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아주 가끔 조교와 훈련병 사이에 여러 갈래로 엮이는 경우가 있다.
군대 먼저온 학교 선배나 후배(후배라면 좋을 것 같지만 더 안 좋음 ㅋ), 학교 친구, 동창, 친구의 친구, 친구 형~ 별별 만남이 많다.
나 역시 이런 잘못된 만남을 목격한 적이 있다.
훈련병 시절 조교가 편지 꾸러미를 들고 오면 다들 기분이 업~
나에게 오늘 편지가 왔을까? 여자친구가 편지를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다들 조교 손만 쳐다보게 된다.
훈련소 시절, 조교가 편지를 나눠주던 중 흠칫 놀라며...(우리는 모두 조교와 조교 손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편지를 꽤 오랫동안 쳐다본다. 그리고는 편지 주인을 부르는데 목소리에 힘이 팍~ 들어간 체로 누가봐도 약간 화가 난 분위기 ㅡ.ㅡ
보낸 사람 이름을 말하면서 이 "여자"와 잘 아는 사이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직감적으로.......굉장히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상황을 알았다. 만약 편지 보낸 여자가 양다리 걸친 거라면...이거 완전 내무실 폭파 되는 건 한순간....
동기 녀석은 눈치없이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며 꿋꿋하게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조교는 다시 편지를 내려보며 편지를 주지 않고 순번을 다시 마지막으로 돌려버렸다. 편지 꾸러미 마지막으로 빠꾸시킨 것이다.
그렇게 모든 편지 배급(?)이 끝나고 그 문제의 편지 딱 하나만 남았을 때...조교가 다시 말한다.
글씨체를 보나, 보낸 사람 집 주소를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 100% 맞는 것 같은데 너는 이 여자와 무슨 사이냐?
조교의 단호한 질문에 나의 동기는 아는 사이면 어떤 사이인지, 아니면 모르는 사이라고 눈치껏 말하면 될 것을....그러는 조교님은 무슨 사이냐고...
되묻는다...이런 ㅁㅊ......여자 하나를 두고 수컷들의 싸움이란...군대 계급 앞에서도 조교와 훈병 사이에서도 아무 쓸모가 없다.
조교가 코 앞까지 와서 이 여자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여자인데 [편지를 먼저 읽어봐도 되냐?] 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한다.
무슨 쌍팔년도 군대도 아니고 편지 검염을 지가 왜....(물론 형식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거지만 이건 조교와 훈병 사이는 반강제 상황)
우리는 앞으로 훈련소 생활은 끝난다. 죽었다 하면서 두 수컷의 기싸움을 보고만 있을 뿐인데..
내 동기가 여전히 눈치가 없는건지...그럴 수 없다며. 자신에게 온 개인 편지이니 자신이 먼저 보고 나서 판단하겠다는 선포를 해버린다.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이 상황이 얼마나 장난 아닌지 알 것이다..(내가 그래서 애네들 출신 지역도 안 까먹는다...이 대구새리들...)
조교는 편지를 주면서 자기 앞에서 바로 뜯어서 읽고 내용을 판단한 뒤 자신에게 보여달라고 다시 제안한다. (쫌~ 이제 하자는데로 해~)
동기는..콜~ 알았다면서 편지를 뜯는다..(나중에 알았지만 이 쉐리...눈치가 없는게 아니라 똑똑한 놈이었다)
달달한 여친의 편지를 보는 동기의 표정은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대강 읽은 듯 하더이만..조교한테 봐도 된다고 준다...(헐~)
물론 나도 상황종료되고 나중에 그 편지를 읽게 되었지만..(안 볼수가 없잖아!!!) 오빠~ 입대하자마자 추위에 고생이 많네~ 뭐 이런 예상 범위의 글로 시작해 밥 잘먹고 몸 관리 잘하고 아프지 말고.....마지막은 당연히 사랑해~
조교한테 편지가 넘어가고 조교가 편지 읽으면서...주먹을 불끈 쥐는게 보이더라....(@@)
언제부터 만났냐? 얼마나 가까운 사이냐? 조교가 묻는 말에
미친 나의 동기님께서는 (물론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약간 장난이었지만...좀 위험했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서로 못볼거, 볼거 다 보면서 같이 잔 적도 많고 지금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아.....군생활은 훈련소부터 완전 꼬인꺼임...우린 다 이제 뒤진거임..)
원래 그 시간에 편지만 주고 약간의 자유시간을 주는 타임인데, 조교가 완전 빡 돌아서 가지도 않고 훈련소 동기랑 마주보면서 대화하고 있고 덩달아 우리는 다 침상에 앉아서 각 잡고 있게 되고 다들 눈치 보느라..ㅠ.ㅠ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에 조교 얼굴이 완전 붉은 악마가 되어서 아무말도 안하는데....(정말 그 때는 누가 하나 작살나는 분위기) 동기녀석 지도 좀 과했는지 그 때서야 실토를 했다. 어릴적부터 함께 먹고 자고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제 여동생 입니다 !! (헉~....)
조교 당황....우리 완전 당황....
하긴 뭐...여동생이 오라버니한테 오빠라고 하는게 당연하고...가족끼리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당연하니....여친으로 착각하면 그렇게 보일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교..당황해서 한다는 말이..
친오빠냐? (말은 분명히 반말인데 뒷끝이 흐려지는 반말 ㅋㅋ)
동기는 친남매라고 하면서 "가족사진" 인증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날 그 사건이후로 .........남은 시간동안 정말 편한 훈련소 생활을 보냈다.
그 조교가 있을 때는 얼차려 절대 없고, 밥이나 부식(건빵)도 좀 많이 따로 챙겨주셨다.
조교가 여동생 남자친구, 조교 입장에서는 여친 오빠인데....이게 군생활에서 거의 장인과 사위의 만남 아닐까? ㅋㅋㅋㅋㅋ
밤12시 다 자고 불침번만 있을 때 조교가 와서는 그 동기한테 초코파이도 주고 "전화"도 시켜주고(대봑~) 이것저것 정말 많이 챙겨줬다.
덕분에 콩고물이 우리한테도 많이 떨어졌다. 오빠가 급서신으로 동생에게 답장을 보냈고 여동생이 조교한테 급편지를 보내면서...
동기가 말하길 여동생이 남친이자 조교한테 편지 보낸 내용이..
우리 오빠 무조건 잘 챙겨라, 친오빠한테 무슨일 생기면 바로 이별이라고 ㅋㅋㅋㅋㅋ.......
친구 아들이,,,자신의 담당조교인 조민기....ㅋㅋㅋㅋㅋ 그 맘 알어~
이건 여차하면 조교와도 애매한 사이지만 조교한테 동기들이 깨지면 동기들이 자기한테 화를 내기도 해서....조교랑 아는 사람으로 엮이는 건 정말 잘못된 만남이다.
친구 아들한테 얼차려 받고 갈굼 당하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ㅋㅋㅋㅋ
자칫 아버지들 친구사이로 위험하다 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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