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살아있는데...대한민국에 메세지를 던져주는 영화 -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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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나 아직 살아있는데...대한민국에 메세지를 던져주는 영화 - 터널

by 깨알석사 2016.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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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추석 특별할인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보게 된 영화 "터널" 굵직한 스토리는 이미 대강 알고 있었고, 우연히 영화 정보 보다가 보게된 리뷰성 기사를 봤기 때문에 딱히 당장 볼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건 안 봐도 눈물 흐리게 하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일 것이 뻔하고 또 세월호와 엮어서 보는 관점도 많아 잠시 미뤘던 것도 사실

애잔하고 뭔가 슬플 것 같은 영화는 감성충만 필이 팍 꽂힌 날 찾아서 봐야 감흥도 두 배가 되는 법, 때를 기다리며 볼 날을 찾고 있었는데 추석 할인에 그냥 넘어갔다..(역시...물질만능시대 ㅋㅋㅋㅋ 감성은 개뿔..ㅋ, 할인에 홀랑 넘어감)

하정우 주연의 영화는 진지할 때도 훅 들어오는 블랙코미디가 있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뜬금포 웃음 포인트가 있는 것도 특징인데 영화 터널에서도 그런 장면은 실망시키지 않고 종종 나와주었다.

전반적으로는 블랙코미디 같은 장르인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대한민국에 던져주는 메세지는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뭐 하나라도 공감이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문제이자 메세지다. 부실공사, 날림공사, 기레기(쓰레기 기자)들의 취재 열기와 부작용, 정치인들의 쇼맨쉽, 구조보다 보고가 우선인 지휘체계, 자본논리를 따질 수 밖에 없는 신도시 개발과 경제 상황, 그리고 그에 따른 인명존중이 아닌 인명경시 현상, 다수가 아닌 소수의 경우라면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다수결만 존재하고 소수결 자체는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기본"과 "상식"으로만 생각하면 쉽게 풀 수 있는 것들이 수많은 논리와 사상이 곁들여지면서 간단이 복잡이 되고 기본이 삼화가 되며 상식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자들 의식이 가장 선행 되어야 하는게 윤리의식 뿐 아니라 과열 취재의 방지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특종이 우선시 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어쩔 수 없는 생태적인 환경이라는 건 알지만 이런 걸 자주 보고 느끼다 보면 죽어가는 것도 포토타임이 따로 있고 포토타임에 따라 언제 죽어야 할지, 언제 치료 받아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할 것 같다. 알 권리라는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인데 기자도 검찰이나 경찰처럼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어떤 마인드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존경받는 기자와 기레기로 나눠지는 세상이 씁쓸하다.

이게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라면 웃어 넘기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라는 것이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

하정우가 "이제 그런 것 좀 그만 묻고 나 좀 빨리 구해줘요~"라는 대사가 있다. 119에 구조요청을 했을 때의 통화다. 112나, 119나 아직 관제 시스템이 선진국처럼 완벽하지 않은 건 물론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실 근무자들의 자질이나 경험도 과학수사대 만큼 전문성을 더 갖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통전문이나 과학전문, 마약수사 등 각 전문분야가 있지만 상황실 근무는 가장 최일선에서 피해자 또는 신고자와 맞닿은 사람들인 만큼 진짜 체계적인 전문 프로들로 구성하고 교육을 해서 이 분야에서 만큼은 1인자가 될 정도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살다보면 112나, 119에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화하기 싫은 것도 확실히 존재한다. 전날 술 먹고 속풀이 안 된 사람마냥 걸걸한 목소리에 만사 귀찮다는 말투, 차분차분 필요한 정보를 다 말해줘도 결국 끝에 가서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되었다구요?" 이런게 꽤 많다.

