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인블랙박스에 나온 과속 사고의 해석 차이

맨인블랙박스에 소개되었던 사고 장면 중에서 납득이 안되었던 사고 중 하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과속으로 주행하던 휴양객이 앞차를 피하다가 급회전하여 도로 경계석과 신호등과 충돌했고 그 회전력으로 인해 내부 탑승객이 차에서 밖으로 튕겨져 나오면서 과속 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러주었던 장면이다.

보여주는 블랙박스 장면과 설명을 듣다보면 사고차량은 확실히 과속을 했고 앞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피하려다가 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건 단순한 과속 운전에 따른 사고라고 보기 어려운 약간 다른 케이스

블랙박스 차주가 사고와 무관한 제3자 입장에서 촬영된 것이라 과속으로 인한 사고라고 설명하면 딱히 할말은 없지만 사고 정황을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100% 과속과 운전미숙에 따른 사고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블랙박스 사고 이전의 상황과 장면을 보고 어떤 사고가 원인이고 내가 왜 의문점을 갖었는지에 대해 한번 보자.

블랙박스 차주는 2차로 주행, 현재 화면에는 1차로에 주행중인 승용차 한 대가 보인다. 그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나 특이점이 없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정확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오히려 사진으로 프레임을 나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이 상황에서 특별히 사고가 날 징후는 없다.

사고는 1차로에서 주행중인 또 다른 차량에게서 발생한다. 잠시 뒤에 1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이 등장하는데 앞서가는 1차로의 승용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피하다가 2차로로 들어오고 이내 360도 회전을 하면서 화면 끝 부분 이정표 안내판 아래 교차로 지점에서 시설물과 충돌하는 사고다

방송에서는 잠시 뒤 등장할 1차로의 차량이 과속과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라고 말했다. 바캉스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는데 빨리 가기 위해 서두르다 생긴 사고라는 뉘앙스라는 분위기

한적한 도로라서 사고가 날 상황은 아니다.

바로 이 때, 블랙박스 차량의 좌측편에 차량 한대가 등장한다. 차의 앞부분이 보이기 시작

앞차와의 차간 거리가 생각보다 좁아지면서 위험스러운 상황이라는 걸 직감하게 된다.

뒤 따라오던 차량은 1차로에 있던 차량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급선회를 했고 차량은 2차로로 진입

하지만 급작스러운 선회로 중심을 잃은 차량은 뒤뚱뛰뚱 지그재그 운전을 하게 된다

좌우로 크게 움직이던 차량은 결국 교차로 지점에서 90도 각으로 꺽이게 되고

교차로의 신호등과 경계석과 충돌하여 360도 회전과 함께 차량이 크게 파손된다

다른 차량과 충돌이 일어난 사고가 아닌 해당 차량의 단독 사고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뒤에서 과속으로 오다가 추돌 직전 회피로 인한 사고

상식적으로 앞에 주행중인 차량이 있는데 이 정도 가까울 정도로 와서 보지 못한 건 한 눈 팔았을 수도 

사고는 단독사고이며 과속으로 인한 운전 부주의, 운전 미숙으로 종결되는 듯 싶다.

휴가길에 발생한 사고

충격이 얼마나 큰지 탑승했던 일행 중 한명이 밖으로 튕겨져 나온 큰 사고였다

지금까지 사고 정황과 설명을 들었다면 이 사고는 과속으로 인한 운전부주의와 미숙에 따른 차량 단독 사고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프레임을 나눠 한적한 도로에서부터 화면을 캡쳐해 보여준 건 이유가 다 있는 법, 이 글을 다시 올려 블랙박스 속 화면 사진을 자세히 보면 1차로에서 이 차가 과속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정상적인 주행이라면 앞차와의 거리가 짧아지는 경우는 단 하나, 뒷차의 과속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러나 화면 속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1차로에 주행하던 승용차가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줄어든다는 걸" 알 수 있다. 2차로를 주행하던 블랙박스 차량과의 차간거리를 보더라도 1차로에는 별다른 특이점도 없고 신호등도 파란불로 계속 정상 주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1차로의 차량은 사고차량이 등장하기 전부터 2차로에 있던 이 블랙박스 차량과도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사고차량이 블랙박스 차량의 속도보다 빠르게 지나갔다는 점에서 과속이 일부 있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앞에 가는 차를 바보가 아닌 이상 보지 못할 확률은 없다. (못 보고 추돌한 것이 아닌 피했다는 것 자체가 인지는 했다는 뜻) 결국 뒷차의 과속은 물론 앞차가 사실상 "급감속"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급정지"를 했다면 1차로의 차량이 크게 잘못한 것이 맞지만 급정지가 아닌 급감속으로 차량 속도가 확연하게 줄어든 상태라 뒷차의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면 차간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 확률이 크다.

