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포털 메인 뉴스의 자동차 카테고리에 메인으로 뜬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차 오토에어컨 절대로 수동 조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였고 작성자는 자동차 관리업체 대표였다.
"절대로"라는 제목 단어에 이끌려 보게 된 기사는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전문적인 내용인 건 맞지만 꼭 기사에 나온 말이 모두 맞다고 호응하기 힘든 점이 컸다. 나만 그런 줄 알았지만 이 기사에 딸린 덧글 대부분 역시 나와 비슷한 의견이다. 물론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일반인들도 이제는 준전문가 수준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전문가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이 많은 건 드문데 일반인들조차 전문가의 말에 반론하기 바쁘니 결코 좋은 정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몇 가지 당위성을 제기한다. 오토 에어컨은 안전운전과도 직결되며 (공조장치가 안전운전에 영향을 주는 건 이해하지만 직결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공조장치가 차량 안전장치 부류가 될 수는 없다) 단순히 온도에 따라 온/오프하는 가정용 냉/난방기 수준이 아닌 굉장히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한 첨단 장치라고 말한다. 가정의 에어컨과 보일러도 얼마나 고차원적인 기술의 집약체인지 잘 모르는 것 같고 차량 에어컨 못지 않게 요즘 가정에서 쓰이는 에어컨도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오토에어컨의 작동목표는 실내쾌적성확보와 주행안정성확보 오직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오토에어컨은 이 두 가지 목표를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합니다. 간단합니다. 딱 두 가지 작업만 최초 1회 수행하면 됩니다.
1. 원하는 온도를 설정한다 (제조사에 따라 22~24도)
2. “AUTO”버튼을 누른다
3. 이후에 절대로 수동 조작하지 않는다
작성자는 오토 에어컨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무엇보다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조절할 필요가 없다고 굵게 소제목으로 따로 강조를 한다. 올바른 사용법 역시 "절대로"를 강조하며 수동 조작은 하지 말라고 한다. 아래 해당 기사 링크를 첨부하니 한번 보고 이야기를 진행하자
http://v.auto.daum.net/v/nWiFNx7nip (다음 자동차 카테고리 메뉴의 해당 기사, 덧글 반응은 꼭 보자)
오토 에어컨을 잘 쓰면 수동 조작을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상황도 없으며 오토 에어컨이 불편하거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들이 올바른 사용법을 모르면서 불평하는 경우라고 단정 지었다. (근데 정작 해당 기사의 덧글은 대부분 이 불평불만 운전자들이 주류)
자동(오토)으로 하나 수동으로 하나 에어컨의 방열/방출 온도와 소요되는 시간이 같기 때문에 더 빨리 온도를 내리기 위해 따로 조작하거나 온도를 더 빨리 올리기 위해 온도 조절을 하지 않아도 (맥스 최대치 값으로 했을 경우) 결과는 같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수동 조작을 해도 아무런 효과도 없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힘들 뿐더러 자동 조건에서도 동일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작이라는 말, 100% 맞는 말이다. 다만,
사람들이 덧글에 쓴 현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말처럼 차량의 공조장치(에어컨/히터)는 습도, 온도, 기압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긴 해도 유입되는 외부 공기(외기)의 질이나 오염도까지 체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함정 아닌 함정, 오토 에어컨이 달린 차량에서는 [절대로] 수동 조작을 하지 말고 오로지 오토 에어컨의 자체 기능에 맡겨 운전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바로 앞에 대형 버스나 화물차의 매연, 주변 공장지대의 오염된 공기까지 알아서 차단하며 내외기 순환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외로 중요한 사실은 빼놓았다. (ECU에 너무 의존한 내용이 아닐까...)
