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사람들이 종종 혼동하는 게 사병과 간부 간의 관계다 사병의 계급 체계 자체가 병장까지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간부로 시작하는 부사관 계급은 무조건 상급자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상급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물론 얼차려를 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간혹 사병인 조교가 간부인 교육생 또는 후보생에게 얼차려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자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당연히 문제 삼는 건 머리 안 돌아가는 간부님들 당사자들이다. 여기서 교육생과 후보생의 차이를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훈련병이라는 건 병을 뜻하기 때문에 무조건 사병에게만 사용한다. 후보생은 부사관 이상 장교로 임관하기 전의 군인으로서 정식 군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부는 당연히 되지 않는다. 여군 특집에 나온 여군들은 당연히 후보생으로 정식 군인이 아니다. 교육생의 신분은 전혀 다르다. 교육생이라고 불리우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다. 현역 군인으로 계급이 있는 경우에는 병사와 부사관, 장교 모두에게 적용하여 부르는 것으로 계급을 그대로 인정해 준다.
그래서 훈련병이나 후보생은 자치적인 활동을 하더라도 교관이나 조교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교육생은 개별적인 활동과 단독 임무가 가능하다. 훈련병과 후보생은 현역군인인 사병에게 훈련을 받는 임시 군인들인 셈이고 교육생은 현역 군인 사병과 현역 군인 사병, 부사관, 장교가 교육 훈련을 받는다는 차이를 뜻한다. 논산 육군훈련소와 같은 훈련병 시기에는 혼자서 따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전우조와 같은 단체 활동 제약이 붙지만 후반기 교육에서는 교육생이라 하여 이등병 계급이나 초급반 간부로 개별 활동 및 자유가 보장되는 것과 같다.
[여군특집에서 병사 조교가 부사관 후보생인 이다희에게 동작 생략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습]
병사인 조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임의대로 얼차려를 줄 수는 없다. 얼차려가 필요한 경우에는 교관에게 보고하여 교관이 실시토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교관의 업무가 한정된 이상, 실제 현장에서는 암묵적으로 조교에게 그 권한을 편법으로 주기도 하고 교관이 묵인하는 경우도 많다. 교관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교관 없이 조교가 단독으로 훈련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아 이럴 경우에는 조교의 역할이 더 커진다. 계급 사회인 군대에서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그것도 병사가 간부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할 수 없지만 위 사례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식 계급도 없는 후보생은 어디까지나 후보생일 뿐이고 병사는 정식 계급이 있는 현역 군인이면서 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훈육 조교이기 때문에 교육에 한정해 지시가 가능한 것이다. 교육생 신분이라면 몰라도 후보생이면 현역 군인이 되기 이전의 사회의 수습생, 견습생 과정이고 군사훈련을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는 철저하게 교육자와 피교육자로 나뉘어 볼 뿐이다.
