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끔 문제가 되는 나이. 특히 빠른년생 문제는 또래집단에서도 박쥐처럼 여기 저기도 어울리고 섞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모 포털에서 만 나이 정착, 태어날 부터 1살 먹고 시작하는 우리나라 나이 제도를 고치자는 청원이 이슈가 되었다고 하는데 조금 여러 각도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게 그렇게 딱 잘라서 단순하게 볼 건 아니라는 뜻이다.
12월에 태어나도 일단 1살, 상황에 따라 12월생은 길어야 30일, 짧으면 하루만에 1살을 더 먹어 태어나자마자 2살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 많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좋을 게 없는 건 사실. 반대로 빠른 년생은 어떤가? 1월이나 2월, 느즈막한 3월 초의 년생들은 또래 년생과 어울리지 못하고 선배와 또래를 이루게 되는데 선배쪽에서도 친구로 인정 안하고 본인들은 동년의 또래를 친구로 인정 안하니 3부류가 다 섞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서양은 생일을 기준으로 한다. 태어나면 아무것도 없으니 0, 그리고 정확히 1년이 되는 다음 해의 "생일"이 지나면 1살이 추가된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년도를 기준으로 태어나면 1살, 생일과 상관없이 년도가 바뀌면 1살이 추가된다. 경우에 따라 만 나이로 생일이 지났냐 안 지냤냐에 따라 2살까지 차이가 생긴다. (생일 안 지나면 만 나이로 2살 차이가 생김)
서양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한다. 당연히 이제 막 태어났으니 0이고 생일이 1년을 의미하니 생일이 지나야 1살이 추가되는 개념이다. 반대로 동양은 단순하게 계산하지 않는데 막 태어났더라도 이미 엄마의 뱃속에서 살아 숨쉬고 생명체로 지내왔으며 엄마와 함께 산 날도 분명 있다고 본다.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을 보냄) 거기에 0 의라는 수의 개념이 동양에서는 없고 하나부터 시작하기에 하나가 모든 근본의 출발이며 서양은 수의 개념이 수학적, 산술적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0 의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이건 원래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관점이 다른 것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어느쪽이 옳고 맞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문화권이 발전하고 계승한 문화 차이라는게 있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을 뿐, 어디가 더 미숙하고 어디가 더 셈에 약하다고 할 수도 없다. (동양의 인도하면 수, 숫자 아니던가)
서양권의 나이와 친구맺기에 대한 걸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풍경이 있다. 재네들은 친구 누나, 형한테도 반말하고 친구네 엄마, 아빠, 동네 아줌마한테도 반말하고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도 하이~존~ 과 같은 그런것들...그렇다 원래 서양은 나이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나이를 가지고 있으니 셈을 해야 하고 셈을 해야 하니 당연히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1년이 되는 생일만 따질 뿐, 연도와 나이 자체는 대인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애초에 나이 하나만 가지고도 친구나 상대방의 경어 사용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빠른년생이니 만 나이니 한국식 나이셈법이니는 중요치 않게 된다.
반대로 우리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 웃사람으로 대접받고 공경받는 문화가 있어서 나이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데 나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잣대가 되는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족관계, 혈연관계가 아닌 타인에 대한 기준일 뿐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게 또한 동양의 문화다. 우리가 나와 연령이 비슷한 늦둥이 삼촌이나 이모가 있을 수 있는데 나와 나이가 같아도 악착같이 이모, 삼촌 대우를 해야 하며 매제나 처남, 동서지간에도 이런 나이는 완전 무시하고 오로지 가족 서열로만 대우하는 것처럼 우리가 나이를 100% 중요시해서 나이로만 서열을 따지는 것도 아니다.
