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국제뉴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단어다. 지구 최강 미국은 물론 미국과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나라라면 다 연관되어 파장을 일으켰다보니 관계국에서는 주요 뉴스로 소개 되기도 했다. 스노든은 사람의 이름으로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CIA에서 활동하는 요원과 관련된 실화를 담은 고발 영화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실적인 내용을 줄이고 영화적인 상상의 가상 스토리를 첨가한 건 아니다. 다만 스노든의 일대기를 기준으로 그가 미국 첩보기관에 근무하게 된 계기, 그리고 거기서 알거나 얻게 된 내용과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불법성, 마지막으로 언론에 공개하여 불법사찰에 따른 인권 문제 제기까지를 한 편의 영화처럼 담았을 뿐이다. 추적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를 영화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영화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실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도 두 시선에서 각자 다르게 볼 소지도 많다. 국가기관의 첩보관련 활동에 불법성이 있다고 하여 그걸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설령 불법성이 있다고 해도 그건 국익과 안보를 위해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 만큼 묵인할 수 있다라고 나뉘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한 쪽은 국가안보기관의 불법성을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라는 시각을 가지게 되고 다른 한 쪽은 국가안보기관의 주요 정보와 시스템을 타국은 물론 적국에게까지 노출한 셈이니 간첩이라고 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 실제로 이 영화속의 실제 주인공은 미국에 의해 간첩 혐의로 수배가 되고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내부고발자냐 간첩이냐
영화는 미국을 대놓고 깐다. 미국이 저지른 불법 사찰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적국이 아닌 동맹국과 혈맹국에 대한 사찰마저 자행되었다는 걸 낱낱이 보여준다. 영화에는 혈맹과 다름없는 일본도 정찰 대상이 되어 셧다운(정전) 시스템을 언급하지만 대한민국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국내에서도 일본과 중국이 당했다면 당연히 우리도 당했을 것이라는 짐작하에 미 정부에 사실 관계를 문의했으나 답변은 "모른다, 알 수 없다"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답변을 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영화 속 사찰 대상국처럼 포함되어 있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뉴욕타임스에서도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보면 우리나라는 초점지역으로 주요 대상국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더불어 주한미군처럼 미군기지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 가동하였기 때문에 활동성이 높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할 수도..)
영화 속의 이야기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도 해당되는 일이다보니 영화의 몰입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찰 대상이라면 남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쉽게 말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봐야 하는 영화라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애드워드 스노든은 그린베레가 되기 위해 미군에 입대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의병 전역 명령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그가 가진 IT기술이 쓸모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미군에 입대하여 기초군사훈련까지 마친 점을 높게 평가해 그를 NSA에서 근무할 것을 권유하게 된다.
그는 하고 싶었던 군인은 아니지만 필드에서 사무실로 근무 환경만 바뀌었을 뿐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라 NSA에 지원하며 결국 IT기술을 활용한 전문 기관원(요원)이 된다. 첩보기관에 근무하게 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그는 여러가지 첩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인정 받으면서 CIA 기술담당으로도 활동하게 되며 두 기관의 관련 업무에 따라 여러 다른 나라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사찰 업무에 개입하게 된다.
