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하다보면 의외로 꽂히는게 하나 있다. 바로 군가다. 육해공, 해병과 특정 병과에 따라 부르는 군가가 많이 다르지만 대체로 육군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육군의 10대 군가가 가장 유명하고 많이 알려져 있다. 훈련소에 가서 배우는 훈련 중에 군가를 배우는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로 군가는 꼭 배우고 불러야 하는 필수요소다.
간혹 군대에서 병영부조리와 함께 애용(?)되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고참이 쫄따구를 갈구는 용도로 군가 암기를 강요하거나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외워 암기시험을 임의로 보게해 틀리면 그만큼 혹독하게 괴롭힘을 준다는 식으로 상황에 따라 갈굼 용도로 종종 쓰이기도 한다.
억지로 외워야 하고 군대 특유의 강렬하고 힘차게, 우렁차게, 자신감 있게~ 불러야 하는 특성상 노래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게 대중가요보다 좋을 만큼 귀에 익고 흥얼거릴 때가 많다. 어차피 외우고 전역하는 날까지 사용해야 하는 노래라면 기왕 부를거 즐겁게 부르자는 마음이 아무래도 크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그냥 암기해야 하고 불러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암기했고 억지로 불렀다. 근데 군대라는게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면 그게 참 무서운 적응력인데 적응시간이 지나면 그걸 애용하게 된다.
목걸이를 하는 걸 원래부터 싫어했던 나에게 군번줄도 마찬가지, 남자가 금목걸이를 하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기는 나는 사회에서부터 목에 무언가를 걸치는 걸 싫어했다. 목에 무엇이 걸리면 답답하게 여긴다. 넥타이 같은 것도 마찬가지, 목도리나 목토시, 폴라티 같은 것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군번줄에 익숙해지면서 언제부터인가 휴가를 받아 집에 있을 때도 목에 찰랑거리는 군번줄이 없으면 굉장히 허전하고 어색해서 군번줄부터 찾게 된다. 목욕할 때는 물론 365일 1년내내 사실상 군번줄을 목에서 뺄 일이 없다보니 생긴 일인데 군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종영된 진짜 사나이에서도 그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었다. 군생활을 이미 했거나 경험한 남자는 그렇다쳐도 대한민국 군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여자들이나 외국인들의 경우에도 군가에 꽂혀 시시때때 군가를 흥얼거리며 부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군가를 부르는 시간이 아니어도 내무생활에서 그냥 흥얼거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진다.
배우고 외울 때는 힘들었지만 입에 붙어서 익숙해지면 콧노래마냥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게 군가다. 군대에서 부르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도 본질은 "노래"다.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군대식 노래라고 해도 노래가 주는 멜로디와 감흥, 가사내용과 감정, 그리고 박자감은 인생의 위안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군가마다 특징이 있어 애창곡으로 불리우는 군가들이 따로 있다. 보통은 인솔자가 군가를 지정해 부르게 하지만 간혹 군가를 "추천"받아 부르는 사람들이 고르게 하는 일도 잦다. 이럴 때면 거의 예외없이 항상 선호되는 곡이 있기 마련, 곡조도 좋고 가사도 좋고 박자감이나 리듬감이 좋은 건 물론이요, 깔리는 배경 악기 연주가 워낙 "뽕"스러워서 경쾌한 기분을 들게 해준다.
군가라고 하면 딱딱하고 강하게 불러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경음악 풍의 뽕작풍 느낌도 있고 부모님이나 친구들 생각도 들게하는 내용들도 많아서 선호하는 곡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 대중가요에서도 트로트라는 장르가 묘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군가도 어쩔 때는 트로트 같은 신나는 느낌을 줄 때도 많다.
<용사의 다짐>이라는 곡도 꽤 인기가 좋은 편이다. 남아의 끓는 피~로 시작하면서 주먹 쥐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딱딱 끊어지는 가사로 힘차게 부르기 딱 좋은 노래다. 기운이 없거나 피로할 때 피로제 같은 노래다. 실제로 한번 부르면 노래 자체가 강렬하게 딱딱 끊어 불러야 해서 신체 내부에 파동(?)을 만들어 때린다. 몸 안에 울림이 생기게 만든다.