보통 처남이라는게 부인의 남동생을 의미하고 말을 쉽게 놓게 되지만 (나이도 당연히 어리니..) 부인의 오빠인 경우에도 처남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서로 존칭하는게 일반적이다. 설령 부인의 오빠라고 해도 오빠라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릴 수 있는데 이 때에도 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우리 한국식 나이와 서양 나이 기준의 만 나이는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나이만 갖고 서열을 따지는게 아니기 때문)
우리는 육십갑자라고 해서 한자를 이용한 숫자 표기법이 있다. 즉 연도에 따라 60진법 숫자처럼 이용하는 것인데 이게 동양 나이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단순한 0,1,2 숫자 셈법과는 의미가 다르다. 새해가 되면 항상 신정과 구정이라는 설 연휴가 있다. 분명 신정은 서양식 새해 명절이며 원래 우리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던 방식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구정이라해서 설 연휴가 따로 있고 사실상 그 구정을 진짜 설날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나이와 관련해 띠도 있는데 서양에는 나이마다 띠를 갖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동물띠를 갖다. 이 띠 역시 12개로 이루어지며 반복된다. (육십갑자도 60번마다 반복) 신정과 구정처럼 이 띠도 약간 오류가 생기고 변질이 되는데 그건 또 음력과 양력이라는 동양과 서양의 달력 계산(셈)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나이 하나만 가지고 이처럼 다양한 기준점이 있는게 동양이고 단순한 셈법만으로 나이를 단순화한게 서양이기에 서양식으로 맞춰야 한다거나 우리식으로 해야 한다(해도 되지만 워낙 다른 나라들과 나이 차이가 생겨 지금처럼 문제소지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디가 옳고 맞다는 절대 논하기 어렵다. 나이를 단순하게 따지려면 셈의 기준이 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연도라는 것의 달력 기준이 율리우스력, 태음력, 태양력 기타 등등 수가지가 되고 각 문화권과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우리것은 불편하고 저쪽것은 편하다는 생각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나이를 따질 때 나이 수 말고도 무슨 띠냐?로 물어서 동년배 기준을 따지는 경우도 많은 것처럼 나이를 복합적으로 따지는데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나이를 음양오행과 육십갑자, 십이간지 등의 여러 신앙과 사상등과 엮어 보기 때문에 (사주풀이 할 때도 4개의 사주, 년,월,날,시를 나이 기준으로 사주풀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만약 서양처럼 0세로 시작하는 만 나이로만 하자고 주장한다면 띠도 버려야 하고 사주도 버려야 하고 음력도 버려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태어난 시간에도 십이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태어난 시간대별로 동물이 또 들어감)
일단 빠른년생부터 정리해보자.
빠른년생은 인정해야 하는게 맞다. 왜 애초부터 빠른년생을 빠른년생으로 분류해서 나누냐를 먼저 봐야 한다. 빠른년생의 기준이 되는 건 음력이다. 사람들이 빠른년생을 인정 안하는 건 서양식의 양력 때문인데 보이는 단순한 셈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신이 띠를 갖고 그 띠를 인정하며 (나는 무슨띠 입니다~) 음력생일을 알거나 갖고 있거나 챙기거나 한다면, 또 신정은 그냥 새해 첫날이고 구정은 설날 떡국 먹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빠른년생도 인정해야 하는 법이다.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띠로만 계산해서 나이를 따진다면 원숭이해의 8월생과 그 해의 2월생은 같은 띠가 아니다. 보통 1월, 2월생(3월도 포함될 수 있음)은 원숭이해에 태어난 걸로 보이지만 그건 양력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앞선 해인 양의 해에 태어난 아이다. 빠른년생을 가지고 나이 숫자만 보면서 나이가 같다고만 보지만 실제 띠는 전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띠는 바로 그 전 해의 띠가 되며 언니, 오빠, 형, 누나의 해가 된다. 올해 원숭이해다. 지금 2월달이고 구정 지난지 얼마 안되었다. 구정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원숭이띠에 태어났어도 원숭이띠가 아니다. 그래서 빠른년생으로 어르신들이 올림을 해주는거다. 동양식과 서양식이 섞이면서 약간 짬뽕된게 우리나라인데 서양식으로 태어났어도 동양식으로는 전년도(음력)에 해당하니 전년도 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양띠가 양띠랑 친구맺고 원숭이띠는 동생으로 생각해야 하는게 빠른년생의 운명, 빠른년생은 실제로도 전년도의 띠를 가지는데 대부분 태어난 해당 연도의 띠를 가진다고 생각해 사주풀이 할 때도 잘못된 띠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주쟁이들 받는거 보면 양력사주 받는데 사주는 음력으로 받아야 한다. 사주라는 것이 원래 양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력생일을 기준으로 전년도에 해당하고 띠도 전년도 해에 해당하는 사주라면 그 아이는 빠른년생으로 형, 언니 대접해야 하는게 맞고 전년도 아이들은 친구 맺는게 당연하다. 학교 입학기준과 상관없이..나이만 가지고 따질거면..
