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동영상을 보면 가장 맨 먼저 등장하는 경고 문구, 그것도 무시무시한 검은 바탕에 잠깐도 아니고 꽤 오랫동안 읽어 볼 시간(?)을 충분히 주는데 빨간색 테두리의 FBI라는 글자만 봐도 뭔가 잘못 되었다라는 착각을 들게 만든다. 야구 영상이라는 것이 모두 불법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문구를 넣었을리는 없다고 믿는 우리 똘똘이 형제들은 이 영상도 결국 FBI 멀더 요원들의 감시망에 포착이 되어 이런 문구가 삽입된 상태로 유통이 되고 나중에 적발 근거가 되겠구나라는 심쿵 경보가 발동된다.
문구에 경찰도 아닌 미국의 FBI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깜짝 놀라는데 은근히 사람을 찜찜하게 만드는게 바로 이 FBI 워링이다. 뭔가 하면 안되는 걸 하게 될 경우 FBI에게 혼날 수 있다라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드는데 사실 이 문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해당 작품에 대한 불법성이나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일반적인 저작권 안내에 대한 내용이 전부로 다음과 같다.
연방수사국 경고문
연방법에서 범죄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저작권이 있는 영상을 불법복제, 유통 또는 전시를 할 경우 가혹한 처벌을 할 수 있다. (미국연방법전 제 17조, 501 항 - 508 항). 연방수사국에서 저작권 침해 혐의에 관해 조사할 권리가 있다. (미국연방법전 제 17조, 506항)
그렇다, 이 경고문구는 야동을 보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부분으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복제하거나 유통하지 말라는 문구로 저작권 문화가 일찍 발달한 미국이 영상물에 넣는 문구로서 야구 영상과는 사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물론 저작물로서 연관성은 있지만 해당 장르에 관한 FBI 경고나 주의는 아닌 셈이다. 미국은 뽀르노를 합법적으로 제작, 유통, 판매하기 때문에 야구 영상도 저작권 보호를 받는데 그래서 이런 문구가 삽입된다. 그걸 모르는 우리로서는 야구 영상 보면 FBI가 잡아간다 ~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일본 야구 영상에는 이런 문구가 없는데 FBI가 미국의 수사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FBI 문구는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영화에 FBI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 이유와 같다.
이 문구는 사실 불법복제가 가능한 비디오 테이프, CD 시대에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경고 조치로서 미국의 모든 영화에 들어가는 문구다. 다만 비디오의 경우에는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정식 유통을 통해, CD는 판매점을 통해 정품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문구를 편집 삭제하는 경우가 많고 불법 복제를 한다고 해도 유통과 판매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일반 영화에서는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는데 뽀르노 야동은 대부분 불법 복제로 유통이 되고 그 부분이 심각하다 보니 모든 야구 영상에는 이런 불법복제에 대한 경고문이 활성화 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야구 동영상의 타이틀처럼 굳어진 이 FBI 경고문구는 어른들의 야구 영상을 대표하는 하나의 장식처럼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었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문구가 처음 등장하면 이 영상물이 100% 뽀르노라는 것을 직감한다. 물론 가끔은 일반 영화에도 이 문구가 나오는데 뽀르노 문화가 워낙 강렬하고 강한 이미지가 남다보니 뽀르노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있어 일반 상업영화에 이 문구가 등장하면 이 영화도 야구 영상처럼 뭔가 문제가 있나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 DVD에도 이 문구는 나오는데 야구 영상과 동급으로 여겨 오히려 불법 복제된 영상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 FBI 경고문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야구 영상을 봤느냐 안 봤느냐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개그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남자들 99.9999%가 안다는 이 문구는 야구 동영상을 봤다면 알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FBI 경고 화면 모르는 남자 대한민국에 있어? 있음 나와봐! ㅎㅎ
따지고 보면 경고의 의미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영상물 시작에 경고와 관련한 내용이 존재했다. 그 유명한 "호환, 마마, 전쟁"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아닌 "멘트"인데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말로서 FBI 경고문은 미국의 영상물에 글로 적혀있는 경고라면 호환, 마마, 전쟁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영상물에만 나오는 경고문이다. 주로 약 선전에 자주 등장하는 성우 아저씨가 (비디오 테이프 시절 이 영상물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 제조사인 선경 SKC의 기업광고에도 이 아저씨 목소리가 나온다. 에스케이~씨!) 말과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해 주던 경고로서 중간에 살짝 에로 버전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부분을 오히려 인상깊게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남자들은 모두 그 부분만 기억한다. 비디오 시절을 겪은 세대라면 이 멘트를 모를 수가 없다. 그 멘트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법 비디오들을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영상 매체인 비디오를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됩시다. 한 편의 비디오,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이 호환과 마마, 전쟁보다 무섭다는 음란물에 대한 경고를 받고 자랐고 아들 세대에서는 FBI 서양 경고문을 받고 자라는 것으로 어떤 경고문에 익숙하느냐에 따라 세대차이가 난다...예전에는 음란물이라는 말 보다는 어른들 영화, 어른들만 보는 영화라는 말도 종종 썼는데 호환, 마마, 전쟁 문구에 익숙해지면 괜히 음란물 보다가는 호랑이한테 잡혀갈지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호랑이가 등장한다 ㅋㅋ)
마지막으로 일본 야구 동영상에도 FBI 워링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특정 브랜드의 작품에는 이런 문구가 달린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일본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된 FBI 경고문구가 나오거나 가끔은 영어와 일어가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앞서 FBI 경고문에 대해 설명할 때 미국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영상물에만 등장하는 문구라서 일본 야구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듯이 일본 영상에 이 문구가 있다면 이는 일본용이 아닌 수출용으로서 미국에서 유통,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뽀르노라는 뜻이다. 일본 법인이 만들고 미국에 있는 일본 법인의 미국 법인이 유통과 판매를 하게 하여 미국 저작권으로 등록, 보호를 받기 위함이다. 이는 미국에서만 유통이 되야 하고 수출용은 모자이크가 없기 때문에 해당 유통 지역이 아닌 곳에서 유통과 판매는 불법이다. 당연히 일본 자국에서도 불법이다.
자신들이 만든 수출용 영화가 불법으로 역수입 되면 이런 문구가 달린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 문구가 일본 야구 영상임에도 만약 명시되어 있다면 그 일본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건 모자이크 없는 무수정 작품이라는 뜻이 된다. 모자이크 작업이 없는 서양에서는 수출용이라는 것이 모자이크 없는 무수정 작품이어야 하기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는다. 서양권과 달리 일본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모자이크 없는 무수정 작품은 모두 불법이다. 그렇다고 모자이크 있다고 합법도 아니다. 다만 모자이크 있으면 단속이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모자이크가 있도록 하고, 미국에서는 모자이크 없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남자들이 FBI 경고문을 안다고 해서 100% 야구 영상을 봤다고 할 수는 없다. (현실성 없는 부정이지만) 일반 상업영화에도 이 경고문은 붙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접하는 일본 작품은 100% 붙기 때문에 익숙할 뿐이다.
누구나 궁금해 하는 경고 문구지만 정작 제대로 정확히 그 내용은 알지 못했던 FBI의 경고, 저작권 안내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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