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흔히 배우게 되는 전봇대, 전봇대는 관측용으로 배우기도 그건 예외적인 경우이고 반드시 배우는 교과목은 아니다. 전봇대라는게 지형지물이기는 하지만 도심지에 있는 경우가 많고 관측 자체가 적에게 발각되기 쉬울 뿐더러 발각되면 그 사람의 목숨은 그야말로 파리목숨이 된다.
사람은 경험을 해 보면 나중에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쯤은 배워두는게 좋다. 마치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 숙지하게 되는데 경험치 역시 그런 목적과 같아 한번 경험을 해보면 나중에 생각의 넓이도 많아지고 도전 의식도 생긴다 (전봇대를 올라보지 않았다면 전봇대 위에서 관측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훈련소에서는 병사에게 전봇대와 관련한 훈련으로 비행기 맞추기 교육을 하곤 한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는 굉장히 쓸데없는(?) 훈련이 될 수도 있는데 반드시 그 방법대로 해야 하는게 아니라 원리만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이론적인 설명과 훈련으로 대체해도 상관은 없다. 전봇대라는 것이 (전신주라고도 표현한다) 주기적인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송전탑과 같이 장거리용이 아니라 단거리 용이다. 전봇대에는 꽤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일정 간격으로 심어져 있는 것 역시 비밀 아닌 비밀이다.
움직이는 대상을 상대로 사격을 할 때 그 대상물에 직접 조준을 하고 사격을 하면 절대 맞지 않는다. 대상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물에 초첨을 맞춰 사격하면 총알이 도착했을 때 대상물이 자리를 이탈하여 맞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 대상물이 이동할 곳을 미리 예측하여 그 앞에 먼저 쏘는게 정석이다. (요즘 잘 나오는 사격 게임들도 이런 원리대로 움직인다. 미리 움직일 곳을 조준하고 사격하면 맞게 시스템 되어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할 때 쓰는게 바로 전봇대다.
비행기가 올 때 비행기에 대고 사격을 하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본다. (사실 소총으로 비행기를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렵고 거의 희박하다) 사격 명중률이 희박함에도 사격을 하는 건 위협적인 요소도 있지만 우연이라도 격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비행기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비행기가 움직이는 앞쪽에 총을 쏘아야 하는데 그 기준이 바로 전봇대로서 비행기 아래에 있는 전봇대를 기준으로 그 앞의 7~8개 정도 앞 전봇대 위치 상단의 하늘로 총을 쏘면 비행기가 "와서" 맞게 되어 있다. 다만 이것은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거나 근접 비행을 했을 때나 가능하기에 실제로 적용하는건 어렵다.
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도탄이나 발칸포의 위협처럼 헬기들도 저공비행시에는 적군의 기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지그재그 형식으로 항로를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 발포는 헬기 역시 어렵다. 그래도 비행기보다는 헬기가 더 공격하기 쉽지만 소총으로 비행물체를 공격한다는 건 마찬가지로 어렵다. 육상에 있는 이동 물체조차 맞추기 어려운게 사격인데 하늘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도 전투가 현대전 양상을 띄고 있던 시대라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에서나 먹히는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과 훈련이 아직도 존재하는것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배우지 않는 것 보다는 배워두는게 낫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가전의 형태처럼 도심 사격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구시대적 군사훈련은 아니라고 본다.
군대에서 이 전봇대를 꽤 자주 오르내리는 군인들이 있다. 공병이다. 건설공병은 시설공병이라고 불리우는데 이런 공병 주특기자들은 각 분야마다 포진되어 있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전기를 만지는 공병이라면 전봇대 교육은 필수다. 육군공병학교와 같은 곳에서도 훈련교장을 보면 전봇대가 설치된 교장들이 있는데 전봇대에 올라가 전선을 연결하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역활을 한다. 통신병과는 엄연히 다르며 통신시설 자체를 구축하는 시설 주특기자들이다.
군인들은 확실히 전투모보다는 방탄모(철모)를 쓰고 있는게 더 멋있다. 단체로 방탄모를 착용하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늠름해 보인다.