덧글을 쭉 보면 정답에 가까운 답을 제시한 분의 글도 있는데 시골이나 공기가 좋은 지역에서는 기사 내용처럼 수동 조작을 할 필요가 아예 없으나 대도시 번잡한 주요 도심에서는 매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온오프를 따로 하거나 내기/외기 버튼을 따로 수동 조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이게 가장 정확한 답이 될 수 밖에 없다. (절대로가 아닌 상황에 따라 오토기능도 수동 조작이 병행 될 수 밖에 없다)
이건 미션과도 사실 같은 개념이다. 대부분 출고되는 차량은 오토 미션이 대부분이고 오토 에어컨처럼 옵션 항목이기도 하다. 오토 미션만 갖추면 별 다른 변속 조작을 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고) 출발에서 도착까지 D 하나만으로도 정지, 출발, 가속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속도나 주변 환경에 따라 변속할(수동 조작) 상황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기사의 에어컨 이야기처럼 사람이 직접 하는 변속보다 최적화된 변속 타이밍에 맞춘 오토 미션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미션 스스로가 변속 하는게 더 낫다고 보는 것도 같다. 결국 오토 에어컨이나 오토 미션이나 수동 조작과 관련해서는 범위와 같다.
그러나 오토 미션에도 수동 조작이 필요할 때가 있고 실제로 +, - 등이나 D1 등으로 별도의 변속 구간이 존재한다.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저속 주행이 아니어도 플러스/마이너스로 고속 주행도 가능하다. (RPM을 보고 변속 타이밍에 맞춰 변속 기어를 톡톡 쳐준다는게 생각보다 어렵지만 스포츠모드 처럼 쪼는 맛을 경험할 때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순 있다) 변속기가 오토라면 절대로 "수동 조작" 하면 안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수동 조작 해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수동 조작을 꼭 해야 하는 환경이 있기 마련이다. 최하급 모델의 기본 오토 미션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오토 미션에 수동(스틱 겸용)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 에어컨 공조장치는 항상 AUTO 로 해야 하며 OFF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효적인 주장인지 따져봐야 하지만 기사에는 도심 공기보다 차량 내부 공기가 더 안좋고 심지어 터널 속 공기보다 차량 내부 공기가 더 안좋아서 (운전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량 내부 공기가 외부보다 탁한 것도 사실) 내부순환이 아닌 외부순환(외기모드)이 더 낫다고 근거를 들기 때문에 오토로 해서 외기모드가 되더라도 차량 내부보다 밖의 공기가 더 깨끗하니 오토가 정답이라고 접근하는게 정말 맞는지 의문이 든다.
부가적으로 에어컨 관련해서 쉰내(곰팡이 냄새) 항목 역시 고개를 가로짓게 만든다. 쉰내 방지를 위해 시동을 끄기 전에 에어컨을 끄고 송풍으로 말려주는게 과연 효과가 있냐는 부분 역시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 방법이 증발기를 말리기 위함이고 (냄새의 주범이 증발기?) 냄새는 컴프레셔가 아닌 냉/난방 전환시 발생한다는 것 역시 기존 자동차 상식과 아주 먼 이야기, (해당 기사의 베스트 덧글 3위 역시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반지하나 지하방에서 쾌쾌한 냄새가 나는 이유, 습한 곳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본질적인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송풍되는 구간에 있는 습기를 말려주어 곰팡이가 서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고 이건 모든 전문가나 일반인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 그 어떤 사람도 에어컨 컴프레셔나 증발기를 말려주기 위해 도착 전 에어컨을 끄고 맨바람 송풍으로 말려주는 사람은 없다. 솔직히 정말 전문가의 글인지 의심이 든다.
대놓고 까는 형식이라 글쓴이에게는 미안함도 있지만 (기사 덧글을 봤다면 나는 미안한 축도 아니다) 그래도 공들여 시간들여 노력해 좋은 정보 소개한다고 해놓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면 그게 더 문제라고 본다. 오토 기능을 너무 믿는 것도 안되지만 오토가 만능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절대 수동조작 하지 말라고 머리에 셋팅을 시켜주면 주변에 어떤 위험적인 요소의 오염된 공기가 들어와도 답 없다. 오토니까 알아서 공기청정 해주고 알아서 배출해주어 항상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 줄거라 믿는 운전자들이 늘어날 뿐이다.