군대에서도 무전을 주고 받을 때 "카피"라는 송수신 용어처럼 되물으려면 지금 말씀하신 이런이런 것들이 맞죠?라고 다시한번 그대로 내가 말한 걸 읽어주면서 되물어야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다시 직접 말을 해달라고 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터널이 무너졌고 터널에 깔렸다라고 분명하게 말을 했지만 현장에 가서야 심각성을 알게 되는 건 꼭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의 단면 그대로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의 헬기 승무원들이 청문회에서 말하길 현장 가서야 심각성을 알았지 출동할 때나 상세한 정보는 없었다는 것도 그런 예다.

출동 자체가 신고를 받아서 출동한 것이고 세월호 승무원과 학생들의 신고 내용이 "배가 침몰한다"인데 심각성을 가서야 알았다는 건 영화 터널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에 나온 장면(영화 정보에 올라온 사진)인데 실제인지 CG인지 구분이 안간다. 실제라면 대박. 어찌 찍었지??

영화에서 하정우 말고 다른 사람과 차량이 있었다는 건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물론 그 장치가 블랙코미디로서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사태의 심각성과 슬픔을 가중하는 중요한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다른 차량의 운전자였던 여자가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은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정말 안타까운 장면

우리나라 사고 현장에서 오달수씨 같은 지휘책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정우가 살아남는 과정에서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의지"가 된 것은 구조대장의 역할이 확실히 크다. 

배두나의 연기는 100% 만족,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과 인부들을 위해 식사지원 활동을 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면서도 든든했다.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가족만 애쓰는 것이 보통인데 그래도 배두나에게는 듬직한 오달수 대장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게 정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 초창기의 열기와 노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성과주의로 변질되는 세상의 단면, 그래서 사람들이 더 세월호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사람이 저 안에 깔려있고 살아있는데 태연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치인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가 꼭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계급사회, 신분사회가 존재했던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여전한 문화다. 구조를 해서 병원으로 가야 할 때도 사진 한방을 위해 환자가 기다려야 하거나 기념 장면을 남겨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자본 논리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게 과하면 보기 안 좋은 건 분명하다.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당연히 맞지만 결국 생명보다 돈을 택한 사람들, 가족들에게 공사 동의서 싸인을 받는 장면은 보는 내내 역겨웠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내가 가장 황당하게 생각한 건 모든 학생들의 수학여행 중단, 수학여행 자체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거나 모두 단일 루트의 단일 업체를 이용한다면 몰라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현실, 수학여행을 폐지할 것도 아니고 곧 다시 할 거면서 눈치부터 보는 사람들

안전점검을 더 철저히 하고 업체가 제대로 된 업체인지 확인을 보강하면 될 일을 수학여행 일정 자체를 포기시킨 교육당국과 다른 학교들 행태를 보면서 뭐가 문제이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기레기와 상반되는 캐릭터의 작업반장, 이 캐릭터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고 본다. 사실 이 사람의 등장과 역할이 영화 터널의 절반은 된다고 본다. 극의 본질과 상황의 본질을 이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대변한다. 그는 수직이 아닌 수평쪽 구조라인에 있는 인물로 투 트랙 구조에서 한 축을 담당한다. 하지만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다.

이 사람이 맡은 쪽은 시작부터 끝까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못 되었고 구조와 연결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업 중 사고로 추가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악조건의 이유가 되었고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다가 멀쩡한 사람을 잡았다는 식의 사회 인식을 만들게 된 장본인이다. 그리고 이 사람의 가족이 하정우의 아내에게 찾아와 계란 투척을 하게 되면서 영화의 흐름은 완전히 바뀐다.

펙트만 놓고보면 하정우의 가족이 사람들 앞에서 허리를 굽혀 사과하거나 죄송하다고 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할 것도 없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버린다. 하정우의 아내는 자신의 가족을 살리겠다고 다른 사람을 죽인 죄인이 되버린다. 분명 그건 아닌데 영화가 보여주는 건 억지 상황이 아니라 관객들이 공감한다는 걸 대변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와 세월호 사고에서도 이런 일은 똑같이 있었다. 구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도심지에 소방헬기가 처참하게 추락한 사고도 세월호와 연관되어 있다. 민간 잠수부도 사망했고 현역 군인 잠수부도 사망했다. 물론 여러명을 구하다가 생긴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사고였다.

