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자동차 회사가 도로 주행 시험장에서 테스트용으로 쓰고, 전량 폐기하는 타이어들이, 새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내부에 파손이나 결함 가능성이 있는 건 물론이고, 새 제품으로 둔갑시키느라 폐기용 구멍을 메운 것이어서, 안전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장추적 성용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완성차 업체의 도로 주행 시험장.
극한 상황을 가정한 고속 주행과 급제동을 반복하다 보면 타이어 수명이 크게 단축됩니다.
그래서 시험을 거친 뒤에는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실제 규정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녹취> "되겠다. 되겠다." (창고 문 부쉬는 장면에서 잠금쇠를 열 수 있다라는 뜻)
하지만 폐기물 처리장이 아닌 엉뚱하게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 측이 재사용할 수 없도록 '테스트'라고 기록하고 구멍까지 낸 것들입니다.
폐기돼야 하는 테스트용 타이어입니다.
이 같은 타이어들이 판매점으로 보내져 새 제품으로 둔갑됐습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만 이렇게 빼돌린 양이 8천 개가 넘습니다.
<녹취> 폐기물처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영세하다 보니까 그것을 가지고 돈을 조금 받고서 중고타이어 가게에다가 팔고 그러죠."
빼돌린 타이어는 고무로 땜질하는 속칭 '불빵' 작업을 거친 뒤 테스트용이라고 적힌 글자까지 시너로 지우면 전문가도 새것과 구분하기 힘들 정돕니다.
<녹취> 타이어 변조 기술자(음성변조) : "앞뒤를 고무를 댄 다음에 열로 찍어요. 그게 '불빵'이라고 하거든요. 바깥에서는 안 보이게."
이렇게 둔갑한 타이어는 대부분 신품으로 팔려나갔습니다.
<녹취> 타이어 판매업체 대표(음성변조) : "돌아다녀 보면 이거 다 지금 판매를 하고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알고 판매한 거죠."
문제는 안전입니다.
<인터뷰>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결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더군다나 구멍이 난 부분을 수리해서 쓰는 경우는 언제든지 공기가 갑자기 빠지면서 타이어가 주저 앉을 수.."
최근 4년간 아산과 천안 등 충남 9개 판매점에서 신품으로 팔려나간 테스트용 타이어는 취재진이 확인한 규모만 6억 원대에 이릅니다.
현장추적, 성용희입니다.
성용희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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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게 하나 있다.
고딩 졸업 후 군대 가기전에 일명 노가다라 불리우는 건설 잡부일을 한 적이 있다. 아는 분을 통해 친구 한명과 함께 석달이라는 어쩌면 좀 긴 시간동안 하나의 현장에서 매일 일을 했는데 비교적 어렵지 않으면서도 당시에는 좀 파격적인 금액의 알바비를 받아 아주 유용하게 쓴 경우다.
그 건설현장이 모 자동차 회사 건설 현장이었다. 건설이라는게 땅 막 파기 시작하고 건물 짓고 그런것도 있지만 거의 다 끝나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작업도 있는 법, 내가 했던 일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바로 마무리 공정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자동차 회사의 건설현장은 원래 가동 중이던 공장으로 확장 공사를 하던 것이라서 현장 전체가 공사장이 아니라 일부만 공사장이라서 먼지 날리고 힘든 그런 곳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회사의 생산라인이나 생산된 자동차도 함께 보게 되는데 석달 동안 매일같이 일하다보니 어느샌가 익숙한 풍경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날 그늘진 곳에 앉아 고참 아저씨들과 빵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우리 눈 앞에는 마침 도로주행 테스트가 한창 이어서 그걸 보면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몇대의 자동차가 주행 테스트를 신나게 하더니 코스를 나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온다. 그리곤 자동차들이 줄 맞춰서 나열된 곳으로 가더니만 떡 하니 정차를 한다. 운전자가 내리면서 자동차 안에 있던 무언가를 자동차 유리 앞면에 놓길래 뭔가 불량이라던지 문제점이라도 적어 놨나 싶은 호기심이 생겨서 가 보게 되었는데...
어라? 출고차량이네...
아, 자동차 출고 전에 이렇게 테스트 하는건가 하고 있던 찰나에..옆에 아저씨께서 (이 분은 우리보다 훨씬 전부터 오랫동안 여기서 근무중) 재네들 차는 타면 안돼...갑자기 이러시는거다.
왜요?
재네들 고객들한테 갈 차량으로 테스트 하는데 그 테스트 한 차량을 그냥 팔아버린다 말야..
