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경제적으로 성공했을 때 우리는 대단히 부러워하면서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그 경제적 성공의 규모가 클수록 그 부러움과 질시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상황이 그쯤 되면 그 대단한 성공의 원인을 파헤치고자 기자와 PD, 작가, 컨설턴트 들이 무리를 이루어 달려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론은 이것이다. '그 사람의 성공은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 덕택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 논리에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그러한 논리가 100%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나심 니콜라스 탈렙(Nassim Nicholas Taleb)이다. 그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과론과 확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확률이나 통계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야기할 수 있는 엄청난 해프닝을 보자.
1월 2일에 당신은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1월 중에 시장이 상승세로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이미 잘 알려진 1월 효과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었다(대개 1월 중에는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2월 1일에 다시 편지가 도착해 2월에는 시장이 하락세라고 알려준다. 이 역시 예측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다시 3월 1일에도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의 예언 또한 적중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매달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의 예언이 모두 맞아 떨어진다. 7월 쯤 되면 당신은 그 익명의 조언자를 완전히 믿게 된다.
그리고 어떤 해외 펀드에 투자해 보겠느냐는 권유 편지를 받는다. 당신은 앞뒤 볼 것 없이 가진 돈을 몽땅 쏟아붓는다. 그리고 당신은 두 달 후 무일푼이 된다. 위로하러 찾아온 친구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 역시 그런 수수께끼의 편지를 두 통 받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두번째 편지로 끝이었다. 첫번째 편지의 예측은 맞았지만, 두번째 편지의 예측은 틀렸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것은 사기다. 이 사기 수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화번호부에서 10,000명의 이름을 골라낸다. 그리고 그 중 절반에게는 '상승 장세'라는 편지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하락 장세'라는 편지를 보낸다. 다음 달 초 첫번째 편지의 예측이 적중한 쪽에게 다시 두번째 편지를 쓴다. 절반인 2,500명에게는 '상승 장세', 다른 절반인 2,500명에게는 '하락 장세'를 예측하는 내용으로 보낸다. 이런 식으로 명단이 150명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 보낸다. 그리고 150명 가량의 '사기 대상'이 선정된다. 이 사기 수법에 드는 비용이라고는 우표 값 몇 천 달러가 전부이고 그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챙긴다.(이 사례를 읽고 이것을 이용하여 사기치시는 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이 사례를 읽으신 분은 이러한 사기에 절대 넘어가시지 않으리라 믿는다)
위와 같은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엄밀하지 못한 통계를 이용하여 그러한 사기를 치거나 현혹시키는 사례가 너무도 많다. 어떤 회사의 주식 값이 계속해서 몇 달 동안 올랐다는 것을 근거로 그 회사의 주식에 큰돈을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상황, 어떤 아파트의 값이 계속해서 몇 년 동안 올랐다는 것을 근거로 그 지역 아파트를 사라고 꼬드기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확률과 통계로 인한 속임수 또는 기만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도박이다(앞서 얘기했던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또한 도박성이 강하다).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그래서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그 행운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자신이 매우 특별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다시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1990년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100조분의 1의 확률을 가진 사건, 과연 우연인가?' 이 기사는 뉴저지에 사는 어느 여자가 17조분의 1의 확률을 가진 복권에 4개월 동안 두 번씩이나 당첨된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대한 하버드 통계학자들의 의견을 싣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버드 통계학자들의 결론은 이러한 사건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통계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그 여자 개인 입장에서 17조분의 1 확률을 가진 복권에 두 번 연속 당첨될 확률은 실제로 매우 낮다. 하지만 수천만의 미국인이 매주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입했을 경우 미국 어딘가에서 이같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불과 30분의 1로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학에서 유명한 대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s)을 적용한 결과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샘플 수가 충분히 많다면 말도 안 되는 사건도 결국은 일어난다. 한 개인을 놓고 그 사람이 평생 동안 1조 원의 재산을 모은다는 것을 확률적으로 계산해본다면 거의 발생하기 어렵지만, 수천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그 중 한 사람이 1조 원의 재산을 모을 가능성을 따져 본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통계의 역설은 '생일의 역설'에서도 드러난다. 무작위로 사람들을 만난다고 할 때 나와 생일이 같은 이를 만날 확률은 365.25번에 한번이다. 같은 생년월일을 가진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더욱 낮다. 따라서 생일이 같다는 것은 저녁 식탁 자리에서 다룰 만한 신기한 사건이다. 그럼 23명의 사람들이 모인 상황을 놓고 보자. 이 모임에서 두 사람이 같은 생일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무려 50퍼센트나 된다. 특정 인물 두 사람의 생일이 같아야 한다고 전제하지 않고, 누구든 두 사람만 같으면 된다고 할 경우 그렇다.
탈렙이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하는 대단한 행운이라는 것이 탈렙의 논리에 따르자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탈렙은 그러한 행운이 별 것 아닌 것이므로, 그러한 행운에 도전해 보라는 것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행운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므로 큰 의미 부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일까? 맞다. 탈렙은 그것을 말하고자 했다. 하지만 탈렙이 노력과 의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탈렙이 지적하는 것은 '자기 것이 아닌 행운'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분수를 지키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에르고딕성(ergodicity)'이라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로 설명한다.
에르고딕성(ergodicity)이란 '집단 평균은 시간 평균과 같다'는 의미의 용어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강남의 아줌마 2000명이 아파트를 동시에 한 채씩 샀을 때의 아파트 한 채당 평균 가격은, 아줌마 한 사람이 여러 해에 걸쳐 아파트 2000채를 샀을 때의 아파트 한 채당 평균 가격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설명해 보면,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나는 사건을, 전체를 판단하는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주제와 관련하여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평생 동안 10억을 모을 수 있는 능력밖에 안 되는데, 운이 좋아서 어떤 시점에 100억을 벌었다면, 그 사람은 그 100억을 죽는 날까지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계속해서 탕진하여 평생 평균인 10억원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순간'의 우연에 의한 큰 성공은 자신이 '평생' 누릴 수 있는 성공의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복권 당첨자들의 운명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에서 1,000만달러 이상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10년 뒤에 추적 조사한 결과 '전보다 더 불행해졌다'는 대답이 64%에 달했고, '행복해졌다'는 사람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행복하다는 쪽은 당첨금의 상당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흥청망청하는 일 없이 과거의 생활수준을 유지한 경우였다.
탈렙 박사의 이론을 통해 결론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분명 어떤 의미에서든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빨리 성공한 경우도 있을 터이고, 자신보다 훨씬 유능해 보이는 사람인데 성공이라기엔 너무도 초라한 상황에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탈렙 박사에 따르면 성공이라는 것에는 운이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하지만 그 운이라는 것은 그 운을 얻게 된 사람의 능력과 함께 간다.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운은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운을 추구하는 것도 불행의 씨앗이 된다. 성공을 추구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 계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자신의 분수를 뛰어넘는 운이 다가왔을 때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부연 도서출판 토네이도 대표)
- 마술사 대런 브라운의 경마적중시스템 동영상을 참고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경마에서 1등말을 맞춰준다는 적중 시스템, 그 비밀은 탈렙 박사의 이야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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