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을 우리는 보통 관종이라고 부른다. 관심종자의 준말로 관심을 받으려고 행동하는 종자들을 뜻한다. 종자라는 말 자체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뜻이라는 건 당연하다.
주위에 이런 관종이 하나 있다. 특히 요즘에는 SNS 미디어가 많아지면서 이런 활동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여주기식의 관심표출은 어느정도 적정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런 관종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의 경우는 좀 심하다. 지난 겨울에 있던 일이다. 두 사람이 눈사람을 만들었다. 관종은 자신이 정말 잘 만든다면 거드름을 피우더니 자동차 타이어 정도의 눈사람만 겨우 만들어냈다. 같이 한 다른 사람은 그래도 남자라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지 하면서 자신의 키 보다 훨씬 크고 뚱뚱한 엄청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
완성이 되고 나서 본 두 사람의 눈사람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크기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도 차이가 컸다. 주방에서 쓰지 않는 국자들을 활용해 팔을 만들고 털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도 둘러주었다. 관종의 경우는 발로 툭 차도 될 정도로 작았으며 팔도 나뭇가지가 전부였다. 사람들이 눈사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본의 아니게 대형 눈사람은 연예인이 되어 있었다. 그날 밤 관종의 SNS에는 이 대형 눈사람이 자신의 작품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이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찍어 올리며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것이 너무 기쁘다는 친절 멘트도 빼놓지 않았다. 줄줄이 달린 덧글에는 저걸 어떻게 만들었냐? 하루 이상 걸린 것이냐? 진정 사람이 만든 것이냐 부터, 체력 많이 써서 힘들겠다. 힘들겠다. 고생했다 등등의 열띤 응원의 메세지도 줄줄이 달렸다.
두 사람이 같은 SNS를 쓰고 있으니 눈사람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 그래도 관종을 위해 눈사람 주인은 눈사람 관련 글을 SNS에 아예 올리지 않았다. 이미 비슷한 일을 수차례 겪었고 그것이 자신의 눈사람이고 거짓말이다라고 굳이 까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관종이 많이 아파서 야간 응급실에 실려간적이 있다. 긴급한 진단을 받고 내려진 결과는 응급수술, 새벽에 실려간 관종은 아침이 되면 제1번 순서로 수술실로 들어가도록 조치가 되었다. 그런데 의사나 간호사가 신경을 많이 안쓴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자신이 아픈건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어떻게 찍어야 더 아프게 나오는지 각도를 재가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고 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그걸 보고 어이없어 했다고 한다.
입원하는 기간동안 관종의 SNS에서는 매일 병실일지가 올라왔다. 지인들이 병문안을 왔는데 재미있는건 병문안 오라고 한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기에도 껄끄러운 상처부위와 수술부위를 올리며 심각한 상태라는 걸 SNS에 올리니 사람들이 알아서 병문안을 왔던 것, 주변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 말에 따르면 병문안 온 사람들이 들어올때는 심각하게 왔다가 별 거 아니라는 걸 알고 (수술이 잘되었다) 금방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마치 대단한 사람인것처럼 행동하고 과시한다. 옛말에 쥐뿔도 없는게 잘난체만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거다. 수백번, 수천번의 관종 행위를 지켜보던 가까운 사람들도 이번 병실일지 SNS를 보며 기가 찬다고 한다.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그 와중에 셀카를 찍어 올릴 생각부터 했다니, 관종도 지나치면 확실히 정신병이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화려한 음식을 찍어 올리듯 병원밥을 억지로 먹어가는 표정을 지어가며 병원밥과 억지스러운 아픈 표정을 SNS에 올리는 걸 보면 답이 안나온다. 휴대폰이 없으면 밥을 못 먹고 식사자리에 휴대폰이 안보이면 식사를 못한다.
관종들의 특징은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피드백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업무다. 제3자라서 아무런 관계도 아니지만 몇가지는 전해듣고 몇가지는 직접 목격했는데, 진심 답 안나오더라. 그 사람 나이가 20대 후반, 군대도 갔다왔다고 한다. 30줄이 다 되가는데 철이 안 든건 여전하다. 예비군 간다고 하여 어찌어찌하여 전투복을 본 적이 있는데 예상하겠지만 일반 보병 출신인데 전투복에 오바로크 휘장 친거 보면 우리나라 특전용사 저리가라다. 전투모 둘레에 돌려가며 글씨 새긴 것도 처음 봤다. 전투복만 보면 실미도 요원같다.
예비군 훈련장 가는길부터 예비군 훈련장 앞, 그리고 훈련장 안에서의 모습, 힘들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축저진 어깨가 잘 보이게 찍은 사진들
관종도 중증이면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 (참고로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오래전부터 약속이 되었는데 쉬겠다고 땡깡 부리다가 해고 당했다) 뭐, 당연히 SNS 에는 뻔한 내용이 올라왔지만...
- 인생이란 무엇일까? 반복된 삶, 반복된 일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렇게 묶여 있어야 하나. 세상에 도전하고 싶다. 세상에 나를 던지고 싶다.
- 용기를 내 본다. 오늘 난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쓴다...
.....지랄도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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