또한 사주(사주명리학)에서는 해가 바뀌는 시점을 양력도 아닌 그렇다고 음력도 아니기 때문에 띠와 관련한 나이에서 다르게 나오게 된다. 2.4 공식에 의거 보통 2월 4일을 많이 기준으로 하는데 이걸 또 양력 2월 4일로 하거나 음력 2월 4일로 하는 경우가 있어 띠 기준(결과적으로 나이)이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 음력 2월 4일이면 보통 3월생도 빠른년생으로 포함된다. 새해 첫날 (1월 1일 신정)이 되었다고 한 살 더 먹는것도 아니고 구정 지났다고 해서 한 살 더 먹는것도 아니라 2월 4일이 지나야 한살이 더 추가된다는 것이다. 음력 2월 4일이면 통상 3월이고 (올해 2016년은 3월 12일) 결국 빠른년생에 3월생까지 들어가게 된다. - 우리가 따지는 빠른년생은 사실 여기에 해당된다. 입춘이 기준이 되며 이걸 가지고 띠를 주며 그걸 가지고 빠른년생을 구분한다. 올해 3월 12일 생일자까지는 모두 원숭이띠가 아니라 양띠라는 것이 되겠징...
빠른년생이 억울해 하는건 띠는 양띠인데 원숭이띠와 친구가 되야 하는것, 또 양띠인데도 양띠들이 친구를 거부하는 것 때문이다.
태어난 연도만 따지면 그렇게 되는데 띠를 보면 답이 확실히 나온다. 양띠는 당연히 같은 양띠와 동갑이 되야 하는게 정답이다. 동갑이라는 말 자체가 육십갑자의 갑에 해당하는 것이 둘다 같다는 뜻, 동갑내기, 같은 띠로 태어난 같은 해의 사주라는 뜻이다. 본인이 숫자 연도를 기준으로 친구하려면 원숭이해 사람과 친구 맺으면 되고 원래 사주대로 친구 맺고 싶다면 연도가 아닌 띠로 보면 된다.
그런데 원래 음력이라는 것도 수정이 되는 법이다. (양력은 당연하고..) 우리가 아는 양력은 물론 음력도 조선말기 한번 고쳐졌다. 날짜가 맞지 않는다해서 점프(?)를 시켜 갑자기 몇개월 미래로 보내버리는데 (11월인데 갑자기 내일부터 새해되는 그런거..) 이런거 자잘하게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대강 알려진 셈법으로만 하는게 보통이며 그렇게 하더라도 음력과 양력은 셈에 차이가 생겨 월 계산에도 격차가 생기는 법이라 연도에 따라 어느 해에는 3월 초 생일자까지 빠른년생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신정, 새해 설날이 움직이지 않고 항상 고정이지만 우리가 명절이라 부르는 구정 설날은 항상 변한다. 어떨 때는 2월초, 어느 해는 2월 중순, 어느 해에는 2월 하순...결국 기준이 되는 띠나 음력 첫날이 움직인다는 건 빠른년생의 기준점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1월생만 빠른년생으로 들어가는 해가 있고 2월생까지 들어가는 해가 있고 3월 초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양식 셈법인 저런 숫자만 가지고 따진다면 빠른년생도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법이다. 난 2월생인데, 난 3월생(음력 2월생이라는 말)인데 어떻게 되는거지?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고 고지식한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그렇게 본다면 음력, 구정, 십이간지(띠), 육십갑자도 다 비논리적으로 보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사주같은건 완전 개소리로 치부된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그 안에서도 나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 밖에 안된다.
