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 - 문라이트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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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한번에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 - 문라이트 (Moonlight)

by 깨알석사 2017.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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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평점과 전문가 평점을 보면 대부분 일반 관객 평가가 높고 전문가 평점과 차이가 많이 나는 법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흑인들의 삶을 다룬 <문라이트>는 일반인 평점이 7점대, 전문가 평점이 무려 8점대로 일반인 평점도 결코 적지 않지만 국내 영화 평점에서 전문가들의 평점이 8점대로 나온 걸 자주 접하기는 분명 어렵기에 영화의 파워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 자체만으로도 그 평점이 절대 허수가 아님을 증명했는데 최우수작품상 시상을 라라랜드로 잘못 부르는 바람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점이 되기도 했던 반전의 주인공이라 영화를 봤든 안 봤든 <문라이트> 영화 자체는 많이 알려지고 화자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별로 흥미롭게 보진 못했다. 재미라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가 전해주는 메세지의 강도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으로 함께 거론된 라라랜드도 그닥 재미를 못 느꼈고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최고의 평점을 받은 영화들이 하나같이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아서 역시 심도있게 깊은 통찰력으로 보는 전문가와 내 안목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영화의 방식은 무척 마음에 든다.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눈과 귀를 대고 보고 듣기만 해도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나에겐 솔직히 지루함이 컸다. 주제를 찾고 이야기의 핵심을 찾고, 또 그들이 주는 메세지를 찾기 바빴다. 아카데미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은 영화라는게 오히려 나에게는 걸림돌인 셈이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맹모삼천지교? 

실제로 영화 감상평들을 찾아 읽어보면 주변 환경과 부모님이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그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 삶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부모와 그 주변 환경이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건 당연하다.

또 이런 것도 생각났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역시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영화 속에는 동양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자성어 같은 가르침과 배움이 있다. 물론 화이트가 지배하는 서구 사회에서 블랙이라는 흑인, 더 나아가 검둥이로 비하 되는 미국 사회와 아메리칸 흑인들의 이야기라 차별성이 크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흑인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사회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라 그 점도 좋았다. 블랙과 화이트만이 존재하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기존의 아프리카 이미지의 흑인(블랙)과 미국 주류 사회의 백인(화이트)은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말하는 블루라는 것이 내가 본 색인데 오리지널 흑인도 아니고 백인 사회의 흑인도 아닌 그들만의 또 다른 색채를 가진 블루집단이 검은 아프리카 대륙의 블랙 흑인과 대조되는 미국 흑인들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만의 독창성 있는 차별적인 독립 집단, 미국 흑인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느끼는 감정은 많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처럼 인생사는 돌고 돈다는 진리와 철학적 접근, 한 아이의 이야기가 곧 그 옆에 있는 어른의 또 다른 이야기고 그 어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현재의 꼬마 아이 이야기와 맞물려 동일시 되는 것처럼 영화에는 분명 동양권에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나 속담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철학적이고 인간적이고 사실적이면서 처절하고 생동감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면서 문화만 다르지 사상이 같은 인생 철학 교과서를 그대로 답습한 내용이라 진부하면서도 서구 사회의 세계에서 흑인들의 시선으로만 처리된 영화라 오히려 그 점은 매우 신선하다. 까고 싶은 건 있는데 까기는 싫고 칭찬 해주고 싶은데 딱히 나서서 칭찬할 건 없는 약간 애매모호한 감정이 솔직한 나의 평이다.

어린 시절 불렸던 별명, 본명으로 챕터가 바뀌고 화면의 구도가 바뀐다. 담고 있는 이야기가 확장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엇보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되고 바뀌는지를 흑인 사회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한번에 모든 걸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많다

환경이 별로라서, 부모가 별로라서, 주변 친구들이 별로라서, 사회가 별로라서라는 변명은 영화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냥 단지 "흑인"이기 때문에, 피부가 검기 때문에, 환경 보다는 태생 자체가 흑인이라 그럴 수 있다는 여지를 많이 남긴다. 영화에는 상당한 장면을 통해 좋지 않은 환경과 좋지 않은 부모의 양육, 보육, 주변 친구들의 문제점으로 삶이 꼬이고 발전되지 않는 걸로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흑인"이라는 블랙 이미지 하나만으로 실제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때론 노골적인 표현이라 후련하다.

모든 사회나 지역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교육, 환경, 부모가 좋아도 피부가 검다면 분명 인생이 꼬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우리나라도 피부색이 조금만 달라도 튀기라고 놀림을 받거나 같은 외국인이라도 흑인에게는 백인과 전혀 다른 반응을 하는데 그런 것이 별로 없다는 서구 사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영화는 조금씩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미국 사회에서 흑백갈등, 인종차별은 심각한 문제인 것도 사실이고 오히려 자유롭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미국에서 그런 인종차별주의가 가장 심하고 흑백갈등이 최고조라는 걸 본다면 미국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야기는 복합적이다. 서구의 여전한 백인 주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유색인종과 동성애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깜둥이라 비하 받는 흑인이 동성애까지 한다고 하면 상황은 더 극단적이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삶이 진행될 확률이 높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동성과 이성으로 차별 하지 말고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미국사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인종차별과 인종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걸 꼬집는다.   

민족차별은 있어도 인종차별은 거의 없는게 우리나라다.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요즘 들어 부각되고 있는 면이 크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서 주요 내용으로 대두되는 문제와는 별개다. 미국처럼 동성애 결혼 합법과 같은 이야기와는 아직 거리감도 있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많이 다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개방적 사고와 자유로운 사상에 따라 영화평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이 친구와 동성애를 표현할 때는 보면서도 깜놀~

엄마가 약쟁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깜놀, 이미지는 수더분하게 좋은 엄마 같은데 약에 취해 망가진다.

