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획을 그은 영화 - 스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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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볼링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획을 그은 영화 - 스플릿

by 깨알석사 201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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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가 주연을 맡은 볼링을 주제로 한 스포츠 영화 <스플릿>, 영화 제목으로 나온 스플릿은 볼링을 잘 몰라도 볼링 경기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상황 설명이 쉬운데, 볼링을 쳤을 때 핀이 남아 있는 상태, 근데 그게 거리가 벌어져 치기 ㅈㄹ 같은 핀 상태가 스플릿이다. 좌측 끝 7번과 우측 끝 10번으로 양 끝에 하나씩 남아 있고 가운데 길은 뻥 뚫린 멘붕을 부르는 핀 위치, 일반적으로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만 맞추지만 욕심을 내어 튕겨져 맞거나 벽에 튀어서 맞게 처리하기도 한다.

영화를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볼링에 대한 추억이 강렬해 함 봤다. 고민을 한 이유는 조금 있다 다루고 일단 볼링에 대한 추억부터 풀어보면 때는 중딩 3년 시절, 친구들과 사내라면 술과 담배 만큼 필수라고 불리우는 당구장이라는 건전(?) 스포츠에 빠져 있던 청소년 시절이었다. 멤버 중에 범생에 속하는 녀석이 어디서 볼링을 배워 오더니 대뜸 우리들에게 볼링이라는 걸 쳐보자고 했다. 그 말에 그게 뭔데? ㅋㅋㅋ

잡소리 그만두고 당구나 치러가자는 말에 그 친구는 사내 자식들이 쥐방울 만한 당구공 가지고 놀면 되겠냐며 남자답게 수박 만한 볼링공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하지만 꽤 논리적인...) 설득에 넘어가 고딩 세계를 넘어가기 직전 볼링이라는 세계를 탐방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정말 허접한 볼링장의 엉망진창 시스템이었지만 처음 간 나로서는 그게 좋은지 나쁜지 알 턱이 없었다. 그래도 수도권의 주요 도심에서 빌딩 숲속에 쌓여 있던 동네인지라 어지간하면 시설이 잘 되어 있겠지 싶었고 무엇보다 볼링장의 운영 주체가 농협(?) 이었기 때문에 일단 믿고 갔다. (농협이 나와 시골틱 하지만 볼링장 건물 1층에 있는 농협은행에서 조합원들이 별도로 하는 업장이라고 보면 된다, 볼링장은 경인전철 1호선 라인의 전철역 역세권 앞에 있었다)

허접 시스템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10개의 핀이 멋지게 등장하고 그럼 볼링공을 굴려 자빠트린다. 핀이 남아 있다면 우리가 흔히 보는 쓰레받기 같은 녀석이 내려와 남은 핀을 싹 쓸어가고 다시 셋팅해 준다. 근데 거긴 좀 달랐다. 처음이라 뭐가 다른지 몰랐고 원래 그런가보다 했지만 볼링에 재미를 붙이고 다른 동네에 가서 똥폼 잡으려던 순간 볼링장 시스템이 다르다는 걸 알고 깜놀했었다.

핀이 다 쓰러지든 핀이 남아있든 제1구가 끝나면 2구가 들어가기 전에 싹 밀어주고 다시 새로운 핀이 위에서 내려오는게 정석, 그러나 내가 첫경험(?)을 했던 볼링장은 핀에 "실"이 달려 있었다!!!!!!!!!!! (쓰면서도 믿기 힘들다 ㅋㅋ)

그말은,,,즉 핀 하나로 계속 돌려가며 친다는 말, 핀이 쓰러지면 위에서 줄이 당겨져(?) 쓰러진 핀이 일어난다 (이게 뭐야 ㅋㅋ) 처음이니 원래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게 좀 웃긴게 변수가 굉장히 많다. 공을 잘 못 굴려도 핀 하나가 잘 맞으면 쓰러질 때 줄이 당겨져 그 줄에 다른 핀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기에 정중앙으로 무조건 세게 굴리면 앞 쪽의 1, 2, 3 세 핀만 잘 구슬려도 줄이 엉켜 뒷 핀이 넘어갔다. 공에 맞거나 핀에 부딪힌게 아니라 다른 핀의 줄에 걸려 넘어감 ㅋ

때로는 아주 드물게 스플릿처럼 애매한 핀 위치가 남을 때가 있는데 쓰러지고 난 핀들이 줄에 의해 땡겨져 위로 올라갈 때 줄이 쪼여지면서 살아남은 핀을 쓰러트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판국이니 볼링도 내기를 했던 우리들은 완전 개폭소,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반전이 생기고 게임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절대 고수는 없었다.

