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던지는 쨉처럼 즉흥연기, 특히 애드리브를 찰지게 던지는 두 사나이가 형제로 묶여 잔잔한 애피소드를 던지는 영화 "부라더" 제목에 쓰인 형제라는 영어가 일본식을 거친 우리식의 영어 표현이라 더 정감이 간다. 뭔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 보다는 구수한 느낌이 더 가는 형제애를 다룬 영화다.
이동휘와 마동석이 형제로 나오니 일단 코미디적인 조합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조연 시절 주연보다 더 주연 같던 이들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둘이 어떤 케미를 이루게 될지 예측 불가라서 기대감이 더 크다. 무엇보다 한국미의 표본이라는 이하늬가 이들과 함께 한 축을 구성한다는게 나의 흥미를 자극한다. 여러 영화를 통해 진지함과 웃음끼 없는 인물들의 역할을 많이 소화한 그녀이지만 백치미 느낌이 강하면서도 약간 동네 미친년처럼(?) 웃을 때의 그 보조개는 따라 올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셋 다 진지함을 갖춘 인물이지만 셋 모두 한 편으로는 코믹에 깔맞춤된 인물들이라 멍때리고 보기에는 사실상 최적화된 캐스팅이라고 봐야 한다.
영화는 뻔한 내용을 가지고 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한다. 집안 재산만 축내면서 한탕을 노리는 형과, 형 보다 나은 아우지만 단지 차남이라는 이유로 집안 사람 모두에게 무시만 당했던 동생은 사이가 극도로 나쁘다.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이들의 형제는 서로의 색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으로 장례식을 치루게 되면서 다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여인의 도움으로 뜻하지 않게 각자 성공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게 되고 그렇게 장례식은 한바탕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장판이 되면서 영화의 스토리가 생성된다. 초반, 중반은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하고 후반에는 예상과 달리 신파극처럼 눈물샘을 자극한다.
형제의 귀향길은 험난 그 자체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남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장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연을 끊었던 고향집을 형제가 찾게 되는데 고향 가는 길에 우연히 한 여자와 만나면서 두 사람은 불상에 대한 비밀과 고향 땅에 도로를 뚫는 해답을 찾게 된다. 북한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라진 불상을 잊지 못해 아직도 그걸 찾아 한탕 크게 벌려는 형과 고향땅에 도로가 뚫리면 자기 인생도 뻥 뚫리게 되는 동생은 각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장례만 조용히 지내고 재산 분배만 정리 한 뒤로 다시 돌아가려 했던 형제는 뜻하지 않은 귀인의 도움으로 고향집에서 각자의 꼬인 인생을 풀 기회를 잡는다.
영화는 그렇게 1년에 제사만 23번이나 지낸다는 종갓집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어쩌면 고지식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웃음을 짜내고 상황적 묘사를 이끌어내며 코미디를 구성한다. 종갓집이라는 배경과 종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의미, 그리고 그 배경을 이끌어야 하는 2세대 자손들의 서열 관계에서 비롯된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데 단지 웃기기 위해 이런 장치들을 끄집어 활용했다기 보다는 두 형제의 사이가 멀어지고 개와 원숭이처럼 상극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 더 크기에 큰 무리수는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가문에는 관심 없는 두 형제가 마지막으로 빼 먹을거 다 빼먹고 각자 인생을 즐기기 위해 형제간에 다툼이 벌어진다는게 표면적인 스토리지만 정작 내면은 가족 이야기, 아빠, 엄마, 형, 동생으로 이어지는 한 가정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웃다가 울고 다시 웃는 똥구녕에 털 나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개그성이 뛰어난 연기자들의 조합이라고 해도 스토리상 이걸 보고 한바탕 크게 웃는 것도 사실 쉬운 건 아닌데 이런 킬링타임용 영화에서 사람들을 울게 만든 포인트가 이 영화의 반전이자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도 사실 코미디적인 요소 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향수병, 고향, 내 근본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마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영화는 아니다.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도 없는 녀석(자식), 근본도 없는 후레자식이라면 욕설 비슷하게 할 때도 많은데 너는 본이 어디냐? 너는 어디 본이냐? 하는 그 본이 근본의 본이며 본적지가 어딥니까, 본적이 어디세요 할 때의 그 본도 이 본이다. 