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이 생각보다 낮다. 개봉 전 무한도전에서 추격전으로 간접 홍보를 해서 이목을 끌었지만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꽤 많이 나왔음에도 크게 한방은 못 낸 듯 싶다. 초반에는 심심했고 중반에는 짜증이 살짝 났다. 불편한 내용과 상스러운 욕들의 향연, 수컷들간의 주먹질 싸움 멋짐보다는 그냥 얼굴 인상 찌푸려지는 지저분한 폭력 장면들의 연속
후반에 가서야 몰입도가 높아지고 결말에 가서야 속이 그나마 뚫리는 수준으로 겨우 본전은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평점이 낮은 이유는 질질 끌고가다가 너무 늦게 한방을 터트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 보고 나서의 결론은 재미있고 괜찮았다는 것.
일단 평가부터 한다면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 정도로 나의 주관적 평가를 하고 싶다. 정우성의 연기는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했고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는 걸 느꼈다. 황정민이야 워낙 똘끼 역할을 잘하니 예상한 수준
영화의 주요 캐릭터는 그 자체로 나름 재밌는 구석이 많다. 의외로 이 영화는 주인공이 모두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이 주인공이 영화다. 경찰조직이라는 하나의 축과 검찰조직이라는 하나의 축, 그리고 시청조직이라는 축으로 관공서들이 모두 개입되어 있다.
왔다리 갔다리하는 사냥개 역할은 경찰이, 서로 잡아 먹겠다고 싸우는 건 검찰의 검사와 시청의 시장, 이런 삼각관계는 결말에 정우성이 이제 재네들끼리 싸우게 하고 우리는 빠지게 하자는 대사에서도 잘 나온다. 좋은 일로, 좋은 이야기로 세 조직이 어울려 만났다면 몰라도 부정부패와 살인, 범죄, 탐욕, 이간질, 폭력, 구타, 협박, 납치가 모두 공조직의 공무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건 확실히 불편한 내용,
현실이 더 불편하고 현실이 더 악랄하고 지저분하다는 걸 알지만 막상 눈 앞에서 공조직의 부정부패와 화려한 범죄행위를 직접 보는 건 여전히 거북스럽다. 솔직히 아니였으면 하는 바램마저 들 정도.
마누라 살려 보겠다고 병원비를 위해 나쁜 사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경찰, 그리고 믿고 의지한 경찰 선배의 말에 따라 경찰복을 쉽게 벗고 나쁜 사람들에 합류한 경찰 후배의 타락과 몰락, 그리고 배신과 미안함, 사리사욕에 사람 목숨은 목숨으로 보지 않는 시장과 사회 정의 구현이 우선인지 실적 올리는 것이 우선인지,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근무를 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검찰 수사관들과 검사를 보면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좋게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도시를 발전시키려는 시장과 나쁜 시장을 잡기 위한 검찰, 그리고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한 비운의 경찰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게 내용이 참 드럽다. 지저분하다. 건드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악취가 난다. 셋 중에 어느 편에 있겠냐고 물으면 어디에 있어야 할지 판단 자체가 안될 정도로 그냥 다 나쁜 놈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결말을 예측하게 되는데 정우성이 죽거나 황정민이 죽거나 둘 중에 하나가 잡히거나 죽어야 끝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예상 밖의 결말이 이어져서 나름 속 시원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식으로 싹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줄은 미처 몰랐다.
돈에 구걸하고 실적에 구걸하고 사회 명성에 구걸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말만 놓고 보면 결국 다 목숨 구걸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나선 검찰 직원들과 검사가 셋 중에 제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모두 아낌없이 예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때는 안타깝다는 생각보다는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들이 하는 사회정의 구현은 절대로 정상적인 사회정의 구현이 아니었다.
살아보겠다고 검사가 대형 칼을 들고 검찰 부하 여직원을 쫒아가는 장면과 죽어라 기어서 도망가는 검찰 여직원을 보면서 굉장히 불편했지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르면서 쓰레기 매립장을 보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공감이 안되어야 하는데 공감이 될 것 같은 드러운 기분은 실제 사회 단면에서도 충분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깡패 조직과 검찰 조직의 시스템 방식은 원래 같다고, 상하 서열이 확실한 두목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움직이는 권력인데 한 쪽은 사조직, 한 쪽은 공조직 말이다. 그게 좋은 일이라면 그 권력의 사용이 상관없지만 깡패 조직과 다름 없을 때는 사회에서 청소해야 할 쓰레기 군집이고 그냥 깡패다.
