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 - 아빠 조민기 딸 조윤경

 

딸에 대한 애정이 깊고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라..방송에서는 사실 가장 재미없는(?) 부녀지간이다. 뭔가 서먹서먹하고 사사건건 충돌이 있어야 보는 재미가 있는데 아빠의 무한사랑이 엿 보이는 집이다. 다른 아빠와 딸과 달리 딸 윤경이는 유난히 엄마보다 아빠를 닮은 딸이기도 하다. 딸을 애인이자 여자친구로 표현하는 아빠 조민기, 앞서 아빠를 부탁해 프롤로그에도 아빠가 딸을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있지만 딸은 애인이자 여자친구라는 말 자체는 원론적이고 원초적인 부분으로 시적으로 표현했을 뿐, 모든 아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내 아이에서 내 여자친구로, 내 애인으로 성장하여 다른 집으로 시집 보내는 생이별을 겪는 행복한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아빠가 생각하는 딸에 대한 관점이다. 

 

 

 

 

 

 

 

 

 

 

 

가족이 사랑방으로 사용하는 안방, 다른 아빠들의 말처럼 정말 이 집의 안방은 특이하다. 가족들이 안방에서 다 함께 생활한다. 딸의 화장도 안방에서 하고 텔레비젼 시청도 안방에서 한다. 아빠의 서재도 안방 창문쪽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만큼 안방안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일어나자마자 딸과 아빠의 첫인사, 사실 대부분의 집에서도 하기 어려운 것이 아침인사다. 아침에 일어나셨어요? 잘 주무셨어요? 잘 잤어? 라고 묻는 집이 거의 없다. 아침 문안인사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침 인사를 하는 이 집...예절을 떠나 사랑 없이는 힘들다. 정말 묘하다. ^^;;

 

 

 

 

 

 

 

 

 

아빠에게 목걸이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딸, 아빠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딸이라면 딸 자체도 거리감이 있지만 언어의 차이로 인해 관계에 거리감이 더 있을 수 밖에 없음에도 그런게 전혀 없다. 예절을 존중하면 애정표현이 줄어드는게 일반적인 유교적 사상인데 예절 따로 애정 따로 쿨하게 만든 건 아빠 조민기의 능력인 듯 하다. 아빠에게 목걸이를 부탁하는 이 장면, 자세히 보면 아빠의 팔자주름과 입술라인, 딸의 팔자주름과 입술라인이 똑같다. 일명 눈두덩이라고 불리우는 눈살도 아빠에게 물려받은 유산

 

 

이 장면에서 마침 아빠 이경규가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이건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부러운 행동이 맞다. 다 큰 성년의 딸이 아빠에게 부탁한다는 것,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도 아빠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는 여전히 어린 딸아이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녀석이 다 컸어도 아빠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마냥 어린아이로 볼 수 있어 아빠로서의 존재감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어린 아이가 아닌 성년의 딸 아이가 목걸이나 악세사리 도움을 요청할 때는 딸로서 성년의 여자로서 다 컸구나라는 인식까지 형성되기 때문에 애틋한 감정이 훨씬 많이 생기게 된다. 머리띠를 부탁하거나 목걸이를 부탁하거나 등에 단추가 달려 있는 경우 (브래지어 끈이 설령 일부 보여도) 아빠에게 부탁하는게 사실 생각보다 꽤 좋은 방법이다. 딸이 성장을 하든 미성숙한 어린 아이이든 딸의 성장과정에 흡족한 것이 아빠다. 아들이 손자를 낳아주면 기뻐하지만 딸이 외손녀를 낳으면 눈물부터 나는게 아빠들의 특징

 

 

조민기씨네 집의 경우 아빠 조민기는 딸에 대한 애정 기대치가 높아 딸이 부담될 소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아빠가 서운해 하실것 같다라는 딸의 표현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나온걸로 보인다. 아빠의 애정표현에 얼마큼 맞춰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감이 딸에게 생길 수 있기 때문, 아빠 조민기는 어릴적 아이 시절의 천진난만한 애교쟁이 딸로 계속 보일 뿐이고 딸은 성년이 되서 애교와는 거리가 먼 숙녀로 성장했기에 애교를 부리자니 자연스럽지 않고 애교를 부리지 않자니 아빠가 서운해 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유학생활로 청소년기를 떨어지낸 경우라면 아빠가 생각하는, 혹은 엄마가 생각하는 부녀지간, 모녀지간의 애정도는 생각보다 다를 수 있다. 시집, 장가를 가기 전에, 또는 성년이 되어 생계적인 독립 (대학생은 제외) 이 가능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와 자녀는 떨어져 지내는 것 자체가 최악의 한 수다. 사랑하는 연인들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가족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친척도 조금만 멀게 지내면 그대로 아웃되는 세상이다.

 

 

이경규씨네 집은 예림이가 기대치를 조금 더 높여야 하는 반면에 조민기씨네 집은 아빠가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