또 다른 애창곡은 <아리랑겨레>라는 노래다. 느낌이 만화 주제곡과 흡사한 면이 많다. 가사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흘러가는 느낌이 어릴 때 TV에서 방영하는 로보트 만화나 악당과 싸우는 영웅들이 나오는 만화의 주제곡과 느낌이 비슷해 부르기 좋다. "밟아도 뿌리 뻗는 잔디풀처럼~"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쿵짝짝~ 쿵짝짝~ 하는 다소 느린 템포의 악기 연주가 매력인데 주먹 쥐고 부르기 보다는 양 허리에 손을 대고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부르기 좋은 노래다.
몸에 리듬감도 줄 수 있고 사람이 기분 좋으면 춤을 추게 되는 것처럼 허리 반동을 이용한 흥얼거림이 좋은 노래 중 하나다. 이어폰을 꽂고 다시금 크게 들어보니 역시 좋다
높은 산 깊은 물을~ 박차고 나가는~ <진군가>다. 제목도 멋있고 가사도 좋지만 오리지널 군대풍이라 인기는 거의 없다. 분위기도 그렇고 박자도 그렇고 사회물 쫙 빠진 군대용이라 즐겨 부르진 않는다. 인솔자가 군가를 부르자고 할 때 진군가를 지정하면 대열을 갖춘 군인들이 약간 당황할 때도 많다. (뭐였지? 시작이 어떻게 되지? 이런 분위기 조성)
군가 제목은 굉장히 유명하고 익숙한데 첫 소절이 무엇인지 쉽게 생각이 안나고 누군가 첫 소절을 불러 따라 부른다해도 중간 부분에서는 박자감이 틀어져 제멋대로 부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곡이다. (중간에 음이 처진다) 멜로디가 서로 생각하는게 달라 외웠지만 자주 틀리고 인기도 그닥 좋지않아 자주 부르지 않다보니 더 까먹게 되어 리듬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에게 군가는 인기가 없는 노래지만 남자에게도 이 노래는 그닥 인기가 없다고 볼 수 있는 노래인데 간혹 이런 노래에 꽂히는 병사가 있을 때도 많다. 학교 교가 잘 외우고 뭐든지 잘 암기하고 잘 습득하는 범생 스타일이 딱 그러한데 노래도 재미 없는거에 꽂히는 건 사회나 군대나 비슷 (따라 부를 순 있는데 내 입맛에도 잘 안 맞는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상당히 인기가 좋은 <멸공의 횃불> 군가다. 지금은 예전처럼 멸공이라는 단어도 거의 쓰지 않고 경례 구호에서도 멸공을 쓰던 부대들이 다른 용어로 바뀔 만큼 이제는 사라지는 단어가 멸공이다. (공산당을 멸하자는 뜻/공산당 전멸)
노래가 꽤 신나고 강렬하다. 합창단이 불러도 좋고 개인이 불러도 자신감 샘솟게 하는 마법의 군가다. 가사와 제목에 멸공이 들어가다보니 완전 인기곡으로 뽑히지는 않지만 중간에 우장장창(?) 우장창창 하는 악기들의 합주가 예술에 가깝고 노래 자체에 포스가 좀 있다보니 사나이들에게 딱 좋은 노래풍이다. 선창자를 포함 모두가 자주 애용하는 곡이고 부르는 동안에는 쳐진 기분을 복돋아 주는 느낌도 강해 대열 이동시 자주 부르기도 한다.
가사가 매력적이고 (멸공말고 군인의 기세 전달) 가사가 전달하는 메세지도 군대 입장에서만 보면 꽤 설득력있는 내용이라 군대 노래에서는 최적화된 곡이다. 멸공의 횃불아래 목숨을 건다라는 강렬한 가사 때문인지 잘 안 까먹고 노래도 쉽게 기억해 따라 부르는 곡이다.