NSA, 미국국가안보국으로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다. 국가안보국은 미국 국방부 소속으로 우리나라 국군정보사(국군정보사령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CIA, FBI 등과도 연계가 되기 때문에 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관과 협조, 협력하며 공동망을 운용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스노든은 NSA와 CIA의 더블 플레이와 이중 근무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와 소속 개념만 다를 뿐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첩보감시 장치(시스템) 관리자로 보면 될 것 같다. (소속은 정보사지만 국정원 컴퓨터 시스템 관리를 위해 파견 근무하는 형식)
다루는 정보나 내용, 기관이 우리와 비슷하다보니 벌어진 내용도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애국자법과 한국의 대테러방지법이다. 물론 나는 과거 국내 대테러방지법 관련해 입안 처리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을 때 그 법을 지지한 사람 중 하나다. 경찰서, 검찰청 갈 일이 없는 일반 소시민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이 생길 일도 없을 뿐더러 연관될 일도 드물기 때문에 어차피 대상자는 관련자에 해당 될 뿐이고 무엇보다 개인 보다는 공공의 목적으로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법"에 근거한 "정당한" 사찰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 단체는 물론 개인도 사찰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미국의 애국자법 (지금은 자유법으로 완화되고 변형) 이다. 우리나라 대테러방지법도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스노든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영화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이 법이 갖는 부작용에 관한 것으로 모든 법이 완벽할 수 없지만 운용자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목적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즉, 최소한의 단점, 일부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방치하거나 오히려 그런 부분이 절반 이상, 절대 다수의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가동될 경우 모든 사람을 사찰하고 운용자의 입맛과 권력자, 최고 지도자에 의해 잘못 사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개인정보의 유출, 해킹, 도용, 감시를 떠나 인권과 맞물려 심각한 사태를 불러 올 수도 있게 된다.
모든 국민(자국민)은 물론 인간 본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내부고발이냐 첩보요원의 배신이냐
영화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진영간의 대결로 후반부가 진행된다. 민간인 사찰, 불법 도청, 해킹이 범죄자, 테러 용의자, 국가와 국민에게 해가 되는 사람에게 쓰여야 하지만 외부 기관의 엄정한 심사 없이 (법원) 기관 내부에서 마음대로 자행되고 그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마저도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본래의 목적과 다른 오히려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범죄를 예방하고 처방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오히려 범죄에 악용되고 범죄를 감추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이 시스템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하는 본질적인 문제와 만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노든이 영화에서 말한 것 중에 가장 쇼킹하면서도 중요하게 다룬 내용은 당연히 적에게 쓰여야 할 시스템이 친구와 가족이라고 여기는 동맹국, 혈맹국에게도 동일하게 쓰인다면서 결국 이는 자국인들에게도 민간 사찰이 가능하다는 걸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자국민의 민간 사찰에 쓰였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24시간 감시하고 추적하며 심지어 나와 관련된 인맥과 정보를 모두 보고 있다면 소름 돋는 일이다. 마치 창문에서 누가 나를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 상상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 내가 가진 재산이나 인맥관계, 활동 반경, 먹고 마시고 노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다는 건 끔찍한 악몽과 같은데 더 나아가 내 사상과 내 생각을 누군가 읽어들여 이용하려 한다는 건 사육되는 동물과 다름없고 인권은 물론 자유도 침해 받는 꼴이 된다.
문제가 있는 걸 모두 알지만 용기를 내어 폭로를 한 스노든 (보이지 않는 지지가 없었으면 어려웠다)
이 영화를 본 미국 첩보기관은 앞으로 큐브 사용을 금지할지도 ㅋㅋ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다르게 쓰이면서 항거를 했다가 좌천된 니콜라스 케이지, 주인공 폭로를 보고 무척 반긴다
내 편이어도 필요에 따라 감시가 될 수 있다. 자신은 물론 여자친구마저 감시 당하고 있다는 걸 직감하게 된 장면
영화에서도 잠깐 나온 노트북 장면, 노트북의 화상 카메라(웹캠) 활성화 기능과 마이크 기능을 온오프 하여 도청 및 감시가 가능하다는 걸 직접 보게 된 스노든은 자신이 쓰는 노트북과 여자친구의 노트북에 테이핑 처리를 해둔다. 노트북에 있는 카메라에 테이프가 가려져 있자 여자친구가 떼 버리는데 그걸 보자마자 냉큼 스노든은 다시 붙인다.
