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 장군과 거란, 그리고 현종과 고려 - 5

친조 약속을 어기고 거란 주변국과 또 교역을 하면서 거란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고려

거란은 이런 고려를 혼쭐 내주기 위해 제3차 침공을 감행한다. 하지만 고려는 이미 전쟁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강감찬 장군의 전투 승리에 숨은 비결은 가죽과 노끈, 물둑을 만들어 흔히 생각하는 살수대첩, 수공을 펼쳤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록상의 기준으로만 보면 수공의 원조는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 아닌 강감찬의 흥화진 전투라는 것인데 강감찬의 흥화진은 고려 당시에 기록된 수공이고 살수대첩은 일제시대에 쓰여진 기록으로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기록은 일제시대 기록된 자료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근거가 불확실해서 을지문덕 장군이 크게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 보다는 수공으로 크게 대승을 이루었지 않나 하는 추측이 살수대첩으로 바뀌어 기록으로 되었을 거라는 논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거란족의 침투 루트를 미리 알아낸 고려는 그들을 오히려 기습 공격하고 지형과 지물, 자연을 이용해 그들에게 선빵(!)을 날린다. 한 때는 거란족의 침입으로 현종이 몽진(피난)을 가기도 했지만 3차 침공에서는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에 의해 거란군이 참패를 겪고 있었다.

거란군을 상대로 벌인 거란과 고려의 제 3차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와 노획한 말, 낙타, 갑옷, 병장기는 다 셀 수가 없을 정도이고 살아서 돌아간 자가 겨우 수천명밖에 안되니 그야말로 고려군의 압승, 대승, 완봉승(!)이다

거란은 이에 대해 고려를 상대로 어찌나 화를 크게 내는지 낯가죽을 벗겨내어 그 다음에 죽일 것이라며 크게 노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고려와의 싸움에서 엄청난 패배를 겪은 거란의 분노는 하늘을 치솟았다. 하지만 이 귀주대첩으로 인해 거란은 다시금 고려를 상대로 까부는 일이 없었고 고려 역시 거란에 대해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게 된다.

고려 강감찬과 현종의 사이를 보면 꼭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관계가 조선 선조와 이순신, 같은 상황의 정반대 사례다.

전쟁터에서 거란을 막아 전공이 있는 자, 모든 병사에게까지 포상과 관직을 부여한 현종

또한 전사자들에게는 그 가족들도 잊지 않고 챙겨주라는 명을 내린다.

고려가 더 대단한 것은 사후문제, 그야말로 반전인 것은 귀주대첩 이후 거란과 사대관계를 복원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에 거란에 의한 사대관계가 아닌 고려에 의한 사대관계이기 때문에 맹목적인 종속관계라고 볼 수가 없다. 둘 중에 하나는 끝장을 보자가 아니라 너도 쎄지만 나도 쎄다라는 걸 확신히 인식시켜 준 다음에 관계를 다시 회복해 사대관계 속에서 서로 견제를 해야 하는 다소 평등한 관계를 만든게 바로 고려, 우리나라 역사에 고려라는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근대에서도 여전히 KOREA(고려) 코리아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도 그렇고 고려인(코리안)이라고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외교술과 국방에 있어서는 전혀 꿀릴 게 없던 나라

주요 사건만 간추려 보더라도 한반도에 있던 모든 우리 조상들과 국가 중에서 모든 역사를 통틀어 외교적인 부분 만큼은 고려가 단연 으뜸이고 최고였다. 애초에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이유도 이성계 장군에게 큰 나라를 치라고 보냈기 때문 아니던가. 위화도 회군이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자체도 따지고 보면 큰 나라에 절대 굴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선빵을 날릴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준 나라가 고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