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수동 번호가 확률이 더 높은 이유 (운동장과 인구 이론)

로또 번호에 관한 수동 선택과 자동 선택에 관한 여러 의견을 적었지만 오늘은 그것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왜냐면 자동과 수동에 있어 수동이 분명 당첨 확률이 높음에도 실제로 당첨자 현황을 보면 자동 선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일단 수동과 자동 번호 선택에서 확률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특히 통계학적으로) 결코 그렇지 않다. 자동은 움직이는 변수이고 수동은 고정된 정수라는 점에서 당첨 번호 자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같이 움직이면 확률이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당첨 번호가 100회 분량이 모두 미리 선정이 되고 그걸 감춘 다음 모든 사람에게 로또 번호를 맞히라고 한다면 당첨 번호는 이미 고정된 번호가 나왔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번호를 맞히면 된다. 

당첨 번호는 고정이고 로또 구매자의 번호는 움직인다. (자동이든 수동이든 선택해야 하니) 이런 경우라면 자동이든 수동이든 확률이 똑같다. 당첨 번호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로또 번호는 선택(구매)도 임의고 당첨도 임의다. 즉 매 회차 모든 숫자와 수치가 변동된다는 점이다. 결국 당첨번호가 고정이 아닌 변동되는 경우라면 같이 변동되는 자동 선택 보다는 고정된 수동 선택이 더 확률이 높다. 임의 선택에 있어 두 가지가 매칭되는 것이 당첨 구조라면 둘 중 하나는 무조건 고정되어야 당첨이 쉽기 때문.

이걸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운동장이 있다고 치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공간이다. 여기서 직각으로 하늘에서 좁쌀 하나를 떨어 트린다고 할 경우 그 쌀을 받으면 성공(당첨)이 되는 게임이 있다. 이 때 쌀을 받는 도구로 작은 소주 잔을 준다. (그걸 바닥에 놓는다) 이 잔도 이것도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걸 로또로 환산하면 운동장에 소주 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사는 것과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운동장이라는 커다란 공간에 소주 잔 하나를 놓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좁쌀을 받아야 하는 경우 어디에 놔야 하는지 확률을 따지면 운동장의 모든 구역은 모두 확률이 같다. 로또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당첨 확률은 같다. 이 때 매 회 운동장과 같은 크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쌀은 매번 다르게 된다. 같은 곳에 또 똑같이 떨어질 수 있지만 같은 번호가 당첨된 유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일단 같은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매번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각각 다른 곳에 쌀이 떨어진다.

이 때 자동으로 사게 되면 그 소주 잔도 무작위로 자리에 놓이게 된다. 만약 이 때 수 회 전에 소주 잔을 놨던 곳에 쌀이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당첨이지만 자동이니 계속 자리가 바뀌어 당첨 번호와 마찬가지로 임의 선택 번호도 달라져 계속 확률이 바뀐다.

반대로 운동장 특정 구역에 소주 잔을 고정했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같은 자리에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내가 놓은 자리에 떨어질 기회는 분명 있고 이건 바뀌지 않는다. 소주 잔을 움직이지 않는 이상 언젠가 한 번은 전체 경우의 수가 다 돌아가는 상황에 반드시 한 번은 무조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뜻이다.

자동의 경우 소주 잔이 매번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떨어지는 공간이 매번 정해져 있다면 그 공간에 맞게 소주 잔을 계속 움직여 주어야 하지만 (자동이어야 한다) 쌀이 떨어지는 구역이 매번 바뀐다면 자동으로 하면 안된다. 운이 좋으면이 아니라 운이 나쁘면 내가 놨던 자리에 쌀이 떨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 그걸 모르고 계속 나도 바꿔서 자리를 놓게 되면 당첨 확률이 멀어진다.

수동의 경우는 소주 잔이 고정이고 떨어지는 쌀이 움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언제일지 몰라도 나에게 기회는 무조건 온다. 그게 놓자마자 바로일 수 있고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자동(임의) 선택 보다는 고정된 자리값의 확률이 있기 때문에 회차가 거듭될수록, 로또 판매가 거듭될수록 나에게 기회가 오는 확률(당첨)은 더 커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수동이 확률이 더 좋다.