학교를 일찍 들어가고 나보다 형, 언니 또래와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형 대접해야 하는건 아니다. 일단 본인이 빠른년생을 인지하고 있고 빠른년생으로서 연도는 같지만 선배 대접을 원한다면 선배로 대접해야 하는게 맞다. 본인이 상관없다거나 난 양쪽 두해 모두 친구를 맺겠다하면 그것도 그 사람에 맞춰 해주면 되지만 친구 족보가 꼬일 수 있고 결국 대인관계에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 빠른년생 본인에게 구도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게 좋다. 친구할거면 연도를 기준으로 딱 친구냐 선배냐 앞으로 쭉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그래야 대인 족보정리가 깔끔함)
만 나이가 좋고 외국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셈법인 태어나자마자 1살 먹는건 없애자 하는 의견은 반대다.
0살이 되면 신앙과 사상에 따른 셈법 기준이 안맞게 되어서 그 사람은 어디가서 띠나 사주 말하면 안된다. 다 틀리고 다 안 맞는다. 그런거 필요없어요 하면 그런거 없는 그냥 외국인처럼 살면 된다. (띠만 하더라도 배트남, 몽골, 중국, 일본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빠른년생도 사라진다. 빠른년생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 있다. 빠른년생, 빠른나이 구분 자체가 일반적인 근대 기준에서 A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B에 속하기 때문에 A와 B를 모두 공유하는 특별한 구역을 정해준 것이라 그 자체의 의미를 본다면 굳이 나쁘다고 볼 건 없다.
솔직히 만 나이를 옹호하고 외국의 셈법이 좋다고 하는건 2살 아래 깍이는 현상이 가장 크다. 어릴때야 나이가 대수겠느냐만 20대만 되도 조금이라도 어리고 싶은게 사람 마음. 특히 20대 중후반이 되면 2살만 잘 깍아도 그야말로 예쁜 청춘의 시대로 돌아가는데 연예인들이 하나같이 나이를 속이고 깍고 어리게 보이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불편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어리고 젊게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29살 처녀가 악착같이 전 27살이에요..만 나이로~, 30살 넘어가면 악착같이 만 나이 따져서 29살 아직 20대예요, 아직 28살 어려요~ 하는 것도 젊어 보이고 싶은 요즘 시대의 단면이지 진정 나이 때문에 겪는 불편은 아닐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이해 못한다거나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불편해 한다고 하는것도 다 오버가 낳은 개구라다. 동양과 서양은 친구의 기준이 달라 나이 하나로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서로 기준이 다르다보니 친구 맺는 기준도 다양할 수 밖에 없는게 동서양이 만날 때다. 같은 동양, 같은 서양이 아닌 동서양의 만남이라면 서로 맞는 기준을 찾아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면 그만이다.
한국에 가니 띠라는게 있는데 나는 호랑이띠라네?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고 나도 사주라는게 있어? 하면서 사주풀이를 재밌게 하는 외국인도 있다. 이해 못하거나 이상하게 보는게 아니라 그 나라의 고유문화에 빠져 흥미를 갖을 뿐이다. 한국에 갔더니 내 나이가 2살 부풀어졌어..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레알 진짜야 ㅋㅋㅋㅋ 하면서 다른 외국인에게 말해주는 외국인들이 없을까? 이런 상황 전개가 뻔한데 불편하다는 건 누구 발상인지 모르겠다.
한국 너네나라! 너네 나라와 너네 국민들 이상한 나이 셈법 때문에 우리가 불편해, 우리가 힘들어~ 이런거 아니다. 그런거 없다.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본다/불편해 한다 생각해서 두 살 깍고 서양인처럼 살고 싶어 할 뿐이다. 물론 의식주 전반이 서양 문화와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바뀌면서 생긴 부분도 없진 않다. 예나 지금이나 서양 관점에서 빠른년생과 만 나이 셈은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아심과 그걸 나누는 과정에서 해석이 필요하다보니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한국 사람은 나이를 중요시 한다. 서양은 1학년, 7학년, 12학년등으로 통합해서 가르치지만 우리는 나이대별로 가르치는 방법과 과정이 다르다. 초중고 교육법이 우리것이 아니기는 해도 도덕 과목이나 윤리 과목이 포함되는 것처럼 우리식의 교육법이 그 안에도 존재하고 학년마다 기준점이 다를 뿐이다. 나이를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건 꼬마신랑이라는 말이 익숙한 우리 정서상 아주 어릴 때 시집 장가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몫 하며 혈연은 물론 친족집단에서는 오히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촌수로만 서열을 따지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반드시 나이만 가지고 따진다고 할 수도 없다.