고객한테 가기전에 테스트 원래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나의 질문에 아저씨는 1년 가까이 여기 있으면서 본 건 테스트용 차량은 따로 본적이 없단다. 그 때 한 열명 정도 건설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의 발언을 시작으로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테스트용이라 해서 완전 테스트만 하는 차들도 있고 물론 저렇게 고객에게 출고할 차량을 가지고 테스트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일종의 출고 전 사전검사로서 원래 해야 하는 거라고 한다. 다만 고급차량은 전수검사라 해서 차량을 전부 테스트(검사)하지만 일반 중형 이하는 임의로 뽑기식으로 몇 대만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본 그 테스트 장면은 검사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게 연구소에서나 전문적으로 테스트 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 전문 차량인줄 알았다. 그게 단순 주행이 아니었고 완전 차량이 전복될 정도로 지그재그 형태로 거칠게 몰면서 굉장히 난폭한 상황을 연출했었고 영화나 스턴트 장면에서나 보는 그런 수준의 급턴이나 유턴까지 보이면서 차량을 극한의 한계치로 몰았기 때문이다. (그냥 보면 자동차 다 망가지는걸로 보인다..)
그런데 그걸 출고 직전의 차량들과 섞어서 그냥 내보내려 한다?
또 다른 아저씨는 그런 대화를 오가면서 여기 자동차 회사만 저렇지 다른 자동차 회사는 안 그렇다면서 출고차량을 가지고 저렇게 테스트용으로 쓰는건 여기밖에 없다면서 여기 자동차 회사가 돈이 없을 수도 있고 테스트 비용을 아낄려고 하는 꼼수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런 체계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라는 평을 남기셨다. 자기 생각에는 이 자동차 회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라는 폭풍같은 비수를 꽂으셨다.
그런데 저렇게 하면 계기판 메다(ㅠ.ㅠ)에 주행거리도 생기고 타이어도 문제가 생길텐게 고객이 모를까요?
나의 이런 질문에..어리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 아저씨가 말하길..
여긴 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구.. 수리공장의 차원이 아니야. 아직 신출내기라 못 봐서 그렇지 재네들 저 딱지 붙여놓은 출고차량들 조금 있다가 계기판 바꿔. 주행거리를 조작하는게 아니라 주행계를 아예 바꿔 달아주는거지..공장 출고되기 전에 공장에서 뚝딱뚝딱 하는건 당연히 정상이라고 다들 생각하니까 아무 의심도 안하고 밖에서는 알지도 못해..밖에 사람들은 공장에서 만든것과 다를 때만 수리했다고 알지 공장에서 건들면 그게 다 새 제품이랑 다를게 뭐겠어? 안 그래?
나중에 어떤 지인이 탁송기사님한테 들었다면서 말하길 원래 새 차량은 기본 주행거리가 있다고 한다. 10킬로 내외라고 하는데 운송 과정이나 탁송 과정에서 차량이 움직여야 하고 출고장에서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0킬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건설 현장의 아저씨는 우리가 본 차량들이 계기판을 바꾼다고 하셨는데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기본 주행거리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30분 정도 사이에만도 엄청난 속도로 주행을 했었고 단순하게 계산해도 그 타임만으로도 족히 40킬로 주행거리는 찍히는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계기판을 바꿔야 한다는것이 맞을지도...
돈이 없어서 저러는 걸까요? 아니면 재네들 마인드가 테스트 비용 아낀다고 고객차량으로 테스트 결과를 내는 걸까요?
나의 끊임없는 질문에...팀장님께서 여기 자동차 회사 돈 없다는 소문 자자해 ~ 지금 건설하는 현장도 빚내서 한다는 소문도 있고 확장 공사 한다고 잘 나간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별로 달갑지 않은 현장이라고 하셨다..팀장은 당시 오야지라 해서 현장일도 직접 따고 우리들 돈도 직접 주시는 사장님과 같은 분이셨는데 아마도 공사일 대금에 문제가 있는 듯 했다.
내가 본 일부의 장면으로 자동차 회사를 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직접 봤고 심지어 직원에게도 물어봤다..(내가 직원에게 물어본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이라면 절대로 이 회사의 자동차를 나중에 사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ㅠㅠ)
휴식을 끝내고 마무리 오후 공정을 끝낸 다음..(노가다가 좋은게 할 때는 힘들게 해도 퇴근이 빠르다 ^^) 퇴근하면서 아까 그 수백대의 차들이 나열된 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거기 계신 특이한 옷을 입으신 분들에게 내가 넌지시 물었다.
이 차는 무슨 차예요? 수출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난 아까 그 앞유리에 종이가 걸려있던 그 차량 녀석을 지목해 가리켰다 ㅋ)
아..이거..출고차..출고장으로 가기전에 대기하는거야..수출은 아니고 대리점으로 갈꺼야.