난 에어컨 틀면 수동 조작한다. 운전하다 보면 20번은 손이 가는 것 같다. 주변 상황과 환경 (터널 진입, 고속도로 주행, 도심 주행, 강원도처럼 산이 많은 지역 등) 에 따라 내가 적절히 조절한다. 에어컨의 제습이나 송풍기능에만 맡기지 않고 창문도 중간에 열어가며 공기순환도 자주 시켜준다. 특히 고속도로 운전할 때 많이 그렇다.
왜? 오토는 공장출고 때 셋팅 된 기본 설정값에 의해 쾌적화라고 하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쾌적도와 주변 환경까지 감안해 움직이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앞에 트럭이 새까만 매연을 뿜어도, 주변에 암모니아 가스 냄새를 풍기는 공장지대를 가도 습도와 온도로 쾌적함을 만들지 공기의 질까지 담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중형모델에는 공기청정기가 따로 내장되어 있다)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면서 운전자 스스로가 쾌적함을 본인에 맞추는 건 절대 나쁜게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오토 기능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제조사는 아예 수동 조작을 못하게 버튼을 없애는 등 오토 에어컨 사용을 강하게 권장한다는 말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뿐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기본 제공 상품보다 옵션이 추가되는 제품 판매가 더 좋은 건 당연, 영맨이 아닌 일반인에게 물어봐도 100명 중 100명은 모두 오토로 달고 싶어하고 오토를 사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그게 오토가 만능이라는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동" 편리하기 때문)
아는 사람이 조수석에 타고 내가 운전을 하면서 최근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다. 내가 에어컨 조절을 할 때마다 그 사람의 눈길이 내 손길로 가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보는 것 같더니 한참 지나서는 고개를 끄덕이는게 곁눈질로 보인다. 내가 어떤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서는 무조건 설정을 바꾼다는 걸 눈치챘던거다. 그 사람은 운전한지 얼마 안되어 주변 사람들 운전하는거 많이 보고 배우는 편인데 그는 운전할 때 공조 설정은 오토로 해놓고 한 번도 안건드리는 사람이기에 아마 색다른 경험이 되었을거다 (수도권 밖의 한적한 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외기모드, 차가 있든 없든 고속도로든 국도든 상관없이 거리가 있는 터널에서는 내기, 피톤치드 느낌적인 느낌이 나는 도로 주변은 외기, 건물과 차만 보이면 내기, 고속도로에서는 앞 차와 거리 100미터 유지하는 편이라 앞 차가 버스나 트럭이어도 외기, 30분 이상 되면 창문 개폐로 내부 공기 강제 순환....)
이번 기사로 인해 오히려 몰랐던 새로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내기순환만 하거나 외기순환만 하거나 각자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거다. 내기순환만 켜놓고 다니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고 외기모드로 돌려놓고 다니는 사람을 이해 못하겠다는 내용은 덧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조절하지 않고 하나로 정해놓고 다닌다는게 더 놀랍다. 오토는 말 그대로 자동인데 자동은 조작의 수고스러움과 편리성을 말하는거지 기능마저 우수하다고 단편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수동 기어라고 해서 싸구려 조잡한 미션이고 자동 기어라고 해서 최첨단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수고로움을 얼마나 덜어주고 편리해주냐의 차이일 뿐, 인공지능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이 하는게 더 낫다, 인간의 뇌와 다양한 촉(!)은 기계장치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법, 특히 자동차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분노의 질주 영화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날 것이다. 차는 운전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지 차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차가 아무리 좋아도 다양한 오토 기능이 있어도 운전 좀 하는 사람의 스킬을 따라하긴 힘든 법, 기사에는 사람보다 낫다고 하지만 아직은 사람이 조금 더 나은게 현실, 자동차 경주가 그래서 존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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