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활개를 치던 세계대전 당시의 배경과 스파이가 등장하는 영화 <얼라이드>, 일본의 일제침략, 일제강점기, 일제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공감되는 소재 영화다, 일제시대는 물론 남북이 갈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대립하는 지금 시점의 "간첩"물과도 크게 동 떨어지지 않는다.
독일 나치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치는 두 남녀 스파이가 작전 성공 후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후 행복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산다는 것이 큰 줄거리인데 되게 뻔한 소재의 뻔한 스토리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그릇의 모양과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이야기가 진부할 수 있음에도 잘 포장했고 무엇보다 남녀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워낙 잘 표현되어 있어 배우의 힘이 확실히 크게 보인다. 믿고 보는 배우 브래드 피트의 영화라서 부담없이 봤지만 후회없는 선택이었고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간직될 영화 중 하나다.
시작부터 꽤 연출력이 돋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들로 결국 사랑 이야기가 메인이지만 주변 장치들도 괜찮았고 스파이라는 설정 답게 액션과 나치 대항전의 짤막한 영상도 지루하지 않게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룬다.
007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있는 군인으로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
영화의 대사로 남을 속이는 방법에 대해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대한다는 말이 있는데 두 남녀의 연기를 보면 이들의 영화 속 모습도 연기보다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로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명연기
작전을 수행하는 동료이자 파트너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있다.
브래드 피트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볼 때마다 놀라울 뿐이다.
죽을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을 확률이 더 높은 두 사람의 비밀작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정신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그 과정은 복잡하거나 긴박하지 않지만 어차피 메인 스토리는 중반부터라 작전 자체는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인 암살이나 독립군이 등장하는 영화, 한국전의 켈로부대와 같은 첩보부대 이야기와도 맥락이 같아서 몰입은 잘 된다.
부부라는 설정으로 작전을 수행하지만 남들을 속이기 위해 진심으로 부부처럼 생활하다보니 서로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모든 동료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둘 만의 작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위험한 전쟁터에서 꽃 피우게 된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스파이를 다루었다고 해서 스파이물로 보긴 어렵다, 둘의 만남을 위한 계기로 작동할 뿐 기본 스토리는 "사랑"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렇게 서로를 달콤하고 사랑스럽게 쳐다보면서 행복해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질투심이 느껴진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에게 사랑은 가장 위험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결실만 잘 맺는다면 이것보다 강렬한 사랑도 없다. 죽음까지 함께 한 동지이자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한 맹목적인 사랑이라 잘 되면 애정의 극강
예전부터 데이트를 놀이동산에서 하는 이유가 위험하고 스릴 넘치는 장소에서 함께 감정과 정신을 공유하면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주는 심장의 콩닥콩닥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콩닥콩닥과 같고 그걸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심장을 현혹시켜 속인다는 이야기인데 이들의 만남이 그랬다.
둘 다 죽거나, 둘 중에 하나는 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전은 성공하고 둘 다 살아남아 안전하게 피신을 하게 된다. 이제부터가 오히려 이 영화의 본격적인 출발이다.
포스터 속에 나온 문구처럼 진실을 숨겨야 하는 여자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다.
스파이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이중 스파이" 영화는 그걸 담고 있다. 근데 사랑이 개입하면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
옥상의 장면은 너무 아름답다. 영화 전체가 생각보다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다.
하늘에서는 폭격기의 폭탄이 쏟아지고 있고 마을은 난리도 아니지만 두 사람만의 새로운 식구가 탄생하는 순간, 모성애와 부성애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사람이 죽고 죽어나가는 이런 현장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흔한 장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 실제 부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아이가 생기면서 엄마의 입장, 아빠의 입장으로 모성애와 부성애가 새로 연출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힘든 날도 있고 어려운 역경도 많았지만 두 사람이 만나고 난 이후부터는 행복만이 보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영화 전체를 다루다보니 보는 입장에 따라 호불호는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을 하고 있거나 애절한 사랑에 목 말라하거나 아름다운 사랑의 종착역을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영화
마리옹 꼬띠아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는 것도 영화의 빅 재미
키스해줘요,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
나는 두 사람이 개입한 작전의 후폭풍으로 누군가 복수를 하러 와서 아내를 잃게 된다는 내용으로 예상했었다. 나치든 작전에서 암살을 당한 독일 대사의 가족이든 지난 작전에서 연결된 누군가가 이들을 찾아내어 행복을 종결 시키고 두 사람의 사랑을 파괴시킨다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스토리는 엉뚱한 곳에서 다른 방향으로 터진다.
