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던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중에 괜찮은 영화가 꼭 있더라~ ㅋ 솔직히 제목이 너무 달달한 로맨스에다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이 전혀 낭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외모들이라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주위에서 영화를 먼저 본 지인이 꽤 좋았다라는 말 한마디에 (나랑 좀 영화 취향이 비슷하다 ㅋ) 과감하게 도전!
김윤석하면 난 아직도 "너지? 4885"가 떠올라서 거칠고 사나운 이미지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지라 몰입이 안될까봐 살짝 우려를 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그런 편견 따위는 싸그리 사라졌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은 영화를 다 보고 나중에 알았다. 영화를 추천한 지인에게 나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프랑스 소설이 원작이라고 알려주더라, 시나리오가 요즘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뭔가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는 생각이 컸었는데 역시 원작으로 인정 받은 각본이라니 다르긴 다르다.
과거의 나를 만나러 간다? 미래의 내가 나를 찾아온다? 설정 자체는 흥미롭다. 근데 이게 참 묘하다. 뻔한 내용 같아도 전혀 진부하지 않다. 내가 너고 너가 나인데 서로 이질적이다. 내가 나에게 말을 하는데 남처럼 느껴진다.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못 믿고 너가 하는 말을 내가 듣기 싫으니 이게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
분명 동일 인물이고 하나의 인격체인데 생각하는게 다르다, 연륜의 차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 귀에 직접 들리는 또 다른 나의 진짜 목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무섭다.
애인을 살려야 하는 것과 딸을 살려야 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최우선인지는 알 수 없다. 각자(?)에게 중요한 건 다를 수 있다. 근데 이게 동일 인물의 시간차 애정이라 복잡하다. 분명 내가 너고 너가 나인데 애정을 갖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대하는 대상이 달라지면서 감정이 뒤틀린다.
애인을 택하고 살려서 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새로운 아이를 낳아 키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영화대로 보면 과거의 내가 택한 다른 선택은 수시로 미래가 바뀌는 것처럼 지난 20년간의 기억을 전혀 갖지 못하고 나이든 애인과 처음 보는 아이만이 남을 뿐이다. 과거의 나에게는 미래이고 경험을 할 수 있는 관계지만 미래의 나는 20년을 생활 없이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애인(아내)과 아이를 맞아야 하니 황당하면서도 허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쌓은 원래 딸아이와의 관계와 존재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미래의 나에게는 딸아이 만큼 중요한 사람이 없고 과거의 나에게는 애인 만큼 중요한 사람이 없지만 이게 같은 사람이 바라보는 동일한 애정의 상대라는게 참 묘하다.
남자에게 판도라 상자 같은 존재가 "첫사랑"이다. 꽤 위험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사는 존재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미련을 두고 인생 여행을 한다는 건 여자들이 느낄 수 없는 부분이고 그건 여자의 입장과도 다르다. 여자가 생각하는 첫사랑과 남자가 생각하는 첫사랑의 감정이 다른 것처럼 때로는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게 이런 아픈 첫사랑이다. (영화에서도 과거의 내가 목숨을 버리더라도 애인을 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원래 수컷은 그런거다)
방문요망 문신, 별거 아닌데 은근 아재개그가 속속 영화 안에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남자들만의 개그 자아 ㅋㅋ
사랑을 찐하게 했거나 사랑을 찐하게 하고 있거나 절대 잊을 수 없는 뼈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복잡한 감정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그게 남자라면 더 아련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본다. 기억이 추억이 되는 순간 평생 간직하고픈 생각이 드는데 어떤 사랑을 해봤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감흥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 있다.
사랑과 낭만을 담은 영화이지만 핵심 인물이 남자 2명이라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든다. 남자의 시선에서, 남자의 관점에서 사랑을 바라보고 지켜내고 싶은 욕망을 다룬 것이 마음에 든다. 원작 소설의 작가도 남자라고 하던데 그래서일까? 기존의 러브 스토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영화를 보는 시간내내 한 눈 팔지 않고 소녀(?)처럼 화면에 빠져 관람을 했다. 나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묵묵히 그들을 지켜 볼 뿐이다.
80년대, 90년대 분위기와 문화가 훨씬 아름답고 예쁘다. 순정순정하면서도 섹시한 건 오히려 아날로그 시절
애인을 껴안고 있는 남자의 피 묻은 주먹이 안쓰럽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목숨까지 서로 내놓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경험하지 못한 사람과는 보는 관점이나 느낌이 달라 보일 것 같다. 수 많은 남자를 만났어도, 수 많은 여자를 만났어도 남자가 "저 여자를 위해서는 목숨을 던질 수 있다"라는 말은 최고의 애정 표현이고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자의 말은 남자가 받는 최고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라면 "널 위해 목숨을 받칠 수도 있다"라는 말을 남자에게 한 번이라도 들어봐야 사랑 좀 했구나~ 할 수 있는거다.
