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한 가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대부분 도로 여건에 따라 120킬로 이상 달릴 수가 없고 속도를 넘겨 고속 주행을 하면 과속으로 단속이 되어 벌점과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받기도 하는데 자동차의 속도계들은 하나같이 규정 속도를 훌쩍 넘는 200~400 내외의 고속 주행 가능 계기판이 장착되어 있다. 실제 이 차량이 그 한계치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넌센스가 바로 이 경우다.
국내용이 아니어도 특정 국가나 특정 도로가 (독일의 아우토반 등) 아니면 사실상 대부분의 전 세계 차량들은 130킬로 이상 고속주행을 할 수가 없다. 대부분 그 이하로 속도 규정을 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정 속도를 훌쩍 넘는 고속 주행차를 만들면 당연히 그 속도를 넘겨 사용할 확률이 높고 과속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차량 성능을 130킬로 이상 내지 못하게 만들면 과속을 하고 싶어도 규정을 어기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만 특수차가 (구급차나 경찰차, 구난차 등) 아니어도 모든 차량은 법에서 정해진 속도 이상을 낼 수 있게 만든다.
왜 그럴까?
속도를 130 이상 내지 못하게 하면 과속으로 인한 사고와 그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고 단속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건비도 줄이며 과속 카메라 등의 단속 장비도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할 필요가 없다. 국가가 담배를 만들어 팔면서 국가가 금연을 유도하고 금연정책을 펼치면서 보건에 많은 예산을 부여해 치료를 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 과속하지 못하게 하면서 과속할 수 있는 여건에 (고속주행) 대해서는 터치를 하지 않는다.
운전을 하다보면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규정 속도 이상 주행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0킬로 규정이면 120까지 달리고 110이 규정이면 130까지는 적당히 속도를 더 내다가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속도를 줄이는게 보통이다. 모든 사람들이 운전을 할 때 규정 속도를 준수한다면 단속 카메라가 있을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의 도로에 단속 카메라가 있고 대부분의 운전자가 그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인다"라는 것에 공감한다면 결국 다수의 사람들은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린다는 걸 알 수 있다. 100킬로 속도 제한이 있는 고속도로에서 100킬로에 맞춰 정주행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차가 나를 지나쳐 앞질러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게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러 답 중 하나의 답은 되지만) 정답은 아니다. 우리 차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초고속 고성능 스포츠카다라는 경쟁에서 우월감을 표시하기 위해 규정 속도를 넘는 차량을 만들고 그 한계치가 표시되는 300까지 나오는 계기판을 달아 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건 너무 좁게 본 시각이다. 자동차의 주행 속도가 대부분 100, 110, 120 선에서 정해져 있음에도 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속도계를 설치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최고(성능)가 아니라 최저(성능)로 만들어도 그 정도 속도는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 cc 중형차를 아무거나 산다고 해도 180까지는 속도를 무난하게 낼 수 있다. 소형차도 160은 거뜬히 찍고 경차라고 해도 120은 나온다. 하지만 자동차는 속도(빠름)가 전부가 아니다. 토크라고 불리우는 힘, 파워도 무척 중요하다. 경차를 타는 사람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출발 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 사람이 모두 탑승해 만석이 될 경우 "에어컨"을 켤 수 없다는 점이다. 영동선 같이 각도가 있는 고속도로에서는 속도와 함께 중요한 것이 자동차의 힘이다. 힘이 딸리면 속도도 줄고 재가속이 쉽지 않다. (이 때 에어컨을 끄는게 보통이다)
결국 자동차는 힘(토크)과 속도가 모두 중요하다 힘이 좋으면서 속도가 빠른 차가 있고 (수퍼카) 힘만 좋고 속도는 느린 차가 있고 (대형트럭) 힘은 약한데 속도는 어느정도 낼 수 있는 차가 있으며 (경차/소형차) 힘과 속도가 중간 단계에서 만족할 만한 비례치를 갖는게 중형차급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차종 모델의 성능과 만족도가 달라진다.