숨 막히는 고통도~ 뼈를 깍는 아픔도~ <최후의 5분> 군가다. 시작부터 가사 음절별로 딱딱 끊어줘야 하고 여럿이 함께 부르다보면 끊어지는 포인트가 미스 나기 쉬운 곡이라 부르기 힘든 편이다. 전체적으로 군대풍이고 가사도 어렵고 음절 배치도 따라 부르기 힘든 편이라 자주 애용하지는 않는다.
인솔자와 함께 대열을 만들어 이동할 때보다는 그냥 10대 군가 암기 항목 점검과 노래교실(?) 훈련에서 잘 알고 있는지 점검할 때 함께 부르는 경우가 많다. 즐겨 부르는 군인도 별로 없거니와 흥얼거리는 포인트를 가진 노래는 아니어서 가사를 아예 보여주고 부르라고 해도 음을 못 맞춰 잘 못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역 후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은 노래다. 첫 소절은 기억날 수 있어도 2소절 이상 넘어가면 가사 자체가 기억 안나는 노래 중 하나, 전역하면 더 기억 안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행군의 아침> 이라는 명곡(?)이다. 군대에서 꽤 자주 애용한다. 행군이라는 단어와 아침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쓰여서 기운내기 딱 좋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시작부터 고향이라는 단어와 그리운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마음 다잡고 열심히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메세지라서 가사 흡입력도 좋은 편이다.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라는 음절을 군인들이 상당히 좋아하며 멜로디가 절로 고향(요즘엔 잘 안쓰는 말이지만)과 부모님, 친구들, 애인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라서 인기가 좋은 편이다. 행군의 아침이라는 제목 그대로 행군이나 이동 시에 부르기 좋아 구보 중에 자주 애용된다. 가사가 기운 내서 파이팅하자라는 의미라서 실제로 부르면 기운이 호랑이처럼 샘솟는 경우가 많다. 흥얼거리는 노래 중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군인들이 많은 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때문에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이 부르게 되었던 곡 <팔도 사나이> 노래 시작을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로 시작한다. 몰래카메라 방영 당시 이경규가 몰카 성공 후 오늘 하루도 보람찬 일(몰카)을 무사히 끝냈다며 자주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지금도 누군가를 잘 속였거나 재미있게 마무리 했을 때 종종 부른다. 첫 소절말고 뒤는 잘 안 부르고 부르기도 쉽지 않으며 박자감이 딱 붙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역 당시나 전역 이후나 첫 소절 빼고는 기억을 거의 못한다. 암기를 잘 했는지 검수 받을 때나 빠짝 외워서 부르지 나중에는 존재감마저 희미한 경우도 많다. 이걸 제대로 부르는 대한 남아가 많이 없을 것으로 예상
노래 제목이나 가사가 의미하듯이 100% 군대 안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보람된 하루 일과를 마친 장병들에 대한 내용이라 사회에서 불러도 상관없다. 다만 보람찬 하루일과를 마친 노래치고는 노래가 신나진 않는다. ^^
군대 노래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명곡 <멋진 사나이> 제목 자체도 멋진 제목이라 누구나 예외없이 즐겨 부른다. 심지어 사회에서도 군대와 상관없거나 여성층에게도 흔히 잘 알려진 곡이라서 사회에서도 아는 사람이 워낙 많아 따로 배울 필요없이 훈련소 입대전에 알고 오는 훈련병들도 있을 정도다.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으로 시작하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심지어 사랑도 사나이답게 뜨겁게 해야 한다고 부르기 때문에 이 노래를 군인들이 즐겨 부른다. 가끔 <진짜 사나이>라는 곡과 제목 때문에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진짜 사나이 곡도 워낙 유명하고 사회에서도 많이 알려지다보니 드물게 혼동하기도 하는데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이 진짜 사나이고 멋있는~으로 시작하는게 말 그대로 멋진 사나이
노래 분위기가 예전의 아버지 세대에서 흔히 듣던 "남진" "나훈아"의 노래 분위기와 비슷하고 가사도 너무 군대식이 아니라서 호응이 좋다. 사회에서 남녀 모두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이런 곡의 분위기와 무관하진 않다. 육해공, 해병마다 지정군가와 자주 부르는 군가가 다른데 멋진 사나이와 진짜 사나이는 공통적으로 전군이 잘 알고 부르는 노래다.