첫경험의 첫 도전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기록은 150, 스트라이크가 5번 이상 나왔고 스페어 처리는 거의 껌 수준, 그 볼링장의 그 실력을 믿고 다른 동네에 가서 까불다가 제대로 된 시설의 볼링장에서 개박살 (100도 못 넘기더라 ㅠㅠ)

다른 동네의 기본(?) 시설을 접하고 우리는 다시 우리 아지트 볼리장으로 갔다. 핀에 줄 달린 볼링이 더 재밌고 더 스릴 있다. 물론 무엇보다 그런 시설임에도 섭섭하지 않았던 것이 그런 시설에 맞게 이용료가 매우 저렴했다. 중딩 시절이라 용돈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당구장 보다 싸고 보너스가 많았다. 내 기억에 아마 한 게임당 500원 수준, 그마저도 볼링화 대여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농협에서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을 위해 싸게 운영했다고 하더라) 시골도 아니고 대형 도시인데 감솨할 따름. (추가로 카운터 누나가 좀 예쁜 것도 있었다 ^^)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이 영화를 볼까말까 고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볼링이 영화 소재로 어울리는지, 설령 만들었다고 해도 그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인지, 당구를 소재로 한 영화도 기억에 없는 판에 볼링을 가지고 만든 영화에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그리고 솔직히 더 깊게 들어가 유지태라는 주연 배우의 흥행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은 건 사실, 연기 실력을 떠나 재미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다 (물론 선입견) 그렇다고 재미와 흥행을 보증할 만한 다른 배우, 이거 재미겠다~하고 흥미를 유발할 만한 요소나 배우가 따로 없었기에 그냥저냥 한국영화 중 하나로 생각, 그러다 어찌하여 시간이 남아(!) 본게 이 영화다. (근데 안 봤으면 개후회 할 뻔...)

볼링으로 만든 영화라고? 쳇

유지태가 주인공이라고? 쳇

스포츠로 인간승리르 다룬 뻔한 스토리겠지~ 쳇....

이게 영화를 보기 전까지의 내 생각, 그리고 영화 시작하고 나서도 내 생각, 영화 시작하고 10분 지나서도 내 생각이 이랬다. 초반에 날 잡지 못하면 관람을 포기하리라~하는 마음으로 두 눈을 치켜 세우고 봤다.

근데 재밌다. 오~ 의외로 재밌다. 유지태 보면 볼수록 볼매였다. 매력이 느껴졌다. 좋았다

볼링도 타짜처럼 도박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다른 도박과 달리 게이머의 능력이나 뻘짓만 아니라면 조작 같은게 불가능하고 오로지 선수의 기량과 능력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고 도박이 결정되는게 꽤 흥미로웠다. 카드나 화투처럼 사기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오로지 던지는 사람의 능력에 따른 승패 싸움, 비슷하다면 경마가 있겠다.

초반을 넘어가고 도박 레이싱을 참관하면서 영화 타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별명마저 딱 어울리는 두꺼비 정성화의 연기가 가미되면서 점점 흥미에 탄력이 붙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딩 시절 내 첫사랑 농협 볼링장을 떠오르게 하며 그 때의 추억을 마구마구 샘솟게 했다. (친구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엄청 재밌게 쳤던 기억이 많다)

요즘도 볼링을 치고 있고 가끔 데이트 삼아서 꽁냥이양하고도 볼링을 치지만 중딩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많이 다르다) 물론 지금은 평타로 150은 가뿐히 넘기는 수준이지만 예전 같은 환호성은 없고 진지함만 남았다. 너무 어른스러워진거다. 썅 ㅠ.ㅠ

포커 카드를 소재로 하거나 화투를 소재로 한 도박 영화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볼링이라는 스포츠로 도박과 맞물리면서 보는내내 재밌게 봤고 무엇보다 시원한 굉음과 함께 울리는 스트라이크 풀파워 소리는 들을 때마다 가슴을 때렸다. 볼링핀을 쓰러트리면서 와장창 하는 그 소리, 스트레스 풀리기에 딱이다.

두꺼비 이쉐이...손등에 핏줄 봐라...(연기 참 좋았음)

이다윗의 똥폼,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봤다. 근데 중반 이후 도박 레이싱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영화 속의 사람들처럼 저 녀석 폼을 볼 때마다 웃게 되었다. 딸딸이 경운기 시동 거는 것도 아니고 뭔 후까시를 저렇게 넣는지 ㅋㅋ 계속보니 은근 웃김

농협 볼링장에서 친구 다섯이 1명을 제외하고 첫경험이라 우리 친구 모두가 저런 똥폼이었다. 뭘 배우고 간게 아니라 옆 라인에 하는걸 보고 세 발짝 움직이고 점 선에 맞춰서 굴리라는게 배움의 전부 (ㅋ) 손가락 아프다고 영화 속 이 녀석처럼 두 손으로 굴린 녀석도 있었고 (정확히 말하면 던졌다..마루바닥 깨지는 줄 알았다) 신나게 치고 나서야 우리들 모두가 볼링공 구멍에 손가락을 잘못 넣고 던졌다는 걸 알고 깨알웃음을 쏟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모두 엄지, 검지, 중지로 세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ㅋㅋㅋ 손이 얼마나 불안정 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볼링을 안치거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볼링이 인기가 없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도 웬만한 볼링장은 거의 만석, 사람들 바글바글, 내가 가는 볼링장도 대기 시간은 기본 1시간이다. 예전보다 사용자도 많지만 무엇보다 즐겁게 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옷까지 맞추고 오는 동호회도 많고 다른 스포츠와 달리 부부나 연인끼리 모임으로도 많이 활용되는지라 실내 스포츠 중에 이만한 게임도 없다고 본다.