엎드려! 일어서! 엎드려! 일어서!
은근히 많이 받는 이 기초적인 얼차려는 나름의 요령이 있다. 요령을 모르는 사람은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켜 일어나거나 반대로 무릎을 들어올려 가슴쪽으로 위치하여 웅크린체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노하우가 쌓이면 이것도 쉽게 할 수 있다. 여군특집에 나온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출신 여군 후보생의 저 폴짝 거리는 장면이 바로 그런 경우로 엎드린 상태에서 두 발을 모으고 폴짝 뛰어 가슴쪽으로 위치하여 일어나면 힘들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금방 일어설 수 있다. 두 발을 모으지 않고 각각 발을 움직여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면 각각의 발에 하중이 쏠려 다리에 무리가 가게 되어있다. 같은 방식으로 둘 이상이 하게 되면 차이는 확연히 난다. 두발을 동시에 폴짝거리며 일어나고 엎드리는 자세는 힘도 적게 들이고 속도도 빨라서 얼차려를 주는 상급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굼뜬다는 지적을 받아 더 많은 얼차려와 구박을 받기도 한다.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일어나고 신속하게 엎드리는게 정석이다.
훈련부대에서는 거의 일상적인 용어 "주목" 그리고 "동작그만"
자대에서는 간부 이상의 상급자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주목"으로 주목이라고 외치는 순간 모든 행동이 통제되고 교관을 바라봐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위급한 상황이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바지를 벗고 있어도 탈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주목해야 한다. 자대에서의 동작그만은 사실 많이 쓰지 않는다. 주목이나 동작그만은 어미새와 아기새의 관계에서 많이 생기는 용어지 어미새끼리 있는 자대에서는 특별히 그것을 지칭해서 쓸 필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목이라는 말 자체가 동작그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대에서는 주목이라는 말로 통합해 사용하는게 대부분이다.
혹한기 훈련을 받거나 야전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군대에는 의외로 쓸모 있는것과 쓸모 없는 것이 많다. 군용품이라고 해서 나름의 목적과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민수용품이라고 해서 군용고 목적이 다른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군용품으로 먼저 개발되었다가 민수품으로 출시되는게 보통이지만 요즘에는 민간에서 더 좋은 제품이 개발되어 역으로 군용으로 공급되는게 더 많기 때문에 예전의 발상과는 많이 다르다.
텐트가 대표적이다. 5초텐트라는 간단한 용품이 있는데 여전히 말뚝을 박아 수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개인텐트를 고집한다. 크기도 작고 휴대도 용이하고 사용법도 좋아 합리적인데도 군용품은 어느정도 구형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편리한 제품만 쓰면 나중에 정작 그런 물품이 없을 때 아무것도 못한다는 논리인데 그런 논리를 펼치는 사람들도 조금씩 편리성이 추구되는 제품으로 군용품이 바뀐다는 걸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군생활을 할 때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군장이다. 민간의 산악용 배낭, 등산용 배낭이 더 튼튼하고 효율적인데 반해 구형 군장은 지금봐도 딱 기준이 되는 모델이 있다. 바로 세계대전에서 나온 군장, 총에 칼을 꽂고 육탄적을 벌이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연상케 하는 이 군장이 지금까지 쓰고 있다는 것에 당시에 많이 당황했고 군장을 꾸리는데 의외로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전쟁하러 가기전에 짐싸다 죽는다는 말은 아마 군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들어봤거나 공감할 것이다. 절반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절반은 굉장히 비효율적인게 군대다. 비효율적인 부분만 확실해 더 개선한다면 전투력은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다. 비효율적인 부분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다보니 집합을 할 때 당나라 군대나 패전병들 모습은 예사다. 플라스틱 재질의 방탄모가 있음에도 철모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 놀이동산에도 있는 실내 사격장 하나 정도가 부대마다 없는것도 그렇다. 실사격을 자주 못하는 만큼 모의사격을 할 수 있는 실내사격장이나 실사격 실내사격장 하나 정도는 갖추어두고 수시로 사격 연습을 하게 하는것도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사격은 예산 절감과 훈련의 효율면에서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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