직원의 말에, 이미 주인이 있나요? 라고 하자 고객이 구매한 차량이라고 했다. (아..그 고객 불쌍혀...ㅠㅠ)
그 날 나랑 같이 일하던 친구에게 내 차가 만약에 공장에서 저 난리를 당하고 난 뒤에 나온 차라면 난 엄청 억울할 것 같다라고 하면서 우리 이 회사 차량은 절대 사지말자라고 약속을 했었다 ㅡ.,ㅡ;;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으면 항상 탈이 나는 법,,,이런 마인드가 팽배했는지 모르겠지만..(고객 우선주의는 어디?) 이 회사 정말로 오래 못갔다.
내가 일할 때도 사실 원래 이 회사 처음에는 그래도 좀 잘나갔는데 노가다 당시에는 회사 주인이 바뀐 시점이었고 좀 어려워 하긴 했어도 그래도 먹고 살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우리나라 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큰 일을 치뤘다. 주인이 여러번 또 바뀌었다.
정말 오래전 일이다. 고딩 졸업한 직후이니 지금과 상당한 시간차이가 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미안하다..그래도 난 안산다)
지금은 그 회사도 많은 변화를 겪었고 많은 고충과 힘든 일을 겪었지만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최근에는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약간의 불신이 남아 있다.
내가 잘 몰라서 원래 정상적인 범위의 정상 업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분명히 본 건, 엄청나게 과격한 상황으로 차를 몰아서 (저러다 정말로 차 뒤집어지고 사고나는거 아니야? 할 정도로 묘기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테스트 장면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그 차량이 무슨일이 있었나 하는 모습으로 일반 출고차량들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모습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당시 과거일이다..지금은 안 그러겠지..) 그리고 정말로 팀원 아저씨 말대로 알록달록 회선 줄들이 달린 계기판만 들고 다니면서 계기판을 뭔가 수정하는 모습을 일 끝나기전에 목격했다. (그런 과정이 끝나면 유리 전면에 달린 쪽지가 바뀐다..불량품을 걸러낸다는 검사 수준치고는 주행 장면처럼 굳이 난폭한 연출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단순 주행은 절대 아님)
테스트는 테스트용으로 해야하고 일반 시중용으로 할거면 테스트 끝나고 테스트 사용한 것으로 따로 분류해서 다른 목적으로 쓰거나 그 수준에 맞게 다르게 판매해야 할 것이다. 테스트는 실컷 해놓고 그냥 팔면 그게 어디 새제품인가? 내 평생 그런 난폭하고 과격한 운전은 본 적이 없다. 누가 봐도 그런 장면을 보면 저 차 하체는 완전 작살나겠구나 싶을 정도다.
그날 저녁 먹으면서 내가 몹시 궁금해했던 것이 기억에 남았는지 아저씨 한분이 식사중에 이런 말을 하셨다.
회사가 나쁜 마음 먹거나 회사 직원들이 못되서 그런건 아닐거다..여기 회사가 좀 어렵고 부침이 많다. 아마도 연구소나 검사하는 직원들 장비나 개발에 신경을 많이 못 쓰는것 같다면서 원래 회사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줄 놓기 시작하면 연구나 개발, 검사하는 쪽 비용부터 줄이게 되어 있다면서 차와 회사를 위해서는 테스트는 계속 해야 하는데 가혹한 테스트를 위한 차량을 많이 확보하기는 어렵고 당장 테스트는 해야겠고 아마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하는것일수도 있다면서 그 한대의 한명 고객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저 회사의 다른 모든 차량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겠냐는 나름 걱정도 쏟아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회사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그 당시가 그 정점이긴 하다..돈이 엄청 없고 자동차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왜 우리 간혹 자동차를 살 때 뽑기에 비유한다. 뽑기를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뽑기 잘못 걸리면 평생 자기 차 때문에 속 썩으면서 산다고도 한다. 난 지금도 고객 판매용(이미 계약이 완료된 차량)이 주행 테스트 장으로 들어가 가혹하게 테스트 당한 뒤 판매된다고 듣지 못했다. 고급 브랜드는 전수검사를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세워두고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준이고 아주 짧고 가벼운 주행 정도까지는 있을 수 있어도 묘기 수준의 주행 테스트는 다른 경우에도 듣지 못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지 않던가..
그 당시..옆에 아저씨가...이 회사 이렇게 하다가는 오래가지 못할꺼야...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나중에 확실히 알았다. 작은 사소한 문제는 언젠가 큰 사건으로 확대 된다는 진리를 알게 된 어릴적 기억의 하나다. (참고로 나 이 회사 주주다. ^^ 회사 주인장 바뀌면서 이 회사의 가치가 아직은 살아 있다고 보아 주식 샀었는데 과거에 그랬다는 것이지 지금은 비스무리한 것도 안할거라고 생각한다 ㅋ)
테스트용 타이어를 버젓이 새 타이어로 사람들에게 판다는 KBS 영상뉴스를 보고 생각나서 쓴 차량 관련 테스트의 씁쓸한 기억 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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