사병 조교와 간부 교육생 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상호존칭, 일과 시간 이후라면 병사와 부사관, 병사와 장교로서 계급 체계를 따르지만 교육 훈련 당시 만큼은 계급을 따지지 않는다. 사병이지만 조교이고 간부이지만 교육생 (또는 후보생) 신분이기 때문에 명령을 따라야 하는 건 간부다. 조교이지만 병사이기 때문에 간부에게 말을 놓아서는 안되고 간부 역시 간부이지만 교육생이나 후보생 신분이기 때문에 병사에게 말을 놓아서는 안된다. 물론 초급반이 아닌 경우에는 짬밥이 되고 연령이 꽤 되는 장교들이라 조교에게 말을 놓는 것이 오히려 예사이지만 병사의 입장에서 초급 간부(하사관과 소위)가 말을 놓는 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대체로 짬밥 차이가 그리 크게 나지도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대 배치도 안된 하사와 소위를 짬 대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조교가 상병이나 병장인 경우 병사가 군 짬밥이 더 되는 경우도 있어 초급반의 경우는 상호 존칭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교육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생 신분인 간부가 병사 조교에게 반말을 할 경우, 경고 차원에서 구두 경고, 반복되면 벌점 부과 (훈련점수), 그래도 문제가 되면 교관에게 보고하여 간부는 교육 퇴교까지 감수해야 한다. 간부인 만큼 얼차려의 차원은 조금 다르다. 사병 교육반과 달리 대놓고 얼차려를 줄 수 없는 게 초급반이기 때문에 초급반의 경우에는 좀 색다른 방법으로 얼차려를 줄 수 밖에 없다. 휴식 시간을 줄인다거나 휴식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것에 제한을 둔다거나 조교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교육 자체가 잘 되지 않도록 하여 교육 평가 점수 자체를 나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배운 게 없으니 점수가 좋게 나올 수 없다)
사실 교관이 하여야 하고 교관이 항시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교관이 전적으로 전부 하지 않는 게 현장이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조교의 능력과 교관의 상황, 부대 상황, 시기에 따라 조교의 역할이 매우 클 수도 있고 매우 적을 수 있다. 깨알은 교육 부대 출신으로 지금부터 본 조교의 말에 협조하지 않거나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 간부님들은 철저히 교육 훈련 점수에서 최하 점수를 주어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허세와 선전포고로 재미를 톡톡히 보긴 했다. 일단 이런 식으로 첫 인사를 하고 고지를 하면 99%는 충실하게 별 문제 없이 따라와 준다. 상병 이상 되면 짬이 1년 넘지만 초급반은 1년 미만 짬밥이라 이미 조교 병사가 상병, 병장이면 군 생활 차이가 있어 고지한 대로 따르게 되어 있다.
사병반, 부사관반, 장교반을 두루 경험한 나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부사관(여군), 장교(여군)까지 군대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계급과 다양한 계층의 교육을 직접 경험한 꽤 운 좋은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을 푼다면 여군의 경우는 할 말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진짜 사나이에 나온 여군들을 보면서도 현재까지 비슷하게 느끼는 건 부사관 여군과 장교 여군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마음 다짐이나 생활 태도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다름)
초급반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부사관은 하사, 장교는 소위) 남군과 같이 생활하는 여사관생도(사관학교)나 후보생 출신들(3사, 학군, 학사 등), 남군과 함께 생활하지 않은 전문 여군 출신들의 여군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장교라는 타이틀이 머리 끝까지 박혀 있어서 오히려 개념을 상실한 경우가 많고 병사와 부사관을 굉장히 깔보는 경향이 많다. 여자라는 것이 사회적 인식도 한몫 하느지라 군대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상급자로 대우 받겠다는 성향이 강한데 대우는 받겠다고 받는 게 아니라 대우 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 때 상급자로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계급이 높다고 무조건 대우를 받는 건 아닌데 아직 갓 소위들이다 보니 그런 게 좀 있다. 특히 상대가 병사나 부사관이라고 해서 무서움 없이 깔보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남자는 군대 문화, 군대 이야기에 대해 그나마 조금 알아서 덜한데 여자는 주변에서 듣는 군대 이야기, 군대 문화, 특히 같은 여군 문화에 대해 사회에서 미리 듣거나 배운 게 없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사관학교에서 배운 사람들인데 사병 따위에게 배우는 것에 존심 상하다는 성향도 무시할 수 없고 가끔 군대 이야기 하다 보면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서도 소위와 원사의 이야기가 가끔 도는데 그런 것과 무관치 않다. 갓 임관한 소위가 계급만 믿고 계급이 낮은 "주임원사"나 "행보관"에게 반말로 찍찍 거리면서 명령 했다가 대대장에게 불려가 1년치 욕을 다 듣는다거나 심한 경우 다른 비선호지로 전출 당하는 케이스, 우스개로 가끔 들리지만 실제 그런 사례가 있으니 떠 도는 말이고 나 역시 우리 부대에서 갓 소위가 주임원사에게 자신을 보고도 경례 안 했다고 면박 주었다가 소위가 1시간 뒤 원 스타에게 호출 당한 걸 직접 보았기에 그런 개념 탑재가 안된 경우가 실제로 종종 있기는 하다. 개별 단위 독립 부대의 주임원사(원사)가 행보관(원사)과 동급으로 보는 초급 간부가 의외로 많은데 중령, 대령도 쉽게 못 건드리는 것이 주임원사라는 걸 잘 모르기 때문, 합참이나 연합사 주임원사는 사령관 휘하의 핵심 주요 인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이런 부대의 주임원사급은 장군보다 군번이 빠르다. 경례는 원사가 먼저 해도 허리 숙여 악수를 청하는 건 장군과 영관 장교다.