내가 만들어지고 내가 존재하게 된 결정지, 나라는 존재가 현재 있기까지 그 조건이 되고 뿌리가 되고 토양이 된 곳이 바로 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근본도 없는 자식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애비, 애미도 없는 자식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애비, 애미가 없어 가정교육은 커녕 제대로 된 보살핌도 받지 못해 정신적으로 덜 떨어진 천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말이라 형편없이 행동하거가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을 때 주로 쓴다, 실제로 자식이 바깥에서 나쁜 짓을 하면 그 부모가 대신 욕을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같은 개념이면서 근본 (멀리는 조상, 가깝게는 부모, 장소로는 고향땅과 고향사람들) 자체가 없다는 말이 되기에 사실 이것만큼 큰 욕도 없다. (굳이 해석하자면 사람에게는 근본이 있어도 동물에게는 근본이 없다 보기에 근본이 없다하였으니 그 상대에게 넌 사람이 아닌 짐승이다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뿌리가 확실치 않고 가문의 이력을 알 수 없는 일반집, 혹은 예전에 천한 신분이었던 집에도 이런 말을 쓰지만 보통은 어떤 나쁜 행동에 대해 질책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이 영화는 따지고 보면 그 근본에 대한 걸 담고 있다, 겉으로는 전통적인 가문의 근본을 이야기하고 또 그 근본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알고보면 이건 근본의 참뜻, 나를 존재하게 만든 분들의 이야기, 가깝게는 내 부모와 멀리는 내 조상까지 이어지는 "가문"이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내가 무시하고 내가 관심을 끊어도 내 근본은 어쩔 수가 없다는 걸 다시한번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있어도 오른사랑이라는 말은 없다. 내가 근본을 무시하고 내가 윗대와의 인연을 끊고 싶어도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호적제 기반에서는 자식이 호적을 파내거나 반대로 아버지가 자식을 파서 쫒아낼 수 없는데 호적을 파서 쫒아낸다는 말은 쉽게 쓰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고 법에서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 범위라서 이 근본의 인연은 한 번 맺어지고 이어지면 절대 끊을 수 없는게 바로 근본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냥 구두상으로 단절하거나 찾아 뵙지 않는게 전부고 배우자 이혼이나 재혼처럼 다양한 가족 관계가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 와중에도 현재 역시 절대 청산 할 수 없는 건 부모자식의 관계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죽었다고 믿는 자식들, 내리사랑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아버지로 인해 고향땅 발길을 모두 끊은 자식은 남들처럼 평범하지 않은 이 지랄 맞은 가문 때문에 아버지가 그래야 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혹사 당하며 일찍 돌아가셨다고 믿는다. 그래서 애초에 자기 가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에 깜짝 반전을 일으키며 가문이 우리 가족에게 피해만 주었다고 생각하는 걸 확 뒤집어 버린다. 아버지의 비밀과 어머니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자신들이 원망하던 가문은 자신들이 이렇게라도 살 수 있는 토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특히 아버지와 그 아버지로 인해 종갓집 며느리로 혹사 당한 이 가문이라는 곳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과 동생을 배부르고 등따시게 해준 원동력이라는 걸 안 순간 근본에 대한 생각은 바뀌게 된다.
자신들이 부정한 아버지의 마음은 오히려 따뜻한 진심의 부정이었을 뿐이고 어머니의 모정에는 아버지의 아내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도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 밝혀지는데 부정과 모정, 그리고 내리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문과 종갓집이 한 역할, 그리고 그래야만 했던 이유들이 서로 버무러지면서 영화는 완성된다. 어느 집이나 다 똑같이 아버지는 어머니를, 어머니는 자식을 챙기는 모습이 여기서도 볼 수 있는데 보이는게 근본이 만들어지고 이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이런 위아래 사랑의 교차와 어울림, 서로간의 오해와 이해로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해서 가볍게 보자니 마음이 무거워 마냥 발랄 유쾌 코미디물은 아니다. 막판에 두 형제가 아버지의 묘에서 우는 장면이 사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압권이 아닐까 싶은데 장례식에서조차 돌아가신 아버지를 신경도 안 쓰던 형제가 마지막에 가서는 한 없이 우는 걸 보고 있자니 웃자고 본 영화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샘을 훔치고 있게 된다.