같은 흑인이어도 조금만 다르면 같이 어울리기 힘든게 미국 흑인 사회 같다. 우리가 말하는 "흑형" "흑누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실상 다르지 않는데 그런 이미지와 다른 형태를 보이면 잘못된 "흑인" 흑인 답지 않은 "흑인"으로 보일 뿐이다.

영화에서는 블루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할머니가 해주셨다는 이야기 속에 처음 블루가 나온다. 흑인은 달빛 아래에서 검게 보이지 않고 파랗게 보인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드레스 색깔 논쟁이 생각났다. 이 드레스는 무슨 색으로 보이냐는 것에서 시작된 논란

주요 언론에서 다루었고 CNN 등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드레스 논란

정답은 블루와 블랙이 들어간 옷이다. 실제 옷이 공개되고 나서 논란은 사라졌다. 영화가 말하는 블랙과 블루가 등장하는 옷이다. 둘을 합치면 블루블랙이다. 블루와 블랙은 엄연히 다르고 각자의 색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염색 등을 통해 블루블랙이라는 색에 대해 잘 안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블루블랙으로 염색을 해 본적이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것이 어쩌면 블랙이라는 단일성에 대한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달빛 아래에서는 블랙이 블루로 보일 수 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흐름은 결국 아프리카 대륙의 일반적인 블랙이 아메리카 대륙의 화이트와 만나면서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블루블랙이라는 또 다른 색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아메리카 대륙의 또 다른 흑인 세계를 말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본다.

물론 주류사회에 섞이지 않고 단일 색상이 갖지 않는 조금은 특이하고 차별적인 유색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부분도 블루블랙이라는 걸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어 누구의 입장에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블랙이냐 블루냐 블루블랙이냐로 나뉘어 보일 뿐 본질은 같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꿈 보다 해몽이라고 나의 이런 해석에 큰 의미를 두진 말자, 그냥 그렇게 보였고 그렇게 생각났을 뿐이다.

미국 사회에서라면, 동성애라고 불리우는 성소수자와 유색인종 갈등이 여전히 심각한 미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괜찮은 영화라고 본다. 그러나 동양권 (한중일) 에서도 과연 통할지는 의문인데 아카데미 최고작품상으로 전문가 평점까지 높은 영화치고 국내 관객이 15만명이라는 건 역시 이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이 많이 다를 수 있음이라고 본다. 

영화의 그릇은 어떤 모양이고 무얼 담고 있는지는 잘 알겠지만 굳이 사고 싶다거나 내 스타일은 아니라는 억지(?)가 가능한데 본인이 선택해서 보는 영화로서는 괜찮을 수 있어도 남이 추천해서 보거나 남에게 추천해서 꼭 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라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라 실제 흥행과 영화의 완성도는 별개라고 보여진다. 

일반인 7점, 전문가 8점이라는 꽤 좋은 점수에서 나의 평가는 10점 만점에 6점, 수우미양가에 "양"이다. 7점 (미) 으로 일반인 평점과 비슷하게 평가할 순 있지만 내가 받은 첫 느낌과 영화가 끝나고 느낀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1점 차이지만 보통(미)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나에게 크게 와 닿는 포인트는 의외로 많지 않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려서 일까.

내가 흑인이라면 영화는 10점에 10점 준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문화에서 자라 성장했다면 8점 이상 준다. 인종차별로 심각한 고민을 해봤거나 경험했거나 아픈 기억이 있거나, 혹은 동성애와 관련해 내 정체성이 크게 흔들렸거나 그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더라면 마찬가지로 몰입이 더 잘되서 더 좋은 평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 내용에 몰입되고 공감이 될 만한 환경과 문화에서 자랐다면 7점 이하는 절대 없다. 그러나 멋진 영화고 멋진 내용이고 잘 짜여진 각본이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진심 포스터와 영화 속 연출된 장면은 매우 좋다. 포스터를 보고 나서야 브래드 피트가 제작했다는 걸 알았는데 색깔로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고 색깔에 이야기를 담아 포장했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그리고 꽤 멋있게 표현했다.

영화의 마무리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경험을 되새겨 보면 그 아저씨처럼 똑같이 젊은 나이에 사망할 운명일 것이고 같지만 다르다면 조금은 색다른 변화된 또 다른 제2의 아저씨가 되어 또 다른 꼬맹이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아마 그것이 블루이거나 블루블랙이라는 색으로 표현되겠지만

문라이트, 햇빛 아래에서는 검지만 달빛 아래에서는 파랄 수 있다는 흑인의 피부, 별빛 아래에서는 무슨 색일까?

햇빛과 달빛, 별빛이 공존하는 우주 사진을 찾아봤다. 아무것도 없는 컴컴한 우주공간이라고 해도 블랙이라는 이미지로만 되어 있는 사진은 드물었다. 신기하게도 파란 블루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정말 달빛 아래에서는 검은색이 파란색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는 빈소리를 안하심 ㅋ)

맨 위의 검정색 하늘, 그리고 파란색의 하늘, 그리고 가장 아래 하얀색의 밝은 하늘, 사진을 골랐는데 이미지가 영화 속 이야기와 비슷하고 마치 미국 사회를 보는 것 같다. 화이트와 블랙 그리고 블루블랙이 다 같이 공존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거나 영원히 섞이지 못하고 서로 다르게 살아가거나, 그게 인종(피부색)일 수 있고 성차별 일 수도 있고 남녀차별일 수도 있고.......영화는 미국 사회에 숙제를 내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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