대형트럭을 예로 들어보자, 짐이 있든 없든 트럭은 일단 큰 힘이 필요하다, 큰 힘이 필요하면 상식적으로 성능이 좋은 "엔진"이 있어야 한다. 힘이 좋은 엔진 말이다. 여기서 나온 출력을 속도에 쓰느냐 힘에 쓰느냐 둘 다 쓰느냐에 따라 자동차 형태가 달라진다. 트럭의 경우 힘에 많이 써야 하니 그 만큼 속도가 양보해야 되고 줄어든다. 힘이 좋은데 속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탄력 주행이 필수다
반대로 소형차(승용)는 어떨까, 힘이 크게 필요치 않다. 성인 4명과 약간의 짐만 감당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그 나머지는 속도에 투자할 수 있다. 소형차는 견인력이 약하지만 속도는 그래서 무난히 나온다. 속도는 변속기만으로도 어느정도 커버가 되니 크고 좋은 엔진이 필요 없다. 결국 작은 엔진이 들어간다.
이쯤되면 답이 나온다. 힘과 속도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기본(기준)이 되는 엔진 크기가 필요하다. 더 큰 힘과 속도가 필요하면 엔진도 그 만큼 비례적으로 커진다. 그 힘을 속도에 투자하면 속도는 배 이상 낼 수 있다. 반대로 힘에 투자하면 속도는 줄어도 힘은 배 이상 증가한다.
100킬로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이 있다고 하자 이 차량은 100킬로까지가 한계치라서 그 속도를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엔진이 낼 수 있는 총 출력의 한계가 그 속도고 힘은 사람 몇과 짐 어느정도가 전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힘이 딸리거나 버거우면 출력을 잡아먹는 에어컨을 끄는 경우가 생긴다)
힘이 딸리는 차는 굉장히 불편하다. 에어컨 같은 계절 옵션은 선풍기나 창문 여닫이로 해결한다고 해도 언덕길, 가파른 길, 각도가 조금이라도 있는 길에 올라서면 힘이 딸려 못 간다.
결국 좌석에 사람이 모두 타고 약간의 짐을 실어도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 보다는 약간 딸린다는 정도로 파워를 키우면 그 만큼 엔진 출력이 높아야 하고 사람과 짐이 없을 때는 그 힘이 고스란히 속도에 투자되기에 속도는 규정 속도 이상 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일부로 고속주행하게 만든게 아니라 최소한으로 급(체급)에 맞춰 엔진을 얹여도 규정 속도 이상은 충분히 나올 수 밖에 없는거다. 규정속도에 맞게 속도를 내게 만든다면 차량 자체가 힘이 딸려 짐이나 사람을 싣고 움직이는게 상당히 불편하다.
힘을 중시하는 차량들은 그래서 엔진이 크고 출력이 좋아도 속도가 많이 나지 않지만 힘을 쓰는 목적 보다는 승용이 목적인 차량인 경우에는 힘을 쓸 것음 감안해 만들어야 무리가 없기에 힘 쓸일이 없을 때는 속도를 많이 낼 수 있다.
다마스 차량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지금은 계기판이 다르지만 예전 구형 (구형 중에서도 초기모델) 계기판은 계기판에 엔진 과열 구간이 100킬로다. 100킬로 이후부터는 아래 사진처럼 빨간색으로 "경고" "위험"을 인식하도록 해 속도를 내지 말 것을 인지시킨다. 승합차, 화물차로 쓰이지만 엔진이 소형이고 출력이 약하며 차량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 차량가격과 사용 목적에 맞게 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엔진에 대한 투자비를 줄여야 하는데 그래서 속도와 힘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실제로 만석을 채우거나 100킬로 이상을 내면 엔진 과열이 되기에 그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한다,
뉴다마스 형태로 나오는 신형 다마스는 계기판이 달라지고 속도계 위험 구간이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속도 표시계의 한계치는 140킬로로 동일하다. 물론 구형 보다 엔진이 개선되었지만 100킬로 이상이 되었을 때 버겁게 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위험 구간 표지가 차량 품질이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어 새 버전이 될 때 계기판의 구간을 삭제한 것 같은데 크게 다르진 않다. (아래 사진)
예전에 티코와 같은 정말 작은 경차를 타면 힘이 많이 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속도도 내고 싶어도 많이 못 낸다. 어쩔 수 없이 규정 속도 이내 준수하는 차량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차량이 법 위반을 할 수 없도록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려면 티코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타보면 짐 싣고 사람 타는 기본조차 버겁다는 걸 알 수 있고 에어컨이라도 켜면 힘과 속도가 뚝뚝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체급(차 크기)이 더 작게 될 수 밖에 없다. 차량이 작아서 엔진이 작다기 보다는 엔진이 작아서 차량이 작다고 봐야 한다.
