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과 연습
우리는 훈련과 연습이라는 비슷한 단어에서 관행적으로 두 단어가 갖는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과정에서 차이를 갖는다는 걸 안다. 예를 들면 "나는 피아노 연습을 했다"라는 말을 해도 "나는 피아노 훈련을 했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또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라는 말은 자주 쓰지만 "자전거 타기 훈련을 했다"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의미상 비슷한 뜻이라는 걸 알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연습과 훈련을 상황과 목적에 맞게 어느 정도는 구분해 쓰고 있다.
혹자는 훈련이 연습이고 연습이 훈련이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부는 훈련은 군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전문가 집단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걸 의미한다고 하기도 하고 연습은 그 외 나머지 사람들이 비전문적인 수준에서 자발적인 수련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훈련과 연습의 의미와 뜻은 전문과 비전문 혹은 특정 대상자들을 기준으로 나누어 쓰는 말은 아니다.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이 아니라 배운 걸 습득하고 숙달하는 과정에서의 차이에 의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두 단어는 뜻이 비슷하지만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훈련이라는 말이 대체로 군인과 (훈련소) 운동선수 집단에서 자주 쓰이고 일상에서는 훈련이라는 말 대신 연습이라는 (연습소/교습소) 말이 대체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으나 이것이 전문(가)과 비전문(가)을 의미하거나 그걸 기준으로 삼는 건 아니다.
훈련
우선 훈련과 연습이라는 단어가 갖는 한자어의 뜻부터 알아보면 훈련은 訓練 훈련 / 訓 가르칠 훈 練 익힐 련(연) 이라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훈련이라는 말 뜻에 가르치다는 의미가 (가르칠 훈)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익힐 련(연)"이 포함된 말이기에 연습의 의미도 이미 들어가 있다. 훈련 자체도 연습을 포함하기에 연습의 뜻과 비슷하게 느끼고 헷갈리기 쉬운 이유다. 훈련이라는 말 구성 자체는 가르침이 선행되고 그걸 배워 익히는 후행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칠 "훈"에 해당할 교관 (선생님)이나 체계(프로그램)가 필요하고 또 그것에 의해 연습되는 과정이 핵심이 된다. 정해진 교본에 의해서 또는 지도자에 의해서 가르침을 받아 그걸 배우고 수련하는 과정을 훈련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도 훈련에 속한다.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정해진 규칙과 원칙에 따라 배우고 아이들은 그걸 습득해 연습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그 배움(가르침)이 잘 연습(교습)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이 바로 "시험"이 된다. 태권도 학원에서 승급 심사와 승단 심사도 훈련과 동일한 과정을 겪는다. 배우고 습득해 시험(승급심사) 보는 과정은 동일하다. 군대 훈련소에서 가르치고 배운 뒤 그 연습 과정을 점검해 훈련 등수를 매기는 것도 마찬가지. 물론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 자체가 훈련이지 반드시 그 수련 과정을 "시험" 테스트까지 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험은 수련이 잘 되었는지를 점검한 뒤 재훈련이 필요한가를 알아보아야 하기에 배움-연습-배움-연습의 연속 과정에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도 되는지 알아보려면 훈련에서의 "시험"은 필수적으로 붙게 되는 측면이 있다.
훈련의 핵심은 지도자와(혹은 교범) 수련생의 관계다. 훈련이라는 말 자체에 가르침과 배움(익히다)이 포함되어 있다. 선생님이나 그 선생님을 대체할 교과서가(메뉴얼) 있어야 하고 그걸 배우고 연습할 수련생(학생)이 있어야 한다. 그런 체계나 과정이 있다면 그걸 우리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결국 훈련은 내가 "무언가로부터" 배운다는 측면이 첫 번째 정의이고 그 무언가로부터 배운 걸 "연습"한다는 것이 두 번째 정의로 그 두 과정이 합쳐진 결과를 훈련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훈련에서는 "코치"나 "사범", "선생님"이나 그 대체물(교범/지침서)이 반드시 필요하다.
군인들이 있는 군대나 운동선수들에게서 주로 "훈련"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들의 상황 자체가 "훈"에 해당하는 코치와(사범) 교관(조교)이 있고 이들의 중심으로 연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주로 하는 연습 과정 자체가 혼자 스스로 하는 연습이 아닌 것도 그런 이유인데 ("훈" 주체가 우선) 훈련소나 선수촌 등의 특정 상황일 뿐 아니라 프로선수나 자대에 배치된 현역 군인의 경우에는 이미 숙달된 상태임에도 "전지훈련"이나 "을지훈련" 등의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이는 단순히 배운 걸 반복 수련한다면 연습에 해당하겠지만 상당수는 바뀐 교범이나 새로 도입된 매뉴얼을 배우고 습득하는 과정도 다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훈련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 편이다.
