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무선호출기 -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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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추억여행

차세대 이동통신 무선호출기 - 삐삐

by 깨알석사 201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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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편리하고 기능이 뛰어날지 몰라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첨단으로 갈수록 인간미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차세대 통신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기억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삐삐~ 무선호출기다.  

법정에서 삐삐의 알림소리에 소음문제가 불거져 사회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삐삐는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삐삐를 가진 자와 삐삐를 갖지 못한 자로 나뉠 만큼 삐삐는 족쇄치고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사랑의 개목걸이로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감성적인 부분과 결합된 상품이기도 하다. 삐삐를 허리 벨트에 차면 아저씨고 주머니 상단에 걸치면 오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삐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패션의 악세사리이기도 했다.

삐삐가 국민 이동통신이던 시절에는 이 삐삐음이 법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법정에서 삐삐가 울려 재판에 방해를 일으킨 경우에는 20일 이하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을 정도로 삐삐는 대중적인 이동통신 수단이었다. 

 1997년까지만 해도 15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대표 통신 수단으로 3명 중 1명 꼴로 삐삐를 사용했었다. 

이 삐삐에게는 절대로 뗄 수 없는 단짝 친구가 있는데 바로 "공중전화", 삐삐는 수신만 되지 송신 기능이 없어서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기가 따로 필요했다. 문자삐삐가 등장하면서 간단한 문장은 수신이 되지만 음성사서함이나 숫자만 받으면 상대와 통화를 하거나 음성사서함에 접속해야 하기에 전화기는 필수,

삐삐와 공생관계인 공중전화, 이 둘 사이를 말할때면 꼭 빠지지 않는것이 시티폰이다. 지금은 실패작으로 기억하지만 당시에는 그래도 나름 인기도 있었고 CDMA 광고가 활개를 치고 무선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 사업이었던 시티폰은 삐삐를 받으면 공중전화를 찾아서 전화를 해야 하는 점을 이용, 공중전화를 기지국으로 삼아 저렴한 비용으로 전화를 받을 수는 없고 걸게만 한 휴대폰이 시티폰이다. 받는 것이 필요없는 건 삐삐가 있었기 때문, 즉 받는건 번호나 문자의 삐삐로 받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지 않아도 휴대폰과 동일한 기능으로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공중전화가 기지국의 역활을 하기 때문에 공중전화가 주변에 없으면 전화가 불통이 된다는 것 ㅋㅋ 친구중에 한 녀석이 시티폰을 장만했는데 삐삐만 있던 우리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전화기였다. 집 전화보다는 싸다고 해서 집 전화 대신으로 쓰는 경우도 많았다. 삐삐를 받고 공중전화를 찾으면 마이너, 삐삐를 받고 그 자리에서 안테나를 뽑아 시티폰으로 바로 전화를 걸면 프리미어라고 나눌 정도로 시티폰은 오리지널 휴대폰을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 사람들에게 발신 기능만 있어도 그 자체가 휴대폰이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삐삐 때문에 전화기가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는 까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전화는 무료로 쓸 수 있고 대신 음료값이 꽤 비쌌다. 여자 아이들이 죽치고 노는 장소로 대박이 났지만 삐삐의 몰락과 함께 사라졌다. 고속버스, 특히 돈 많은 분들이 타신다던 우등 고속버스 (지금은 우등이 일반화 되었지만) 에는 공중전화가 설치된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대박 아이템이었다. 웬만한 사람은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한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이 공중전화는 요금이 엄청 비싸서 그걸 마음놓고 쓴다는 건 정말 나 돈 많아요~ 하는 것과 같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등 고속버스에서 이 전화를 쓰는 사람을 딱 한번 봤는데 그 날 고속도로에서 이 사람의 통화는 모든 버스 손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상이 된 건 당연하다. 통화소리를 듣게 되는건 당연하지만 아예 고개들이 다 그 사람만 보게 된다. 우등 자체가 일반 고속버스보다도 훨씬 비싸던 그 시절 우등 버스값도 껌값이 되는게 바로 그 전화의 요금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할 때도 유용하게 쓰였던 삐삐

 82828282 에서 18181818로 그리고 44444 로 넘어가면 그 날은 아내 앞에서 꼬랑지 내려야 했다

음성사서함에서 들려오는 "한 개"의 음성 메세지가 있습니다. 라는 그 말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기분 떨리게 하는 말이다. 지금은 그런 추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정말 당시에는 그 멘트 자체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는 물론 누군가의 메세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들려오는 그 멘트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듣고 또 듣고 자다가도 또 듣고 여러번 듣게 되는 것이 음성사서함의 매력이다. 그러다 우연히 삭제라도 하게 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음성사서함이 가진 매력이다. 이 음성사서함 앞에는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는데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고 언변이 좋으면 직접 녹음하기도 하지만 음성사서함 관련 인사말 녹음 서비스 업체들도 많아서 재미있는 인사말을 구매해 사용하기도 했다. 700 서비스가 번창했던 시기로 우리나라 통신사업의 근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그 유명한 700-5425 서비스, 당시 국민 모두가 한번쯤은 이용해 본 이 700 서비스는 꽤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사업을 했던 사장님은 그 사업을 나중에 처분하고 그 돈으로 주류회사를 인수, 현재는 주류회사의 회장님으로 활동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류회사가 몇개 안되고 대부분 규모가 큰 기업이 주류회사인것을 감안한다면 인사말 녹음 서비스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삐삐 인삿말이 지금의 SNS 역할도 했던 시절이라 어떻게 꾸미고 소개하느냐도 나름 중요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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