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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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자동차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판단

by 깨알석사 201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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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어제 꿉꿉한 날씨에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 죽치고 뒹굴뒹굴하다 주요뉴스 한 토막을 보게 되었다. (일요일 오후 다음포털 메인 뉴스창 자동차 카테고리에서 링크된 메인 뉴스였다) 술 기운에 변속기를 움직여 차가 움직인 경우, 이게 과연 음주운전이냐 아니냐에 대한 신문기사였다. 제목만 보고 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음주운전이지~라고 생각했지만 제목에는 술 기운에 변속기를 "잘못 건드려" "발진" 한 경우라고 나왔기 때문에 호기심을 급 자극했고 정독하게 되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31세 여성 운전자를 특정한 것은 이 음주운전에서 발생된 경위의 주체이자 원인이 핸드백이기 때문이다, 김여사에 대한 선입견으로 특정해 지목한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말자. 상황을 먼저 정리해 보면

1. 31세 여성이 밤늦게 회식을 한 뒤에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러나 아직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하지 않았다)

2. 차종이 LPG 모델이라 반드시 예열이 필요해 기사가 도착하기 전 미리 시동을 걸었다.

3. 핸드백 가방을 뒷좌석으로 놓던 중에 가방끈이 변속기 기어봉에 걸렸고 기어가 후진이 되면서 차가 움직였다.

4. 뒷차와 사고가 났고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가 되었다

5.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생각한 차주는 법정소송을 갔고 법원(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6. 검찰은 항소했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가감없이 보도된 그대로 정리한 내용으로 이 상황에서 이게 음주운전인지 아닌지 일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무죄라고 판결이 난 이 사건을 보고 댓글이 궁금할 수 밖에 없어 댓글도 정주행을 해보니 99.99% 이상이 이게 왜 무죄냐, 음주운전이 맞다라고 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LPG 차량에 "반드시" 예열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현실과 먼 이야기라며 지목을 많이 했고 특히 기어가 핸드백 가방끈에 걸려 움직였다는 것 역시 많은 댓글 운전자들의 공분을 사는 것 같은데 요즘 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기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건은 음주단속에 걸린게 아니라 뒷차와 사고가 나서 경찰이 출동한 "교통사고"다

객관적인 시각을 위해 해당 원문 기사를 링크 걸어두니 직접 기사를 한번 읽어보면 다음 진행할 이야기에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http://v.auto.daum.net/v/20170716102219318 [술기운에 변속기 잘못 건드려 발진,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이 운전자의 사정을 들은 공익법무관이 무죄 판결을 받기로 결심하고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공익법무관(변호사)이 내세운 주장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해 시동을 걸었고, 실수로 자동차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 추진력에 의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 중이 아니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아니다"라고 것이다. 무엇보다 대리기사를 호출했었고 LPG 예열이 필요한 상황이라 시동을 걸 수 밖에 없었던 점, 뒷차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운전대의 조작없이 그대로 후진해 충돌했기 때문에 운전 중이라고 볼 수 없어 음주운전 혐의가 부족하다는게 주장의 핵심이다. (별 대수롭지 않은 말을 변호사 답게 멋지게 표현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사고가 난 뒷차(피해자)의 운전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가해자는 가방끈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한 것이고 피해자(뒷차)는 음주운전으로 생긴 사고라고 했던 것인데 충돌 사고 직후 경찰에서 진술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라는 뒷차 운전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앞차가 후진해 뒷차를 박았는데 앞차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내려 뒷차 운전자는 당연히 그런 진술을 한 것이지만 판사는 이 사고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생긴 사고가 아닌 가방끈에 걸린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 음주와 무관하다 여겨 그런 판시를 한 걸로 보인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참 많다, 똑똑함도 가지가지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고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여기에 나온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이건 당연히 "음주운전"이 맞다. 무엇보다 뒷차와 사고가 발생한 교통사고인데 손해배상은 보험처리를 해주든지 현금보상을 해주든지 알아서 해준다고 해도 행위 자체가 무죄라는 건 조금 따질 필요성이 있다.


법에서는 분명 "과실"을 가지고도 형벌을 내리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음주운전과 관련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어디까지 행위를 보고 음주운전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때 내가 언급한 건 "변속기"였다. 추운 겨울에 대리기사를 기다리기 위해 히터를 켜려고 시동을 거는 것처럼 자동차를 움직일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시동을 거는 경우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변속기에 손을 대고 조작을 하는 경우는 다른 용도의 예외라는거 없이 아주 미미하게 움직이더라도 이동이 목적이기 때문에 "운전"에 해당한다. 술을 먹고 차에 기어 들어가 잠을 자든 히터를 켜든, 음악을 듣든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지만 변속기를 조작한 순간 "운전"이 되어 음주운전에 해당된다는게 내가 썼던 내용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음악을 듣기 위해 시동을 켜고 카스테레오를 작동한 걸 두고 무면허라고 할 순 없지만 변속기를 조작해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당연히 무면허다. 변속기가 작동하려면 시동이 우선 되야 하기 때문에 결국 1) 시동 2) 변속기 조작이 핵심이며 1) 시동까지는 예외가 있지만 2) 변속기 조작까지 넘어간 경우라면 이건 예외없이 운전으로 봐야 한다. 