내 아내가 간첩이라면? 내 아내가 이중 스파이라면? 내 아내가 나를 만난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다른 음모라면?
남들보다 더 빨리 진실을 알고 싶은 남편은 단독으로 아내의 정체를 찾아 나서지만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아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앞을 못 보거나 죽거나 해서 착각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그리고 내 아이의 엄마가 나치의 스파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끔찍하다.
이 사실을 처음 알려준 첩보부대쪽의 테스트라는 항목 때문에 난 아내가 스파이가 아닌 누명을 쓸 것이라고 짐작했다. 스파이라면 그건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고 스파이가 아니라면 반대로 남편이 스파이로 몰려 결국 둘 중에 하나는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어쨌든 둘 다 스파이는 아니고 둘 다 또 다른 문제에 엮어 골치 아픈 일에 희생 당한다고 여겼는데 결말은 오히려 내 예상과 달리 "뻔한" 결말을 내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뻔한 결말이지만 의외로 기존에 보여줬던 장면들만 보면 뻔하다고 할 수도 없는 뜻밖의 결말인지라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른 아내가 요로콤 섹시하게 다가온다면 심쿵할 남편은 많을거다
담배라도 레이디 퍼스트이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대화, 초반과 후반에 반복되면서 두 사람에게 묘한 긴장감을 준다
영화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 두 남녀의 명연기와 몰입감 쩌는 연출이 없었다면 7점대로 다소 낮게 평점이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았고 의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가 무척 마음에 들어 점수는 평균보다 높게 줬다.
미혼남녀, 혹은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에서는 이중 스파이가 가능해도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부부에게 이중스파이라는 건 결코 쉬운 설정이 아니다. 브래드 피트가 엄청난 혼란감에 빠지면서 내 아내라는 말 보다 내 아이의 엄마라는 말로 아내를 대신 표현하는 장면도 부쩍 많은데 그 만큼 가짜와 진짜, 연기(스파이)와 실제의 경계가 애매하다고 해도 분명 경계라는 건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경계는 아이가 될 수 있다.
남편 스스로가 스파이로서 임무를 수행했던 자로서 스파이에 대한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텐데 결국 결말에 가서는 아내의 진짜 정체가 무엇이고 어떤 것이 진짜 진실인지를 알았을 때의 감정은 보는 이마저 가슴을 후벼파게 만든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스파이와 가족을 위해서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간첩질은 분명 형태는 같아도 본질을 다를 수 밖에 없다.
진실을 떠나 결과적으로 결혼 생활 내내 행복한 가정 속에서도 남편은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고 아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 자체만 해도 남편 입장에서는 많이 미안해 하고 괴로울 수 있다.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아내가 남편과 아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차이가 없다. 이게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사랑으로 뭉쳐진 가족이라면 사랑의 힘으로 그 행복이 깨지지 않기 위해 모든지 하게 되어 있기 마련, 근데 그게 어떤 식으로든 깨지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추잡해 보이고 비열해 보이고 허망하게 될 뿐이다.
아빠가 누워서 아내와 아이를 함께 보는 장면, 남자들이라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모습이다. 아마 갓 태어난 아기와 아내가 있는 남자라면 이 모습이 세상 어떤 장면보다 가장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런 행복한 모습이 영원하길 바랄 뿐이다.
남편과 아이와 행복하길 원했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영원히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자 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때로는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라면 선택은 뻔하다. 누구라도 예외없이 아내가 했던 선택을 했을 확률이 더 많다.
마지막 엔딩에서도, 그마저도 남편과 아이를 위해 자신이 또 뭘 선택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아내의 마지막 선택, 세상 부러울 거 없는 한 가정이었고 누가 건들지만 않으면 남 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이었을텐데 시대와 상황이 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는 되지 못했지만 좋은 아빠와 좋은 아이는 꼭 되길 바라는 아내의 마지막 모습과 그녀를 부여잡고 한 없이 우는 남편의 모습은 처절하다. 사랑에 목 마른 사람들, 사랑이 넘쳐 흐르는 사람들, 사랑의 본질을 다시한번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 가족의 희생과 사랑이 어디까지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여자라는 이름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내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녀의 사랑과 부모 자식간의 사랑을 다시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괜찮은 스파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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