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비디오 여행"인지 "접속무비"인지 "영화가 좋다"인지 헷갈리지만 주요 공중파의 영화 소개 방송에 나오길래 IPTV로 찾아 본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과 공효진이 주연으로 나오는 "스릴러" 장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TV방송에서 워낙 흥미롭게 소개를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게 설명을 하길래 고민 없이 선택했다.
방송에서 보여줬던 줄거리나 요약된 주요 장면이 초반부터 팍팍 나오고 사건 흐름도 굉장히 빨라서 이러다 후반에서 뭘 보여줄려고 그러나 긴장한 상태로 쭉 봤지만 긴장감 유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모성애를 쭉 다른 감성 영화 수준이었다.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의 시각적 반응과 몰입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렇다쳐도 흥행이라는 요소를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는 상업영화치고는 약간 실망한 감이 없진 않다.
표본 비교로 적절치는 않겠으나 대체로 우리집에서 이 영화를 본 여성층은 모두 공감되고 좋은 평을 주는 반면에 남자들 전부는 나와 같이 "별로~"라는 평을 내렸다. 내용 자체가 여자와 남자를 은근 갈려서 보게 만든다.
실제로 영화 후기들을 포털에서 찾아보니 "스릴러"라는 본연의 장르와 전혀 무관한 모성애, 워킹맘, 보모, 양육문제, 양육권 소송 등에 관한 여자들의 입장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가 꽤 많다. 영화를 보고 영화 그 자체를 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사회문제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는 것인데 이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었다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남녀를 나눠 편협된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혼에 육아와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물론 그 설정이 무리수도 아니고 주위에서 볼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환경에 있다고 다 동정심을 유발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이의 양육권 문제로 다투던 의사인 남편에게 "아이는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며 양육권을 포기하라"고 전 남편에게 말할 때, 남편은 "어차피 하루종일 엄마 얼굴도 모르고 보모 얼굴만 알텐데"라며 의미심장한 대사를 짤막하게 던지지만 잠시 지나가는 장면으로 그칠 뿐이다.
물론 나 역시 부부에게 문제가 생겨 따로 양육을 해야 할 때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게 낫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도 상황 나름이고 형편 나름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워킹맘의 삶만 보더라도 양육권은 차라리 "시어머니"에게 가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저 정도로 키울거면 말이다. (마음은 이해하나 그럴 상황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의도를 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여자와 그 여자를 추적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나쁜 사람으로 아예 정해놓고 시작을 하는데 앞뒤 설명도 없이 "친정"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했다. 보모를 쓸 정도면 친정에 문제가 있거나 형편이 안되거나 아예 혼자인가보지~라고 관객들이 알아서 이해하게끔 뭉실하게 넘어가는데 영화의 흐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적 디테일한 부분을 위해서는 미약한 부분이 있다.
천하의 고아가 아니라면 저런 상황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 영화적 요소를 위한 장치치고는 너무 한쪽으로 쏠린 감이 크다. 남편은 의사라는 전문직이면서 양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심지어 소송까지 걸며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누가봐도 시월드의 최정점으로 만들어 배치한다. 주인공의 설정이라 그렇게 했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정된 인물들이 거의 비슷하다.
공효진의 한국 남편이라는 사람은 폭행은 기본이요 몹쓸 놈으로 나온다. 그의 시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모성애라는 것으로 덮으려 하지만 그 내막은 몹시 불편하다. 가해자는 남자, 피해자는 여자라는 인식이 깔린 바탕에서 이런 사건의 본질과 원인 제공이 마치 그들에게 있다는 것으로 향하는데 유괴를 유괴로 보지 않고 아기 엄마가 숨겼다고 오해하는 무능한 경찰도 남자요, 그가 돈 주고 의뢰한 자신의 변호사도 남자로 배치하면서 하나같이 반감 요소를 가진 캐릭터는 이상하리만큼 남자들로 배치해 만들어놨다
저 정도 상황이면 여형사 한명 배치해서 같이 도와주는게 상식이고 요즘에는 여자 변호사도 꽤 많아서 이런 양육권 관련 다툼에서는 아내쪽은 여자 변호사가 흔할 법도 한데 무능하고 찌질한 역할은 분명 남자들이다. 아마 이 영화에서 경찰(형사 중 일부)이 여자이거나 변호사가 여자였다면 감흥이 많이 달랐을 터, (심지어 여기에 나오는 남자들과 시댁은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말도 믿지 않는 자들로 나온다)
쉽게 말해 전 관객이 아닌 여성 관객 중에서 이런 사회적 문제에 노출된 사람들을 자극해 어찌 상업적 흥행 요소로 한번 꼬셔 볼라는 농락과 달라 보이지 않아 솔직히 좀 불편하다.
감상 후 느낌도 그랬고 영화후기들을 보고 나서도 느낀 건 아이 문제에 죄책감을 갖고 사는 엄마들과 피해의식이 있는 여자들의 문제를 걸고 넘어가 스릴러 장르로 편성했다는 건데 이게 왜 스릴러 장르인지 딱히 공감은 안된다. 자신의 아이를 하늘로 보낸 중국인 보모가 집주인의 아이를 자기 애로 생각해서 대륙으로 튀겠다는 발상이 스토리의 전부인데 이건 너무 진부한 설정 아닐까..