그럼에도 대부분 자동 당첨자가 1등으로 나오는 이유는 뭘까. 단순하다. 전체 판매 로또 복권 수를 보면 1등 당첨 경우의 수를 평균 7회 정도 돌고도 남을 정도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매회 평균 7명의 당첨자가 나와야 통계에 맞는데 여기서 판매되는 로또 복권 선택 번호를 보면 절대 다수는 "자동"이다. 수동으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동"으로 사기 때문에 구매 범위가 더 많은 자동에서 당첨자가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뿐, 만약 이번 주 판매된 로또 복권의 자동과 수동 비율이 5 대 5로 똑같은 경우라면 자동보다 수동이 더 많거나 역시 5대 5 비율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9 대 1, 8대 2, 7대 3 비율로 자동 선택자가 많으니 그 쪽에서 동일한 당첨 번호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뿐 모든 사람들이 수동으로 우선 구매를 한다면 당연히 매회 당첨 번호는 수동에서 나오게 된다. 수동과 자동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으로 사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다보니 당첨자도 그 쪽에서 더 많이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자동에서 당첨이 많이 나오니 자동으로 구매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겠지만 이건 당첨자 배출이 많다는 유명 판매점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복권 판매점의 당첨 배출도 확률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은 사는 곳이 정해진 경우가 많다. 명당이라고 생각해서인데 수동이면 더더욱 관련도 없지만 자동이라고 해도 전체 판매점이 중복 번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만 많이 몰리고 구매자만 많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당첨자 배출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명당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구매자가 많아 당첨자 배출 확률이 높아졌을 뿐으로 나에게 전혀 영향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배출자가 많은 점포를 찾기 마련인데 그것과 다르지 않다. 

A판매점에서 사나 B판매점에서 사나 이것이 기준이 되려면 그 운이 패턴이 있고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운이라는 건 그런 패턴과 조건이 성립되면 운이 될 수 없는 작위적인 시스템이 되기 때문에 운 자체라는 것이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A에서 100명이 복권을 사고 B에서 10명이 복권을 산 경우 당첨자 2명을 뽑는다 할 때 당연히 많이 산 A 판매점에서 당첨자 배출 확률이 높아지는데 잘 고민해 보면 2명이라는 당첨자는 변함이 없고 어느 쪽에서든 나올 수 있는 건 똑같기 때문에 A에 가서 사지 않아도 되지만 당첨자 배출 쪽에 같이 있으면 기운이라도 받아볼까 노파심에 같이 살 뿐 실제 이득은 없다.

결국 많이 팔리는 판매점에서 당첨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전체 판매 현황에서 내가 차지하는 구역(비중)은 똑같기 때문에 의미가 없으며 자동, 수동 역시 똑같이 자동으로 사는 사람이 많고 자동으로 팔리는 복권이 더 많기 때문에 자동에서 당첨자가 더 많을 뿐 당첨 번호는 수동/자동 자체를 가리고 선별해 나오는 건 아니라서 결국 구매자 입장에서는 수동으로 사야 당첨 확률이 높다. 또 수동이기 때문에 판매점의 장소나 운에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그야말로 내 개인 운과 노력(구매)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조금만 따져 보면 모든 조건은 동일하지만 유일하게 조건을 달리 할 수 있는 건 바로 내가 직접 선택하는 "수동"번호라는 것, 그게 가장 큰 차이이자 절대 값이다.

훨씬 잘 사는 우리나라의 전체 부자 수보다 우리보다 국민 소득 전체가 낮은 중국의 부자 수가 훨씬 더 많은데 그것과 같다. 이걸 이해하면 쉽다. 절대적으로 국민 비중으로 따진다면 우리가 적은 것이 결코 아님에도 국민 수 자체가 아주 크게 격차가 나고 압도적으로 많다면 그 비중에 맞는 특정 사람들의 수도 커질 수 밖에 없고 그게 각 나라에서는 비슷해도 두 나라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나는 것처럼 인구 수가 많은 나라의 부자는 당연히 인구가 적은 나라의 부자보다 무조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많이 사는 쪽, 많이 파는 쪽에 서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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