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영화 /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 Sully, Miracle on the Hu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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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기적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영화 /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 Sully, Miracle on the Hudson

by 깨알석사 2016.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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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은 7년전의 실화를 담고 있다, 2009년 당시에 영화 속 비행기의 사고 소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보도 되었는데 그 때의 뉴스 화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강가에 떠 있는 비행기와 비행기 밖으로 탈출한 승객들의 모습은 영화 장면 만큼 실제로 기억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 

땅이나 건물과 충돌한 것도 아니고 물에 떨어졌으니 충분히 살 수 있었고 또한 저렇게 물 위에 떠서 구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대단하거나 놀랍다는 생각은 당시 하지 못했다. 머리 속에서 수상 비행기 개념이 먼저 떠오르다 보니 여객기가 물 위에 떠 있거나 착륙하는게 어렵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미국에서 이 사고를 두고 기적 같은 일이라며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며 화자가 되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한참 뒤에 미디어를 통해 비행기가 불시착을 했을 때 사망자가 없이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구출된 사례가 없고 특히 비상착륙이 물 위로 떨어지는 비상착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비행기 손상과 파손, 승객들의 피해가 큰 것이 보통인데 동체와 날개의 큰 파손 없이 그대로 안착해 승객 모두가 안전하게 구조된 케이스는 이 사고가 항공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다고 하는 말에 그제서야 개깜놀 

새떼로 인해 엔진이 모두 파손되고 이륙하자 마자 도심지 상공에서 불시착을 해야 해서 결국 도심 한복판의 강에 착륙을 한 것 까지는 영화를 보기 이전부터 알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고 얼마나 큰 결심이 따랐는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았다. 안 봤으면 정말로 후회했을 영화다.

케이블TV에서 가끔 보여주는 항공기 사건 다큐가 있다. 여러 나라의 항공기 사고 사례 중에서 사고 원인과 이유를 풀어주는 다큐멘터리인데 바다와 땅과 달리 하늘은 "추락"이라는 또 다른 공포가 있기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지는 다큐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가 이런 다큐 형태로 시간대별로 발생한 사고 장면을 그냥 순서대로 나열해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이렇게 이미 다 결론도 알고 모두가 무사하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이륙과 새떼 충돌, 이후 착륙 전까지의 승객들, 승무원들 심리묘사가 절대적인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 오판, 제대로 잘못 짚었다.   

우리나라에서 재난 수준이라고 할 정도의 세월호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남다르지 않다. 선박과 비행기, 하늘과 바다라는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른 것도 없다. 비행기나 배나 둘 다 선장, 캡틴이다. 그래서 더 괜히 몰입되고 흥분해서 스토리를 다 알면서도 쓸데없이(?) 긴장감이 돈다. 둘 다 실제 있었던 사고이고 실제 뉴스 화면으로 물 위에 떠 있는걸 봤지만 역시 둘 다 결론을 뻔히 알기에 보면서도 속상함이 더 크게 드는 영화다. 하나는 완전 비극, 하나는 완전 희극

둘 다 모두 같은 결론으로 아름다운 희극으로 맺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고는 비극으로 끝낸다. 이 영화에는 딱히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원래 다 잘 알려진 이야기, 공개된 이야기, 더군다나 이륙하자 마자 바로 착륙한 경우라 비행기가 움직인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살을 붙여도 한계인데 이걸 하나의 영화로 지루하지 않게 만든 것이 더 놀랍다.

다큐 이야기를 잠깐 했었지만 항공관련 수사에 대한 것이 그 다큐에 나온다. 미연방항공청인가 항공사고조사반인가 뭐시기한 기관과 단체들이 꽤 깊게 파고들어가 원인을 분석하고 파헤치는데 이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초반에 나온 조사 장면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라고 봤다. 항공 사고가 분명 났지만 이는 기적에 관한 내용이고 영웅담에 관한 것이라 누가 보더라도 사고 처리 절차를 위한 일상적인 행위라고 봤다. 근데 그게 아니라는 것에 무척 놀랐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왜 저렇게 까탈스럽기까지 할 만큼 조사를 하고, 승객을 구한 기장과 부기장을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을까 하는 심술도 생겼다. 멀쩡한 비행기에 새떼가 충돌해 엔진이 먹통이 된 것이 분명한 만큼 여객기 제작사나 항공사, 항공사 승무원, 공항과 관제사 등 일체 관련된 모든 사람과 회사가 문제가 되지 않고 말 그대로 천재지변이면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실수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심하게 조사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오히려 더 크게 만들었다. 