해당 운전자와 변호사의 주장도 오히려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 우선 대리운전을 불렀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불렀다는 호출 행위 자체는 "무의미"하다. 대리기사가 도착해서 시동을 대신 켜준 것이라면 백번 양보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기사를 불렀다고 해서 그게 변명의 소재가 될 순 없다. 불렀으면 기다려야 하는게 당연히 정상이다. 불러놓고 자기가 운전조작 행위를 시행했다면 당연히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로 판사나 변호사가 간과한 것이 예열이다. LPG 엔진과 LPI 엔진을 모두 사용한 나로서도 도저히 납득 되지 않는 부분이다. LPI 가 아닌 LPG 엔진 (일명 카부레타 방식의 예전 LPG 엔진) 에서 예열이 필요한 경우는 없다. 그나마 있다면 아주 추운 "겨울"이다.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이 사고는 작년 9월 10일 밤에 일어났다고 나온다, 7~8월 땡볕 한 여름이 막 지나고 마지막 더위가 남아있을 때다. 여름에 시동을 걸기 위해 예열하는 LPG 차라니.....대박이다.

이게 시동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붙은 설명인데 납득하기는 조금 어렵다, 그러나 차량마다 상태가 다르고 엔진 상태가 다르니 엔진에 문제가 있어 예열이 필요하다면 (노후된 차라면..) 이 부분은 패스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변속기가 가방끈에 걸려 움직일 수 있느냐는 점인데 구형 LPG 차들은 일부 차종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전 차라고 해도 상당수는 요즘 차처럼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만 P 파킹에서 기어봉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역시 변속기를 움직이게 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시동"과 "변속기 조작"을 연속적으로 행하는 경우는 "운전"밖에 없기 때문에 변명거리가 성립되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시동과 변속기 부분 모두 나름의 해명이 붙으면서 차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운전은 절대 아니고 그냥 차가 움직인 걸로 되버린 요상한 상황이 되버렸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있다. 1번 시동과 2번 변속기를 무사히 넘겨 위기를 모면했다고 해도 이 운전자의 경우에는 3번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바로 뒷차와의 사고다, 음주운전을 했든 무면허 운전을 했든 안 걸리면 그만이고 현장에서 적발 되지 않으면, 이래나 저래나 빼박 못하는 물적증거가 없다면 (블랙박스 포함) 그 누구도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운전자는 그 행위가 사고로 이어졌다. 사람이 다쳤다면 과실치상, 죽었다면 과실치사와 다르지 않다.

대부분 음주운전 행위 자체는 1번과 2번에서 다 걸린다. 이어진 이 두 행위가 운전의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이 목적이 아니라면 2번 변속기는 절대로 건드릴 이유가 없다, 변명이 성립 안된다. 그러나 사고가 난 경우라면 다르다. 1번과 2번이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변명이 되고 해명이 되어도 사고가 생겼다면 결국 얄쨜 없다. 기사를 보면 운전자는 "실수"를 주장하는데 죄라는게 원래 의도를 갖고 하는 죄가 있고 실수에 의해 벌어지는 죄가 있다. 누군가를 해코지 하기 위해 의도를 갖고 죽였다면 살인죄가 되고 의도없이 실수에 의해 죽었다면 과실치사로 나누는 것처럼 실수라고 해서 예외라는 건 없다. 뒷차와의 사고 없이 도로상에 주차된 상황에서 경찰관의 불시검문에 걸려 음주단속이 걸린 상황이라면 예열이 필요했고 가방끈에 의해 변속기가 조작되었다는게 비현실적이기는 해도 대리기사를 호출했다고 하니 올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훈계조치를 할 순 있겠지만 사고가 났다면 결국 도로아미타불, 변명은 아무 쓸모가 없는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법원이 일리가 있다고 손을 들어줬다. 비행기 창문에서 기린을 봤다고 해도 믿어줄 세상