1차로의 승용차와 2차로의 블랙박스 차량 속도를 비교해 보면 1차로의 차량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도 확인이 가능한데 과속에 따른 뒷차량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지만 결과적으로 앞차량이 1차로에서 감속을 하는 바람에 그 차량을 피하기 위한 회피기동을 하다가 결국 큰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싶다.

사고차량의 100% 과실처럼 보여졌지만 내가 보기에는 1차로에 있던 차량도 만만치 않은 잘못을 했다고 본다. 포스팅 상단으로 돌아가 사고차량이 등장하기 전 나열된 사진을 보시라. 1차로와 2차로 차량끼리 이미 상당히 좁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고차량이 사고를 피하기 위해 선회를 할 때 1차로의 차량 속도는 상당히 저속이었고 사고차량이 뒤뚱뒤뚱 거리며 지그재그 운행을 할 때도 1차로 차량은 서행에 가까웠다. 

빠른 시간에 바로 사고가 난 것인데 교차로에서 단독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서 1차로의 차량은 사고 직후 몇 미터도 안가서 갑작스럽게 사고를 보고 멈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로 섰을 정도로 1차로에서 보기 힘든 서행 수준, 블랙박스 첫 화면의 1차로 차량은 교차로 끝의 이정표와 비슷한 거리감으로 번호판조차 감별하기 힘든 꽤 먼 거리지만 뒷 차량이 등장해 추돌을 피하는 직전까지의 화면 사진을 이어 보면 첫 화면보다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블박차량과의 거리가 절반 정도 확~ 줄어들었다는 것이 보인다. 번호판이 보일 정도다. 그 때 뒷차량이 등장하고 사고가 난다. 

블랙박스 차량이 속도의 변화가 없음에도 1차로 차량이 점점 빠르게 가까워졌고 그것이 수초대라면 꽤 1차로의 차량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1차로 차량 바로 옆 중앙선에는 안전봉이 세워져 있는데 그 봉의 갯수만으로도 속도가 얼마나 느렸는지 대강 유추가 가능하다.

뒷차량이 등장해서 1차로 차량을 피했을 때 1차로 옆 안전봉이 10개 보인다. 그리고 사고차량이 앞에서 지그재그 운전을 할 때 안전봉이 9개, 그 뒤로 교차로에서 회전을 하고 7개, 사고가 크게 난다. 그 때 안전봉이 5개, 마지막으로 1차로 차량이 놀라 멈춘 것이 안전봉 4개, 이 자체만 놓고 따져도 별 다른 문제없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량들이라면 안전봉 갯수 조차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정상인데 추돌을 피하기 위해 뒷차량이 선회한 순간 이미 1차로 차량의 전면부 좌측 안전봉 갯수가 판단이 될 정도로 서행 중이었고 선회 직후부터 사고까지 안전봉이 보여주는 순간이 9개, 7개, 5개 수준으로 사고 순간 대비 1차로 차량의 속도는 꽤 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속도에서 놀라 멈춘다면 안전봉이 그렇게 보일 수도 없지만 설령 10개가 처음 보였어도 급정지 후 보여지는 건 3~4개 수준으로 확 떨어지는 것이 정상, 그게 아닌 순차적으로 하나씩 보였다는 건 차가 느리다는 뜻이다.  

뒷차량의 과속도 문제지만 앞차량의 급감속도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이고 당시 방송에서 가장 안타깝던 사고였다. 방송에서는 1차로의 차량과는 어떤 연계점도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고 과속으로 인한 부주의 사고라고만 소개되었는데 경각심도 좋지만 1차로의 차량도 과실이 어느정도 있다는 걸 간과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해석하기 나름, 보여주기 나름, 과속으로 인한 단독 차량사고로 보일 수도 있지만 1차로에서 멈춘 것도 아니고 서행 수준으로 갑자기 속도가 준 차량을 "가는 차량인지 멈춘 차량인지 속도가 줄어드는 것인지" 한번에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한 눈 팔지 않고 멀쩡히 가다가도 앞차의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면 연속 추돌이 나는 건 지금도 예사인데 가던 차량의 속도 저하가 원인인지 뒤에서 오던 차량의 과속이 원인인지는 따지고 보면 둘 다 잘못이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앞차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그래서 과속보다 무서운 것이 저속차량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난 경험이 아직 없지만 제3자 입장에서도 가장 억울하고 안타까운 케이스가 이런 거,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 그 차량을 피한다고 피한 것이 나만 더 크게 다치거나 큰 사고가 났을 때, 그리고 그 차량은 아무 문제 없이 내 잘못으로만 인식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