곡성 영화를 패러디한 것과 같은 느낌도 있다. 특히 이하늬의 등장이 나중에 가면 점점 그런 분위기를 더 조성하는데 종갓집과 전통이라는 테두리를 JOT같이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고스트 같은 유령 분위기조차 전설의 고향 리메이크처럼 꼴사납게 볼 사람도 많겠지만 이하늬가 왜 등장했고 왜 두 형제에게 각각 절대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해줬는지 안다면, 쌩둥맞게 등장해 중간 중간 앞뒤 설정 따지지도 않고 그야말로 뜬금포로 나오는 이하늬를 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두 번 봐야 제대로 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형제의 차에 치여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문화재청 소속 공무원 이하늬, 그리고 고향집과 고향땅은 관심 없고 오로지 자기 이득만 챙기려는 형제, 그리고 이번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만나거나 볼 이유도 없을 것 같은 형제들의 극적인 전개는 웃음도 웃음이지만 추 달린 날개만큼 빠르게 훅 치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다. 문화재청 소속 공무원인 이하늬가 갑자기 동네 미친년이 되어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웃음 포인트이긴 하지만 그 내막을 알면 그 웃음이 울음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6점대, 전문가 기준 5점대로 썩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배경이 되는 장소나 스토리의 큰 축이 시대상과 맞지 않는 배척하고 싶은 것들을 다루기도 하고 또 이들과 함께 나온 주변 인물들의 역할과 캐릭터가 호응이나 감동 보다는 옛것을 무조건 계승하려는 씁쓸함을 보여주는 것도 있어 이런 분위에 휩싸여 전반적으로 영화 자체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분명 많을 수 밖에 없다. 또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생각보다 그게 쎄지 않을 뿐더러 사실상 애드리브로 나오는 수준의 작은 잔펀치 개그들이 주무기라서 크게 호탕하게 웃음을 말하기는 분명 어렵다.
애초에 언발라스한 스토리 전개를 가진 이야기 구성이라 끝까지 다 보면 이해 되는 부분이 많으나 중간 중간 나뉘어서 한 부분만 놓고 보면 절대 이해불가 되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감정이입) 마지막에 가서 이게 무슨 영화고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안다면 좋게 평가를 할 것이고 그냥 쓰잘데기 없는 신파극이었다고 하면 결코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할거다. 나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로 보통, 혹은 보통 이상이라는 점수를 주고 싶은데 어마어마한 액션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이런 잔잔한 감동과 미묘한 가족간의 감정 싸움, 애증과 애정이 교차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평소 느낌보다 조금 (아주 살짝) 더 높게 평가하기는 한다.
아무래도 부모님에 대한 감정, 고지식하고 깐깐하고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나 자신이 가진 건 다 퍼주려는 어머니에 대한 마음, 생각이 많을수록 감정이입이 많이 될 수 있는데 부모님을 일찍 여읜 사람이거나 아버지, 어머니 한 쪽에 대해 큰 미련이나 아쉬움, 보고픔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가오는 감정의 속도와 파장이 남다를 수 있어 객관적으로 영화가 좋다 나쁘다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득력은 다소 부족해도 이해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하고 내가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때 킬링타임용으로 찾아봐도 무방할 평타 이상의 영화라고 하고 싶다.
문화재청 공무원이 나오니 형의 불상이 아무래도 관심 대상이었는데 영화에서도 그걸 놓치지 않고 마지막에 불상의 존재와 결과에 대해 말해준다.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이하늬의 우산과 그네 (놀이동산)도 나름의 복선인데 자잘한 이런 장치들이 나중에는 빛이 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오리가 새겨진 마요미 스머프의 표정 연기는 자음 하나로 설명이 가능 "ㅋㅋㅋㅋㅋㅋ"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한 이하늬의 이 손 흔드는 장면, 실제 영화에서는 이하늬가 이렇게 등장하는게 초반이 아닌 후반에서 다시 보여줄 때 나오는데 난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차에 부딪힌 이유이기도 한 이 장면의 이하늬 표정을 극중 캐릭터로 감정 이입해 보면 이 장면만큼 행복함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이 따로 없다. 누구나 어릴 적 (특히 유딩이나 초딩시절) 꼭 한 번은 어디선가 봤던 모습이자 머리속에 저장된 장면인데 이 장면 하나가 영화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렇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걸 경험한지가 오래 전인데 저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어머니, 아내, 딸, 아버지, 남편, 아들)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하늬,,갑자기 차에 치여 정신줄을 놓지 않나 뿅하고 나타났다가 뿅하고 사라지지를 않나 우산은 왜 들고 다니고 형제에게 왜 다가가 그렇게 알랑방구 조언질을 하나 몹시 궁금했다. 솔직히 난 가문의 어르신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감독의 연출 의도대로) 이해했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 기간이라 예쁜 사자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보기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연극무대에 원래 올라간 원작이고 또 연극계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대체로 영화는 확실히 출판이나 연극처럼 다른 곳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일으킨 원작이 있는 경우 확실히 뭔가 남는게 있거나 때려주는 것들이 있다. 좋은 컨텐츠는 플랫폼이 바뀌어도 그대로 여전하다는 걸 다시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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