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자동차의 폭풍질주가 나오는 영화 <아우토반> 원제 Collide (충돌) 가 주는 어감이나 느낌이 영화 속 이야기를 잘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자동차 속도전을 쉽게 연상케 하는 아우토반 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개봉을 했다.
영화의 기본 스토리는 간단하다. 어둠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운명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녀를 위해 음지에서 나와 행복한 나날을 꿈꾸며 동거동락하게 되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치명적인 병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꼬인다.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
결국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의 치료비를 위해 음지로 잠시 귀향(?)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사건에 휘말리면서 조직과 맞써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에는 다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영화 제목만큼 스릴감 있는 무한 속도전은 보너스다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6점, 전문가 평점 4점이 나왔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저조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볼거리는 있어도 흥미유발과 재미는 별로 없다는게 아직까지 국내 관람객들의 대체적인 평론이다. 그 점에 나 역시 상당 부분 공감은 한다. 그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나는 좀 다르게 보고 있다.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질주 장면에서의 액션씬은 무난하다 못해 비슷한 장르물과 비교해도 손색은 없다.
나는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모두 섭렵했다. 참고로 무엇보다 분노의 질주처럼 다양하고 멋진 자동차들의 질주가 많이 나오는 영화들은 일반 극장 보다는 자동차 극장에서 자동차를 탄 상태로 봐야 꿀재미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와 속도가 스토리의 핵심이면 되도록이면 자동차 극장에 가서 보려고 노력한다. 일반 극장에서 느끼는 것과 완전 다르다. 느낌만 보면 이것도 3D체험이다
물론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와는 많이 다르다. 분노의 질주나 아우토반이나 거칠게 질주하는 자동차가 핵심 소재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제목인데 이 영화는 자동차 경주가 핵심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저 스피드있게 진행되다보니 비슷할 뿐, 자동차 영화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분명 있다.
이런 식의 스토리에서 여러 자동차가 등장하고 고속 추격전과 충돌, 추돌, 교통사고들이 나오는 건 007 시리즈나 액션 장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라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분노의 질주처럼 자동차가 실질적인 메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영화다. 자동차와 연결된 주인공의 장면들은 양념일 뿐 이야기의 본질이 아니다. 분노의 질주에서는 차가 빠지면 영화 자체가 성립 안되고 개봉 불가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 전개상 자동차를 드러내도 상관없다. 결국 <아우토반>이라는 영화 제목만 믿고 접근한 사람들에게는 실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영화로 알고 접근하면 실망감이 클 수 있다는 말
<아우토반>이 아니어도 <도망자> <런닝맨>이라는 제목으로 열심히 도망다니는 제목을 붙여도 무방할 내용이라 어떤 기대를 갖고 보느냐에 따라 실망감과 있을 수 있고 그게 또 크거나 작을 수 있다. 아마 마케팅 자체가 분노의 질주처럼 자동차의 스릴 넘치는 추격과 도망으로 컨셉을 잡다보니 그게 생각보다 약해서 실망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 제작진이 자동차 장면을 맡았다, 그리고 그걸 홍보했다, 누가봐도 분노의 질주급 자동차 영화라고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분노의 질주가 자동차를 보는 재미였고 자동차의 스릴 넘치는 경주가 흥미 포인트라면 이 영화는 다르다. 사랑 이야기가 메인이고 그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자동차는 단지 그들의 사랑을 지속하는 관계에서 등장하는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소품으로 받아 들이고 보는 것과 메인으로 받아 들이고 보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
소품 수준인데 퀄리티가 분노의 질주급이면 꽤 괜찮은거고 자동차 등장이 메인인데 분량도 짧고 특별한 장면이 없다면 별거 아닌 실망이 먼저 다가올 수 있다. 출발을 어떤 기준으로 삼고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어둠의 세계와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다시금 어둠의 세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에 따른 이야기의 흐름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공감력이 클 수 밖에 없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어디에나 존재한다.
전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결국 그 돈과 얽힌 사건에 휘말려 납치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구한다는 포커스를 절묘하게 뒤섞어 놓았다. 돈을 구하는 것과 사람을 구하는 건 완전 다른 의미지만 결국 최정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동일한 행동에 근거한 구하기다. 평점을 보면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많지만 이 정도면 합리적이지 앞뒤 논점 없이 무작정 흐르는 쓰레기급 각본은 절대 아니다.
이들의 달달한 이야기와 두 조직간의 이야기가 오히려 이야기의 메인이다, 그러다보니 포스터나 마케팅에 나온 자동차는 그저 단순한 소품일 뿐 큰 의미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야기의 흐름이나 짜임새는 볼 만한 수준이다.
안소니 홉킨스와 벤 킹슬리 두 할배의 등장은 또 다른 매력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첫 장면이다. 뒤집어진 차량 안의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보여주면서 영화 중반 장면을 시작에 넣었다.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렇게 녹녹한 러브 스토리는 아니라는 걸 깔고 들어간다.
영화에 나오는 안소니 홉킨스의 수하들, 얼굴에 수염 있는 부하들은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지만 겁나게 무섭고 겁나게 로봇처럼 철면피들이다. 깔끔한 외모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부하들의 추격은 나 같아도 똥구녕에 불 나도록 허벌나게 도망다녔을 것 같다. 잡히면 그냥 죽는거다. 위 스틸컷에서 제일 좌측 아재가 제일 무섭더라
돈을 갖고 튀어라~와 분노의 질주, 스피드 등 기존의 국내외 영화에서 봤음직한 다양한 액션과 스릴 있는 요소로 영화가 짜여져 있다. 흥미는 다소 떨어지는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깔 정도의 영화 수준은 아니다. 늘어지는 감 없이 쭉 스피드 있게 진행되는 건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벤 킹슬리 할배의 멋진 황금 권총 난사 장면 뱅뱅뱅~ 빵야빵야~
포스터 속 문구 "미친짓에 뛰어드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말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공감이 크게 된다. 사랑하는데는 이유가 따로 없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며 사랑하는 사람, 연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라면 미친짓도 용납이 되고 미친짓도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일반인 6점, 전문가 4점대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지만 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말 그대로 보통 수준의 무난한 영화로 평가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손을 털었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아프자 돈을 구하기 위해 다시 더러운 곳에 손을 넣는다. 맹목적인 사랑에 대한 한 남자의 절규와 삶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멋지게 포장 할 수도 있다. (물론 포장지의 퀄리티와 디자인이 다소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
아우토반이 상징하는 여러가지 기준을 삼고 보면 다소 아쉬움이 크지만 적절하게 믹스된 사랑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들어간 무한질주가 자동차 뿐 아니라 사랑의 감정과 그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한 무한질주의 뜻도 담긴 영화라 고민거리 없이 편하게 보면 무난할 영화다.
남자는 때론 여자를 위해 무모하고 미친짓을 할 수 있다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 그 미친짓이 가끔은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처럼 절제가 안되고 제한이 안될 때가 있지만 결과물은 해피하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건 원래 절제의 미나 제한이 걸려서는 안되야 하기 때문에 리밋이 없는 러브 스토리의 또 다른 색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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