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이 아쉬운 새 도로명 주소와 새 우편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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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썰전열전

발상이 아쉬운 새 도로명 주소와 새 우편번호

by 깨알석사 201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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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주소체계, 지번이라는 것이 우리식도 아니고 일제식이다. 하지만 이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강점기라는 시대와 신문화 과정에서 생긴 현상으로 주소라는 건 어떤 방법으로도 생기게 될 수 밖에 없던 시기다. 주소가 바뀌는 근본적인 이유는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개발 과정에서 순서 없이 기준없이 멋대로 식으로 불규칙하게 지번이 생성되다보니 관리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고 너무 복잡해 졌다는 것이다.

 

 

공단지역과 상업지역처럼 새롭게 개발되는 신도심은 대체적으로 외국의 블럭 형태와 롯트 형태 (2블럭 3롯트) 로 하는 곳도 많지만 지번과 혼용해서 쓰며 대부분 지번이 익숙하다 보니 지번 활용률이 높다. 물론 확실히 지번 보다는 블럭 형태로 나눈 것이 확실히 길찾기는 쉬월하고 효율적이다. 우리나라가 새주소로 바꾼다면서 도로명이라는 걸 도입했다.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이게 주소를 갖는 사람들이나 쓰는 사람들이나 택배기사나 택시기사, 우체부 아저씨들에게도 꽤 환영받지 못하는 체계다.

 

 

따지고보면 이것도 외국에 있는 주소 개념을 도입한 건데 도로명으로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익숙할지 몰라도 우리는 전혀 다르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듯 하다. 우선 골목길 문화라는게 우리나라에 있고 주택과 상업지역, 공업지역의 구분이 크지 않다. 외국은 주택단지가 별도로 있고 오피스 타운이 따로 있는 상업지역이 따로 있지만 우리는 한 지역에 주택과 상업지역, 공업지역이 함께 있는곳이 꽤 많다.

 

 

외국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도로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찾는게 쉽지만 우리는 지번 체계로 되어 있었고 건물을 만들때나 배치할 때 도로보다는 건물이 위치한 그 땅 자체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높아 대부분의 건물이나 땅은 블럭 형태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 주소명이 시행된지도 꽤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지번 사용이 높다. 새 주소명이 국가사업이다보니 반강제적으로 쓰게 되어 있어 인터넷 이용할 때도 주소찾기에서 새 주소명으로 기입해야 하지만 항상 지번으로 찾기가 따로 제공되는 것처럼 효율성은 확연히 떨어진다. 제도가 바뀌어 과도기 시기라 기존 방식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지번찾기가 함께 제공된다고 하겠지만 사실 주소를 쓰는 모두가 헷갈리고 불편하다는 건 다 알고 있다.

 

 

나름 잔머리 굴리고 머리통 굴려서 신경써서 만든 국가사업이겠지만 참 답 없다. 확실한 건 외국 주소체계를 확실히 따라갔다는 것이다. 엄연히 사는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존방식과 생활환경이 다른데 아무리 사는 모습은 어디가나 똑같다해도 행정체계까지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도로명을 사이에 두고 홀짝 숫자로 찾는다는게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좋아보이는데 그게 계획도시처럼 딱딱 나눠지는 지역이라면 모를까 다닥다닥 붙어있는 단독주택지 개념과 골목길 문화에서도 가능한지 연구가 깊지 않아 보인다. 강남의 오피스텔, 뉴욕의 시가지, 외국의 잔디있는 주택 거주전용지만 보고 와서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발상 자체가 성공할 수 있나 의심스럽다.

 

 