반대로 부사관인 여군은 확연히 다른데 끼리끼리 문화나 난 장교, 넌 사병, 난 부사관, 넌 사병, 난 간부, 넌 사병 이런 개념보다는 열심히 배워서 좋은 부대로 배치받겠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진짜 사나이를 보면 알겠지만 물론 군인이어도 여군 부사관들 생각보다 잘 운다. 몸이 안 받쳐줘서 힘들어 하고 힘에 부쳐서 악에 부쳐 울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악물고 다 해낸다.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그만큼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묵묵히 이겨낸다. 장교 쪽 여군들은 그런 게 없다. 장교라서 울면 안되고 장교로서 지위 때문이라도 힘든 내색 하면 안된다는 사고 관념이 있어서 부사관 여군과 많이 다르다. 좋게 보면 좋게 보이지만 군 생활 내내 이들과 접촉을 한 나로서는 개념 상실인 경우가 더 많아 오히려 안쓰러웠다. 난 장교, 넌 사병이라고 하지만 어설픈 소위가 베테랑 사병보다 나을 순 없다. 갓 소위 시절에는 말이다.
교육부대에서 종종 보면 교육 훈련 중에 남자 부사관과 여자 부사관은 잘 어울린다. 남자 장교와 여자 부사관도 서로 잘 어울린다. 남자 장교와 남자 부사관끼리도 서로 잘 어울린다. 여자 장교는 예외다. 같은 여자임에도 여군 장교는 여자 부사관을 완전 개무시한다. 사병에게는 넌 병사, 난 장교라면, 여군 부사관에게는 같은 간부면서도 넌 하사관 난 소위 이런 고정관념이 교육생 신분임에도 조금 박혀있다. 그래서 남자 장교하고만 어울리지만 절대로 남자 부사관반이나 여자 부사관반하고 말 섞지 않는다. 같은 장교인 남자 장교와는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같은 직업 군인임에도 여군 장교가 남자 부사관하고 결혼하는 비율이 극히 낮은 것도 맥락을 보면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조교들 사이에서 여군 장교 교육생에게는 농담도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이 주의사항으로 내려오기까지 할 정도다. 예를 들어 부사관 여군 교육생에게 쉬는 시간에 서로 친해지고 나서는 (진짜사나이를 보면 알겠지만 친해지면 꽤 다정다감한 사이가 따로 없다) 눈이 예쁘십니다. 얼굴이 미인이십니다라고 외모적인 발언을 하기라도 하면 여자 부사관 교육생은 "조교님 고맙습니다" "제가 원래 한 미모 합니다." 라고 기분 좋게 서로 받아치고 끝나는데 여군 장교 교육생에게는 이런 동일한 농담을 하면 100% "조교, 말장난하나?" "조교 성희롱 하는 건가?" 이런 식의 반 협박이 예사다.
