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영화 부산행,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좀비를 다룬다는 것이 결코 쉽지도 않고 약간은 무모한 도전이다. 비현실적인 것을 다룬다고 해도 워낙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 익숙하다보니 대규모 자본이나 할리우드 시스템의 스케일 있는 수준이 아니면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딱 좋은 것이 이런 좀비 영화
중국은 강시, 일본은 요괴, 한국은 귀신이 무서움의 존재로 각인된 나라라서 동양권에서는 좀비 영화가 더더욱 흥행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 있다. 뭐랄까 중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드라큘라 영화 같은 걸 거의 찍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까. 찍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관객이나 감독이나 뭔가 우리 정서에 안 맞고 어색한 건 분명 있다. 좀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이 만든 좀비 영화의 새 지평을 연 것이 부산행이 아닌가 싶다. 특히 광범위한 도시가 아니라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된 기차안에서 움직일 수 없는 환경 자체가 더 공포스러운 일인데 배경 자체가 탁월한 아이디어다. 선박이나 비행기도 비슷한 설정으로 할 수 있지만 노선이 존재한다는 것만 같지 철도처럼 철길만 무조건 가는 경우가 아니라서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 선박과 비행기이기 때문에 철도를 메인으로 잡은 건 신의 한수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만의 정서나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좀비와의 대결이 주 구도라서 우리나라 영화지만 해외 어느 나라의 외국인이 보더라도 무리가 없다. 난 솔직히 워킹데드보다 더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보면서 좀비들이 좀 어색하거나 좀비스럽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 걱정 자체가 우려였다. 좀비 캐릭터들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 정도 영화의 이 정도 시나리오에 이 정도의 연출력이면 해외시장의 다른 좀비 영화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되지 않을가 싶을 정도로 나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평가하고 싶다.
KTX 열차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디젤 기관차를 원래 더 좋아하다보니 마지막 장면의 기관차 장면은 인상 깊다.
때로는 좀비 보다 더 무서운 마동석 ㅋㅋ 난 끝까지 살아 남을 줄 알았는데 아쉽다.
당황하거나 도망가거나 자기 살 길만 찾기 바쁠 것 같은데도 기관사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악조건 상황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기관사로서의 의무와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고 손님들을 모신 직업 정신이 보기 좋았다. 어제 지하철 파업 뉴스 소식이 들리던데 철도와 지하철은 책임져야 하는 승객 수만 보더라도 엄청나다. 그만큼 큰 책임을 지지만 그에 맞는 대우와 복지가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파업을 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파업을 하지 않도록 평소에 잘 챙겨주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은 아니면서 이런 공공 서비스에서 일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열차 내부 장면을 어떻게 찍었나 궁금했는데 세트였다니...
좀비 군인들 장면은 압권, 좀비 배우들 연기력은 대박
진짜 이런 일이 생기고 저렇게 좀비 군인들이 미친듯이 달려든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믿고 보는 천만 배우 공유
엄청난 권력가인줄 알았는데 고속버스 상무로 나온 캐릭터, 차라리 정치인이나 지방 시의원 정도가 너 낫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좀비 영화, 드라큘라 영화(김수로 어쩔...나도열 ㅠ.ㅠ), 수퍼맨과 같은 지구를 구하는 영웅 영화는 안 통할 줄 알았는데 확실히 만들기 나름이고 연출하기 나름이라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았다. 잘만 만들면 동양에서 만들어도 미드보다 낫다.
시나리오만 더 괜찮게 보강한다면 부산을 방어기지로 삼은 부산행2도 나왔으면 좋겠다. 28주 후나 레지던트 이블처럼 시리즈도 기대해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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