처음 주소체계가 바뀌고 나서 든 생각은 굉장히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왜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주소와 관련한 재미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이 몇가지 방법을 연계해서 활용하면 머리 복잡하지 않고 주소체계를 정리하고 찾기 쉽게 할 수 있다. 첫번째는 우편번호, 두번째는 전화번호, 세번째는 마을단위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주소는 알아도 우편번호 아는 사람 거의 없다. 편지를 쓰는게 많이 줄었지만 택배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 우편번호를 항시 메모해 두어야 한다. 이게 집 주소는 외워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편번호는 항상 전화로 검색하거나 책을 봐야 한다.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정확하지 않아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메인 우편번호로 대충 쓰기도 한다.  사실 이 우편번호도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주소로서의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잘 안외워지고 외우려고 하지 않는다. 집 주소는 무조건 외우는것과 반대다. 집 주소에 필수임에도 사실 몰라도 집 찾거나 물건을 보내는데는 전혀 문제가 안되기에 외울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지번 주소는 물론 우편번호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여기의 답은 전화번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지역번호는 모든 사람들이 안다. 서울 02. 인천 032, 경기 031 식이다. 그리고 그 지역의 전화번호는 동네마다 국번이 정해져 있다. 지금은 일반 전화번호 보다는 휴대폰 사용이 많아 일반전화 번호를 외우거나 쓰는 사람이 드물지만 30대 이상의 연령이라면 예전에 국번만 들어도 어느 동네인지 대충 알 정도로 동네마다 정해진 국번이 있었다. 도심지를 예로 들어 국번 세자리 중에서 첫째가 구, 두번째 숫자와 세번째는 동으로 인천의 경우 700단위는 연수구, 800 단위 국번은 남구, 400 단위는 남동구, 500단위는 부평구 식으로 국번 자체가 주소체계처럼 나뉘어져 있다.

 

 

지번과 우편번호, 전화번호 체계를 합치면 재미있는 주소가 만들어 진다.

우편번호 모르거나 외우지 않던 사람에게 새 우편번호를 그 지역 전화번호로 만들어 주면 된다. 우편번호 여섯자리를 전화번호 국번으로 대체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외워진다. 예를 들어 032-700 은 인천 연수구 우편번호, 032-761 처럼 세부적으로 나가면 760번대 국번을 쓰는 연수구 지역의 행정동 지역이 된다. 서울이라면 002-800, 002-842 처럼 서울지역 800번대 지역 또는 840번대 동네를 뜻하니 굳이 외우지 않아도 우편번호 생성이 가능하다.

 

 

전혀 모르는 지역이어도 상관없는게 장점이다. 대전의 친지에게 우편이나 택배를 보낼 때 450-1234 전화번호를 쓰는 집이거나 그 지역의 국번이 450번대 지역이라면 042-450이 바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라는게 국번이 지역마다 정해져있고 관할 전화국이 따로 있어 번호체계가 다르기에 그것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편번호 숫자는 외우기 힘들고 어려워해도 더 긴 숫자인 전화번호는 금방 외운다는 것이고 우편번호 자체가 지역번호와 지역국번만으로 쓰기에 한번만 써봐도 금방 익숙하게 된다.

 

 

이번에 우편번호가 바뀐다고 한다. 뭐 5자리로 바뀐다는데 기존의 6자리 써도 상관없다고 한다. 숫자 하나 줄어도 5자리 숫자 외우거나 알고 있는 사람 없다는건 뻔한 결과다. 우편번호를 없애다면 모를까 헷갈리게 숫자 바꾸는건 아니지 싶다. 차라리 깨알이 제시한 전화번호 체계로 하는게 쓰는 입장에서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이 방법을 쓰면 국민 대부분이 벌써 웬만한 지역의 우편번호 앞 세자리는 다 머리속에 먹고 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번도 그렇다. 도로명이라는게 도로를 알아야 하는데 도로를 찾는게 더 어렵다. 도산대로처럼 기존에 꽤 알려진 도로라면 모르겠지만 도로명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도로명을 안다는 건 집 주인보다 그걸 보고 찾는 사람들에게 더 어려운 법이다. 시/군/구를 알고 행정동을 알면 일단 반은 찾는 것이고 지번만 찾으면 되는게 기존 방식인데 지번이 뒤죽박죽이라고 해서 행정동까지 없애고 시군구 다음에 도로명과 숫자 00-00으로 나가면 무슨 기준으로 주소가 되어있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 나름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이건 익숙해지는 것과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익숙하기 전에 이해하기 쉽고 풀이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마을이라는 단위가 존재한다. 지금도 지방에는 마을이라는 호칭이 주소로 더 많이 쓰인다. 농촌마을을 찾아갈 때는 주소명에 적힌 지번이 아니라 담방마을이 어디냐? 삼성마을이 어디냐? 효자마을이 어디냐를 묻고 그 마을안에서 지번이나 집주인 이름을 찾는 식이다. 사실 이게 꽤 효율적이다. 그 지역의 그 마을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동도 1동, 2동식으로 5동 7동까지 있는 곳이 꽤 있다. 동이 있다고 해도 사실 아쉬운게 마을이다. 동 다음에 마을이 있다면 더 찾기 쉬운 법인데 동 다음에 지번만 나오니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도심보다 한가로운 농어촌 지역은 사실 동만 나와도 찾기 쉽다. 하지만 도심지처럼 복잡하다면 마을단위까지 생성하여 표기해주는게 더 찾기 쉽다. 세분화 하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은 숫자에 약하다. 숫자보다 글자체가 더 익숙하고 쉽게 인식하며 받아들인다. 외우기도 쉽다. 숫자는 헷갈리지만 글자는 문자화되어 있어 헷갈리지 않는다. 주소명을 바꾸기 전에 마을단위를 만들어 동안에 마을을 만들어 주었어야 했다. 그럼 그 행정동의 마을을 찾아 00-00 형태의 주소지를 찾기만 하면 되니 쓰는 사람이나 찾는 사람이나 편리할 수 밖에 없다. 도로명을 만드는 대신 마을명을 만들고 도로명 대신에 마을명을 표기했어야 하는 것이다. 도로명이라는 게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만 쓸 수 있는게 보통이지만 마을은 블럭 형태로 묶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 쓰는 방법과 관리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서린동 123-456 번지 홍길동 (기존 지번방식)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1-11 홍길동 (새 주소방법)

