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머니투데이 기사 입니다.
원문 및 출처 : http://www.mt.co.kr/emanager/eman/mtview.html?no=2015091009483270250&cp=dongbu
추석 대목인 이맘때면 무려 3톤이 넘는 송편을 빚는 떡집이 있다. 전통 제조 방식과 천연 재료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삼성떡프린스’(이하 떡프린스), www.ddprince.co.kr
삼성농아원 법인 산하 장애인보호사업장 떡프린스는 청각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이다. 2010년 컴퓨터기술을 가르치는 훈련장에서 떡 만드는 사업장으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5년, 이곳은 2년 연속 서울시가 선정한 ‘안심떡집’이자 동작구의 유일무이한 ‘우수 사회적기업’이 됐다.
삼성떡프린스는 복지와 행정파트를 제외한 직원 모두 청각 혹은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수익금 100%가 장애인 복지 기금으로 쓰인다./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 장애인에서 장인으로...새 직업과 함께 얻은 새 삶
동작구 양녕로 30길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성농아원 입구에 아담한 카페가 보이고 그 안에 떡프린스가 있다. 당일제조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이른 아침부터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알록달록한 떡들이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기계음만 요란할 뿐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청각장애인이다. 대화는 수화로 이뤄진다. 올해부터 지적장애인도 몇 명 합류했다. 떡을 만드는 사람은 모두 29명이다. 이들은 저마다 한 두 가지 씩 가슴속에 묻어 둔 사연들이 있다.
“아기 울음소리는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
청각장애인 선익 씨는 친정엄마의 간곡한 권유로 얼마 전 인공와우수술을 받았다. 그러느라 다니던 부품조립공장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선익 씨는 떡프린스에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내년 5월엔 결혼도 한다. 떡프린스의 또다른 직원 창수 씨가 예비 신랑이다. 창수 씨는 6년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린 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열심히 기술을 익혀 지금은 떡의 달인이 됐다.
내년 5월 결혼 예정인 김창수(좌)씨와 김선익(우)씨는 삼성떡프린스에서 함께 일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
◇ 쌀가루 50포대의 시행착오 끝에 연 '제대로 된 직업' 줄 기회
두 사람의 재기를 도와준 건 사회복지사이자 떡집을 책임지고 있는 최종태 원장(43)이다. 최 원장은 “청각장애인들은 기술이 없다 보니 3D 업종에 취업한다“며 ”조립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이직율도 높다”고 안타까와 했다.
그는 “농아원 거주시설에서 떡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직업적으로 가르친다면 떡집을 차릴 수도 있고 외부취업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3D 업종이 아닌 제대로 된 직업으로서 말이다.
쉽지는 않았다. 사회복지사인 최 원장부터 떡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전문가가 됐지만 5년 전엔 모두가 초짜였다. 강사를 초빙하고 유명떡집을 돌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버린 쌀가루의 양만 해도 15kg 짜리 50포대가 넘는다.
최종태 삼성떡프린스 원장./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 정직, 천연 재료가 성공 비결
최 원장에게 성공비결을 묻자 ‘정직함’이라고 했다. 떡프린스는 철저한 위생관리와 방부제나 유화제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 국내 쌀만을 사용해 소비자 신뢰를 지키고 있다.
송편은 국내산 쌀 100%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미각을 돋우는 화려한 색상도 인공색소가 아니라 천연재료 그대로이다. 쌀, 호박, 쑥, 흑미, 자색고구마를 넣어 건강을 챙겼다. 속도 깨와 콩 두 가지를 모두 넣었다.
최 원장은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마다 추석 때면 단골손님들의 단체 주문으로 3톤 이상의 송편이 팔린다”고 자랑했다. 이밖에 전통제조방식인 순 막걸리로만 발효시킨 증편은 떡프린스의 또 하나의 대표상품이다.
최 원장은 처음에는 장애인이 만든 떡이라는 걸 일부러 내세우지 않았다. 장애인이 만들었다 하면 뭔가 부족할 거라는 선입견을 부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롯이 떡 맛으로 정면 승부수를 띄웠고 성공했다. 그 이후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떡집이라는 스토리가 입혀지니 기업이미지가 훨씬 좋아졌다.
◇ 수익금 100% 장애인 복지 지원
군장병들에게 인기가 좋은 꿀떡과 설기로 만든 케이크./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수익금은 100% 장애인 복지로 돌아간다. 재료비를 뺀 나머지는 모두 장애인급여와 보호 작업장 원생들의 교육과 외부활동 프로그램으로 쓰인다. 회사의 목적이 이윤보다는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더 고용해 그들에게 자립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6개월의 훈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근로자로 채용될 수 있다. 급여는 기술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지적장애인은 월 30만~50만 원 선, 기술이 좋은 청각장애인들은 최고 150만 원쯤 된다.
현재 월 매출은 평균 3000만 원이다. 연 매출액은 지난 2013년 3억, 2014년 3억6000만, 올해는 4억5000만 원 정도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지만 최 원장은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고 웃어넘겼다. 공공기관과 군부대 납품이 그 예이다. 군부대 납품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군인들을 위해 만든 특별 생일 떡 케이크이다.
◇ 올해는 자립의 해 ... OEM방식으로 프렌차이즈점에 고정납품
국내산 쌀 100%로 만들어 쫄깃하며 호박,쑥,고구마,자색고구마 등 천연재료로 색을 입힌 송편.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떡프린스는 올해를 자립의 원년으로 삼고 홀로서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5년간 홍보가 될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떡을 들고 발품을 팔았다. 덕분에 최근 유명 떡프렌차이즈점 두 곳에 OEM방식으로 완제품과 장식용 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장기 목표는 떡프린스 2~3호점을 내는 것이다. 일반 떡집이란 게 워낙 영세해 누구를 채용할 만한 규모가 아니어서 외부 취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떡 공장에선 기계가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발붙일 곳은 그저 허드렛일뿐이기 때문이다.
떡집의 최고 책임자이긴 하지만 최 원장은 영락없는 사회복지사였다. 곧 부부의 연을 맺을 두 사람을 인터뷰할 때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을 물었지만 특별한 꿈이 없다는 공허한 답만 돌아왔다. 허탈했다. 최 원장은 그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꿈을 물으면 없다고 말해요. 무력감에 그냥 현실에 안주합니다.”
청각장애인이 꿈을 꾸는 사회. 떡프린스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주문번호(02-823-2230, 823-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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