만약 어떤 사고이든 영화 터널처럼 단 한 사람만이 생존해 있고 살리는 구조작업인 경우 구조대 쪽에서 1명의 사망 사고가 생긴 경우 어떻게 될까? 구조는 진행된다. 만약 구조대에서 10명의 인명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추가 사고에 따른 원인을 제거하고 다시 구조작업을 하겠지만 일부에서는 "무리해서 계속 이렇게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하나?" 라는 인식이 나올 수 있다.

만약...장기간이든 단기간이든 50명 가량의 사망자가 구조대에서 나왔다면? 지금 단 한명의 사람을 살리겠다고 구조를 나섰다가 엄하게도 50명의 멀쩡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게 된 경우 어떤 결정이 옳고 어떤 결정이 잘못된 것일까. 구조를 그래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중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까. 구조 작업 자체가 쉽지 않아 구조대도 계속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면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영화는 바로 그 점을 후반에 다룬다. 다른 터널의 공사와 신도시 개발 문제, 또 생각보다 긴 장기간이 되면서 들어가는 인력과 장비에 따른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입될 인력과 장비가 줄어드는 이중고가 생긴다. 이 상황에서 단 1명이라도 희생자가 구조대에서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영화에서 구조 진행이 포기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구조작업 중의 희생이 가장 컸다.

무엇보다 영화 뿐 아니라 일반 사고에서도 피해자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족을 구하는 과정에서 포기하자 계속하자 논란이 있을 때 구조작업 중 희생자가 나왔다면 더 이상 진행시켜달라고 하기가 어렵고 그 사람의 희생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여겨 모두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인데도 가해자와 피해자로 순간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아마 구조대장마저 포기 했다면 영화 터널의 주인공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답은 아니어도 정답에 근접한 답 정도는 있다. 10명이든, 50명이든 100명이든 구조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생기거나 희생이 생겨도 그 한 사람을 끝까지 구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서처럼 그 한 사람 (그것도 장교도 아닌 사병 찌그래기를...) 을 구하겠다고 특공대를 보낸 것도 그렇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테러 등의 납치가 발생했을 때 소수의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구조대를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인질로 잡힌 미군 1명을 구출하기 위해 항공모함까지 투입하는 건 일반 상식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 한 사람을 구하겠다고 많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심지어 모두 전멸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전쟁터 같은 곳에서도 구조대(구출요원)를 보낸다. 그런 과정에서 구조자로 나선 팀원 중 일부 또는 다수는 희생 당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영화에서도 그런 소재는 빼놓지 않고 자주 등장한다.

본질은 목숨, 생명이다. 그 사람이 이미 죽은 것이 "확실"하거나 "시신"으로 확인이 된 경우라면 수습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고 유골이라도 가지고 올 수 있냐가 핵심이라 "시간"은 문제가 안된다. 당장이 아니고 나중에 해도 충분하며 심지어 상황에 따라 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이 붙어있고 생존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살아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수십명이 아닌 수백명이 추가 희생이 되더라도 구조대원을 보내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왕은 물론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고위직 인사가 아니어도,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아무도 모르는 개개인이라고 해도 그런 것 따지지 않고 끝까지 살려서 구해낸다는 개념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리게 되면 그 자체는 "신뢰"를 구축하게 되는데 사회에서의 구성원들간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 어떤 시스템보다 강력하고 그 어떤 사회구성 요소보다 강력한 것이 사회 구성원들간의 "신뢰"다. 구조하는 사람이나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나 이런 신뢰가 기반이 되는 끝장 구출은 반드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런 사고를 당해도, 내 가족이 이런 사고를 당해도, 똑같이 이들이, 저 사람들이, 날 구하기 위해 오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게 된다. 그건 사회구성원간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그 믿음과 신뢰가 깨지는 사회가 굉장히 불안하고 붕괴의 조짐이 되는데 지금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하면서 공무원 집단과 사회 구난 시스템에 대해 말을 많이 하고 꾸짖는 것도 이런 신뢰와 믿음이 깨지거나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관련해 그 유명한 "가만히 있으라"는 말 자체도 사실은 이런 신뢰와 믿음이 본 바탕이 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정답에 가까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신뢰와 믿음이 제대로 발휘를 못하는 구조에서는 반대로 따라서는 안되는 말이 된다.