시민들과 승객은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보험사와 항공사는 그렇게 볼 수 없다라는 말에 일부 수긍이 되면서 사람들의 목숨보다 보험사의 보상절차와 조사가 더 중요하다는 것처럼 보였고 잘했다고 칭찬하기는 커녕 어떻게든 실책을 끄집어내서 꼬투리를 잡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트라우마 같은 것이 더 염려되는 상황, 그러나 그들의 항공 시스템과 조사 과정을 지켜 보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영웅 같은 일을 했어도 할 건 하고 따질 건 따진다는 그들의 사고 방식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이어질 때 또 한번 놀랄 뿐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제 조종사들의 동일한 상황에서의 시뮬레이터 조종 상황을 검토한 결과 강에 비상착륙을 하지 않고도 2개의 주변 공항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항공정보데이터 상에 엔진 2개 모두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 1개는 추력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소소한 반전을 더 끄집어 낸다.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를 조종실의 음성파일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도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

분명 영웅적인 행동으로 기적을 이룬 기장이지만 만약 그의 판단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승객들이 사망하지 않고 모두 무사히 구조가 되어 망정이지 결과가 안 좋았다면 이 사고는 전적으로 기장의 실수, 판단 착오, 새떼가 아닌 조종사의 실수로 인한 비극적인 사고가 되는 건 당연하다. 원인은 새떼라고 확정해도 불시착과 관련한 사고의 절대적인 책임은 새떼가 아닌 기장에게 있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연출된다.

결과가 좋든 나빴든, 영웅적인 일을 했든 악마같은 짓을 했든 조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에 큰 공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런 스토리로 쭉 가면 내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결말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설마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잘못된 것이고 이 허드슨의 기적이라는 것이 당시와 달리 기장의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로 영웅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며 그래서 영화가 만들어졌는가 하는 생각에 다다르면서 내 머리속은 살짝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믿을 놈 없다는 말이 딱 떠오르는 순간

청문회에서 다른 조종사들이 실제 상황을 만들어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모두 안전하게 공항에 착륙 했다는 장면이 나올 때는 완전 빼박, 기장이 영웅이 아니었고 100% 판단 착오로 빚은 과실이 명백했다. 엄청난 실수가 오히려 영웅담으로 포장된 상황이다. 

그러나 기장은 그런 명백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나름대로의 논리로 반박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새떼 충돌로 인해 엔진 모두를 잃게 될 상황까지 염두해서 즉각적인 반응이 되도록 훈련된 조종사는 없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이나 시뮬레이터 속의 조종사들이나 사고를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식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미 "학습"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경우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경우는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대처하는 능력과 기준이 다르다는 걸 제시한다.

실제 시뮬레이션의 오차를 줄이려면 자신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조종사에게 갑작스럽게 동일한 상황을 만들고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생각해서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시뮬레이터 장비 속의 조종사들은 이미 이 사고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라고 하는 대처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흥분 하거나 놀라거나 당황 할 필요가 없다. 

이건 마치 요즘 우리 주위에 있는 자동차 블랙박스와 비슷한데 블랙박스 속의 실제 운전자는 당황하고 놀라서 회피기동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제3자에게 블랙박스 속 장면을 충분히 보게 한 뒤에 동일한 사고 현장을 만들어 대처해 보라고 하면 몇 초 뒤에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 줄거리와 상관없이 사고와 관련해 실제 참고할 만한 중요한 척도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차이가 있다는 점인데, 이건 무시할 수 없는 반박이다.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시뮬레이터 속의 다른 조종사들은 새떼 충돌과 동시에 두 공항으로 신속하게 이동 경로를 잡고 움직여 공항에 착륙을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새떼와 충돌하자마자 주변 공항으로 바로 경로를 옮길 수는 없는 노릇, 새떼 충돌 직후 조종실 내부의 후속조치 과정과 관제사와의 교신 과정 등 소요되는 시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인데 결과적으로 그 점을 인정해 새떼 충돌 직후 35초 정도 여유를 두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하게 해보니 결과는 대반전, 모두 추락