실제 요즘에는 보모가 아니어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반나절 이상 맡겨야 하고 직장에서도 마음 편할 수 없는 워킹맘들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요즘 사회에서도 보육교사와 관련한 아동 학대 문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판에 자신들의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나름 사회문제를 짜집기해서 이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영화는 말한다. 장기매매, 아동매매(유아매매), 불법 성매매, 살인청부, 외국인 범죄, 신고 대응(119), 다문화 가정에서 생기는 문제 (신부를 돈 주고 사고 폭행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금), 아동 유괴(납치), 보이스 피싱, 경찰의 무능력, 의료기관의 금전 만능주의로 나름 신경을 써서 여러가지 문제를 넣어놨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장면도 가만보면 여성이 약자라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로 묘사된 점도 보인다.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이번 주 안으로 가지고 오기로 했다고 하는데도 나몰라라하고 내쫒는 병원의 장면도 꽤 불편했는데 (그게 없진 않지만...) 병원 벤치에 앉아있을 때 브로커가 돈을 갖고 병원에 찾아오는 장면을 차라리 안 보여줬다면 몰라도 낚을 때는 제대로 낚더니 혼란만 가중 시킨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면 병원으로 빨리 되돌아가는게 정상 아닐까..돈도 구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하고 이해가 안된 부분은 보이스 피싱의 현금 인출 부분, 공중파 영화 채널에서도 그 장면을 부각해 보여주길래 돈을 노린 유괴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보이스 피싱....더 웃긴 건 그 뒤로 이 현금 인출과 관련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실시간으로 주인공을 보면서 협박을 했는지, 아이의 옷은 어떻게 구해서 한강에 버렸는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냥 단지 영화의 긴장감을 위해 아무 의미없이 만든 장면 같다)
뭐...정황상 그 브로커가 내막을 알고 데리고 갔다가 나온 직후라서 그 브로커 놈이 장난질을 했을 확률이 크지만 쌩뚱 맞는 부분이라는 건 변함 없다. 그냥 영화 만들려고 넣은 장면으로밖에 안 보인다.
포스터는 겁나 멋있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포스터에 속아 넘어가겠다. 포스터 속의 "당신은 완벽히 속았다"라는 멘트가 낯설지 않다.
물론 실제 배역과 배우의 상황이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의 스토리로 눈물샘을 자극할 거라면 아이가 실제로 있는 여배우를 섭외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잡생각도 해본다. 한 사람은 미혼자고 한 사람은 기혼자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따지고 보면 아이도 없는 사람들이 아이를 잃어버린 역할을 두 사람 모두 한다는 건데 그게 실제 결혼여부나 아이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연기로 승부하는게 원래 배우라고 하지만 상황 자체는 슬퍼도 배우 때문에 슬픈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벌여 놓으면 뒷수습하면서 해결하기 바쁜 경찰, 무능하게 나온다
취조실에서도 아이의 엄마가 나서야 뭐가 좀 풀린다. 여형사 한 명도 없다는게 더 어색하다.
막장 드라마에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나오는 남편들, 공격 대상감으로 딱 좋고 욕 먹기 딱 좋다
관객 입장에서, 특히 여자 관객 입장에서 속 박박 긁기 좋게 만든 건 남자 배역들, 내가 돈 주고 산 변호사도 이러니...전반적인 흐름은 별로이고 스토리도 별로 와 닿지 않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나쁘다는 생각은 안든다.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다는 건 없고 결제한 돈은 좀 아쉽다.
10점 만점에 6점, 수우미양가에서 양 정도 평가 점수를 주고 싶다. 모성애와 남녀 편력에 관한 부분 때문에 약간 저조한 점수를 준게 아니라 영화 후반의 이야기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아서 이 정도, 마무리만 괜찮았다면 7점, 미 정도는 된다고 본다.
남의 속은 다 뒤집어 놓고 보는 사람 속은 다 불편하게 만들고 흥행을 바란다는 건 무리라고 본다. 영화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감독도 여자라고 나오는데 각본을 쓴 사람을 찾아보니 얼굴은 안 나오고 이름이 여자다. 이 정도면 각본도 여자가 쓰고 감독도 여자가 하고 주인공 모두 여자들로 구성되었다는건데 따지고보면 이런 후기와 느낌이 안나오는게 더 이상하다고 본다. 설마했지만 혹시가 역시가 된 듯한 영화였다.
마무리가 상당히 아쉽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뒤로 갈수록 사라지고 감이 떨어진다. 소소한 반전이라도 있다면 남성 관객들에게 호응이라도 있었을텐데 정말 너무 뻔한 예상과 너무 뻔한 "체포"로 이야기가 급 마무리되는 느낌
만약, 마지막 장면에서 엄지원이 환자복을 입은체로 아이를 안아 기뻐할 때 그게 화면 전환이 순식간에 되면서 정신병동에 갇힌 보모로 나온다거나 (다른 장면에서는 행복을 되찾은 진짜 엄마 공효진과 아기의 모습) 마지막 장면에도 남편이 같이 등장하던데 안고 있는 엄지원 등 뒤로 그 남편과 팔짱을 끼고 있는 공효진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모두 맞지만 엄마와 보모가 바뀐 상황, 즉 진짜 엄마는 공효진이었고 보모는 엄지원인데 감호치료소에 갇힌 엄지원의 머리속 이야기를 관객이 봤다는 식으로 미약하나마 관객의 뒷통수를 좀 쳤다면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공효진의 캐릭터는 가해자면서도 피해자로 볼 소지가 많은데 여자에게는 큰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영화라면 남자에게는 별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성별에 따라 관객평 호불호가 확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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