영화 터널에서처럼 결국 포기를 하게 되면 그걸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보게 되고 무의식에 자리잡게 된다. 나도 만약 저 상황이라면 결국 죽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다. 나도 저 상황이라면 꼭 구출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아니라 나도 저렇게 구조가 안되겠구나하는 불신이 생기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결국 10명의 구조대 희생, 50명의 구조대 희생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엄청난 값진 희생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 한 사람이 억울하게 죽지 않게 도와준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수천만명의 생명을 보장하고 살리는 결과를 갖게 된다.

우리는 세월호에서 영화 터널과 같은 광경을 봤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당하면 구조대에 의지하기 보다는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구조대에 희망을 걸지 않고 포기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저렇게 큰 여객선이 백년 전도 아니고 지금 이 시대에 침몰했는데도 제대로 구조도 못하고 침몰 이후에도 구조 작업이 되어 단 한명이라도 생존자를 찾아 구조했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실질적인 "구조"는 포기했다는 걸 침몰 직후부터 우리는 알았다.

차라리 지금도 "실종자" 수색은 여전히 하고 있고 상황본부가 아직도 현장에 존재한다면 사람들이 희망적인 신뢰를 갖겠지만 공식적으로 "철수"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 결국 영화 터널은 이 작업반장의 캐릭터 하나가 얼마나 많은 걸 보여주고 설명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하정우의 아내 배두나가 주는 계란이 땅에 떨어지자 괜찮다며 천막에 고인 빗물에 씻어 먹던 작업 반장, 동료가 사람들에게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하자 화를 내면서 다시는 그딴 소리 하지 말라며 오래 같이 일한 동료가 아닌 얼굴도 모르는 하정우편에 섰다는 건 구조대장과 작업반장 단 두명의 믿음직한 사람만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할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단 한 사람을 위해 구출하는 특공대의 희생이 절대 헛된 것이 아니고 고귀한 희생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영화 터널에서의 작업 반장도 똑같다. 그리고 그건 구조나 구출을 중단하는 원인이 절대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생기면 중단되거나 철수하는 것이 예사다. 몸보신 주의, 나만 살고 보자는 마음에서 생긴 나쁜 문화다. 그래서 이런 일이 또 생길까봐 책임을 지기 싫어 철수를 하는게 보통

부실시공에서 부터 사회전반에 흐르는 무관심, 비전문성, 욕심, 과열, 냄비현상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구조와 구난에 있어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단면과 현상도 싸잡아 보여준 영화다. 하정우 대신 구조대장이 다 꺼져! 개XX들아~ 와 함께 하정우가 엄지를 치켜 세우는 장면이 한편으로는 보기 안 좋은 것도 우리 사회를 너무 리얼하게 반영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 포기하고 다 철수하고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군데...정작 구출되니 자신들이 한 일이라며 찾아오고 말이다. 포기했을 때는 언제고 살아오니 다시 초창기처럼 몰려드는 개떼들(고위직과 기자들), 나 같아도 다 꺼지라고 했을 것 같다. 그런 사회가 되면 안되는데 말이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세상이 되야 할텐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조연, 탱이...하정우 대사대로 아주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10)탱이 짓을 해서 난감하게 하지만 하정우가 구출되고 헬기로 후송되는 장면에서 하정우와 함께 나오지 않아 약간 섭섭했다. 너무 좋은 친구 탱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영화 자체는 터널에 깔린 사람의 내면이나 심리보다는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에 딱 맞는 고발성 영화라 그 점을 높게 쳐준다. 다른 나라의 외국인 입장에서 만약 봤다면 7점대, 미,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는 국민 중 한 사람으로 공감되는 것이 너무 많아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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