혈중 알콜농도 0.183%의 완전 만취, 술자리 회식자리라는 걸 알면서도 차를 가지고 갔고 대리기사를 불렀다고 하지만 도착하기 전에 본인이 시동을 걸었다. 솔직히 찜찜한 해명이다. LPG디젤 겸용은 없어도 LPG휘발유 겸용차는 있는 것처럼 (LPG휘발유 겸용은 요즘엔 고급모델이다) LPG 엔진은 휘발유 가솔린 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열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고 그 예열이 필요하다는게 상식적으로 경우의 수가 없다. RPM이 낮아서? 엔진이 덜덜 거려서? 그런거 없다. 시기도 9월 초라 예열 자체가 무의미하다. 예열을 안해서 차가 안 움직인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겠나. 예열 안하면 못 움직이는 차가 있단 말인가, 예열을 어느정도 해줘야 하는 중장비도 급하면 그냥 쓰는거다. 예열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LPG라서 예열을 꼭 해야 한다는게 정말 맞다면, 그게 9월이라고 해도 꼭 예열을 해야 한다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있는 "택시"들은 모두 예열 안하면 출발 못하는거다. (손님 죄송해여, 예열이 안되서 출발 못해요~), 기사식당에서 밥 먹고 나와도 예열 못하면 택시기사는 못 움직이는거다..LPG라서 9월이라도 예열해야 된다는 거... 판사가 택시기사 3명에게만 물어봐도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지 감별이 되지 않을까

변속기 조작,,,기사에는 분명 "가방을 뒷좌석에 놓으려고 했다가 아니라 뒷좌석에 놓으려고 힘껏 던졌다"라고 나온다. 술 취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힘껏 던져서 기어봉이 움직였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변명이라면, 정황상 그 정도 힘껏 던지다 끈이 걸려 기어봉이 움직인거라면 PRND에서 R이 아닌 N이나 D까지 빠질 확률이 더 크다. 가방끈이 걸린 상태에서 뒷좌석으로 가방을 던졌고 그 힘으로 P에서 기어봉이 빠졌다면 (브레이크 안 밟아도) 꼭 R이 아닐 수 있는데 하필 그게 딱 R에 걸렸다, 기어봉에 가방 끈 걸고 기사 내용대로 "힘껏" 당겨봐라 힘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N이나 D까지도 가능하다. 가방끈으로 당기나 평소처럼 손으로 잡고 기어봉 당기나 힘의 크기는 비슷하다. 오토기어 운전자라면 사실상 "톡톡" 수준으로 팔목 힘이 아닌 손목 힘으로 기어봉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조작할 때 해당 운전자가 어디에 있었냐가 사실상 핵심이 될 수 있다. 시동은 보조석(조수석)에서도 가능하고 차주가 대신 걸어줄 때도 조수석에서 대신 키를 잡아 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변속기 역시 보조석에서 조작은 해줄 수 있다. 결국 이 여성 운전자가 대리기사를 부른게 사실이고 자기는 운전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운전석에 갈 이유가 없다. (대리운전을 불러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사가 오기 전이든 온 이후든 기사가 아닌 차주가 운전석에 가는 경우는 없다)

앞뒤 정황이 해명대로 될려면 운전자는 뒷좌석이나 조수석에 있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시동을 걸고 변속기가 실수에 의해 조작되어 차량이 움직였다면 운전석은 빈 상태로 조수석에만 사람이 있는 경우라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건 운전자가 없는 차량 이동으로 음주운전 자체가 성립 안된다. 술 먹은 친구를 조수석에 앉혔는데 잠시 내린 사이 차가 잠깐 경사로에 밀려 움직였다고 조수석에 있는 친구를 음주운전자로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시동을 걸었고, 변속기를 실수든 고의든 조작을 했고 그 행위가 이루어진 곳이 운전석이라면, 짤 없다고 봐야 한다. 시동 걸고 변속이 되어 차가 움직여 사고가 났는데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이 만취라면 당연히 "음주운전"

만약 법원 판결대로 이게 무죄가 정말 맞다면

앞으로 동일한 사고가 날 때, 시동은 차가 꼬져서 미리 켜둔 것이고 변속기는 조수석에 떨어진 담배 줍다가 배에 눌려 변속기가 움직인거라 억울하다고 하면 장땡, 무죄다. 이거라고 봐주고 저거라고 안봐주고 할 수가 없다. 애초에 시동과 변속기 조작행위라는 기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사고가 생겼고 운전석에 있었다면 더 이상 볼 것도 없는데 잘못 낀 첫 단추에 계속 맞물려 끼울려고 하다보니 뒤도 다 비현실적인 상황이 되버린다. 그걸 정당화 하면 결국 유사한 모든 상황은 모두 무죄다. 

가방 끈에 걸려 변속기가 조작되어 움직인 차량 사고, 가방 끈 긴 자들이 내린 판결이라고 해서 꼭 옳은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싶다. 떡이 될 정도로 만취가 된 양반이 차를 가지고 간 것 자체가 잘못이고 운전석에 탑승한 것 자체도 잘못이고 애초에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자기도 잘못을 알긴 알거다. 그러나 벌금이 500만원이나 나오니 후덜덜 해서 (200만원대만 나왔어도 덜 한텐데...) 탄원을 했더니만 아예 무죄가 나와버렸네 얼씨구 지화자 ㅋㅋㅋㅋ LPG 자동차는 여름에도 꼭 예열해야만 출발 할 수 있다는 사실, 오늘 새로 배웠으니 까먹지 말자! LPG 도사들인 택시기사님들께도 알려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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