성적도 그렇다. 같은 남자 장교와 섞여 있으면서도 경쟁심에 성적 우수에 혈안이 되는 경우가 여군 장교 교육생들이다. 그래서 장교반은 여군들이 남군보다 항상 우수 성적자로 퇴교한다. 눈빛부터 다르다. 좋게 보기보다는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눈빛들이다. 남군 장교들이 부사관 여군들과 더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초급반이면서도 동기 여군 장교들에게 반색하는 것도 남군 장교들의 특징. 개인만의 착각이고 개인만의 경험이 전체 여군 장교를 비하한다는 그런 소리는 접어두자. 일반화하기는 어려워도 본인들조차 수긍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체로 사관학교 졸업식을 보더라도 최우수 졸업생 다수는 여군이다. 내가 있던 곳의 교육 수료 퇴교 때와 거의 상황이 비슷하다. 부사관 학교는 그렇지 않다. 여군 하사가 무조건 일등 수료를 하진 않는다. 대체로 남군의 몫이다. 무조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건 당연 옳은 방향이나 그게 독한 것이 문제다. 여군 장교는 여군끼리도 경쟁한다. 근데 그게 제살 깎아 먹기고 그런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다. 성적은 얻어도 사람은 잃는다.
진짜사나이에 등장한 마녀들 중에서도 부사관학교 교관들, 논산 훈련소 여군 교관들과 부사관학교 여군 후보생들 보면 욕 먹을 만한 인물도 없고 나중에 보면 정이 듬뿍 가는 현역 마녀들과 후보생이다. 예전에 해군에서 여군 장교가 등장할 때 소리 꽥꽥 지르고 병사들 다그치던 갓소위 해군 장교가 검색창을 한창 누비던 때가 있었는데 그 여군 장교 꽤 오랫동안 진짜 사나이 나오면서 예비역 사람들에게 욕 꽤나 먹었다. 진짜 사나이에서 등장한 여군들 모두 따지면 검색창에 좋은 모습으로 화제가 된 마녀들은 전부 여군 부사관들이고 뼈 속까지 욕 먹으면서 저게 무슨 간부냐고 욕 먹던 건 모두 여군 장교다. 이게 바로 내가 겪은 것들의 현재 모습이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방송에서 실전의 여군 부사관의 모습과 장교의 모습이 교육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교관 없이 단독으로 임무 수행을 해본 경험자로서 내가 간부이고 내가 상급자이지만 저 사람은 병사가 아닌 조교다 라는 인식으로 교육에 임하는 게 부사관 여군들의 마음가짐이고 내가 간부이고 내가 상급자이며 난 장교다 재는 그냥 병사다 라는 인식으로 교육에 임하는 게 장교 여군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것. 내가 사관학교장이라면 개념부터 고쳐주고 싶었던 부분이다. 상황 파악 잘 못하는 건 초급 장교의 고질적인 문제다.
간부 중에서 여군 부사관은 사병에게 누나, 엄마처럼 대하려 하지만 여군 장교는 그냥 상급자, 간부로 군림하려고 한다. 누구는 그게 여군 부사관이 또 다른 나약함이고 여군 관련 사건 사고의 원인이라 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그건 그냥 가해 군인의 문제일 뿐, 피해자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같은 여군이면서, 같은 직업군인이고 같은 간부이며서 그 안에서도 부사관 여군과 장교 여군을 나누어 보는 장교 여군의 문제 의식이 더 고질적인 문제이고 장교 집단의 (남군 지휘관과 여군 부사관) 고질적인 내부 문제를 알면서도 부사관이라는 이유로 못 본체 하고 모르쇠 하는 것이 더 문제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제한적이고 나 만의 착각일 수 있어도 여군 부사관 챙기는 여군 장교는 아직 못 봤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지만 그게 부사관 장교 양방이 아닌 장교의 일방, 여군 부사관은 여군 장교를 호의적으로 보지만 여군 장교는 여군 부사관을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 군대의 특성이자 문제, 여군 부사관이라면(초임 하사) 여군 장교가 같은 여자라서 공감하고 더 챙겨주고 지켜줄 것 같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는 그냥 부사관 동기 또는 남군 (상사나 원사급) 선배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 부사관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낫다. 병사인 내가 봐도 그렇다. 여군 지원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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