15살 꼬마신랑, 16살(이팔청춘)신부가 결혼을 하면 그 자녀와 세대차가 크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손주와 30년 내외일 수 있는데 10년 위아래 터울까지는 원래 친구 맺는게 우리나라 정서이기 때문에 (위아래 10살은 나이와 상관없이 본인들이 좋으면 친구 맺는게 우리 정서) 여차하면 나이 따지지 않을 때 내 가족의 족보와 꼬일 수 있다.
경우의 수를 좁혀 내 또래 집단과 친구를 맺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러가지 변수가 많아 나이가 기준점이 될 수 밖에 없는게 또 한 우리나라다. 약간은 일제잔재의 영향을 받아 학교에서도 교련 과목가 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지금 대학교 신입생들 OT, MT 관련 사건만 보더라도 한살 차이가지고 엄청난 선후배 관계를 정립하고 깍듯하게 대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처럼 일제와 군사정권(군대식)이 낳은 변수도 포함되어 있는것도 사실이다.
군대에서는 오로지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장땡이다. 나이 그런거 안따진다. 꼴리냐? 아쉬우면 군대 먼저 들어오던가~ 하는 말처럼 나이를 무시하는게 군대인데 각각 사람이 어울려 사는 집단에서는 각각의 기준이 있는 법, 군대에서는 군번이, 한국을 비롯한 일부 동양에서는 사상과 신앙이, 서양에서는 오로지 산술적인 수학셈법이 그 사람의 서열(위치)을 가르는 기준이 될 뿐이다.
우리는 대체로 한살 깍기 보다는 한살이라도 더 붙이려고 했었다. 한 살이라도 더 먹어야 다른집에 시집,장가 보낼 수 있고 한살이라도 더 먹어야 종노릇이라도 할 수 있고, 밖에 나가서 벌이라도 할 수 있었다. 나이 어리면 지금도 알바자리 하나 제대로 주기 어려운 것처럼 대체로 나이 어리면 무시하고 대접 못하는 풍조도 있다. 못 먹고 못 사는 시대라면 나이가 있어야 어디가서 밥이라도 얻어 먹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법, 나이 속여서 취업하는 경우도 그래서 예전에는 많았다.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생긴 이런 현상은 조선말기, 일제 식민지(일제잔재), 해방이후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란, 군사정권(군번 다음으로 나이 우선, 군인에게는 군번이 민간인에게는 나이가 통솔하는 방법으로도 이용), 군사잔재등이 복합적으로 어울려진 결과다. 거기에 유교사상과 토속신앙, 사주와 같은 역학까지 맞물려서 나이를 셈하는 복합 스킬이 많다보니 특이하고 요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다양한 것도 사실이다. 단순하게 2살 많아 보인다고 하지만 또 그래서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하게 된다 (띠, 사주, 환갑잔치, 궁합 등등)
영어가 대세고 영어가 편리하고 다른나라에 가서도 통용된다고 해서 우리도 한국어와 한글을 버리고 영어를 국어로 쓰자고 할 수는 없는 법. 만 나이가 대세고 다른 나라에서도 다 그렇게 쓰고 통용된다고 해서 우리도 만 나이만을 쓰자고 하는것도 결코 똑부러지는 생각은 아니다. 나이를 따질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띠" 자체가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원래 나이 하나. 생일 안 지나면 2살 깍고 생일 지나면 한 살만 추가해서 한살 어리게 되고...웃기게 보여도 분명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나이 가지고 서열 따진다면서 대단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 가지고 무시한다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서열 문화도 사실 많이 퇴색되고 사라지는 추세다. (물론 여전하다고 봐야 하지만..) 딱 봐도 앞으로 서양식 문화가 더 익숙하게 될 것이고 서양의 문화 영향을 받는 사람도 많고 서양에서 살다 오는 내국인도 많은 편이라 어차피 조금씩 수정되고 각색될 뿐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이상한 것이라고 보기 보다는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만의 특이한 셈법으로 재밋거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보통 학교의 입학, 졸업년도를 기준으로 나름 시도하지만 불편하고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학교라는 건 경우에 따라 누구든지 먼저 들어가고 먼저 나오고 (월반) 또 중간에 잠깐 쉬다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복학) 뭘 기준으로 해도 정확하기 어렵다. 결국 태어난 연도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게 학교 기준이다. 이 때 그나마 친구먹기(?) 위해선 그 친구의 친구들 나이를 따지게 되는데 빠른 년생이 선배 집단과 친구라면 보통 선배로 인정, 그렇지 않고 동년배 친구가 많거나 (좀 강하게 나가면 동년배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거나..) 하면 여지없이 1살 아래 깍아서 형, 언니 대접 안해준다.
