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시민에서 보여준 선거 전략과 선거 광고 기획력

특별시민은 선거를 다룬 영화다, 양진주(라미란)와 변종구(최민식)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선거를 치루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최민식은 서울시장을 방어하는 현직 시장으로 (3선 도전), 라미란은 최민식을 꺽을 새 주자로 등장한다. 선거라는 것이 꼭 아름다운 장면만 연출되는 건 아니라서 온갖 추잡하고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백조의 발짓처럼 수면 위와 수면 아래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 실제 선거판에서 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선거 상황을 리얼하게 표현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내가 꽤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은 상대방 선거 광고 문구의 역이용이다. 서로 전략상 치고 빠지고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양진주 후보 측에서 먼저 선거 광고가 나오게 된다. 누가 보더라도 깔끔하고 잘 포장된 멘트의 구성이었다. 상대방 후보인 현직 시장 변종구 측은 양진주 후보의 광고가 먼저 나와 반응을 일으킨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하여 하루만에 변종구 캠프측도 대응 광고가 나오는데 대응 수준을 넘어 양진주 선거 광고 자체를 무력화 할 정도로 꽤 신선한 선거 전략을 구사한다. 광고를 따로 만들 것도 없이 양진주 선거 광고를 그대로 카피하여 되감기 전략을 썼을 뿐인데 문장이 완전 다르게 전달되도록 만든 아이디어 광고였다. 

양진주 캠프가 먼저 선보인 선거 광고 내용 문장을 보면 내용이 이렇다. 그 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부정과 부패로 가득찬 서울,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민이 우선인 사회, 미래 서울의 핵심 입니다. 지역경제의 불균형이야말로 있어서는 안될 절대악 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합니다 기호2번 양진주

이것만 보면 어디 이상한 곳 없이 깔끔한 선거 문구다. 그런데 변종구측은 이걸 그대로 역이용한다.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칼라로 나온 여기까지가 양진주 후보의 선거 영상이라면, 이걸 흑백으로 바꿔 뒤부터 거꾸로 리플레이를 한 것이 상대방 전종구 후보측 대응 선거 영상이다, 문구를 바꾸지 않고 후보가 쓴 문구를 그대로 역플레이를 하니 전혀 다른 멘트로 바뀐다. 현직 시장에 대한 비판이 자기 스스로를 비판하는 꼴로 바뀐다. 아래처럼 말이다

양진주 후보가 나오고 그녀가 말을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합니다. 기호2번 양진주 있어서는 안될 절대악 입니다. 지역경제의 불균형이야말로 미래서울의 핵심 입니다. 서민이 우선인 사회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부정과 부패로 가득한 서울 그 동안 열심히 준비 했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부정과 부패로 가득찬 서울,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민이 우선인 사회, 미래 서울의 핵심 입니다. 지역경제의 불균형이야말로 있어서는 안될 절대악 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합니다 기호2번 양진주" - 이 멘트를 뒤에서부터 재생하니 전혀 다른 말이 되버렸다. 

양진주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나름 돌려 깐 뒤에 흑백은 다시 칼라로, 그리고 기호1번 

양진주가 쓴 카피를 그대로 가지고 역공격을 한 광고인데 영화 속 변종구는 이 대응광고에 무척 흡족해 한다. 손 안대고 코 푼다고 상대방의 말과 주장은 저런 속셈이 있다는 걸로 돌려 깠기 때문이다. 영화 속 내용이지만 이런 걸 응용했다는 것과 말이 되게 재해석하여 풀어나간 센스에 놀랐다. 선거라는 것이 고차원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지도자를 만드는 선거 광고, 선거용 광고는 정말 광고의 끝판왕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별시민 영화에서 꽤 인상 깊었던 역발상 아이디어 선거 전략, 실제라면 꽤 속 아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