, 예쁜 색상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공통적인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럴 때 참 신기하다. 너네 집에도 그러니? 우리집에서도 그러던데~하는 공통점은 우리가 한민족, 한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기도 한다. 화장실에서는 파란색 바가지, 주방에서는 분홍색 바가지로 색상만으로도 용도가 따로 정해진 것은 보이지 않는 규칙 중 한가지 ^^
집집마다 있다는 알록달록 여성 취향 바가지들, 어머니들의 필수품이었다 ㅋㅋㅋ
중앙의 꽃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 자잘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여성 취향인 바가지
바가지에 통째로 비빔국수를 먹을 때 바가지 바닥의 꽃이 보이면 내가 다 먹었구나~라고 느꼈다는 MC무의 말에 케공감, 웃음이 절로 난다.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하고 종착지를 알리는 꽃 그림 ^^;;, 양치질 할 때마다 헹굼을 위해 은연 중에 항상 보던 그 바가지의 꽃 그림, 요즘 화장실이나 주방에는 바가지들이 별로 안 보이던데 많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뒤늦게 도토리묵국수(정확하게는 김치말이 도토리 묵국수)에 빠져서 요즘 이걸 즐겨 먹는다. 한 두번은 먹어봤던 것 같은데 이것만 따로 팔거나 집에서 해먹던 스타일의 국수가 아니어서 의외로 자주 먹던 국수는 아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야외 알뜰장에서 우연히 먹게 된 도토리묵국수에 빠져서 요즘에는 이 녀석하고만 조우 중이다.
시원하게 먹은 다음에 마지막에 찬 묵국수에 밥을 말어 먹으면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밥 말아 먹는 국수 중에서는 이 묵국수, 특히 김치말이 묵국수가 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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