빠른82 하배우에게 친구가 모두 몇년생이냐 묻자 모두 81년생이라고 한다. 그러자 김배우께서 그럼 "친구인정"
빠른년생의 해법은 이것이 최선이다. 빠른년생으로 윗대와 친구관계를 맺으면 윗대로 빠른년생 무시하고 그냥 동년배와 친구 맺으면 동생으로 취급하면 된다. 내 형의 친구면 내 친구가 아닌 형 친구. 내 형이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나와 친구라면 형 친구가 아닌 것이다. 단순한 논리다.
빠른년생은 학교와 사회친구를 통틀어 또래 친구들 나이와 비교하는게 그나마 가장 나은 해법이다. (그래서 빠른년생은 친구족보 정리와 관리를 평소애 잘 해야한다. 안 그러면 꼬이고 서로 불편함)
이장원씨도 동갑이죠? 동갑이라는 말 자체가 앞서 풀이대로 육십갑자에 근거한 말이고 그에 해당하는 매해에는 동물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연말/연초 주요뉴스처럼 바뀌는 새로운 해의 동물 이야기를 뉴스로 전한다. 친구를 맺을 때 많이 쓰는 동갑(동갑내기)과 동년(동년배)이 같은 말로 쓰이지만 동갑은 사상으로 따지는거고 동년은 연도로만 따지는거라 차이는 있다.
나이를 물을 때 연도(몇년생)로 말하는 사람이 있고 띠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이가 있을수록 띠로 말하는 경향이 많다. 연도보다 띠가 더 정확하게 나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은연중에 서열 다툼하기 좋은 기준이라 그렇다. 그 띠는 만 나이와 빠른년생의 불편함도 없고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와 빠른년생 계산 자체가 이미 포함된 것이라 만 나이와 빠른년생 구분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각각의 기준을 배제한게 아니라 모든 기준을 함축한 형태라 띠만 알면 오히려 만 나이나 빠른년생으로 생기는 불편함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나이를 물을 때 띠로 답하는 경향이 많다. 근데 이게 12간지 동물순서를 모르거나 단순한 미신으로 여겨 새겨두지 않으면 나이 셈 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에 연도로 다시 물을 뿐, 알아두면 이것만큼 편한것도 없다.
빠른년생은 두 영역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맞물린 테두리에 있는 영역은 항상 이쪽 저쪽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기준이 분명 있다면 어느쪽인지 구분은 가능하다. 그건 십이간지 셈법으로 나이를 따져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만 나이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데 더 정확하다, 그러나 인간은 사상도 중시한다. 우리나라식 표기도 필요하고 서양식 나이 기준도 필요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공존이 때로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게 우리나라 나이
한 해는 봄/여름/가을/겨울로 구분되어 있다. 그 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한 사람들이 같은 해를 보내고 지낸 동갑이다. 그러나 달력의 시작이 되는 1월은 봄이 아니다. 1월/2월/3월(초)생은 전년도의 겨울 아이들이라 전년도에 해당하고 새로 봄/여름/가을/겨울을 맞는 아이들이 다시 묶인다는게 핵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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