제목이 아수라여서 아수라장으로 끝을 낼려나보다 했는데 예상대로 제대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어지간해서는 적당히 어지럽힌다하여 과연 진짜 아수라장이 될까 걱정이 있었지만 확실히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보다 더 한 아수라장은 없다.
과연 결말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끝낼 것인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설마 뻔한 예상은 아니겠지 하는...) 결말이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아수라도 아수라지만 아우라도 있었다. 역시 정우성은 정우성. 초간지 멋짐은 아우라 그 자체
영화에서 확실히 남은 건 정우성의 멋짐과 연기력, 그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영화를 보면서 최근 벌어지는 정치 사건이 연상 되었다. 행정의 수반이 뻘짓을 하고 있고 그걸 잡겠다고 눈치 살살 봐가면서 작전을 하는 검찰,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양다리 걸치고 눈치만 보는 경찰 말이다. 파란집의 공관에 머무는 여시장님(?)이 지금 우리 마을에 난리가 났는데 경찰 수사는 커녕 경찰 조사 관련 소식은 아예 없다. 파장이 커서 검찰이 직접 나선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경찰쪽이 조용해도 될 정도인가 싶을 정도,
경찰은 파란지붕의 공관에 계신 여시장님 지휘에 따라 엉뚱한 곳에 병력을 쏟아 붓고 부검을 하니마니 그곳에서만 장사진을 치고 있고 검찰은 분명 나름대로 투 트랙 체제로 경찰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정보 수집을 하고 있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가져오라는 제대로 된 정보는 없고 시간만 끈다. 딱 정우성의 역할과 비슷
사조직보다 공조직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봐야 한다. 증인을 매수하고 납치를 해도, 미성년자와 불법 성매매를 해도, 가짜로 상황을 만들어 거짓 언론 플레이를 해도, 경찰서 반장이 죽어도, 유치장의 죄수가 급살을 당해도 검찰 수사관이 형사를 잔인하게 구타를 해도, 심지어 공무원이 직접 마약밀매에 연루가 되어도 별로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워낙 전체가 지저분해서 그 정도는 심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다 공조직이라서 가능하고 공조직이라서 들키지 않고 무마할 수 있는 권력의 힘이다. 그건 확실하게 보여준다. 정우성이 즐겨 하던 "좆이나 뱅뱅"이라는 대사가 딱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이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본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진실은 딱 이 대사가 모든 걸 대변한다고 본다.
결말에 깜빵가거나 죄수복 입고 씨익 웃는 그 딴거는 제발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다행히 영화는 날 후회시키지 않았다. 솔직히 이 수준이면 여기 나온 캐릭터 공무원 3인방은 교소도도 아깝다.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고 이야기 전개가 화끈하고 거대한 음모 같은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초반에 거의 다 나오고 돌아가는 사정도 다 나온다. 누군가에는 그게 질질 끌고 가는 지루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하디 뻔한 먹이사슬 관계에서 먹힐 듯 말 듯...잡힐 듯 말 듯한 것들의 연속은 그냥 지루함과는 좀 다르다. 그들이 끊임없이 보여주는 먹이 사슬 관계의 타락과 치졸함, 졸렬함은 구경하는 재미가 분명 있다.
결국 절대 약자도 없고 절대 강자도 없는 극단의 상황이 되어서야 결론이 난다. 삼각형의 구조에서 서로 총구녕을 겨누고 있을 때, 내가 쏘지 않으면 상대가 날 겨냥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쏠 수가 없다. 이건 세 사람이 모두 같다. 그러나 내가 상대를 쏘면 그 댓가로 날 겨냥한 상대는 살아남을 수 있어 날 살려줄 확률이 크다. 하지만 그건 도박이다.
결국 목숨이 걸린 도박에서는 쏘거나 쏘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가 반드시 택해지는데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결국에는 모두가 파국을 맞는다는 걸 알아 챈다면 모두가 서로 동시에 쏘게 되어 있다. 셋 다 총을 내려 놓으면 모두 살지만 그런 상황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그럴 확률이 적다. 나쁜 놈 모두가 살기 보다는 모두가 끝나는 그런 영화, 처음에는 심심하고 단조롭지만 다 먹고 나니 개운함이 밀려오는 그래도 속풀이는 어느정도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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