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중에서 떡볶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들어 매운맛이 강세여서 매운 떡볶이가 많이 나오지만 역시 떡볶이는 약간 달달해야 맛있다. 원래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도 전부 매운맛이 아닌 달달한 맛으로 약간 설탕맛으로 먹는 게 진리다. 떡볶이의 떡으로 밀떡(밀가루)와 쌀떡(쌀가루)이 나뉘는데 역시 제맛을 느끼려면 쌀떡으로 먹어주어야 한다.
밀가루는 끊어지고 잘 굳지만 쌀떡은 치즈처럼 끈끈함이 있어서 설날 떡국을 먹기 위해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쭉 뽑아 늘려 먹는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밀떡보다는 쌀떡이 감칠맛이 난다.
녹색바탕의 흰 점박이 접시는 분식집과 중국집에서 많이 보던 접시로 요즘에는 그냥 흰 접시가 많고 거기에 비닐까지 씌워서 사실 별로다
비닐이라는게 고온에는 녹기 마련인데 요즘 환경 호르몬도 많이 대두되고 있는 판에 뜨거운 음식을 비닐에 놓고 먹는게 영 탐탁치 않다. 이것이 설겆이가 시원치않고 어려운 노상의 노점에서 시작된 것인데 가게임에도 비닐로 씌워 주는 집이 종종 있다. 이런 집은 마인드가 틀렸다. 접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설겆이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비닐 씌워주면 이건 감성팔이도 아니고 그냥 귀차니즘이다.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가 시중 길거리 떡볶이보다 맛이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돈 받고 파는 프로 음식과 집에서 해먹는 아마추어 음식은 같을 수 없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재료다. 똑같은 재료라고 하지만 원래부터 음식은 식당용과 일반용이 다르다. 흔히 말하는 식자재, 식자재 도매상들이 납품하는 음식들은 같은 재료라고 해도 식당 조리에 맞춰 가공되거나 포장되어 나온다. 이런 재료는 기본적으로 조미가 되어 있고 맛이 첨가된 경우도 많아 간단하게, 그리고 빨리 조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식자재 도매가게에서 동일한 재료를 사다가 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고 무엇보다 식당은 기본으로 3구 이상의 고화력을 쓰기 때문에 불맛에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빨리 끓이는 것과 은근히 끓이는 것도 차이다. 미식회에서도 나온 어묵국물도 핵심적인 차이이기도 하지만..
홍대의 조폭 떡볶이
한창 연애를 할 때 홍대에 놀러가서 맛 보게 되었는데 여친께서 먹어보고 싶다며 날 데리고 간 곳이 바로 여기!
여친의 사촌누나가 홍대에서 꽤 유명한 맛집을 운영하고 계신데 나름 유명하다고 하지만 홍대 같은 곳에서 유명하기 쉽지 않아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진짜 개유명한 맛집이더라, 혹시나 해서 맛집 검색 했더니 네이년 메인에 줄줄이 그 사촌누나 가게가 쭉 뜨더라..그냥 갈까 하다가 찾아가서 인사 드렸다 ㅋㅋㅋ
그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기가 있어서 여친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는데 조폭 떡볶이의 역사에 대해 나에게 설명해 주더라. 뭐 수요미식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줄서서 먹는 집이라 바로 먹을 수 없다고 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날이 안 좋은건지 가자마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구석탱이에 앉아서 바로 아래 사진처럼 쟁반째 어묵과 떡볶이, 그리고 순대를 똑같이 시켜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한 함정...ㅠ.ㅠ
주변 사람들이 내 입맛을 보고 저주받은 혓바닥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건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고 난 원래 천연의 맛을 즐기는 순수한 미식가다. 설렁탕에 소금 넣는것도 싫어하고 간이 쎈 음식도 싫어한다. 워낙 귀에 딱지가 붙도록 여친께 설명을 듣고 찾아가서인지 기대가 컸었는데 날 유혹하기에는 뭔가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한번쯤은 먹어볼 만한, 그래도 다른 집보다는 확실히 나은 떡볶이라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나 같은 지방 촌놈, 촌년들이라면 한양 입성하고 관광할 때 이 집은 한번 거쳐주어야 한양에서 떡볶이는 먹고 왔구나 하지 않을까 싶다. (뭐,,,내 고향이 아름다운 서울이라지만 중고딩 시절을 한양 대문 밖 수도권에서 지내고 쭉 그 지역에 머무는지라 한양 넘어가면 무조건 다 지방이다...ㅋㅋㅋ)
한양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예전에 소개팅할때 나온 여자가 아주 진상이라 주선자에게 쓴소리 한 경우가 있다. 밥 먹는 중에 패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울만 벗어나면 사람들이 촌스럽단다. 먹는것도 촌스럽고 옷도 촌스럽고...희한한 성격이네~하고 개무시하려다 강남 토박이인가 싶어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강원도란다 ㅠ.ㅠ....태어나자마자 서울 왔냐고 물으니 대학교까지 강원도에 있다가 취직하러 서울 왔단다. 서울 직장 잡고 산지 이제 2년인데 강원도 가면 촌냄새가 풀풀 나서 금방 돌아온단다 (자취중)....내가 서울 근교 수도권 언저리 지방에 사는거 아냐고 물으니 패션보고 알았단다...ㅋㅋㅋㅋ 이런 더블드레곤 같은 것..
내가 서울에서 태어나 초딩시절을 보내고 중딩이후 쭉 수독권을 벗어난 적이 없음에도 누가 누굴 지적하는지...ㅎ
내 고향을 띄워주어서 고맙기는 한데 그렇다고 자기 고향인 강원도를 깔 필요가 있을까? 정말 만나서 밥만 먹고 사람 됨됨이가 아니다 싶고 여자 정신머리가 아니다 싶어 그냥 헤어졌다. 다음날 주선자가 어찌나 방방 떠는지, 왜 애프터 신청 안했냐고 왜 밥만 먹고 헤어졌냐고? 굉장히 섭섭해 하더라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다나 뭐라나...이런 더블 드레곤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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