사실 이건 예전부터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사실로 "저커버그 노트북" 이라는 단어로만 검색해도 뭘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이 내가 쓰는 노트북의 카메라로 모든 걸 볼 수 있고 (CCTV처럼) 몰카처럼 활용될 수 있으며 마이크 기능으로 대화와 소리마저 들을 수 있어 개인정보 침해를 쉽게 가능하게 한다.
노트북을 오래 쓰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3년 전부터 내가 쓰는 노트북의 화면 상단 카메라 구멍에는 검정색의 두꺼운 전기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어떤 이유로든 나와 내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몰카"가 누군가에 의해 가동될 수 있다는 건 주의해야 할 일이며 그게 손쉬운 방법으로 얼마든치 침해를 받을 수 있다면 조치를 해두는게 안전하다.
내가 이걸 따라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나 역시 실제로 그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의 컴에 문제가 생겨 수리를 하게 되었는데 고쳐준 동료(전산팀)가 나와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한참 뒤 자신이 수리한 컴퓨터를 자신의 컴퓨터로 그대로 볼 수 있다면서 상대방이 보는 모니터 상의 화면은 물론 캠을 작동시켜 노트북을 쓰고 있는 상대방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상대방이 보는 화면을 동일하게 보고 심지어 마우스를 임의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동영상을 켜고 웹페이지를 사용하는 것도 우리쪽에서 직접 가능/상대방은 한게임 고스톱을 하고 있었다, 수리를 해줬던 직원은 이렇게 근무시간에 농땡이치는 사람의 컴퓨터에 접근해 혼쭐을 내고 있었는데 겜에서 튕겨 나가게 만들거나 마우스 조작을 방해했다) - 어쨋든 공식적인 업무도 아니고 위에서 내려온 지시와 무관한 만큼 이런 일도 결국 자기 마음대로 접속해 상대방의 농땡이 여부와 상관없이 개입 한다는 건 문제
왜 이런 짓을 했느냐고 물으니 원격제어란다. 이게 은행이나 통신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원격제어로 고객의 컴퓨터에 대신 접속해 문제가 무엇인지 직접 살필 수 있는 기능인데 이걸 자신이 조금 손보고 개조해서 사용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 사람도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상대방에게도 원격제어 프로그램 설치를 안내한 상태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목적과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건 확실한 셈이다. (만약 그 상대가 여직원이고 여직원의 노트북이 자취방에 켜져 있는 상황이라면 여직원의 모든 걸 다 보고 되는 셈)
운전을 나만 잘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나는게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도 내가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 하는데 상대방 마음 먹기에 따라 국가 기관의 민간 사찰, 개인 간의 불법 감시는 인터넷 시대에 충분히 가능한 만큼 예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럴 수 있다~ 이렇게 가능하다가 아닌 실제로 벌어졌고 실제로 존재했던 실화, 외부의 감시나 승인 없이 내부에서 마음대로 벌어질 수 있는 차단 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사찰 임무는 불법성을 넘어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본질마저 무너지게 만든다.
대북정보와 해외정보는 우리 스스로보다는 미국 정보기관과 위성에 의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마저 감시하고 사찰한다는 건 분명 못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오남용의 부작용이 발생할 때 그걸 대놓고 문제삼아 따질 수 없다는게 안타깝다. 결국 그걸 알고도 실보다 득이 더 많은게 미국 첩보기관과 정보기관의 도움
영화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잘못 되었다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내부고발에 대한 것과 국가기관의 불법 민간 사찰과 아군과 적군을 가르지 않는 기준 없는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고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내부고발자들, 내부고발을 하려고 하나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영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지구 최강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내부고발에 앞장 선 스노든의 행동은 박수를 받을 만한 행동이지 간첩으로 변질되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현실과 맞물려 사실적이면서 우리와도 연관된 실제 이야기를 과감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영화적 요소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은 평가 점수로 보충해 주고 싶다.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우, 앞으로 더 치밀하고 더 철저한 온라인 체계를 갖춘 미래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법 사찰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잘못된 점이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조치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하지 않나 한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청소년 권장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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