중형차, 소나타 정도만 만들어도 속도가 200까지 나가는 건 짐 싣고 사람 4명 타고 에어컨 키고 언덕 올라가도 덜덜 떨리지 않고 무난하게 올라 갈 수 있게 만들다 보면 속도가 그렇게 나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힘을 보장하려면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힘이 속도 전환시 그 정도(200)까지 나오기에 규정을 가뿐히 넘는다.
결국 멋으로, 마케팅 차원으로, 법 무시하고 스릴 만끽하라고 속도를 많이 내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차량의 체급에 맞게 최소한으로 만들어도 규정 속도 이상은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약체 다마스와 티코 조차 속도는 110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경차보다 조금 더 큰 엔진을 쓰면 결국 모든 차량은 규정 속도 이상은 쉽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단기통 오토바이, 바이크 엔진은 무척 작고 가볍다. 그럼에도 자동차 수준으로 달릴 수 있다. 힘 보다 속도를 내는데 출력을 쓰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최소한의 무게를 가지고 달릴 수 있게 만들려면, 운전자 뒤에 짐과 사람을 싣고 최소한으로 달리기 위해 엔진을 만들면 그 힘이 그 정도 속도는 내기에 결국 버겁다는 걸 느끼지 못하게 최소한으로 부드러운 주행을 위해 엔진 출력을 조금이라도 상승 시키면 속도는 쭉쭉 상승하게 만들 수 있다. 속도 경쟁이 아니다.
구형 다마스의 계기판을 다시 보면 주행거리가 49171로 나온다 4만9천 달렸다. 상식적으로 10만 이상 달리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라 이 계기판만 보면 9만9천9백9십9킬로를 주행하고 난 다음 계기판이 00000이 되어 계기판이 초기화 되는 꼴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맨 앞의 4 앞에 숨겨진 자리가 있다. 조수석에서 비스듬히 보면 숨겨진 숫자판이 하나 더 있다. 애초에 이걸 숨기려고 했다기 보다는 이런 차량들은 10만 이상 달리지 않을 거라는 걸 감안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계기판을 속일 이유는 없기에 앞 자리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엔진이 작은 이런 차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쉽게 고장이 난다. 이유는 엔진 과열 때문이다. (괜히 100킬로 이상 빨간선으로 구간 표시를 한게 아니다)
힘이 딸리면 우리는 가속페달을 더 밟게 되고 힘과 속도를 더 내려한다. 엔진은 더 힘차게 돌고 한계치까지 올라가도 버겁게 된다. 이 때가 "과열"이 된다. 과열이 자주 될 수 밖에 없는 차량인 셈이다. 그래서 정비가 잦다, 그리고 오래 타지 못한다. 다마스와 티코 생명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값이 무척 저렴한 차는 부품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과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엔진을 키워야 한다. 점오(1.5 소형차), 점팔(1.8 준중형차), 이점영(2.0 중형차)처럼 CC 차이가 0.3에서 0.2 차이밖에 안나도 속도 차이와 힘의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체급 자체가 달라진다. 물론 점팔이어도 과급 튜닝을 하게 되면 2.0 보다 더 빨리 달리고 힘도 크다. 그만큼 엔진은 그대로 두고 살짝 튜닝만 해도 속도는 쉽게 올릴 수 있고 힘도 키울 수 있다.
차량중량, 적재중량, 탑승중량과 기본 속도까지 감안해 엔진이 과열되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어도 100킬로 이상은 훌쩍 넘을 수 밖에 없다. 100킬로 이하로 달리게 하려면 차량/적재/탑승중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런 차는 막상 타면 굉장히 불편하다.
결론
속도 마케팅이나 고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법 규정 속도와 달리 200킬로, 300킬로, 400킬로 달릴 수 있는 차량을 만드는게 아니다. 엔진 과열 없이 무리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최소"기준으로 만들어도 중형차 수준만으로도 200은 나오게 되는게 당연하기에 힘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차량 힘이 딸리면 안된다고 여기는 경우) 속도는 모든 차가 다 이렇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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