연습
반면 연습은 훈련과 다르다. 일단 연습은 "練習 연습 / 練 익힐 련(연) 習 익힐 습"이라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 익히다 의미가 반복되는 걸 알 수 있는데 뜻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배운 걸 계속 반복해 습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당연히 무언가를 먼저 배워야 (훈련처럼) 연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습은 이미 학습(교육)이 끝났거나 수련 과정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시행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착각하기 쉬운 것이 훈련이 조금 더 전문적이고 연습은 비전문적인 과정처럼 보이지만 뜻을 알면 사실 연습은 훈련 다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훈련 다음의 고급 과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훈련이 끝난 상태에서 배운 걸 다시 익히고 수련하는 것이 연습이기 때문에 사실 훈련보다 더 상위 과정이 연습이 된다. 이때 연습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어 교정, 교도를(교육 및 지도) 다시 받아야 한다면 훈련 과정으로 다시 돌입해 이를 반복할 수 있다.
연습은 훈련과 달리 가르침이 없다. 이미 가르침이(특정) 종료된 (습득) 상태에서 몸과 머리에 익히기 위한 수련 과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육 체계(프로그램)나 지도자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요소가 있다면 애초에 연습이 아닌 훈련이다) 그럼으로 연습은 내가 나에게 맞는 과정을 찾아가는 단계에 해당한다. 연습은 무언가로부터 배운 걸 수련하고 습득하고 익히고 단련한다는 측면에서 훈련과 비슷하나 그 연습 과정 자체가 "훈" 없이 스스로 하는 과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습"의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공부든 운동이든 연습이라는 개념으로 들어가면 스스로 찾아 공부하거나 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습 자체가 그런 뜻이기 때문에 "훈"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그 대상도 천차만별로 넓어지게 된다. 그 "훈"에 해당하는 선생님, 교과서, 책, 인물(롤모델), 지도자, 선배의 범주가 각양각색으로 넓어지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 어떻게 수련하고 다시 반복해 익숙하게 만드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실력을 향상할 수도 있고 떨어트릴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유명 운동선수와 음악가들이 훈련이 아닌 연습에서 실력이 갈리는 것도 그런 이유.
여럿이 하면 훈련이고 혼자서 하면 연습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상황에 따른 차이일 뿐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여럿이 함께 하면 정해진 교범에 의해 이끄는 자가 있어야 하고 그 지도자에 의해 정해진 방법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에 가깝다. 반면 혼자인 경우에는 자기가 지도자의 역할도 되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자습 형태가 되어 연습이 된다. 그러나 혼자여도 훈련이 될 수 있고 여럿이어도 연습이 될 수 있다. (오늘 체육시간은 자율체육이다!)
일상에서의 훈련
훈련과 유사한 말로 훈육이 있다. 이 말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쓰인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훈육은 필수다. 훈련과(훈) 양육의(육) 개념이 합쳐진 말로 훈련과 마찬가지로 양육에 더해 가르침에 더 목적을 둔 단어인데 가르치고 육성하다(기르다) 뜻이다. 단순히 아이를 먹이고 키우는 건 "양육"에 해당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으로 인간으로서의 도리, 사람으로서의 인격체 형성을 위해 가르침을 추가한 것이 바로 훈육이 된다. 이때 "훈"의 주체는 당연히 부모님이고 그 부모님이 바로 아이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며 우리는 이걸 "가정교육"이라고 부른다. 즉 훈육이 곧 가정교육의 실체이고 그 훈육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가정교육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 잘못되었는가를 판단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단순히 먹이고 키우는 양성의 개념만 있으면 양육, 양육 과정에서 다치지 않고 아프면 치료하도록 보호(케어)하는 걸 보육, 아이가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과 함께 가르치는 걸 "교육", 잘못됨과 잘함을 구분하고 상과 벌(상벌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서 올바르게(도덕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훈련 양육을 훈육이라 한다.