군대의 사실상 1호(?) 군가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 <진짜 사나이>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고 사회에서 선창하면 남녀노소 쉽게 따라 부르는 대표적인 군가다. 외우기 쉽고 절대 까먹지 않는 노래이기도 하다. 군대 분위기가 잘 드러나면서도 군인과 사나이를 연결시켜 잘 포장했기에 사회와 군대에서 모두 좋아한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의외로 내가 꽂혀서 즐겨 부르던 노래다 <전선을 간다>라는 제목의 군가로 강하고 힘차게 부르기 보다는 약간 구슬프게 들리는 곡이면서 슬픔이 담겨 있다. 전선과 그 전선의 전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사의 내용인데 군가가 기운을 내게 해주는 위주라면 이 군가는 사람의 흥분된 마음과 안정을 되찾게 해주는 힐링곡 같은 노래다.
기분이 좋을 때나, 기분이 업~ 될 때는 찾지 않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울렁울렁하거나 부모님이나 애인 생각이 가끔 들 때 분위기 때문에 찾게 되는 군가다. 나에게는 군가 18번곡으로 통하던 노래, 나에게는 1호곡, 듣다보면 어릴 때 듣던 악당과 영웅이 나오는 만화영화의 배경음악과도 비슷해서 더 좋아했던 노래이기도 하다.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조국을 지키는 보람찬 길에서~ <전우>라는 군가다. 제목 자체만 보면 전역 후에는 가물가물해도 현역 당시에는 의외로 가장 많이 불리는 군가가 아닌가 싶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군대는 또 다른 사회로서 그 안에서 나와 우리, 나와 너라는 그들만의 사회를 구축해 생활해야 하는데 군대안에서는 전우가 내 가족과 다름 없기 때문에 상급자나 인솔자나 지휘관이나 모두가 자주 애용하고 부르게 하는 곡이다.
전우에 대한 마음, 전우애, 전우에 대한 감사를 자주 느끼고 공감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것도 상급자들에게 있는지라 훈련병 시절부터 전우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거의 빼놓지 않고 구보시에 필수적으로 부르는 곡 중 하나다. 사회에서는 잘 몰라도 군대에서는 많이 부르다보니 나이가 들어도 가사를 잘 까먹지 않고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수 현인이 불렀고 대중가요로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중적 요소를 담고 있는 <전우여 잘자라>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군대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어도 전쟁과 관련된 아픈 노래를 만들어 부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에는 너나 할 것도 없이 학생들도 학도병으로 참전을 하고 경찰이나 민간도 다 같이 싸우는 시절이라 전우라는게 지금처럼 따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쟁통에서는 아군이면 다 전우다. 군대에서도 군가를 배울 때 이 노래를 빼놓지 않고 배우지만 노래 자체가 슬픈 내용과 함께 죽은 전우들에 대한 이야기라 자주 애용하지는 않는다. 군대 노래교실(?) 훈련 때나 자주 부르지만 교실 밖에 나오면 거의 부르지 않는 노래, 자대에서도 거의 쓰지 않는 노래다. 이런 노래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지도, 기억하고 부를 순 있어도 좋아하거나 즐거워서 부르는 노래는 결코 아니기에 꼭 배우지만 꼭 부르진 않는 노래이기도 하다.
자주 부르는 곡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기억에 남는 곡 중 하나가 <겨레여 영원하여라>다. 제목만 알려주고 예비군에게 불러보라고 하면 잘 못 부르는 곡이다. 우리나라 일반 군가와 느낌이 많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나라 군가는 약간 뽕필이 어느정도 있어 가요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이 곡은 그냥 클래식 분위기의 합창 분위기다.