영화는 나름 신선하다. 볼링이라는 소재로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는게 더 놀라웠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뒷이야기를 예상했지만 너무 뻔하게 너무 예상대로 가지 않은 것도 괜찮은 구석이다. 

무엇보다 나름의 작은 반전이랄까. 다윗이 집에서 가지고 온 비디오 테이프에 유지태가 선수로 활동하던 영상이 있었고 다윗이 하던 요상한 행동이 유지태가 하던 행동이었다는 걸 안 순간, 그리고 경기장에도 왔던 관중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솔직히 소름 살짝 돋았다. 그리고 뭉클했다. 유지태가 괴로워하고 속상해 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억지로 짜내는 감동이나 슬픈 배경이 아니라 볼링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연결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클럽 형태의 볼링장, 우리동네에는 하나도 없음 ㅠ.ㅠ

사랑해요~ 밀키스, 그리고 쫀득이, 밀키스가 왜 저렇게 자주 등장할까 싶었는데 어른용 밀키스(막걸리)와 연결 시키는 뽀인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탄산 음료중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불호 없이 무난한게 밀키스, 누가 만들었는지 상 줘야 한다. 

얼마전에도 리뷰를 했던 어카운턴트라는 회계사를 다룬 영화가 기억난다. 영화를 볼 때도 그 생각이 났었는데 그 영화 역시 장애인을 다룬 영화다. 자폐증이라는 공통점도 있는데 천재 수준의 회계사로 능력을 펼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남다른 실력을 가진 자폐증이 하나의 축이다.

장애와 자폐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주는 건 두 영화가 같다. 느낌도 비슷하다. 장애와 자폐를 스포츠에 접목한 것도 좋았고 자폐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부모들에게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어른 대접을 못 받고 무시 당하고 함부로 취급을 당하지만 마음씨는 누구보다 곱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잊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울컥,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잘 보살펴주고 이끌어주면 충분히 사회 생활을 하는데 무리가 없을텐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함부로 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대치를 너무 낮게 잡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영화는 좋았고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결말도 괜찮았고 억지스러움 없이 대체로 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유지태의 새로운 캐릭터가 제일 가장 만족스러웠다. 어딘가 욕을 하면 어색할 것 같고 폼을 잡아도 안 어울릴 것 같고 그저 바른생활 캐릭터가 어울릴 것 같았던 그에게 스플릿의 유지태는 딱 그냥 스플릿의 주인공으로 녹아 들어 잘 버무려지고 조화를 이루었다. 이정현도 좋았고 두꺼비 정성화도 훌륭했다.

영화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 타짜 영화의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볼링도 도박이 되고 볼링으로도 스릴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다. 

볼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몇 가지 용어를 끝으로 마무리 짓는다.

퍼펙트 : 모든 게임을 스트라이크로 처리 (300점) - 직접 본 적은 없다

터키 : 스트라이크를 세 번 연속 할 경우 (내가 해봤다!!, 농협의 실 달린 핀 절대 아니다)

더블 : 스트라이크를 두 번 연속 할 경우

스트라이크 : 10개의 핀을 한 번에 모두 날려(?) 주는 것

스페어 : 1구에서 남은 핀을 2구에서 모두 날려(?) 주는 것 (스페어 처리만 잘해도 어디가서 기침은 할 수 있다)

애버러지 : 게임에서 얻는 총점의 평균 점수 (너 애버러지 얼마야? = 너 당구 몇이야?)

스플릿 :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핀이 가운데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남은 상황 (아래 영상 보면 안다)

어제인가, 그제인가..KBS에서 밤에 "감사합니다"라는 채널9의 방송이 있었다. 외국인 신부님이 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볼링장에 정기적으로 가서 함께 볼링을 치는 장면이 나왔다. 80을 넘긴 한국말 하시는 외국인 신부님과 잘 못치지만 웃음이 넘치는 장애인 분들의 시합은 그들의 시합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흔히 말하는 똥창에 공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다들 화이팅 넘치고 웃음이 만발한 즐거운 시간, 모든 스포츠가 대부분 그렇지만 대결이 아닌 놀이가 되면 잘 하는 것 보다는 누구와 얼마나 재미있게 즐기고 노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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