모두 "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단순히 키우는데(육성) 그치지 않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나뉘어 구분짓게 한 것으로 이때 부모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제대로 된 훈련과 연습이다. (그래서 예비 부모로서의 훈련과 연습이 잘 되지 않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라 미안해하는 부모도 많다)
"육성하다"의 "육"은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항시 붙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것만 해서는 안되고) 아이의 성장 과정에 따라 적절한 훈련과 연습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교육, 보육, 훈육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가르치는 주체가 꼭 타인(전문가)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꼭 정해진 원칙과 규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신체적 발달이 더디거나 정신적 발달이 늦어도 크게 염려할 이유가 없다. 각자 상황에 맞게 각기 다른 아이 개별에 맞춰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되는 것. 단지 조금 늦냐 빠르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때는 부모가 주체가 되는 꾸준한 훈련과 아이가 주체가 되는 연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 보육 및 양육에서 자주 쓰이지만 훈련 과정이 들어가면 훈육도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다. "訓育 훈육 / 訓 가르칠 훈 育 기를 육" 이라는 말 뜻에서 알 수 있듯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잘 키우는데도 목적이 있는 것이 훈육이다. 그래서 군대 훈련소에는 항상 훈육 교관이나 훈육 조교가 있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군대에서도 훈육관은 상당히 중요할 존재가 되는데 아빠(아버지), 엄마(어머니)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모 역할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훈육이기 때문에 상벌제 제도를 운영하고 상벌을 주는 주체도 훈육관이 되는 이유. (벌점 제출!)
exercise 연습, training 훈련
참고로 훈련이라는 영어에 '트레인"이 들어가는데 "열차"를 뜻하는 그 트레인 맞다. 열차라는 뜻 자체가 맨 앞의 기관차가 이끌면서 다른 차들은 열을 지어 간다는 뜻인데 줄 지어 열을 맞춰 가는 행렬과 같은 의미로 이때 무언가를 이끌어 간다는 의미다. 이끌다의 의미가 사람을 이끌다, 인도하다, 데리고 가다와 같게 쓸 수 있는데 (가르치다, 훈련시키다, 양성하다) 기차라는 것이 여러 명의 승객을 정해진 시간과 장소, 목적에 맞게 데려다 (프로그램처럼) 주기에 집단 교육의 의미를 갖는 트레이닝으로 단어의 의미가 확장되었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도 이 단어에서 유래해 트레이너라고 한다.
군사용어상 훈련과 연습의 개념도 크게 다르진 않다. 군사용어에 대한 설명이라 조금 난해하고 어렵지만 연습(Exercise)을 ‘연합 및 합동 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 기획 및 준비와 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 시행 절차 숙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시행 절차 숙달 과정" 어떤 시행 절차를 진행하는데 있어 몸에 익숙하게끔 단련하고 반복 연습하는 그 자체가 군대에서의 연습이다. 배움이 아닌 배움이 끝난 상태에서의 숙련된 군인들이 모여 다 같이 배운 걸 재현하고 시범을 보이는 숙달, 숙련 과정인 것이다.
훈련(Training)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이다. 군대에서도 일상용어와 큰 차이 없이 훈련의 개념은 군사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주요 개념으로 잡는다. 대표적인 훈련으로는 유격 훈련, 사격 훈련, 화생방 훈련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교관에 의해 정해진 규범대로 정해진 방법대로 행해지는 개념을 본다면 일반적인 훈련의 정의와 군대에서의 훈련 정의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다를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서의 훈련과 연습은 규모와 강도가 다르다. 당연히 연습이 훈련보다 훨씬 크고 세다.
그러나 대체로 군사훈련, 합동훈련, 한미연합훈련 등 다양한 군사작전훈련이 연습이 아닌 훈련으로 불려지는데 (군사 개념과 다르게) 이는 모든 육해공군이 연합훈련(다국적) 및 합동훈련(타군)을 경험하지 않기도 하고 대체로 연합훈련이든 합동훈련이든 병사 위주의 징집제 군대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연습이 대체로 처음 겪고 배우는 과정인 훈련에 더 가깝기 때문에 연습이라는 말보다는 훈련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 따지면 합동훈련과 연합훈련은 합동연습과 연합연습이어야 하지만 그런 합동훈련과 연합훈련에 익숙한 숙달병과 숙련병이 드문 상황에서 연습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 아마도 모병제가 되고 직업군인화 되면 연습이라는 말이 조금 더 자주 쓰이지 않을까 싶다. (군사연습이라는 것 자체가 개별 연습 및 단체, 연합, 합동 연습에 숙련된 장병들이어야 하는 건 당연)
CPR교육, 누군가에 의해 불려와서 배우고 따라 연습하면 훈련. 그런 훈련을 상당 기간 거친 뒤 다른 사람의 교육이나 지도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도록 수련(숙련)하면 연습이다. 아직 배우면서 연습해야 한다면 훈련생, 다른 사람 지도 없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거나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연습생. 물론 현실에서는 훈련생과 연습생을 그런 수준과 레벨로 구분하지 않지만 개념상 원래는 이렇게 구분해야 한다. 말 뜻 자체가 그런 의미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 상당수가 능력치가 높은 것도 그런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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