영화에서 여주가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라고 하자 지나가는 군인이며 베프 친구가 엄청 부러워 한다. 어떤 수컷이라도 이건 수컷들에게 끝장 멘트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내가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내가 좋아해서 만나는 여자가, 날 좋아해 주는 내 이상형의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게임오버!
30년 전의 나를 만나는 건 상관없지만 30년 후의 내가 찾아오는 건 무척 두렵다.
미래와 과거의 비슷한 배경 장면은 묘미다. (칠성 사이다는 여전한거다)
친구가 젊을 적에는 머리숱도 많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있었다니 상상불가 ㅋㅋ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목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제목이 쏙 마음에 든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당신은 어쩌면 애인이 아닌 내가 될 수도 있고 너가 될 수도 있고 머리속에 넣고 돌려보니 꽤 매력적이다.
변요한의 연기에 대해서는 최고 점수를 주고 싶다
김윤석이라는 배우에게도 로맨스가 통할 수 있다라는 걸 새삼 느꼈다.
원작자인 기욤 뮈소가 이 소설을 쓰고 나서 유럽과 미국쪽에서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들어온 제의에는 OK를 했다고 하는데 "추적자"를 통해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알고 있었고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말에 영화화를 수락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김윤석을 위한 영화인 셈이다.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이라는 tvN 드라마 역시 이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드라마는 다시 미국에 리메이크로 판권이 팔렸다고 알려졌는데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고 그 드라마를 또 리메이크해 판권 수출을 했다는 건 스토리 구성력이 좋다는 걸 방증한다
심야의 우체부 아저씨 등장, 아무리 급한 전보라도 야밤에 오시다니 ㅋㅋㅋㅋ
베복의 심은진, 김윤석의 아내 역할(과거)로 착각했었다. 특별출연 치고는 정말 특별한 씬이다.
미래의 나를 통해 미래의 나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만남, 미래의 아내가 효진이라니 와우~(김윤석=유지태)
감자라는 강아지, 은근 매력있다. 귀염 대폭발~
소설과 영화는 배경만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마지막도 마찬가지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고 결과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라 특별한 반전은 없을 것 같았는데 반전은 있었다.
역시 첫사랑은 다 예쁘다 ㅎㅎㅎ
수화기를 싸고 있는 덮개보소,,,디테일이 장난 아니다. 예전에 집 전화는 정말 그랬는뎅 ㅋ
누가봐도 착한 선남선녀 이미지의 주인공들~ 사랑을 예쁘게 하는 달콤 연인들이다.
미래의 나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때로는 과감하게 미래의 나를 협박하는 꼼수도 부린다. 은근 재미지다
첫사랑이 지금의 아내 그대로라고 하고 과거의 아내와 현재의 딸 중 선택하라고 하면 끔찍한 짓이겠지.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아내를 선택하면 딸이 없고 딸을 선택하면 아내가 없어지니 아내가 없으면 곧 딸도 없어진다. 영화처럼 아내와 첫사랑이 다르면 몰라도 아내가 첫사랑이면 딸은 무조건 사라지는거다
영화에서 두 연인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스킨쉽을 하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전파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포옹"
매미처럼 달라붙은 아내를 꽉 껴안는 기분만큼 좋은것도 없더라,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애절하고 처절하고 매력적이고 감미롭기까지 한 수컷들이 볼 만한 수컷들의 사랑 이야기, 역작이다.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1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강남에 땅을 사겠다 ㅋㅋㅋㅋㅋㅋ
'문화예술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 좋아져쓰~ 상상력이 돋보인 일본 애니 - 너의 이름은 (Your Name/君の名は/OST 감상) (0) | 2017.01.12 |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소한 긴장감이 있는 알찬 소규모 전투 영화 - 자도빌 포위작전 (The Siege of Jadotville) (0) | 2017.01.11 |
무엇으로부터 졸업을 할까, 영화 졸업반 (애니) (0) | 2017.01.11 |
미워할 수 없는 형제들의 애정과 애증 사이 / 영화 - 형 (0) | 2017.01.08 |
그래도 선방한 톰아저씨의 액션 영화 - 잭 리처 : 네버 고 백 (2) | 2017.01.05 |
불편한 마음이 더 컸던 감성 미스터리 영화 - 미씽 : 사라진 여자 (0) | 2017.01.02 |
치명적인 귀염 폭발, 아기의 표정과 웃음에 당하면 끝장이다 - 아기 배달부 스토크 (0) | 2016.12.29 |
오감만족 즐거운 인체 탐험, 공감력 100% 영화 -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0) | 2016.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