서울특별시 종로구 서린동 청계마을 11-11 홍길동 (깨알 잔머리)

 

 

사람의 이름은 자기 것이지만 대부분은 남이 전용으로 쓰는 명칭이다. 내것이지만 내것이 아니기도 하다. 문서에 기입할 때가 아니면 내가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남이 불러주는 용도가 이름이다. 주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필요한 내 집 주소지만 남이 찾기 편하고 남이 쉽게 이해해야 한다. 기존의 지번 방식이 찾기 어렵고 정리가 안되었다면 새 주소명도 똑같다. 도로를 새로 깔고 재건축을 하지 않는 이상 기존에 있던 땅과 도로, 건물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기에 기존 방식의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 전통적인 생활거주 단위인 마을을 공식화하면 농어촌에 있는 이장과 도시의 통장이 같은 역활을 하면서도 같지 않듯이 마을이장 개념이 도심에도 자리잡는 것이라 통장의 역활도 다시 재정립이 가능하다. 마을이 생성되면 통장이 곧 도심 마을의 이장 역활을 공식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번이 사라지면 어차피 통장 개념도 사라져야 한다. 이게 또 맞지 않는다)

 

 

서울 사람은 물론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도 잘 아는 마을 이름이 꽤 많다. 서래마을이 대표적이다. 서래마을을 주소체계에 따른 기존 지번체계나 새 주소명으로 찾는것보다 서래마을 이름 자체로 찾는게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서래마을 11-11 집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회마을처럼 유명한 마을이 있고 신생마을이 있을 뿐 어차피 도로명이라는 근본도 없는 명칭을 쓸 바에야 마을단위를 생성해 주는게 더 낫다.

 

 

기존의 도심 통장과 농어촌 지역의 이장 개념을 통합하는 측면과 우리 전통마을 단위의 도입, 그리고 주소를 찾는 것과 부르는 것에 대한 효율적인 면에서 훨씬 낫다. 여기에 우편번호를 그 지역 전화번호(지역번호/국번) 6자리로 대체하면 주소가 바뀌어도 전혀 어려움이 없고 헷갈릴 필요도 없다. 우리집 동네 국번과 마을 이름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공부깨나 하시고 유학물 먹으신 나랏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출처가 어디고 누구 잔머리에서 나왔다고 밝히지 않아도 된다. 그냥 본인 아이디어라고 해도 상관없다. 주소체계 좀 제대로 정리해서 하자. 해가 넘어갔는데 여전히 신 주소명 답답하다. 도로명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미도 모르겠다. 길에 이름 붙이는 것보다 사람사는 거주지역, 그 마을에 이름 붙이는게 더 뜻 있고 멋진 일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종가길40 굳이 알아두어야 할 주소는 아니지만 주소만 보면 어딘지 감이 안 잡힌다. 눈치채지 않는 이상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11-11 하면 어떤가? 아~ 하회마을 사는구나 찾는 사람 입장에서 주소 찾기 답이 나온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4동 92-17 번지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43길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도동 서래마을 43번 이 훨씬 이해하기 편하고 찾기 쉽다. (이해를 위해 지번과 숫자 주소는 임의로 쓴 것임)

 

 

도로명을 쓸 바에 마을 이름을 쓰는게 더 나은 이유다.

도로명을 만들 바에 마을 이름을 만들어 주는게 더 나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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