이어지는 증거에서 항공엔지니어와 시뮬레이션 상에서도 엔진 1개가 사용 가능했다는 것을 두고 기장은 항공엔지니어는 조종사가 아니다라는 짧은 말로 초기 조사에 응했고 다시 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오히려 전송된 데이터가 잘못된 것이고 엔진은 실제로 모두 파손되었다는 것을 굽히지 않고 주장했는데 데이터가 잘못된 것이 맞고 엔진이 파손되어 정상작동 불능이 확정되면서 작은 반전은 다시 시작된다. 

기장이 말하는 인적 요소, 시뮬레이션에 인적 요소를 추가해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는 것이지 인적 요소를 배제하고 게임상으로만 진행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공감이 갔다. 기장은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 이면서 당사자이기도 하고 상황을 직접 판단하고 실천한 사람이다. 반박과 논리도 알아야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런 사고를 비극으로 맞지 않게 만든 것도 아는 것의 힘이라고 본다. 

이후 조종실의 음성 파일마저 공개되면서 시뮬레이션과 전혀 다른 과정이었고 그건 오히려 더 현명하고 잘된 선택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진정한 영웅으로 정식 대접 받게 된다. 영웅적인 일을 했어도, 잘하고 못함에 상관없이 밝혀야 할 것은 밝혀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찾아내어 어디가 잘못 되고 문제인지 끝까지 찾아내는 사고 조사 시스템, 그리고 조사 과정에 있어 잘못 판단해 조사한 것에 대한 해당 공무원들의 즉각적이고 신속한 인정과 대응,

승객이 모두 나갔는지 끝까지 혼자 남아 비행기 안에 단 한명도 없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 기장과 구조 이후에도 모든 승객이 무사한지 확인이 되어야지만 현장을 떠나겠다는 말에 우리나라 정부 조사 시스템과 캡틴들의 사고 방식에 관한 차이를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영화다.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행동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의 직업 정신이 빛을 발휘한 영화이며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선박이나 항공기, 버스, 기차 등에서 승무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 영화다, 모두 살았고 모두 안전하게 구조 되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책임공방을 떠나 진정 옳은 행동이었는지 잘못된 판단에 따른 실수였는지를 알아내어 기록하고 그걸 기반으로 잘못된 제2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던 영화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간만에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다.

155명을 겨우 24분만에 모두 구조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 세월호와 비교하는 분이 계실텐데 마음은 이해하나 상황이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먼 바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곳과 여객선과 보트가 즐비한 도심 속의 강가는 애초에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한강에 155명이 비슷한 상황이 되어 구조를 기다린다면 마찬가지로 30분 이내 구조 될 수 있다고 본다. 400여명의 거대 유람선이 서울 한강에 좌초가 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세월호보다 분명 많이 구조해 낼 수 있다. 구조가 용이하고 구조요원들이 순식간에 출동해 달려갈 수 있는 지리적인 구조와 잇점은 분명 차이가 난다.

세월호의 선장과 허드슨강의 기적 기장(캡틴), 그리고 세월호 사고 조사와 허드슨강의 추락 사고 조사반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영화. 세월호에서 우리나라 해경도 분명 실수를 했고 잘못을 크게 했지만 원론적으로 따지면 허드슨강의 기적처럼 기장(선장)이 모두에게 탈출을 명령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최종 확인 후 나왔다면 구조자(해경/어민)들이 늦게 오든 적게 오든 결과적으로 모두 구조될 수 있었다고 본다.

정확한 상황과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역시 승무원과 책임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도 구조를 해준 일반인과 해안경비대 보다 여객기의 기장이 영웅 대접 받으면서 모두에게 존경 받는 이유이기도... 

세월호 사고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남일 같지 않은 영화다. 도심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911 트라우마를 겪은 미국인들에게 허드슨강의 비행기는 또 한번의 공포가 될 수 있었다. 현명한 캡틴의 판단과 용기로 비행기 사고의 아픈 트라우마를 다시 생기지 않게 만든 살아있는 영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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