기존의 다른 군가와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는 건 우리나라 군가지만 독일 군가와 민요를 가지고 만든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다. 그래봤자 다 같은 군가, 세계 어느 나라나 군가는 다 비슷하다. 만세와 아리랑이라는 가사 때문에 짬 없을 때는 자주 부르게 해준다. 가사도 좋고 곡조도 좋고 군가치고 꽤 세련되서 의외로 좋아하는 군인들이 많다.
그 외에도 육군에서 더 많은 군가들이 있고 애창곡이 따로 있지만 대부분 80년대 이전에 만들어져 아버지 세대부터 쭉 이어져 온 예전의 군가들이 인기가 많고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최신곡(?)에 해당하는 새로운 군가들은 기존 선배 군인 세대와 어울리는데 있어 공통점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사회 예비역이나 제2국민역(민방위) 세대에게는 전혀 모르는 군가이다보니 인지도가 낮아 군가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아버지 세대에서 인기가 좋은 노래는 지금도 쭉 인기가 좋지만 아들 세대에서 새로 나온 군가는 부르는 사람도 적고 기존의 군가와 느낌이나 분위기가 조금 달라서 애창곡으로 많이 뽑히지는 않는다. 육해공, 해병, 심지어 특전사처럼 병과에 따라 지정곡과 배우는 군가 자체가 달라 육군에서 많이 쓰이는 10대 군가를 아예 모르는 군인도 있고 알기만 하고 들어는 봤어도 정작 자대에서는 다른 군가를 배우는 경우도 많아 10대 군가라고 해서 모든 군인이 다 아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자대에서는 별도의 군가를 따로 배웠는데 부대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부대가가 따로 있기도 했지만 아예 중대나 학과(병과)에서 따로 부르는 비공식 군가도(사가) 워낙 많아 사람마다 군가 부르는 형태가 많이 다르다. 훈련병 시절에는 10대 군가만 배우고 불렀지만 내 경우에도 이등병이 되고 자대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내가 부른 군가는 병과에서만 사용되는 비공식 군가로 군가 인생 80%는 이 비공식 군가만 불렀을 정도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노래가 있고 사람이 머무는 곳에는 노래 부르기가 항상 존재하는 법이라 사회복무요원(공익)이나 전경/의경이라고 해도 군가(일반적인 의미)는 다 있다. 초중고에도 학생들이 배우는 교가가 무조건 있는 것처럼 군대가 아니어도 단체로 활동하는 곳에서는 이런 형태의 노래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근데 이게 잘 만들면 좋다)
군가 부를 때 음치, 박치들이 꼭 있는지라 웃음 참는것도 고역이다. 특히 목소리 큰 녀석이 처음부터 이상하게 부르면 그걸 따라부르는 경향이 있어 누군가 음 조절 잘못하면 전체가 음이 틀어져 군가 배우기가 어려울 수 있다. (노래 배울 때도 전우를 잘 만나야 한다), 군가는 한번 배우면 그 특유의 발성과 템포를 다시 재셋팅하기 어려워서 처음 배울 때 잘 배워야 한다.
한번 이상하게 배우면 나중에 군가가 뒤죽박죽되고 심지어 졸업식 노래와 부모님의 은혜가 섞이는 불상사가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처럼 (누구나 꼭 경험하는 신기한 현상 ㅋㅋ) 군가에서도 느낌이 비슷하고 가사가 비슷해 중간에 다른 군가로 변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항상 긴장해야 한다
어느순간 군가에 꽂히면 대중가요보다 더 자주 흥얼거리면서 군생활 내내 기운도 내게 해주고 위안도 되는 마법같은 친구다. 물론 군생활 끝나자마자 머리속에서 지우려고 하지만 포맷이 안된다는게 흠, 요즘에는 10대 군가도 달라졌고 10대 군가 외우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노래도 강제성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자율성을 많이 따지다보니 예전처럼 군가를 닥달하며 부르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강제성은 최소로, 즐겁고 경쾌한 마음은 최고로 부르게 바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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